조윤미는 그 뒤를 따르며 빈정거리기 시작했다.“그냥 어디서 굴러온 지 모를 여자 덕이나 보고, 그 밖에 온갖 속임수를 다 써놓고는 어디서 의기양양한 척을 해요?”“도훈 도련님이야말로 엘리트죠, 전화 한 통에 우리 양 대표님을 도와 일을 해결해주니 말이에요!”염무현은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다 말했어요? 다 말했으면 길 좀 비켜요. 이렇게 길을 막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염무현은 쓸데없는 소리는 물론 그들의 파렴치한 몰골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그때, 조윤미가 즉시 얼굴을 내밀었다.“겨우 몇 마디 했다고 지금 기분이 나쁘다는 거예요? 자기 주제도 모르면서 무슨 자존심을 세우고 그래요? 당신한테 어울리는 거라 생각해요?”“그럼 남도현한테는 뭐가 있나요? 저도 묻고 싶은데요.”염무현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그러자 조윤미가 오기를 부렸다.“귀 쫑긋 세우고 잘 들어요. 조금 전 도훈 도련님께서 전화 한 통에 불리한 상황을 180도로 확 뒤집으셨어요. 우리 YH 그룹이 공씨 집안 골드 파트너가 됐다고요! 만약 당신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을 해냈단 말입니다!”염무현은 다시 한번 얼굴을 찌푸렸다.“그게 남도현의 공로라고 확신해요? 절을 잘못 찾고 다른 신께 감사해하지 마세요. 참 웃기네요.”이윽고 조윤미가 피식 냉소했다.“도훈 도련님이 아니면 뭐 당신이겠어요? 자기 덕행도 모르고 이렇게 시큰둥하게 행동하지 말아요, 역겨우니까!”“남자는 가난하고, 못생기고, 왜소해도 되지만 반드시 스스로를 잘 알아야죠. 자신이 능력이 없으면 없는 거지 왜 남한테 능력 있는 걸 인정하지 않아요? 그렇게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보겠어요? 제가 딱 싫어하는 남자 스타일입니다.”뒤이어 남도훈도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남씨 집안 말고 공씨 집안의 마음을 바꾸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냐? 네가 인정을 하든 안 하든 이건 명백한 사실이야. 안 믿지? 내가 증명해줄게.남도훈은 휴대폰을 꺼내어 재빨리 아버지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아버지, 방금 공씨 집안에
믿음이 없어지면 아무리 설명해도 쓸데없는 짓이 된다.“아무렇게나 생각해도 상관없는데, 후회만 하지 마!”염무현은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양희지는 화가 치밀어 올라 순간 이성을 잃고 그의 등을 향해 소리쳤다.“내가 가장 후회하는 건 그때 너를 선택한 거야!”그러자 남도훈은 능청스럽게 화자처럼 흉측한 표정을 지었다.“희지 씨, 화내지 말아요. 이런 사람 때문에 몸을 망치는 건 수지가 안 맞아요. 이 녀석은 분명 이혼당한 게 달갑지 않아서 이러는걸 겁니다. 또 나처럼 훌륭한 사람이 희지 씨랑 함께 있는 것을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질투가 나기 마련이죠. 인지상정이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그러자 조윤미도 시의적절하지 않게 아부하기 시작했다.“대표님 보세요. 이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입니다. 비교하지 않으면 몰라요. 비교하면 할수록 깜짝 놀란다니까요?! 대표님은 마음이 너무 약하시고 감정이입도 잘하셔서 저 사람 감옥에서의 표현에 영향을 끼칠까 걱정입니다. 억지로 꼬박 4년을 끌고서야 이혼을 했는데, 이제야 잘못 된 거라는 게 증명됐네요!”“도훈 도련님이 백 배는 나으세요. 저 사람이 감옥에 있을 때 대표님이 일방적으로 혼인 관계를 파기하고 도련님이랑 같이 있었어야 했는데... 얼마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 두 분?!”한편 염무현 쪽, 정면에서 기름진 머리의 한 청년이 선글라스를 끼고 당당한 얼굴로 입에는 이쑤시개를 물고 건들건들하며 걸어왔다.뒤에 경호원 네 명이 한껏 가오를 잡으며 그를 따르고 있었다.“여기가 이렇게 시끌벅적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공씨 집안은 분명 장례를 치러야 할 텐데 아직도 이런 형식주의에 여념이 없다니... 착한 일을 하면 재난을 피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보지?”그는 사방을 빙 둘러보더니 피식 웃었다.“정말 기상천외하군, 헛된 꿈을 꾸고 있어! 외부에 공혜리가 그렇게 총명하고 대단하다고 소문이 났는데, 그럼 사실을 증명하면 되잖아!”“악취 나는 계집애, 공씨 집안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다.서운범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모든 유형의 미녀를 정복하는 것이다. 특히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일수록 그의 승부욕을 자극하고 이기면 더 성취감을 느낀다.“미녀 아가씨,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 나가서 내가 술 한잔 사줄게.”서운범은 성큼성큼 걸어 양희지의 앞에 도착했다. 얼굴에 사악한 웃음을 머금고 눈은 그녀의 몸을 휘젓고 다니며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양희지는 혐오감을 감추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그쪽 모릅니다, 관심 없어요!”“한번 두번 만나보면 익숙해질걸? 서너 번 만나면 몸도 서로 붙이고 말이야!”서운범은 온 얼굴에 음탕한 웃음을 짓고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내 앞에서 고상한 척할 필요 없어.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두 가격이 있는 것이니, 솔직하게 말해 봐. 얼마면 나랑 잘래?”그러자 양희지가 버럭 화를 냈다.“꺼져요!”하지만 서운범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더 흥이 나서, 손을 뻗어 양희지의 턱을 만지려 했다.“쪼끄만 게 맵네? 나는 오히려 좋아! 부르고 싶은 대로 다 불러, 설령 엄청난 숫자라 해도 나 눈 깜빡하지 않는다고 장담할게!”양희지는 조금 전 염무현의 일로 인해 기분이 워낙 좋지 않았던 터라 완전히 분노가 차올라 곧장 서운범의 뺨을 때렸다.“짝!”태어날 때부터 부귀하게, 곳곳에서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오래전부터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이 익숙했던 서운범이 어찌 이런 수모를 당하겠는가.그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고, 눈빛도 차가워져 갔다.“이 더러운 여자가, 감히 나 서운범을 때려? 죽으려고 이게!”서운범은 손바닥을 높이 치켜들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해득실을 따지지 못하는 여자를 단단히 혼을 내주리라 다짐했다.그러자 남도훈은 즉시 달려들어 영웅처럼 미녀를 구해내고자, 서운범을 밀쳐냈다.“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어? 어디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이러는 거야? 여기서 행패를 부리면 죽을 사람은 바로 너라고!”‘경호원이 곁에 따라다니
“방금 서운범 도련님인지 못 알아봤어요. 제가 눈이 삐었습니다. 오해했네요. 제가 먼저 사과드리죠.”“저희 아버지는 ZW 그룹의 남기태이시고 제 이름은 남도훈입니다. 2년 전에도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그... 삼석 레스토랑에서 말이죠! 아버지가 친히 저를 데리고, 어르신과 도련님에게 술을 권하셨는데, 생각나십니까?”“방금 일은 오해세요. 저희 아버지 체면을 봐서라도 그만해주셨으면 합니다!”감히 조금도 날뛰지 못하고 남도훈은 허리를 90도까지 굽히고 극도로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 그는 하마터면 상대방에게 무릎을 꿇을 뻔하기도 했다.조윤미는 그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녀의 인상 속에 남도훈은 여태껏 매우 지고지상한 모습이었으니 말이다.‘왜 갑자기 이렇게 자신을 낮추시는 거지? 내가 알던 도훈 도련님 맞아? 가짜 아니야?’“서운범 도련님은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우리한테는 공씨 집안이 있잖아요, 도훈 도련님은 뭐가 그렇게 두려우세요?!”조윤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러자 남도훈은 즉시 그녀를 노려보며 꾸짖었다.“당신이 뭘 알아! 이 도련님의 아버지는 바로 서해의 지하왕이자 북패천이라 부리는 서경철 사장님이시라고요!”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서경철이라는 사람은 너무나 악랄해서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납치하고 대출해 주는 나쁜 짓을 서슴지 않았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핍박을 받아 패가망신했다고 한다.일찍이 어떤 사람이 술기운을 빌어 공개석상에서 서경철은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고 호통쳤는데, 결국 그날 저녁 일가족 다섯 명이 몰살당하고, 그 자신은 거실에서 목매달아 죽었다고 한다. 처자식 중 어느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이때부터 서경철은 서해의 호랑이로 불렸는데, 그때의 공규석보다 강하면 강했지, 못하지는 않았다.특히 공씨 집안이 점차 쇠락하자 서경철은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더 이상 그를 당해낼 사람이 없어 더욱 거침없이 행동하기 시작했고, 서해에서는 감히 서경철을 건드릴 사람이 없었다.놀란 남도훈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두 다
공혜리의 안색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의 한 쌍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차가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김범식이 자신의 부하들을 데리고 그녀의 앞에 와서 부탁했다.“아가씨, 가서 양 대표님 좀 도와주실래요? 우리의 골드 파트너인 걸 떠나서, 일단 그분은 염무현 씨의...”“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 사람이 죽고 사는 게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저는 그저 무현 님의 체면을 봐서 그 여자를 보살피는 것이지, 그 여자 본인과는 조금도 친분이 없습니다. 무현 님의 명확한 지시 없이는 일절 경거망동해서는 안 됩니다!”그러자 김범식이 얼굴을 찌푸렸다.“그럼, 만약 염무현 씨가 참여한다면요? 제 말은 염무현 씨가 위험하다면요. 서운범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지 않습니까, 수단도 아주 악랄하고요.”“당장 나서세요! 피가 흘러 강을 이룬다 해도 절대 무현 님의 안전을 지키셔야 합니다!”공혜리는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김범식이 그녀가 이럴 줄 알고 있었는지라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오직 무현 님이 안전해야 형님이 치유될 기회가 있습니다, 누가 감히 염무현 씨에게 불리하게 군다면, 그건 형님의 명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형제로서 절대 가만두지 않겠습니다!”한편, 짜증이 날 대로 난 서운범은 손을 들어 조윤미를 옆으로 밀치고 양희지를 팔을 잡으려 했다.“도훈 도련님, 빨리 대표님을 구해주세요!”조윤미는 큰 소리로 애원했다.남도훈은 양희지가 이미 서운범의 마수에 빠진 것을 보고 얼른 구걸했다.“운범 도련님...”“꺼져! 한마디만 더 하면 내가 너 죽여버릴 줄 알아!”서운범의 한 마디로 남도훈은 입을 꾹 다물게 되었다.비록 그가 양희지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돌싱인 여자를 위해 무시무시한 서운범에게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놔주세요!”양희지는 힘껏 발버둥 쳤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녀의 하얀 팔은 서운범에 의해 강하게 잡혀 붉어져 버렸고, 그녀는 남도훈에게 연신 도움을 청했다.하지만 남도훈은 몸을 움츠린 거북이처럼 그녀의 갈구하는 눈을 마
이내 우르르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무리의 키 큰 녀석들이 염무현에게 달려들었다. 저마다 흉악한 기색이 역력했다.남도훈과 조윤미는 바로 놀라서 멍해졌다. 서운범의 곁에 그저 몇 명의 경호원이 다인 줄 알았는데, 인제 보니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원래부터 소동을 피우러 온 서운범인데 어찌 몇 사람만 데리고 왔겠는가, 그는 방자하지만 바보는 아니었다!양희지마저 겁에 질려 염무현의 처사에 걱정을 금할 수 없었다. 또한 자신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했다.“아! 망했군!”김범식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서, 급히 옆의 동료를 부르고는 달려들어 염무현을 구하려고 했다.“빨리요!”공혜리는 더욱 놀라 얼굴색이 창백해졌다.그들은 염무현의 쪽으로부터 수십 미터 떨어져 있었는데, 설령 제일 먼저 돌진한다 하더라도 염무현은 주먹과 발길질을 피할 수 없고, 심지어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왜냐하면 서운범을 따르는 사람들은 모두 악랄하고 악랄한 망나니들일뿐더러 그 수가 몇십 명이나 되니 말이다. 매 사람마다 한 발씩 찬다 해도 염무현은 충분한 고통을 얻게 될 것이다.만약 그가 위험해진다면, 공규석도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잠시 놀란 후, 남도훈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번졌다.‘네가 지금 이 시점에 나선다 이거야? 틀림없이 죽게 되겠군. 네가 죽으면 양희지 씨는 완전히 마음을 접게 될 테고 그러면 나는 비로소 미인을 얻을 기회가 생기는 거지!...’양희지가 오늘 밤 서운범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양희지는 마치 죽은 파리 한 근을 먹은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염무현에게 뺏길 위험이 있었는데 또 한 명까지 나타나니 그는 마음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맨 앞에 나선 두 명의 타자는 모두 키가 2m가 넘고 체격이 소처럼 건장한 체격에 순발력이 넘쳐 염무현은 그들 앞에서는 마치 초등학생 같았다.다른 졸개들은 서운범의 곁에 서거나 다른 방향에서 이곳을 에워쌌다.그들은 처음부터 손을 쓸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두 사람이면 충분했기
그 한 사람에 의해 십여 명이 되는 사람들이 쓰러졌다!맙소사!양희지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염무현의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한지 몰랐으니 말이다.이윽고 염무현은 한 걸음 한 걸음, 서운범에게 다가갔다.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서운범은 마치 심장이 밟히는 것 같아 섬뜩해졌다.서운범은 완전히 당황하여 양희지의 목에 단도를 들이댔다. 그러고는 이를 깨물고 눈을 부릅뜨며 위협했다.“앞으로 한 발짝만 더 다가와 봐, 이 여자 내가 죽일 거야!”그러자 염무현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더니 걸음을 멈췄다.“하하, 너는 절대 두려워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너도 그냥 찌질한 새끼였구나!”서운범은 인질을 손에 넣자 또 곧이어 득의양양해 하며 말했다.“무릎 꿇어. 그렇지 않으면...”그때, 염무현은 갑자기 폭주하며 앞으로 나아갔고, 몸은 잔영으로 변했다. 그리고 서운범은 이쪽에서 반응하기도 전에 손목을 잡혔다.“우두둑!”낭랑한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단도가 땅으로 떨어졌다.“쨍그랑!”서운범은 어리둥절해 하더니 입에서 돼지 잡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아! 내 손!...”그의 손은 이미 부러져 소매 속에 처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염무현은 그의 다른 손을 붙잡고 똑같이 비틀었다.“우두둑!”양희지는 곧바로 자유를 되찾고 급히 뒤로 물러나 조윤미의 팔을 끌어안으며 혼비백산한 모습을 보였다.“개새끼야, 넌 죽었어!”그렇게 두 팔이 모두 부러진 서운범은 아파서 이를 드러내고 욕을 퍼부었다.“너만 죽는 게 아니라 오늘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 그 누구도 못 빠져나가!”이 말이 나오자 갑자기 몇 명의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다.“그래?”염무현은 한 발로 서운범을 걷어차서 땅에 쓰러뜨렸다.남도훈은 급히 튀어나와 서운범 앞을 가로막으며 호통을 쳤다.“염무현, 명령이야, 인제 그만 멈춰!”“이 찌질한 놈이 양희지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지 잊어버렸어? 그런 짐승을 도와주다니, 넌 남자도 아닌가 보지?”염무현
양희지의 안색이 다시 변했다. 그녀는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염무현에게 호의로 주의를 준 것이니 말이다.그런데 서운범이 죽어도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을 줄이야... 정말 꿈에도 몰랐다.“못 들었어? 얼른 도련님한테 무릎 꿇으라고!”남도훈도 호기롭게 외쳤다.이에 비해 양희지는 염무현이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최후를 맞을지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무릎을 꿇을 것인가, 꿇지 않을 것인가?무릎을 꿇으면 체면이 구겨진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고, 게다가 공혜리도 현장에 있으니, 그렇게 되면 앞으로 고개를 들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하지만 무릎을 꿇지 않으면 완전히 서운범에게 미움을 사는 꼴이 된다.서씨 집안의 악랄한 수법으로 결과는 틀림없이 죽음일 것이다.‘자식 마음대로 날뛰더니 잘 됐다! 나 남도훈을 안중에도 두지 않더니, 몇 마디로만 바람을 부추겨도 너를 죽일 수 있는데!’자식, 널 날뛰게 하다니! “짝! 짝! 짝!”웬 박수 소리가 들려오더니, 완벽한 몸매를 드러내는 턱시도를 입고, 고양이 걸음걸이에 눈처럼 하얀 작은 두 손을 두드리며 멋진 자태를 뽐내는 누군가가 걸어왔다.“정말 좋은 연극이네요. 어떤 사람은 선의로 의로운 행동을 했으나 당나귀 취급을 받고, 어떤 사람은 백주에 강제로 미녀를 빼앗았으나 반대로 보호받으니... 정말 대단들 하세요.”공혜리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 속에 칼을 숨겼다.양희지, 남도훈, 조윤미 세 사람은 동시에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서운범 씨, 정말 담이 크시네요. 여기서 소란을 피우는 건 물론 제 귀빈한테 폭력을 행사하시다니. 저희 공씨 집안을 안중에도 안 두시나 보죠?!”다른 사람들은 서운범과 그의 아버지 서경철을 두려워했지만, 공혜리는 그렇지 않았다.곧이어 서운범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공혜리 씨, 당신이 저를 어떻게 할 수 있다고 그러죠? 공씨 집안에 간 하나를 더 빌려줘도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데? 내가 공씨 집안 지역에서 소란을 피운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