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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1182 챕터

제101화

“지원아, 이젠 어떻게 하려고? 남준 씨가 두 사람 언제 결혼할지 알려줬어?”하예솔은 어금니를 깨물면서 말을 이어갔다.“정 안 되겠으면 내가 박민정이 앞으로 얼굴 들고 다니지 못하게 인터넷에 글을 쓸게.”이지원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옆 테이블에 놓인 꽃을 다듬기 시작했다.“아니야.”그녀는 잠시 고민한 후 말했다.“그러면 분명 남준 오빠에게도 영향을 줄 거야.”그 말을 듣고서야 하예솔은 인터넷에 글을 쓸 생각을 포기했다.하예솔을 보낸 후 이지원은 가위로 싹둑 꽃을 잘랐다. 온전한 장미 한 송이가 바닥에 떨어졌다.예나 지금이나 유남준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결혼하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사랑은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하지만, 유남준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초반에는 자신감 넘쳐서 유남준의 마음을 얻겠다며 입국했지만 이제는 여자 친구라는 신분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지원은 이 모든 상황이 우스웠다.그 생각에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은 꽃병을 쓸어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꽃병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고 안에 담겨 있던 장미꽃도 여기저기 흩어졌다.유리 조각에 긁힌 이지원의 손에서 피가 흘러나왔다.그녀는 붉게 물든 손을 보더니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듯 바닥에서 유리 조각을 줍고는 그대로 손목을 베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은 후 유남준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오빠, 너무 아파요. 오빠가 너무 보고 싶은데 혹시 나 만나러 와주면 안 돼요?]30분 후.유남준이 부천 팰리스에 도착했다.그는 곧바로 얇은 옷가지를 입은 이지원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의 손목에서 흐르는 피는 마치 매화꽃처럼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유남준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왜 자기 몸에 상처를 내?”자신에게 다가오는 유남준을 보며 이지원은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키고는 유남준의 품에 와락 안겼다.“오빠, 날 가져요. 제발, 이렇게 부탁해요. 오빠와 결혼하지 못한다고 해도 제발 오빠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유남준의 눈빛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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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얼마나 많은 유언비어에 시달릴 걸 모르고 연예인의 길을 선택했어?”유남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그 얘기를 들은 이지원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돌처럼 무정한 마음을 가진 유남준이 원망스러웠다.“오빠, 내 곁에 있어주면 안 돼요? 제발요, 이렇게 부탁할게요.”그녀의 거짓말을 간파한 유남준이 무자비하게 말했다.“어머니는 네가 내 아이를 낳길 바라고 계신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그 생각은 접는 게 좋을 거야.”이지원이 당황했다.“분수를 잘 지키는 게 좋을 거라고.”유남준이 또 말하고는 빠르게 자리를 떴다.이지원은 멀어져가는 유남준의 뒷모습을 보면서 무정하게 구는 그가 원망스러웠다.분명 유남준의 아버지는 여색을 탐하는 분이셨는데 왜 유남준은 전혀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걸까?고영란도 손주를 바라고 있었지만 이지원은 유남준의 아이를 가질 기회조차 없었다.이지원은 전화로 의사를 불러 손목 상처를 처리했고 부천 팰리스에서 나온 유남준은 비서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떻게 됐어?”“출동한 인원들은 모두 도착해서 대기 중입니다. 일부 불법적인 수단을 활용해 진행하고 있으니 대표님께서 직접 나설 필요도 없습니다. 아마 아이를 순조롭게 데려올 수 있을 겁니다.”“아마라니?”유남준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리자 서다희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연지석 쪽에서 뭔가를 눈치챘는지 현지 병원 주변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 처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사이 연지석에게 들키지 않을 것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그 얘기를 들은 유남준은 한참 동안 고민하더니 말했다.“에스토니아로 가는 전용기를 지금 당장 준비해. 내가 직접 가서 아이를 데려와야겠어.”“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후 유남준은 즉시 공항으로 향했다.이지원의 자작극이 아니었더라면 그는 진작 비행기를 탔을 것이다.아이를 데려오면 박민정에게는 더 떠날 이유가 없을 것이고, 고영란도 더는 손주 타령을 하지 않을 것이다.깊은 밤.에스토니아의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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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박윤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유남준을 자극했다.“아저씨, 혹시 돈 때문에 저를 납치한 거예요? 우리 아빠는 돈이 엄청 많아요. 그리고 아빠는 저를 엄청 사랑하기 때문에 원하시는 대로 돈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정말 사람 하나 잘 골랐네요.”“...”유남준은 말문이 막혔다.“아빠가 그렇게 권력 있고 돈도 많으면서 왜 너를 잘 보호하지 않았대? 아니면 내가 널 납치할 수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박윤우가 흠칫했다.‘뭐야, 왜 이렇게 잘 대응하는 거야? 영 머리가 나쁜 사람은 아니네.’박윤우는 대답하는 대신 갑자기 손으로 아랫배를 움켜쥐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유남준이 물었다.“왜 그래?”“배가 아파요.”박윤우가 허약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다행히도 유남준은 의사와 동행했다. 의사를 리무진으로 호출한 후 박윤우의 불편한 곳을 검사하게 했지만 그 어떤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대표님, 도련님의 복부를 자세히 검사해 봤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박윤우는 배를 끌어안더니 침대에서 뒹굴기 시작했다.“너무 아파요, 죽을 것 같아요, 흑흑...”“...”의사는 말문이 막혔다.유남준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박윤우가 꾀병을 부리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차에 의료기기가 없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는 건 아닌가요?”“그럴 수도 있죠.”의사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순간 유남준의 얼굴이 싸늘해졌다.“방금은 문제가 없다고 하더니 왜 제가 물어보자 오진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거예요?”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의사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 차 안은 에어컨 때문에 차가운 공기가 맴돌았지만 의사는 식겁한 나머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이때, 박윤우가 나서면서 분위기를 풀었다.“아저씨, 의사 선생님을 탓하지 마세요. 저는 원래 배가 자주 아프거든요, 배가 아플 때마다 아빠는 따뜻한 얼굴로 제 배를 녹여주셨어요, 그러면 바로 안 아팠거든요. 아저씨, 혹시 아빠처럼 얼굴을 제 배에 대주시면 안 돼요?”유남준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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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박윤우는 자신의 옆에 누워 잠이 든 유남준을 힐끔 쳐다봤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를 대비해 워치폰을 챙겨 연지석에게 연락하려고 했지만 손목에는 워치폰이 없었다.게다가 입고 있던 옷도 모두 바뀌어졌다.그리고 박윤우의 워치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것마저 사라져 박윤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그의 곁에 누워있던 유남준이 두 눈을 뜨며 물었다.“아직도 아파?”박윤우는 유남준이 이렇게 쉽게 깰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안 아파요. 고마워요, 아저씨!”아저씨.아저씨라는 말이 유남준에게 찝찝하게 들렸다.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네 이름이 뭐야?”박윤우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연윤우예요.”연윤우라...연씨라...유남준의 얼굴색이 더 어두워졌다.박윤우는 유남준이 분명 자신과 엄마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기에 자기를 찾으러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 모든 정보를 다 조사해 낸 건 아닐 것이다. 아니면 왜 이름까지 물어보겠는가? 더군다나 연지석은 그와 형, 그리고 엄마의 신분 정보를 잘 숨겼었다.유남준이 대답을 하지 않자 박윤우는 또 순수한 얼굴로 물었다.“아저씨, 제 이름 예쁘죠?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연씨가 흔히 볼 수 없는 멋있는 성씨잖아요, 안 그래요?”‘뭐가 멋있어?’녀석은 컨디션이 좋아지자마자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유남준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왜 배가 아픈지 알아?”박윤우가 의아했다.‘뭐지? 내가 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아시는 건가?’“말이 너무 많아서 그래. 말 많은 애들이 배가 쉽게 아프거든.”유남준이 그 한마디 남기고는 휴게실을 떠났다.서다희는 방에서 나온 유남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대표님, 깨셨어요?”“응.”유남준이 자리에 앉은 후 서다희는 사람 시켜 아침을 가져오라고 했다.하지만 유남준은 식사하지 않고 서다희에게 물었다.“저 아이가 몇 개월인지 알아냈어?”“45개월이요.”45개월이라...유남준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만약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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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유남준은 박민정인 줄 알고 빠르게 휴대폰을 확인했는데 아쉽게도 발신자는 이지원이었다.그는 귀찮은 얼굴을 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기 너머로 울먹이는 이지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나 도와줘요.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은 지어낸 거란 말이에요.”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유남준은 갑자기 축하연 때, 뉴스에서 이지원이 표절했다고 보도된 일이 생각났다.“오늘 회사에 내 신곡, ‘세상의 한 줄기 빛’이 표절했다는 고소장이 도착했어요. 그리고 어떤 변호사가 인터넷에서 내가 표절을 일삼아 성공했다는 듯이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무 막막해요.”그 얘기를 들은 유남준은 미간을 구겼다.“알겠어.”전화를 끊은 후 유남준은 법무팀에 연락해 허위 사실 유포자를 처벌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그는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을 볼 시간도, 관심도 없었다.하지만 인터넷에는 이지원이 출생 이후 어떤 지원을 받고, 외국으로 나간 후 어떤 수단으로 부잣집 남자들을 이용해 성공했으며, 또 표절하고서도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그 내용들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유남준이 확인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 내용도 몰랐다.그리고 이지원이 말한 고소장을 보내온 사람이 바로 박민정의 친구인 조하랑인 것도 당연히 몰랐다.조하랑이 직접 작성한 이지원의 일대기가 금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친구를 위해 복수하려면 이 정도쯤은 할 수 있었다.하지만 30분도 채 되지 않아 이지원에 관한 실시간 검색어가 모두 사라졌다.1시간 후.박민정은 회사에 출근하려고 준비하던 중 경찰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조하랑을 보석해 달라는 전화였기에 그녀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 채 서둘러 경찰서로 향했다.하지만 경찰서에 도착한 후 그녀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한껏 예쁘게 꾸민 채 대기실에 앉아 있는 이지원과 그녀의 친구, 하예솔이었다.이지원도 박민정을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다가가며 기선제압을 했다.“민정 씨, 나 미워하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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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하랑아, 걱정하지 마. 내가 내일 너 데리러 올게.”박민정이 분명 유남준을 찾아갈 걸 알기에 조하랑이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민정아, 굳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마. 여기서 7일 동안 있는 것쯤이야. 두렵지도 않은데, 뭘.”“괜찮아.”박민정이 경찰서를 나선 후 택시를 탔다.휴대폰을 확인했는데 바로 소셜 미디어에 올린 이지원의 글이 보였다.[결백한 자는 해명하지 않아도 결백하다.]‘웃기는 소리를 하고 있네.’박민정은 손가락 마디가 하얘질 정도로 휴대폰을 꽉 잡았다.그녀는 먼저 회사로 향했다.하지만 비서에게 들은 바로 유남준은 CEO를 한 명 고용한 후 계속 집에서 쉬고 있다고 한다.‘집에서 쉬고 있다고? 처음 듣는 얘기네.’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또 택시를 타고 두원 별장으로 향했다.두원 별장에 도착한 후.경비원은 그녀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그녀의 앞길을 막지 않았다.큼지막한 별장 밖은 유난히 고요했다. 주변의 경치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박민정이 입구에 들어서자 ‘쿵’하는 소리가 났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지문을 사용해 문을 열었다. 사실 자신의 지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 조금은 의아했다.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머릿속에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현관을 지나 거실로 들어가자 바닥에 누워 있는 유남준을 발견했다.방금 난 소리는 그가 소파에서 떨어져서 난 소리였다.그리고 집 안에는 옅은 담배 냄새가 남아 있었다.“유 대표님.”박민정은 유남준 앞으로 다가갔다. 남자는 괴로운 듯 미간을 구긴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이마에는 땀까지 송골송골 맺혔다.“유 대표님...”그녀는 몸을 웅크려 앉아 유남준의 이마에 손을 올렸는데 그의 이마가 뜨겁게 느껴졌다.유남준은 열이 나고 있었다.차가운 그녀의 터치에 유남준은 잠깐의 편안함을 느꼈다.하지만 박민정이 손을 떼려 하자 유남준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자기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그 때문에 박민정은 하마터면 그의 몸에 넘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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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박민정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유남준이 잠잠해진 후였다.그의 이마를 만져보니 조금 전보다 더 뜨거워진 상태라 박민정은 서둘러 몸을 일으켜 구급상자를 가지러 갔다.구급상자는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지만 약품의 유통기한이 모두 지났다. 다른 비상약도 없어 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낸 후 천에 꼭 싸고는 그의 이마에 올렸다.그리고 곧바로 인터넷으로 약을 주문했다.유남준에게 약을 먹일 때 그는 한사코 입을 열지 않았다. 꿀을 조금 섞은 후에야 그는 겨우 약을 목구멍에 넘겼다. 밖에서는 카리스마 있고 위풍당당한 유남준이 쓴 약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을 줄은 누가 알겠는가?박민정은 유남준을 소파로 옮기고 싶었지만 그는 워낙 무거웠고, 또 그녀에게도 힘이 남아돌지 않았으니 그를 그대로 바닥에 뒀다. 그래서 에어컨 온도를 높인 후, 그에게 얇은 담요까지 덮어줬다.한참을 고생했으니 어느덧 그녀도 소파에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노을빛이 얼굴에 비치자 유남준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었다. 그리고 바닥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다.팔을 들어 머리를 긁적이던 그는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자 소파에 엎드려 잠이 든 박민정의 모습을 발견했다.그는 잠깐 멈칫하다가 자기 몸에 덮인 담요와 옆에 놓인 젖은 수건, 그리고 약을 멍하니 바라봤다.유남준은 살며시 담요를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그때 머리가 핑 돌았다.‘내가 이렇게 심각하게 아팠었나?’“드디어 깼어요?”인기척에 박민정도 잠에서 깼다.유남준은 벌써 정신을 차렸고, 또 큰 문제가 없어 보이니 박민정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오늘 내가 대표님 간호했잖아요. 그걸 봐서라도 하랑이 풀어줘요. 하랑이는 나 때문에 그런 거예요. 내가 하랑이 대신 이지원 씨에게 사과할게요. 죄송해요.”유남준은 막 잠에서 깨었는지라 정신이 없어서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몰랐다.아이 때문에 이곳에 온 게 아니라니.”“하랑 씨는 왜?”박민정이 설명했다.“인터넷에서 이지원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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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박민정이 흠칫했다.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유남준이 소파에 앉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몸이 많이 불편해서 그러는데, 남아서 나 간호해 줘.”“내가 간호해 주면 하랑이를 풀어줄 거예요?”“응.”유남준의 잠긴 목소리는 유난히 감미롭게 들렸다.“알겠어요.”박민정도 어차피 유남준에게 접근하려던 참이었으니 그의 제의에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유남준은 위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해 소파에 등을 기댔다. 어젯밤에 에스토니아로 출국한 후로 지금까지 그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말이다.“아직 요리하는 거 까먹은 건 아니지? 나 배고파.”“배달 음식을 주문할게요.”박민정이 휴대폰을 꺼내 주문하려던 참에 유남준이 미간을 구긴 채 그녀를 말렸다.“당신이 만든 음식을 먹고 싶은데?”“요리하려면 적어도 한두 시간 걸려요.”박민정이 말했다.“기다릴 수 있어.”유남준은 그윽한 눈망울로 박민정을 바라보며 그녀에게서 한 시라도 눈을 떼지 않았다.박민정은 그런 그의 눈빛이 불편하게만 느껴졌다.“그럼 지금 요리 시작할게요.”그녀의 늘씬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유남준은 저도 모르게 목구멍을 살짝 움직였다.주방은 마치 금방 인테리어를 끝낸 듯이 깨끗했다. 물론 냉장고도 새것처럼 텅 비어 있었다.‘내가 떠난 후 도대체 어떻게 살아온 거야?’어쩔 수 없이 그녀는 인터넷으로 식자재를 주문했다.유남준은 거실 소파에 누워 눈을 지그시 감고는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여자의 소리를 들었다. 마치 모든 게 예전처럼 돌아간 듯했다.몸은 힘들었지만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잠시 휴식을 취한 후, 그는 휴대폰을 꺼냈다.법무팀 책임자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여론을 정리해 유남준에게 보고했다.이지원의 부정적인 여론을 보면서도 유남준은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면서 책임자에게 말했다.“조하랑 풀어줘.”그러고는 휴대폰을 껐다.이지원은 고영란의 생명 은인일 뿐, 그녀의 사생활에 관해서 유남준은 신경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다만 주상 엔터테인먼트는 유앤케이 그룹 산하의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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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유남준은 박민정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올라 더 이상 식사를 이어가려는 마음도 없었다.‘왜 예전에는 저렇게 말을 잘하는 걸 몰랐지?’어느덧 어둠이 찾아왔다. 암울한 하늘에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더니 번개가 번쩍였다.휴대폰을 확인하자 시간은 벌써 저녁 8시였다.이때면 박민정은 보통 은정숙에게 연락해 예찬의 상황을 물어보곤 했다.눈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유남준이 어느샌가 그녀의 등 뒤로 다가온 것이었다.“뭘 보고 있어?”박민정이 바로 휴대폰을 거두고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남자의 얼굴색은 방금보다는 밝아졌지만 여전히 예리한 눈빛을 보였다.“식사 끝냈죠? 그럼 나 이만 가봐도 돼요?”“왜 이렇게 급하게 가려고 해? 연지석에게서 연락이 온 거야?”유남준이 심드렁하게 물었다.‘이상하네, 왜 오늘 말끝마다 지석이 얘기를 꺼내지?’하필 이때, 박민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니나 다를까, 힐끔 확인했는데 연지석에게서 걸려 온 전화라 박민정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유남준은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5분 줄게. 전화 받고 바로 돌아와.”그 얘기를 듣고 박민정은 곧장 별장 밖으로 나갔다. 주위에 CCTV나 감시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민정아, 유남준이 윤우를 데려갔어.”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박민정은 그제야 방금 유남준이 했던 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그게 무슨 말이야? 유남준 씨가 왜 윤우를 데려가? 윤우를 언제 발견했는데? 그럼 유남준 씨도 윤우의 신분을 알고 있어? 참. 예찬이는? 예찬이는 지금 어디 있어? 별일이 없는 거야?”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에 박민정은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유남준이 이렇게 빨리 윤우를 발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이쪽 일을 다 처리하고 바로 돌아갈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침착함을 유지하는 거야. 유남준은 윤우의 정체를 아직 모를 거야. 알았다고 해도 자기 아들이니 윤우를 해치진 않을 거니까 겁먹지 마.”하지만 박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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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나 갖고 노는 거 재밌어? 연지석이 그러라고 가르쳤어?”눈가가 빨개진 유남준이 차갑게 물었다.밖에는 큰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고 잇따라 귀를 찌르는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박민정도 더는 기억을 잃은 척 연기하지 않았다.“나는 그저 과거를 잊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요.”유남준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그녀의 손목을 꽉 잡으면서 더 가까이 다가갔다.“과거를 잊는 방법이 죽는 척하는 거야? 내 기분은 생각해 본 적도 없어?”유남준의 다른 한 손이 그녀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제야 그녀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내가 무서워?”박민정은 입 안에서 피비린내가 날 때까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유남준 씨, 제발 아이를 돌려줘요. 유남준 씨가 아닌 지석이와 나의 아들이라고요. 제발 부탁이니까 내 아이를 돌려줘요.”박민정에게서 윤우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유남준은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당신은 우리가 이혼한 지 두 달도 안 되지 않았을 때 연지석에게로 가지 않았어? 그때 벌써 그 사람이 좋아졌던 거야? 그래서 그 사람을 위해서 죽은 척한 거였어? 그리고 내 아들은 어디에 있어?”눈시울이 붉어진 유남준은 박민정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더 주었다.박민정은 이러다가 손목이 부러져도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에게 윤우를 뺏길 고통과 비교한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내가 말했었잖아요.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다고.”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박민정이 잠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당신이 내 몸에 두 번째로 손을 댔을 때 난 이미 임신한 상태였어요. 아이를 죽인 건 남준 씨 본인이에요.”비겁하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도 박민정은 유남준이 죄책감 때문에 아이를 빨리 돌려주기를 바랐다.그녀의 말을 들은 유남준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뭐라고?”그는 제대로 이성의 끈을 놓았다. 박민정을 침대로 밀어버리고는 그녀 위로 올라탔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광기 어린 눈빛의 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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