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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지원아, 이젠 어떻게 하려고? 남준 씨가 두 사람 언제 결혼할지 알려줬어?”

하예솔은 어금니를 깨물면서 말을 이어갔다.

“정 안 되겠으면 내가 박민정이 앞으로 얼굴 들고 다니지 못하게 인터넷에 글을 쓸게.”

이지원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옆 테이블에 놓인 꽃을 다듬기 시작했다.

“아니야.”

그녀는 잠시 고민한 후 말했다.

“그러면 분명 남준 오빠에게도 영향을 줄 거야.”

그 말을 듣고서야 하예솔은 인터넷에 글을 쓸 생각을 포기했다.

하예솔을 보낸 후 이지원은 가위로 싹둑 꽃을 잘랐다. 온전한 장미 한 송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예나 지금이나 유남준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결혼하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사랑은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하지만, 유남준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초반에는 자신감 넘쳐서 유남준의 마음을 얻겠다며 입국했지만 이제는 여자 친구라는 신분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지원은 이 모든 상황이 우스웠다.

그 생각에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은 꽃병을 쓸어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꽃병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고 안에 담겨 있던 장미꽃도 여기저기 흩어졌다.

유리 조각에 긁힌 이지원의 손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붉게 물든 손을 보더니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듯 바닥에서 유리 조각을 줍고는 그대로 손목을 베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은 후 유남준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오빠, 너무 아파요. 오빠가 너무 보고 싶은데 혹시 나 만나러 와주면 안 돼요?]

30분 후.

유남준이 부천 팰리스에 도착했다.

그는 곧바로 얇은 옷가지를 입은 이지원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의 손목에서 흐르는 피는 마치 매화꽃처럼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유남준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왜 자기 몸에 상처를 내?”

자신에게 다가오는 유남준을 보며 이지원은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키고는 유남준의 품에 와락 안겼다.

“오빠, 날 가져요. 제발, 이렇게 부탁해요. 오빠와 결혼하지 못한다고 해도 제발 오빠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

유남준의 눈빛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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