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지 일행과 모든 하객들이 의아해하는 가운데, 염무현은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오늘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오늘 파티는 아주 중요하니,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김범식은 동생들에게 당부하고는 급히 염무현의 뒤를 따랐다.남도훈은 눈앞의 광경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노점상 옷차림을 하고, 게다가 감옥에서 막 풀려난 녀석을 왜 공씨 가문은 이렇게까지 대접하는 것일까?공씨 가문은 절대 보통 집안이 아니다.서해 시에서, 재계와 정계 거물들도 공씨 가문에 굽신거리고 아부해야 하는 존재이다.남씨 가문도 줄곧 공씨 가문에 의지하여 돈을 벌었고, 남도훈의 아버지가 평소 공규석을 한 번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웠다.그런 공씨 가문이 지금 염무현에게 이렇게 예의를 갖추는 것은 당연히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어떻게 된 거죠?”남도훈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양희지를 보며 물었다.양희지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제가 어떻게 알아요? 출소하자마자 이혼했어요.”“맞아요, 저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조윤미가 다급하게 말했다.남도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이상하네요.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공씨 가문의 대접을 받게 된 거죠?”그는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알겠어요! 분명 야비한 수단을 써서 공씨 가문을 속인 게 틀림없어요!”“그게 가능할까요?”양희지는 그의 말이 의심스러웠다.공씨 가문이 그렇게 잘 속으면, 어떻게 서해 시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을까?남도훈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죠. 공씨 가문도 사람이니, 당연히 실수를 저지를 수 있죠.”“물론, 공씨 가문이 멍청하다는 것이 아니라, 사기꾼이 아주 총명하다는 거죠. 희지 씨 전남편은 분명 감옥에서 잔재주를 배웠을 거예요. 제 눈은 못 속여요!”조윤미는 걱정스레 말했다.“그럼 어떡하죠? 만약 염무현이 공씨 가문 라인을 타게 되면 저희만 손해잖아요?”남도훈은 자신 있게 웃었다.“그거야 간단
양희지는 활짝 웃었다.“너무 잘됐네요. 감사해요, 도련님.”“왜 아직도 도련님이라고 불러요?”남도훈은 일부러 기분 나쁜 척 말했고, 그녀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호칭을 고쳤다.“도훈 오빠...”“맞아요! 바로 그거예요.”목적에 달성한 남도훈은 순식간에 웃음꽃이 피었다.파티장.김범식은 조심스럽게 염무현의 곁을 따라다니며 말했다.“아가씨께서 곧 모시러 올 겁니다!”“그럴 필요 없으니, 가서 일보세요.”염무현은 이런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았고, 혼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김범식은 감히 그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서둘러 공혜리를 찾았다.위층 사무실에서 비서가 한창 보고하고 있었다.“아가씨, YH그룹의 양희지 대표님이 오셨어요.”“뭐?”공혜리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그걸 왜 이제야 말해?”비서는 깜짝 놀라 급히 해명했다.“저도 방금에야 알았어요. 공 회장님께서 계실 때, 늘 YH그룹을 도와주셔서 저도 바로 보고드리러 왔어요.”사실, SJ그룹의 고위층 인사들도 공규석이 왜 그러는지 몰랐다.YH그룹은 그저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소기업으로, SJ그룹과 같은 업계 거물 앞에서 그저 땅강아지에 불과했다.유일하게 내세울 만한 것이라곤, 예쁜 미녀 대표였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많은 사람들은 공규석이 그 미녀 대표에게 반해서 도와주었다고 생각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두 사람은 스캔들 한 번 난 적이 없었다.사실, 공규석과 양희지는 일면식도 없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공혜리는 미모로 유명한 대표가 바로, 신의 염무현의 아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이혼한 사실은 아직 몰랐다.“양희지가 어떤 초대장을 갖고 왔지?”“보통 초대장이었어요. 그것도 남씨 가문을 통해서 받았고요.”공혜리는 급해 났다.“어떻게 이럴 수가! 당장 바꿔! 염 선생님 옆자리로 당장 바꿔!”염무현은 두 번이나 공규석의 목숨을 구했으니, 공씨 가문의 큰 은인으로, 오늘 자선 파티도 그를 위해 연 것이다.한 쌍의 부부를 하나는 앞줄 VIP석에,
양희지는 깜짝 놀라며 감격한 눈으로 남도훈을 바라보았다.남도훈은 멍한 표정이었다.‘방금 아버지가 전화로 분명 어렵다고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도련님, 역시 해내셨군요. 오늘 정말 감사드려요.”조윤미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는 넉살 좋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이 정도야 뭐.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죠.”그는 속으로 아버지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공혜리 같은 젊은이는 늙은이들을 좋아하지 않을 거로 여겼을 것이다. 대부분 늙은 어르신들은 사상이 진부하고 낡은 관념에 얽매여 사니까. 하지만, 공혜리가 이렇게 어르신들을 존경할 줄이야.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서프라이즈였다!그렇다면 남도훈의 공로는 인정해야 했다.“양 대표님, 이쪽으로 모실게요.”비서는 정중하게 말하더니, 경호원들에게 바로 옆에 있는 전용통로를 열라고 분부했다.줄을 서 있는 하객들은 저마다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의기양양한 얼굴의 남도훈은 부러운 눈초리를 받으며 대문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염무현은 파티장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이 정도 규모의 자선 파티에 처음 참석하는 거라 매우 신선했다.같은 시각, 김범식은 2층 사무실에 도착했다.“아가씨, 염 선생님께서 도착하셨어요. 아가씨가 직접 마중 나가시는 건 완곡히 거절하셨습니다.”“알겠어요. 염 선생님을 첫 번째 줄 중앙에 앉히세요. 금색 의자도 선생님을 위해 준비한 거예요.”공혜리는 분부하고 일어나 창가로 왔다.염라대왕의 아내가 될 수 있는 양희지라는 미녀 대표가 대체 얼마나 뛰어난지 직접 보고 싶었다.“꽤 예쁘고 분위기도 있네. 그래도 염 선생님이 아까워.”이건 공혜리가 양희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였다. 비록 양희지가 외모나 분위기 면에서 대부분의 재벌가 아가씨들을 압도하지만, 여전히 평범해 보였다.웬만한 재벌 2세나 정계 2세들에 어울리기는 충분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명성이 자자한 염라대왕이었다.가난한 집안의 딸이 일약 부잣집 귀부인이 되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데, 하
양희지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고, 자리에 앉은 후에도 여전히 꿈만 같았다.그녀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면서도 더없이 행운이라고 느꼈다.“너무 잘 됐어요. 이번에는 무조건 승산이 있어요!”조윤미는 기뻐서 싱글벙글하였다. 자리 하나만으로도 공씨 가문이 양희지를 이렇게 중시하는데, 골드 파트너는 이미 따놓은 결과였다.남도훈은 넉살 좋게 양희지의 옆에 척 앉으며, 그녀와의 친밀한 관계를 전혀 숨기지 않았다.비서가 사무실로 돌아가 보고하려는데, 공혜리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양희지를 당장 조사해봐. 남도훈과 대체 어떤 관계인지.”“네... 알겠습니다!”비서가 서둘러 대답하고 돌아서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비서가 착잡한 표정으로 돌아왔다.“조사해봤는데요, 요 몇 년 동안 양씨 가문은 양희지 씨와 남도훈 씨를 맺어주려고, 계속 남씨 가문의 비위를 맞춰주고 있대요. 두 사람 곧 연인관계를 공개할 예정이랍니다.”“감히!”공혜리는 어금니를 꽉 물었고, 예쁜 얼굴에는 냉기가 가득했다.3년 동안, 공씨 가문은 염무현의 생명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조건 없이 양씨 가문과 양희지를 돌봤지만, 그녀는 감히 염무현을 배신하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비서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양희지 씨와 염 선생님은 이미 이혼하셨대요. 그것도 양희지 씨가 먼저 이혼을 제기했답니다...”“그게 언제야?”공혜리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표정은 더 복잡했다.양희지가 염무현에게 시집간 건, 전생에 나라를 구한 복일 것이다.그렇게 좋은 남편을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꿈에도 얻지 못하는데, 염무현에게 시집간다면 자다가도 웃을 일인데, 바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혼을 한단 말인가?“그저께요.”비서는 정확한 시간을 말했다.공혜리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더니 절묘한 곡선을 이루었다.“엊그제 호텔에 와서 소란을 피우던 그 모자가 바로 어머니와 남동생이었네.”“양희지, 세상 사람들이 널 서해 제일의 미녀 대표라고, 머리도 좋고 안목도 탁월하다는데, 이제 보니 미련
염무현은 그제야 앉아있는 양희지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돌아서려 했다.그는 원래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만약 오늘 열리는 것이 자선 파티가 아니었다면, 그는 참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이혼할 때 남남이 되기로 했으니, 염무현은 당연히 양희지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남도훈은 그가 겁을 먹었다 생각해 바로 손을 뻗어 가로막았다.“왜, 사람들 앞에서 들통나니 쫄았어?”“여기가 네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곳인 줄 알아?”남도훈의 진짜 목적은 염무현이 사기꾼이라는 걸 공씨 집안이 믿어 의심치 않게 하려는 것이었으니, 당연히 그에게 빠져나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염무현, 어떻게 네가 이래? 폭력, 사기, 이제는 거짓말까지. 이건 네가 가장 싫어하던 거잖아?”양희지의 말은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염무현의 가슴에 박혔다.“결국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으로 변했네. 너무 실망이야. 너랑 한때 부부였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이미 평온해진 염무현은, 다른 사람의 거짓 비난에도 화내지 않았다. 더는 만만한 염무현이 아니었다.그는 남도훈을 밀쳐내더니 바로 금색 의자에 앉았다.“그래? 나는 꼭 여기 앉아야겠는데. 만약 눈에 거슬린다면 네가 나가던가.”이혼까지 한 마당에 무슨 자격으로 남의 일에 신경 쓰고, 설교하냐는 뜻이었다.양희지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염무현이 처음으로 그녀의 말에 토를 달았기 때문이다.방금 밀려난 남도훈은 비틀거리더니, 갑자기 벌컥 화를 냈다.“당장 일어나. 감옥에서 살다 온 녀석이 무슨 자격으로 그 의자에 앉아? 자기 주제를 몰라도 유분수지!”양희지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염무현, 여기는 확실히 네 자리가 아니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어서 일어나.”“공씨 가문 파티에 왔으니 이곳은 공혜리 씨 구역이야. 이렇게 막무가내로 구는 건 감옥에서 통할지는 모르지만, 여기서는 너만 손해야.”염무현은 일어나기는커녕 오히려 다리를 꼬더니 말했다.“바로 공혜리 씨가 날 여기로 앉
감히 공씨 가문을 속이려다가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공씨 가문이 쉽게 속는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벌어진 일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남도훈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급히 자신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범식이 형, 저예요. 남기태 아들 남도훈이요. 며칠 전 오락성에서도 만났잖아요.”아버지의 전화 한 통으로 양희지를 주좌 옆에 앉혔으니, 이 얼마나 체면이 서는 일인가?남기태의 외아들인 남도훈이 공혜리의 반대편에 앉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김범식은 귀찮은 듯 소리쳤다.“그래 바로 너, 남도훈! 당장 꺼지라고!”큰 울림에 남도훈은 귀가 윙윙거리는 것 같았고, 마침 비서도 다가와 양희지에게 말했다.“방금 제가 착각했어요. 양 대표님 자리는 여기가 아니니 바로 일어나 주세요.”양희지는 멍해 났다.“그럼, 제 자리는 어디죠?”비서는 먼 곳의 일반석을 아무렇게나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에서 아무 데나 앉으시면 돼요.”양희지는 급히 남도훈을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남자는 자기 코가 석 자였고, 게다가 악명 높은 김범식의 앞에서 감히 거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희지 씨...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일단 저쪽으로 가서 앉고, 내가 아버지에게 전화해 무슨 일인지 확인해볼게요.”남도훈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양희지는 언짢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혜리를 보기도 전에 쫓겨났으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위층에서 공혜리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다행히 일이 크게 번지지 않았고,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래도 방심하지 않고 전화를 걸어 분부했다.“고객 부서에 연락해서, YH그룹의 골드 파트너 선정 자격을 취소시켜.”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방을 나섰다.“저기 봐. 공혜리 씨가 오셨어!”누군가의 목소리에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고, 아름다운 그림자가 2층에 나타났다.공혜리는 맞춤 제작 드레스로 매혹적인 S라인 몸매를 뽐냈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모두 불가사의한 표정이었다.비록 공혜리가 예쁘기는 하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아리따운 겉모습 뒤에 얼마나 악독한 성격을 가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바로 공규석의 딸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많은 사람들이 공혜리의 외모에 현혹되어 만만한 줄 알았다가 큰 손해를 봤었다.특히, 공규석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지금, 공씨 가문의 진정한 실세는 공혜리였다. 몇 번이고 아버지의 기풍을 이어받은 그녀의 모습에 모두들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런데, 그렇게 결단력이 있는 여장부가 왜 눈앞의 평범해 보이는 남자를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게다가, 남도훈은 이 사람이 감옥에서 막 풀려난 죄수라고 했다.방금 고개를 숙여 사과하던 공혜리는 자기도 모르게 양희지를 향해 힐끗 쳐다보았다.염무현은 그녀가 양희지를 자기 옆에 앉혀둔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라는 걸 바로 깨달았다.“괜찮아요. 좋은 마음으로 신경 써주신 거잖아요.”그는 손사래를 치며 이를 따질 생각은 없었다.공혜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가 번졌다.“염 선생님께서 너그러이 용서해주시니 대단히 감사합니다!”이번에는 김범식조차 깜짝 놀랐다.‘아가씨는 형님 말고 다른 남자에게 웃은 적이 한 번도 없어. 게다가 이렇게 달콤하게 웃다니!’자리에 앉자, 공혜리는 차가운 얼음공주로 변하더니 명령했다.“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시작하지.”서글서글한 면상을 가진 한 어르신이 염무현을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원래 양희지의 자리에 앉았다.그가 바로 서해 시 상회의 손 회장이었다. 너무 놀란 양희지는 이미 말문이 막혔다. 방금 공혜리의 행동도 충분히 놀라운데, 손 회장까지 염무현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다니!모두들 자리에 앉았고 아무도 남도훈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세 사람은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하며 떠났다.일반 손님 구역에서 남도훈은 뻔뻔하게 말했다.“사실 어디에 앉
남도훈은 매몰차게 거절당하고 자리로 돌아갔다.“어때요? 대표님이 뭐라세요?”두 여자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일을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하면 이 여자들 앞에서 체면이 구겨지는 거 아니야?’그래서 남도훈은 거짓말을 했다.“일이 좀 번거롭긴 하지만 우리 아버지가 열심히 부탁하고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소식 기다려요.”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자선 파티가 정식으로 시작되었음을 선포했다.공혜리는 자신도 모르게 염무현의 옆에 딱 붙어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친근한 행동이지만 이건 여자들이 누군가를 좋아할 때 하는 행동이다.“무현 님이 이혼한 줄 정말 몰랐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절대 양희지 씨가 올 수 있게 약속을 바꾸지 않았을 거예요.”공혜리의 붉은 입술은 염무현의 귀와 불과 몇 센티미터밖에 떨어지지 않고 있어 마치 연인들끼리 귓속말을 하는 것 같았다.염무현은 자리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모두 과거의 일이니, 공혜리 씨는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마침 이 장면을 본 양희지의 표정이 착잡해졌다.그녀는 자신이 완전히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지만, 전 남편이 다른 여자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질투심이 일어났다.양희지는 엊그제 양준우의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명령한 사람이 공혜리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당시 공혜리는 자신의 이름을 말했으나 양준우는 아프다고 외치기만 했고, 서아란은 큰소리로 퍼붓기만 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전혀 듣지 못했다.그리고 두 모자의 생각은 이러했다.‘염무현이라는 트러블 메이커가 존재하는데 계집애들이 도망을 갔을까?’두 사람이 공혜리의 이름을 똑똑히 듣고 양희지에게 말했다면 그녀는 오늘 체면을 구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지금,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내린 듯 양희지는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다.단상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사람은 바로 공혜리의 비서였는데 공씨 집안과 공혜리 본인을 대신해 2억을 기부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무대 아래의 사람들은 분분히 얼굴을 내밀고 공혜리의 넓은 마음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