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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그는 경계하는 척 하며 말했다."할머니, 선생님께서 다른 집안 가정사를 함부로 묻는 건 예의 바른 게 아니라고 했어요."고영란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그제야 물은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의식했다.하지만 눈앞의 이 아이는 정말 똑똑했다.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낯선 사람을 경계할 줄 아는 걸 보니 말이다."미안해. 할머니가 잘못했어."그녀는 손을 들어 박예찬의 머리를 만지려고 했다.하지만 아이는 그녀의 손을 피했고 고영란의 손은 허공에 경직되어 있었다.곁에 있던 유지훈은 평소 자신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던 이모할머니가 박예찬을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자 조금 불쾌했다."이모할머니, 저 예찬이와 함께 다른 곳에도 가봐야 해요. 그러니까 먼저 가볼게요."고영란은 계속 말릴 수 없었다."그래, 너희들끼리 재미있게 놀아. 필요한 거 있으면 날 부르고."두 아이가 간 후 고영란은 여전히 직성이 풀리지 않아 결국 비서를 불렀다."시간 있을 때 이 아이의 신분 좀 조사해 봐요. 특히 부모를요.""네."이 아이는 정말 유남준이 어릴 때와 너무 닮았다.만약 그에게 아이가 있다면 분명 박예찬과 같이 생겼을 거다."아, 맞다. 남준이 왔어요?"비서는 시간을 한 눈 본 후 대답했다."연회가 시작되기까지 한 시간이나 있으니 아마 대표님께서는 오시는 길일 겁니다."고영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이 온 후 꼭 그더러 연회장의 아가씨들을 주의해 보라고 할 것이다.아들이 얼른 여자를 만나 자신에게 손자를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한편 박민정과 조하랑은 연회에 참가하기 전 드레스를 고르러 갔다.두 사람 모두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냥 평범하고 심플한 드레스를 골랐다.하지만 심플할 수록 박민정의 아름다움을 돋보였다.조하랑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우와, 너 진짜 예쁘다.""다른 사람은 옷이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데 넌 옷을 더 우아하게 만드네."박민정은 활짝 웃었는데 더 매력있었다.사실 조하랑의 외모도 나쁘지 않았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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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후진했다.차창이 내려가자, 유남준은 손에 들고 있던 노트북을 끄고 박민정을 보았다.오늘 그녀는 아이보리 색의 등이 드러난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하얀 피부를 더 돋보였다.유남준의 눈동자엔 놀란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딱히 궁금하지는 않았다. 그녀와 조하랑이 탄 차가 유씨 본가에 도착했을 때 경호원이 이미 알려주었기 때문이다.“오랜만이야.”그는 웃는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박민정은 대답했다.“그러게요. 오랜만이에요.”“타.”유남준은 더 말하지 않았고 박민정도 사양하지 않고 그의 곁에 앉았다.“날 찾아온 거야?”다른 사람들은 이 길을 전혀 몰랐다. 오직 그의 기사만이 차를 몰고 오는 길이었기 때문이다.“여기에서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요.”박민정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태연하게 거짓말했다.유남준은 이 말을 듣자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기사에게 말했다.“먼저 내 방으로 가요.”유남준이 말한 건 그가 본가에서 살고 있는 방이었다.“네.”박민정은 아직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유남준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기억을 찾고 싶다면 먼저 우리 신혼 방부터 가봐야 해.”두 사람의 신혼 방은 원래 두원 별장에 있었다. 하지만 결혼한 날엔 본가 쪽에서 보냈다.유남준의 방은 전처럼 단일한 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방에 들어간 후, 그는 박민정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먼저 슈트 재킷을 벗었고 그다음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박민정은 놀라 멍해 있었다.그녀의 몸은 조금 경직되었다.유남준이 왜 이러는지 잘 몰라서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그는 여유 있게 박민정을 보았는데 그녀의 얼굴이 이미 빨개진 것을 발견했다.유남준은 일부러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왜 날 보지 못해?”“기억 찾고 싶다며.”남자의 뜨거운 시선은 그녀를 위로부터 아래까지 훑었다.박민정은 얼굴이 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원래 그녀는 유남준을 꼬시려고 했는데 지금은 왜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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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그의 목소리는 허스키했다.그 자신만 알고 있었다. 계속 눌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 말이다.하지만 박민정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없었다. 그녀가 도대체 뭘 하려는 지 알아야 했으니까.박민정은 멈칫하더니 그렁그렁한 눈으로 물었다.“싫어요?”유남준은 이제야 그녀에게 목적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래서 갑자기 말을 돌렸다.“뭘 오해한 거 아니야? 난 방금 네가 기억을 되찾도록 도왔을 뿐이야.”“오늘은 이만하자. 연회에 참석해야 해.”박민정의 안색은 별로 졸지 않았다.적어서 육, 칠 분 입을 맞추었는데 다 그녀를 갖고 논 거였다니.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손을 그의 몸에서 뗐다.유남준은 먼저 옷을 갈아입은 후 그녀와 함께 연회장에 갔다....연회엔 김인우와 그의 할아버지인 김훈도 함께 참석했다.김훈은 다른 가장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이 기회를 빌어 김인우에게 좋은 아내를 골라주고 싶었다.김인우는 할아버지를 이기지 못해 연회에 참석했다. 그는 먼저 어르신에게 생신 축하 인사를 올린 후 김훈의 명령하에 강제적으로 스무 명의 여자들을 만나봐야 했다.“오늘 말을 안 들으면 집에서 나가! 난 너 같이 못난 손자 없다.”김훈은 손자를 꾸짖었다.“나이가 몇인데 아내도 찾지 못하다니, 정말 우리 집안에 먹칠을 하는구나!”김인우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그는 여자가 부족했던 적이 없었으니까.“알겠어요.”할아버지 말을 거역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의 심장병이 발작할까 봐 두려웠다.의사는 절대 화를 내면 안 된다고 했다. 화가 심장에 해로우니까.김훈은 또 요란하게 차려입은 이지원을 보며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잊지 않고 손자에게 경고했다.“잘 기억해 둬. 이 이지원만은 안 돼!”김훈은 사람을 보는 눈이 대단했다.몇 년 전에 이지원이 배은망덕한 인간이라는 것을 조사해 냈었다. 그리고 지금도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남자가 아주 많은 여우였다.“걱정하지 마세요.”김인우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 박민정이라는 것을 안 후부터 이지원에게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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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이지원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다리를 안고 있는 아이를 보았는데 눈동자엔 귀찮은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그녀는 티를 내지 않고 허리를 굽혀 웃으며 말했다.“응, 나야.”“꼬마야, 너 왜 혼자 여기 있어? 부모님은?”그녀는 눈앞의 아이를 자세히 보았다. 아이의 오관은 입체적이었고 큰 눈은 사람을 홀릴 정도였다.딱 보아도 아이의 부모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박예찬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지원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줌마가 제 아빠를 뺏었다면서요? 저한테 아빠를 돌려주실 수 있어요?”이지원의 몸은 순간 경직되었다.주위의 재벌 집 사모님들은 이 소리를 듣고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는데 눈동자엔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들은 남자를 통해 지위를 올리려는 연예인을 가장 싫어했다.“정말 파렴치하네!”“유 대표님을 가졌으면 만족할 줄 알아야지. 어떻게 다른 남자를 꼬셔?”“이러니까 유 대표님이 이 여자랑 결혼하지 않았지. 그냥 갖고 놀기만 하면 되는 거였어.”이지원은 멘탈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간신히 화를 참고 웅크리고 앉아 박예찬을 바라보며 말했다.“꼬마야, 잘못 기억한 거 아니야?”“난 널 모르고 네 아빠도 몰라.”이렇게 말한 후, 그녀는 다시 박예찬에게 다가가 두 손을 아이의 어깨에 놓고 낮은 목소리로 협박했다.“나쁜 놈, 계속 헛소리했다간 물고기 먹이로 바다에 던져버릴 거야!”이지원은 박예찬이 그저 평범한 아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연기가 그렇게 좋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일 초 후, 아이는 그녀의 손을 힘껏 치더니 울먹이며 말했다.“아줌마,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물고기 먹이로 절 바다에 던지지 말아 주세요...”이지원은 정말 아이의 입을 막고 싶었다.“아니에요...저 아이가 거짓말하고 있어요...”그녀는 급하게 해명했다.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왔다. 어쩔 수 없이 여자를 만나야 했던 김인우도 이곳을 보았다.그는 첫눈에 아이를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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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네.”우선 이 나쁜 놈을 기진맥진하게 만들 것이다.어쨌든 지금 어르신의 생일 파티가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니 소란을 피울 수 없었다.김인우는 지금 시간이 많았다....한편 유남준과 박민정은 선후로 연회장에 도착했다.박민정은 유씨 집안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싫어 유남준이 들어간 후에야 들어갔다.유남준은 그녀의 속셈을 눈치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까 해프닝을 겪고 이지원은 어렵게 연회장에 있는 기자를 매수했다.유남준이 온 걸 보자 그녀는 얼른 상태를 조절하고 다가갔다.“오빠, 연회도 이미 시작했고 다들 어르신께 축하 인사를 드리는데 왜 이제야 왔어요? 나 오빠 오래 기다렸단 말이에요.”유남준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한 일을 보고하는 버릇이 없었다.그래서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다음엔 기다리지 마.”이지원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뒤에 들어오는 박민정을 본 후 뭔가 깨달았다.이지원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유남준이 오자마자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을 앗아갔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유씨 집안의 젊은 대표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고영란은 아들이 무척 자랑스러웠다.유남준은 우선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하얀 머리에 지팡이를 짚고 있으나 눈만은 밝은 어르신에게 생신 축하한다는 인사를 올렸다.이지원도 이 기회를 빌어 상류 사회에서 자신을 내세우고 싶었다.“할아버지, 저도 오늘 선물을 갖고 왔어요.”어르신은 비록 이지원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고영란처럼 손자가 하루빨리 결혼하기를 바랐다.게다가 며칠 전 이지원이 쓴 노래는 그녀가 얼굴만 반지르르한 게 아님을 증명했다.그래서 그는 이지원이 주는 선물을 묵묵히 받았다.그녀는 빛깔이 엄청 좋은 연옥을 선물했다.이런 물건은 재벌들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르신께서 받았으니 이지원이 이미 유씨 집안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설명했다.박민정은 사람들 사이에 서 있으면서 그들의 의논 소리를 들었다.“정말 오리가 백조로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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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그녀에게는 아들의 체면이 무엇보다 중요했다.“아버지, 진정하세요. 제가 바로 쫓아낼게요.”아직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이지원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향한 날 선 눈빛에 이상함을 감지했다.고영란은 씩씩거리며 오더니 핸드폰을 그녀의 앞에 내던지며 말했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라!”이지원은 핸드폰을 한 눈 보고는 단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았다.그녀가 막 입을 열고 해명하려 할 때, 고영란이 말을 가로챘다.“여기서 더 창피당하고 싶지 않으면 네 발로 나가라.”유씨 집안에서 연예인 한 명 내쫓는 건 파리 내쫓는 것 만큼 간단한 일이었다.이지원은 자기가 이런 꼴로 쫓겨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가정부의 차에서도 한참을 믿기 힘든 듯 멍하니 있었다.그러다 불현듯 박민정이 했던 말이 떠오르며 깨달았다.이 모든 건 그녀가 벌인 짓이란걸!...한편, 조하랑도 이지원에 관한 뉴스를 보게 되었다. 그 뉴스는 애초에 그녀와 박민정이 함께 계획한 일이었다.그리고 일부러 이 타이밍에 공개한 것이다.이지원이 쫓겨나고 나서 그녀는 박민정에게 문자를 보냈다.[저 불여시한테 제대로 골탕 한 번 먹였네. 그러게 누가 나대래.]조하랑은 이지원의 불쌍한 모양새를 보려고 몸을 일으켰다.그러나 그녀의 눈앞에 보인 건 익숙한 누군가의 모습이었다.“박예찬?”그가 왜 여기 있는 건지 어리둥절하던 그때,보디가드로 보이는 사람 몇 명이 그에게 다가오더니 한 손으로 그를 들쳐업고 김씨 가문의 도련님인 김인우에게로 데려갔다.박예찬은 그 짧은 두 다리로 아등바등했지만 그들의 긴 다리를 이겨내진 못했다.게다가 도망치다가 힘을 다 써버린 탓에 결국 꼼짝도 못 하고 잡혀버렸던 것이다.그는 자기가 아직 어린아이인 것이 너무 싫었다.“이 양아치 같은 놈, 겨우 잡았네.”김인우는 여유롭게 그를 보며 말했다.박예찬은 여전히 그에게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아저씨, 저 풀어주시면 안 될까요? 전 아저씨 몰라요.”그러자 김인우가 기가 찬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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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내가 내 아들 패겠다는데 뭐가 문제지?김인우는 이 여자가 수를 쓴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내가 먼저 내 아이임을 인정하게 만들려고.“나한테 접근하려고 꽤 애를 쓴 모양이네요? 전에 있었던 일도 다 당신이 시킨 거지?”조하랑은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리고 그건 박예찬도 마찬가지였다.그는 두 모자를 바라보며 서늘하게 말했다.“무슨 심산인지는 몰라도 아이는 내가 책임집니다. 하지만 여자는 아니에요.”조하랑은 어이가 없었다. 박민정이 그녀에게 김인우는 쓰레기라고 말해주긴 했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정말 굉장한 쓰레기인 것 같다.조하랑은 치미는 화를 더 참지 못하고 손을 올려 김인우의 곱상한 얼굴에 뺨을 후려쳤다.김인우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책임 같은 소리 하네. 개나 소한테 시집가는 일이 있어도 당신한테는 안 가!”김인우는 원래 조용한 곳에서 박예찬을 천천히 훈계할 생각이었는데 조하랑이라는 변수가 생길 줄은 몰랐다.설상가상으로 소란스러운 상황에 빠르게 구경꾼들이 몰렸다.2층에서 자기 집안 큰손자를 유심히 지켜보던 김인우의 할아버지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랐다.“저 아가씨는 뉘 집 자식인가?”옆에 있던 비서가 빠르게 대답했다.“조씨 집안 큰딸입니다. 이름은 조하랑이고요.”“내 미래 손자며느리로 저 아이가 딱 좋겠군.”감히 김씨 가문의 큰손자를 때린 여자는 그녀가 처음이었다.한편, 박민정도 그 셋을 발견했다.그녀는 박예찬이 왜 이곳에 있는지, 그것도 김인우와 어쩌다 시비가 붙은 건지 도통 이해가 안 갔다.박민정이 유남준이 있는 방향으로 슬쩍 시선을 옮겨보니 그도 이미 이쪽 상황을 눈치챈 듯했다.박민정은 다급히 조하랑에게 전화를 걸어 김인우와 엮이지 말고 예찬이부터 데려가라 일렀다.한 시간 후,개인 별장 밖에는 또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방 안에는 박민정과 조하랑이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박예찬이 서있었다.“예찬아, 네가 왜 유 씨네 저택에 와있는 거니?”박민정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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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조하랑은 그녀가 찾은 자료를 박민정에게 보여줬다.자료엔 이지원이 해외에서 어떻게 남자를 이용해 가수가 되었는지에 관한 모든 과정이 낱낱이 적혀 있었다.“이렇게 더러운 여자인 줄은 몰랐네.”“난 알았어.”박민정이 말했다.“그럼 왜 유남준 씨한테 말 안한거야?”조하랑은 어리둥절했다.그녀는 원래 박민정에게 이 사실을 알려 유남준이 알게 하려는 목적이었다.그럼 두 사람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으니까.박민정도 그녀의 마음을 알고 씁쓸하게 말했다.“남준 씨도 사람 하나 알아보는 건 일도 아니야.”조하랑은 그제야 알 것 같았다.“그럼 대체 왜 이지원 그 여자를 좋아한 거래? 꾀를 쓰는 데에 반하기라도 한 거래? 난 어떤 남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박민정도 예전엔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그녀도 유남준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그를 선택한 것처럼 유남준도 이지원이 좋은 여자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그녀를 사랑한 걸지도.사랑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은가. 그 사람이 좋든 나쁘든, 착하든 말든 그 무엇도 상관없게 만드는 것.그러니 팜므파탈이 그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박민정은 조하랑을 다독이며 말했다.“괜찮아. 어차피 나 이제 그 사람 사랑하지도 않아.”“응.”고개를 끄덕이는 조하랑.이튿날 아침 아홉 시,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린 누군가.“톱스타 이지원 씨가 유씨 집안 축하연에서 추태를 부렸다는 소식입니다. 이지원은 아이를 괴롭히고 표절했다는 이유로 시댁 눈밖에 밀려나 집에 발을 들인지 십 분 만에 쫓겨났다고 합니다.”인터넷은 아침부터 발칵 뒤집혔다.한편, 주상 엔터테인먼트는 이지원의 지시로 빠르게 실시간 검색어를 지우기가 바빴다..하지만 그녀의 세력이 김인우만큼 크지 않다 보니 실시간 검색어는 내려갈 기미가 안 보였다.어쩔 수 어뵤이 이지원은 유남준의 비서 서다희에게 도움을 청했다.이건 그녀뿐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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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멀리서 컴퓨터 앞에 앉아 일에 몰두한 모습의 그녀가 보였다.유남준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열었다.갑작스러운 소리에 박민정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 유남준의 얼음장 같은 얼굴을 보았다.오늘 아침에 이지원에 대한 뉴스가 보도 된 데다 예전에 그녀를 위해 나서던 유남준의 모습이 떠오르자 박민정은 본능적으로 그가 왜 찾아온 건지 알 것 같았다.이번에도 이지원을 위해 자기를 괴롭히기 위해 온거라 생각한한 박민정은 몸을 일으킨 후 저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경계 태세에 돌입한 그녀를 보면서도 유남준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 아이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지금 당장 나랑 집에 돌아가!”지금 그는 박민정이 기억을 잃은척하는 것 따위 신경 쓸 마음이 없었다.박민정은 황당했다.집?집에 가자고?그녀는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유남준의 얼굴을 한 눈 보았다.“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유남준은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더 말하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그의 걸음이 너무 빠른 탓에 박민정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끌려갔다.그녀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차가 주차된 곳까지 끌려갔다. 유남준은 운전석에 앉아서도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지 않았다.박민정은 이런 그의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절 데리고 어딜 가는 거예요?”유남준은 차 시동을 걸고 얇은 입술을 달싹이더니 말했다.“두원!”박민정은 그제야 그가 집에 가자고 했던 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그녀는 기억을 잃은 연기도 잊지 않았다.“두원이 어딘데요?”“대표님. 잊으셨나 본데, 저희는 이미 이혼했어요.”그 말에 유남준은 브레이크를 확 밟으며 붉어진 눈시울을 하고서 박민정을 바라보았다.“우리가 이혼한 건 어디서 봤어?”멈칫하는 박민정.둘은 이미 이혼서류를 낸 상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와 이혼숙려기간 때문에 이혼이 정식으로 성립된 상태는 아니었다.하지만 4,5년을 죽은 사람으로 살았는데 둘 사이 결혼생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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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가십거리가 돼?이곳 진주시에서 유남준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유남준은 박민정이 사라진 그 시간 동안 연지석이 그녀의 곁에 있었단 사실이 떠올랐다. 같이 지낸 시간이 많으면 자연스레 없던 정도 생긴다는데, 게다가 둘은 어릴 적부터 친구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겠다.“연지석 귀에 그런 소문이 들어갈까 봐 걱정되는 건 아니고?”그의 검은 눈동자에 냉기가 스쳤다.박민정의 얼굴에도 순간 그늘이 졌다.그녀는 유남준의 이런 말버릇을 받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대표님. 저희가 결혼했든 하지 않았든 선택할 권리는 저에게 있습니다. 이건 지나친 간섭 아닌가요?”말을 마친 박민정은 더는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아 곧바로 유남준을 스쳐 지나갔다.유남준은 그녀에게 뺨이라도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분명 말 몇 마디 한 게 다인데 그는 심기가 굉장히 불편해졌다.뭐? 지나친 참견?멀어지는 박민정의 뒷모습을 보며 그는 그녀가 정말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음을 느꼈다.유남준은 그런 느낌이 미치게 싫었다.그는 핸드폰을꺼내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수를 쓰든 그 아이 데려와.”“네.”“그리고 연지석 사업도 계속 공격해. 난 그 자식 것을 철저히 빼앗아야겠어.”전화를 끊은 그의 눈빛은 뭐든 집어삼킬 듯한 어둠에 휩싸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미련 없이 떠나던 박민정의 모습뿐이었다.예전엔 분명 그만을 사랑하겠다고 했던 사람이!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지?이제 연지석을 사랑하게 된 건가?뭐가 어떻게 됐든 그는 반드시 박민정을 다시 뺏어올 거다.그의 것은 그가 버리는 한이 있어도 절대 남에게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유남준은 차에 탄 후 담배를 피우며 아이의 사진을 다시 꺼내 봤다.정말 그의 아이라면 박민정은 왜 그를 해외에 숨겨뒀을까?그는 아이를 다시 데려온 후에 낱낱이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그리고 뭐가 어떻게 됐든 이번엔 반드시 박민정을 자기 옆에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다시는 그의 시선 밖으로 도망치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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