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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유남준은 박씨 가문에 의해 사기 결혼을 당한 것 외에도, 박민정이 죽은 척하고 연지석과 외국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낸 사실 때문에 기분이 언짢았다.

박민정은 고통에 잠겼다.

“그때 일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걸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해요?”

“하지만 당신도 이득을 봤잖아, 아니야?”

유남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는 오로지 사기 결혼 때문에 죄책감을 가진 박민정이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를 더 답답하게 만든 건 박민정이 죽은 척 사라진 일에 대해, 그리고 연지석과 아이의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박민정은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한참 동안의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유남준은 홀로 베란다로 가고는 담뱃불을 지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기침이 끊이질 않았다. 눈시울은 어느샌가 붉어져 당장이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유남준도 자신이 왜 이런 방법을 선택해 박민정을 곁에 남겨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분노 때문이었다.

박민정을 거의 5년 동안 찾아다녔는데 결국 그녀는 다른 남자와 함께 있었다.

그리고 10년 넘게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가 갑자기 사랑이 식었다며 떠나려 했는데 분노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지금까지도 유남준은 박민정이 처음 이혼 얘기를 꺼낸 후 소탈하게 자리를 뜨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그때 유남준은 박민정이 정말 손을 놓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이혼을 결정한 건 일시적인 충동이 아니라 오랜 계획 끝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유남준은 담뱃불을 끄고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 밖에 있던 냉기도 덤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가자, 집에 가자.”

집이라...

박민정은 자조적인 표정을 지었다.

‘나에게 집이 있나?’

차에 올라탄 후.

유남준은 운전하면서도 계속 기침했다.

박민정은 그런 기침 소리를 신경 쓰지도 않은 듯 하염없이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만을 바라봤다.

사랑하지 않으니 작은 관심마저 베풀려 하지 않은 게 아닐까?

유남준이 백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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