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준은 박민정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올라 더 이상 식사를 이어가려는 마음도 없었다.‘왜 예전에는 저렇게 말을 잘하는 걸 몰랐지?’어느덧 어둠이 찾아왔다. 암울한 하늘에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더니 번개가 번쩍였다.휴대폰을 확인하자 시간은 벌써 저녁 8시였다.이때면 박민정은 보통 은정숙에게 연락해 예찬의 상황을 물어보곤 했다.눈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유남준이 어느샌가 그녀의 등 뒤로 다가온 것이었다.“뭘 보고 있어?”박민정이 바로 휴대폰을 거두고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남자의 얼굴색은 방금보다는 밝아졌지만 여전히 예리한 눈빛을 보였다.“식사 끝냈죠? 그럼 나 이만 가봐도 돼요?”“왜 이렇게 급하게 가려고 해? 연지석에게서 연락이 온 거야?”유남준이 심드렁하게 물었다.‘이상하네, 왜 오늘 말끝마다 지석이 얘기를 꺼내지?’하필 이때, 박민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니나 다를까, 힐끔 확인했는데 연지석에게서 걸려 온 전화라 박민정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유남준은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5분 줄게. 전화 받고 바로 돌아와.”그 얘기를 듣고 박민정은 곧장 별장 밖으로 나갔다. 주위에 CCTV나 감시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민정아, 유남준이 윤우를 데려갔어.”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박민정은 그제야 방금 유남준이 했던 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그게 무슨 말이야? 유남준 씨가 왜 윤우를 데려가? 윤우를 언제 발견했는데? 그럼 유남준 씨도 윤우의 신분을 알고 있어? 참. 예찬이는? 예찬이는 지금 어디 있어? 별일이 없는 거야?”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에 박민정은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유남준이 이렇게 빨리 윤우를 발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이쪽 일을 다 처리하고 바로 돌아갈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침착함을 유지하는 거야. 유남준은 윤우의 정체를 아직 모를 거야. 알았다고 해도 자기 아들이니 윤우를 해치진 않을 거니까 겁먹지 마.”하지만 박민정은
“나 갖고 노는 거 재밌어? 연지석이 그러라고 가르쳤어?”눈가가 빨개진 유남준이 차갑게 물었다.밖에는 큰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고 잇따라 귀를 찌르는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박민정도 더는 기억을 잃은 척 연기하지 않았다.“나는 그저 과거를 잊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요.”유남준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그녀의 손목을 꽉 잡으면서 더 가까이 다가갔다.“과거를 잊는 방법이 죽는 척하는 거야? 내 기분은 생각해 본 적도 없어?”유남준의 다른 한 손이 그녀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제야 그녀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내가 무서워?”박민정은 입 안에서 피비린내가 날 때까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유남준 씨, 제발 아이를 돌려줘요. 유남준 씨가 아닌 지석이와 나의 아들이라고요. 제발 부탁이니까 내 아이를 돌려줘요.”박민정에게서 윤우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유남준은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당신은 우리가 이혼한 지 두 달도 안 되지 않았을 때 연지석에게로 가지 않았어? 그때 벌써 그 사람이 좋아졌던 거야? 그래서 그 사람을 위해서 죽은 척한 거였어? 그리고 내 아들은 어디에 있어?”눈시울이 붉어진 유남준은 박민정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더 주었다.박민정은 이러다가 손목이 부러져도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에게 윤우를 뺏길 고통과 비교한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내가 말했었잖아요.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다고.”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박민정이 잠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당신이 내 몸에 두 번째로 손을 댔을 때 난 이미 임신한 상태였어요. 아이를 죽인 건 남준 씨 본인이에요.”비겁하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도 박민정은 유남준이 죄책감 때문에 아이를 빨리 돌려주기를 바랐다.그녀의 말을 들은 유남준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뭐라고?”그는 제대로 이성의 끈을 놓았다. 박민정을 침대로 밀어버리고는 그녀 위로 올라탔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광기 어린 눈빛의 유남
유남준은 박씨 가문에 의해 사기 결혼을 당한 것 외에도, 박민정이 죽은 척하고 연지석과 외국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낸 사실 때문에 기분이 언짢았다.박민정은 고통에 잠겼다.“그때 일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걸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해요?”“하지만 당신도 이득을 봤잖아, 아니야?”유남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그는 오로지 사기 결혼 때문에 죄책감을 가진 박민정이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를 더 답답하게 만든 건 박민정이 죽은 척 사라진 일에 대해, 그리고 연지석과 아이의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박민정은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렇게 한참 동안의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유남준은 홀로 베란다로 가고는 담뱃불을 지폈다.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기침이 끊이질 않았다. 눈시울은 어느샌가 붉어져 당장이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유남준도 자신이 왜 이런 방법을 선택해 박민정을 곁에 남겨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분노 때문이었다.박민정을 거의 5년 동안 찾아다녔는데 결국 그녀는 다른 남자와 함께 있었다.그리고 10년 넘게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가 갑자기 사랑이 식었다며 떠나려 했는데 분노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지금까지도 유남준은 박민정이 처음 이혼 얘기를 꺼낸 후 소탈하게 자리를 뜨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그때 유남준은 박민정이 정말 손을 놓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이혼을 결정한 건 일시적인 충동이 아니라 오랜 계획 끝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유남준은 담뱃불을 끄고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 밖에 있던 냉기도 덤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가자, 집에 가자.”집이라...박민정은 자조적인 표정을 지었다.‘나에게 집이 있나?’차에 올라탄 후.유남준은 운전하면서도 계속 기침했다.박민정은 그런 기침 소리를 신경 쓰지도 않은 듯 하염없이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만을 바라봤다.사랑하지 않으니 작은 관심마저 베풀려 하지 않은 게 아닐까?유남준이 백미러
탁!박민정은 듣다못해 숟가락을 식탁에 확 내려놓았다.“배불러서 이만 일어날게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자리를 뜨려 했다.유남준은 그제야 그녀가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녀의 뒤를 쫓아가 손목을 덥석 잡았다.“왜 화가 났어?”박민정이 손을 빼내며 말했다.“화 안 났어요. 대표님 말씀이 맞아요. 저와 제 친구의 배움이 짧아요, 아니면 제 친구가 괜히 경찰서에 하루나 갇혔겠어요?”‘이런데도 화 안 났다고?’유남준은 체면을 내려놓고 설명하기 시작했다.“나 정말 이지원이 말한 변호사가 당신 친구인 줄 몰랐어.”박민정은 그저 듣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남준은 어찌할 바를 몰라 박민정을 살살 달래며 말했다.“어떻게 해야 당신 친구가 갇혔던 일을 만회할 수 있을까? 사람 시켜 사과하라고 할까?”박민정은 이런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답도 하기 전에 대문 쪽에서 누군가의 어색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서다희가 당황한 얼굴로 대문 앞에 서 있었다.그녀를 발견한 유남준의 얼굴색은 순간 어두워졌다.“왜 아직도 안 갔어?”“혹시나 대표님께서 더 필요한 게 있으실까 봐 대기하고 있었습니다.”서다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에 박민정이 있을 때는 그녀가 유남준의 일상생활을 모두 책임졌다.하지만 박민정이 떠난 후로 모든 책임은 서다희에게 떠넘겨졌다.유남준은 그야말로 까다로운 상전이었다. 아침을 일찍, 또는 늦게 가져오면 항상 화를 냈고, 그가 요구하는 대로 옷을 준비하지 않아도 혼나기 일쑤였다.한 번은 우유가 원하는 온도가 아니라고 노발대발하더니 배달원을 해고하기도 했다.그래서 유남준의 집에서 일했던 가정부들은 아무리 많은 돈을 받는다고 해도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모두 사퇴했다.유남준의 비서로서 서다희는 어쩔 수 없이 직접 그의 일상생활까지 돌봐야 했다.그리고 직접 겪어보고서야 박민정의 인내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유남준의 각종 이상한 요구도 모두 참아 냈으니 말이다. 그리고 유남준은
“죄송합니다.”서다희는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번에 유남준에게 개인적인 충고를 한 것도 나중에 그가 후회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였다.박민정이 사라진 근 5년 동안 유남준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유남준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질책하지 않았다.서다희가 떠난 걸 보고 유남준은 다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박민정은 마침 조하랑의 전화를 받아 그녀가 경찰서에서 풀려났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민정아, 너 혹시 유남준 씨 찾으러 갔어?”어젯밤에 박민정에게 전화를 했는데 아무도 받지 않아 조하랑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응, 어제 이 일에 대해 얘기했거든.”박민정이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럼 혹시 너를 난처하게 만들었어?”조하랑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아니.”박민정은 실내로 들어온 유남준을 보며 말했다.“이따가 다시 얘기하자.”박민정이 전화를 끊었다.유남준이 걸어 들어오며 물었다.“누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야?”“내 친구, 하랑이에요.”박민정은 자리에서 일어선 후 유남준을 보며 물었다.“윤우는 어디 있어요? 윤우가 몸이 약해서 계속 병원에 있어야 하거든요.”“아이 옆에 의료진 붙여놨어.”그 말인즉 박민정은 아들을 만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윤우는 내 아들이에요, 꼭 윤우를 만나야겠어요!”유남준이 한 번 거절한 일은 아무리 사정을 해도 그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걸 박민정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유남준이 자기 말을 믿지 않고 윤우와 친자 확인 검사를 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면 윤우는 그의 아이가 아니라는 거짓말이 모두 들통날 것이니 말이다.“얌전히 집에 있으면 아이를 만나게 해줄게. 그런데 아이에 관한 얘기를 제외하고 따로 나에게 할 말은 없어?”박민정이 의문스러운 얼굴을 보였다.“그동안 외국에서 뭐 했어? 왜 갑자기 돌아오게 된 거야?”유남준은 자선 경매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녀 때문에 당혹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박민정은 또 유
“유남준 씨가 윤우를 데리고 갔다고?”윤우의 일을 알게 된 조하랑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응, 남준 씨가 윤우를 어디로 데려갔는지도 몰라.”박민정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그리고, 내가 기억 잃은 척하는 것도 알게 되었어. 앞으로 당분간 거기서 지내야 할 것 같아. 예찬이는 네가 잘 좀 돌봐줘, 부탁할게. 남준 씨가 예찬이까지 발견하면 안 돼.”“걱정하지 마. 예찬이를 잘 숨기고 있을게.”조하랑은 자신 있게 장담하더니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물었다.“민정아, 혹시 유남준 씨가 지금 너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닐까? 아니면 왜 꼭 너를 두원 별장에 두려는 걸까?”박민정은 흠칫하더니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부인했다.“이지원이 한 얘기 중에 이것만은 맞는 말이야. 너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평생 너를 사랑하지 않게 되어 있어. 남준 씨는 어떻게 내가 몇 년 동안 사라졌다고 갑자기 내가 좋아졌겠어?”조하랑은 한참 생각하더니 짜증이 확 몰려왔다.“유남준이라는 사람, 완전히 쓰레기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구속한대?”박민정이 조하랑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됐어. 이 얘기는 그만해. 오늘 금요일이니까 이따가 같이 예찬이 데리러 가자.”예찬이의 얘기에 분위기가 한껏 밝아졌다.“좋아.”조하랑은 아직 이지원을 고소하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하루 동안 경찰서에 갇힌 것 때문에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조하랑이 박민정에게 네티즌의 댓글을 보여줬는데 그들은 모두 이지원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박민정은 댓글들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봤다.[사람이 유명해지니 별 이상한 사람들이 다 물어뜯네.][그러게, 정말 뻔뻔하다니까.][우리 지원이 언니는 유남준 대표님을 생각하면서 그 곡을 만들었단 말이야. 외국의 그 작곡가는 어떻게 곡을 창작했대?][완전 동의. 지원이 언니의 신곡은 전혀 들어본 적 없는 멜로디잖아. 그 작곡가가 그렇게 떳떳하다면 자기가 창작한 곡도 공개하든가.]박민정은 어금니를 깨물더니 입꼬리를 올렸다.“하랑아, 이제 때가 된 것 같아.”
아무래도 엄마에게서 들은 얘기 때문일 것이다. 이지원은 삼촌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데 그 아이는 자기와 유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박예찬은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는 똘망똘망한 두 눈을 뜨며 물었다.“어떻게 할 생각이야?”그의 물음에 유지훈과 조동민은 멀뚱히 서로만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유지훈이 박예찬에게 다가가더니 입을 삐죽이며 물었다.“예찬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두 사람 아무 계획 없을 줄 알았어. 하지만 나에게는 생각해 둔 계획이 있지.’낮은 목소리로 그 계획에 대해 속삭이는 박예찬을 보더니 유지훈과 조동민은 신이 났다.이때, 어떤 여자애가 다가오며 물었다.“예찬 오빠, 무슨 얘기 하고 있어?”유지훈이 여자애를 옆으로 밀어내며 말했다.“저리 가, 지금 남자들끼리 얘기하고 있잖아.”여자애는 입을 삐죽이더니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다른 한 편.길을 주행하는 연예인 밴 안에서 이지원이 메이크업 수정을 마쳤다.옆에 앉아 있던 매니저가 말했다.“지원 씨, 애 데리러 가는데 그냥 다른 사람 보내도 되잖아요.”이지원이 눈을 희번덕거렸다.“뭘 안다고 그래? 보통 집안 자식이 아니란 말이야. 유씨 가문의 장손을 데리러 가는 기회가 쉽게 찾아오는 줄 알아?”지난번 이지원이 축하연에서 망신당한 후로 유명훈은 유난히 그녀를 꺼렸다.유지훈은 유명훈이 가장 예뻐하는 증손주였기 때문에 아이만 잘 달랜다면 이지원은 곧 어르신의 환심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이지원은 저도 모르게 아랫배에 손을 올렸다.‘언제쯤이면 남준 오빠의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아이가 생기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데 말이야.’이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발신자를 확인한 이지원은 통화 버튼을 누른 후 목소리를 낮췄다.“앞으로 다시는 나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했잖아.”“지원아, 돌아와 줘. 너 정말 보고 싶으니까 제발 돌아와. 네가 없으면 정말 못 살 것 같아.”전화기 너머로 애원하는
“대스타 이지원이 유씨 집안 아이 데리러 갔다가 된통 혼났잖아. 불쌍하기도 하지.”“역시 재벌 집안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네. 연예인도 결국 다 똑같아. 남자친구 형수님 아이한테까지 잘 보이려 해야 한다니...”“쯧쯧쯧,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여자가 되면 얼마나 좋아. 유명한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 번 돈은 이미 충분하지 않나? 왜 굳이 재벌 가문에 기어 들어가겠다는 거지?”“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니까...”모두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며 화제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그리고 그제야 이지원이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것을 대충 눈치챈 조하랑은 다급히 인파 속으로 들어가 까치발을 하고 상황을 살폈다.곧바로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채 몇 명의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밴을 타고 떠나는 이지원을 발견하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박장대소를 터뜨렸다.“이지원 너도 이런 꼴을 당할 때가 있구나. 쌤통이다!”이지원이 떠나자 구경거리를 찾던 사람들도 서서히 흩어졌다.한편, 조하랑은 여전히 박예찬의 행방을 찾고 있었고 바로 그때, 누군가의 부름 소리가 들려왔다.“이모!”“동민이? 너 왜 아직도 안 갔어?”웃통을 홀딱 벗은 채 자신을 향해 헤헤 인사하는 조동민을 바라보며 의아해하던 조하랑은 빠른 걸음으로 조동민에게 다가가 물었다.“기사님께서 데리러 안 오셨어?”그러자 조동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제가 10분 늦게 오시라고 했어요.”“왜?”“아까 그 여자 보셨죠? 그거 제 작품이거든요.”그러자 조하랑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네가 물을 부은 거라고?”자유를 되찾은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번에는 조카가 또 들어갈까 봐 조하랑은 다소 겁을 먹었다.이지원은 무려 유남준의 첫사랑이란 말이다!그러자 조동민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저뿐만 아니라 그리고...”조동민이 다른 공범 두 사람을 지목하기도 전에 박예찬이 걸어 나와 그를 불렀다.“동민아, 기사님께서 오셨다.”그 말에 조동민이 슬쩍 바깥을 내다보자 정말 기사 아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