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기 전엔 못 놔줘: Bab 1801 - Bab 1810

1830 Bab

제1801화

때마침 맞은편에서 다가오던 사람과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녀는 한껏 아니꼬운 눈빛으로 박민정을 쏘아보았다.“그런 속담이 있죠?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눈앞의 여자는 분명 박민정보다 한참 어린 것 같았고 나이가 많아 봤자 고작 스무 살 정도로 보였다.사실 이미 어제 한 번 만났었는데 먼 친척의 딸이라고 했고 잠시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이름은 정윤아.그녀를 기억하게 된 원인도 수많은 사람 중에 오직 정윤아만 자신을 혐오와 경멸이 가득 찬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정윤아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하며 지나가려 했지만 순순히 보내줄 박민정이 아니었기에 대뜸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제가 뭘 잘못했나요?”박민정의 돌발행동에 정윤아는 살짝 놀란 듯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물었다.“자기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도 몰라요?”박민정은 눈앞의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무슨 헛소리에요? 전 당신을 아예 모르는데 제가 그쪽한테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거죠?”지금의 박민정은 더 이상 예전의 그 겁도 많고 물러터진 사람이 아니었다.그리고 눈앞의 사람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자신을 비꼬는데 무조건 확실하게 따져야겠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의 말에 정윤아는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제가 아니라 소현 언니요.”‘소현 언니라... 보아하니 윤소현 때문에 나한테 이러는 거였구나?’“제가 소현 씨한테 잘못한 건 또 뭔데요?”“당신이 이 가문에 돌아오지만 않았다면 소현 언니가 쫓겨날 일도, 교도소에 가게 될 일도 없겠죠? 이 모든 게 다 그쪽 때문이잖아요. 우리 고모한테도 무슨 약을 쳤는지 그쪽 말이라면 아주 철석같이 믿더라고요.”박민정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윤소현이 지금처럼 변한 게 다 자업자득이고 모두 자신이 저지른 죄인데 그걸 왜 박민정 탓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정윤아 씨, 우리 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입을 함부로 놀리면 안 되죠.” “제가 왜 몰라요? 소현 언니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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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2화

유남준은 퇴근하면 무조건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고 박민정도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미주알고주알 알려줬다.“나 내일에 갈게.”“그래요. 그러면 여기서 얼마간 머물면서 같이 놀 수 있겠네요.”“당연하지.”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박민정 곁으로 날아가서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그렇게 박민정은 유남준과의 통화를 끝낸 뒤 누워서 조하랑과 또 어디로 놀러 갈지 생각해 보았다.며칠 전, 조하랑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김인우가 알아버렸다고 했다.그리고 아이 때문인지 두 사람 사이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조하랑이 어디를 가든 김인우가 항상 따라붙었고 혹시나 어디에 부딪힐까 노심초사했다.김인우의 태도에 박민정은 그제야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다른 한편.정수미는 방 안에 있다가 갑자기 심하게 기침하더니 피까지 토해내기 시작했다.순간 깜짝 놀란 길연서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정 대표님, 당장 저랑 같이 병원에 가요.”“안돼. 갑자기 병원에 가면 엄마랑 아빠, 그리고 민정이가 바로 눈치챌 거란 말이야.”정수미는 단호하게 거부했다.“걱정하지 마. 아직은 버틸 만하니까.”“이게 다 윤소현 씨 때문이에요. 어떻게 사람이 이리도 독할 수 있어요? 그때 그런 약을 매일 먹이지만 않았더라면 이 정도로 건강이 악화할 일도 없었을 텐데.”길연서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비록 정수미는 젊었을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았지만 약만 꾸준히 먹으면 6~7년은 끄떡없다고 의사가 말했다.하지만 지금은...길연서는 혹시나 정수미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곁을 떠날까 봐 너무 무서웠다.“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우리는 그저 앞으로의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면 되지.”정수미는 이제 두려울 게 없었다.“네.”“그리고 앞으로 우리 민정이를 잘 부탁해. 아직 어려서 회사를 혼자 관리하기가 분명 힘들 거야. 혹시나 남준이가 우리 민정이를 괴롭히지 않는지도 잘 지켜보고.”정수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유언처럼 들렸고 길연서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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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3화

정윤아는 그냥 가려다가 박민정의 남편이 어떻게 생겼는지 문득 궁금해졌다.그렇게 모든 사람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무렵, 유남준의 차가 멀리서부터 천천히 다가오더니 문 앞에 세워졌고 운전기사가 빠르게 내려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주자 안에서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말끔하게 생긴 남자가 내렸다.정윤아는 사람들 속에 있다가 유남준의 얼굴을 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너무 잘생겼잖아?’예전에 윤소현한테서 이미 듣긴 했는데 박민정의 남편과 윤소현의 남편은 쌍둥이라 두 사람이 똑같이 생겼다고 했다.그 말인즉, 윤소현의 남편도 이렇게 생겼고 이런 얼굴을 가진 두 남자가 모두 박민정을 좋아한다는 소리였다.‘이게 다 무슨 복이람?’현실을 부정하고 싶던 찰나에 정신을 차려보니 유남준이 이미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그는 카리스마가 있는 한편 예의 바르게 두 어르신에게 인사를 올렸다.“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올 때 선물도 많이 사 왔다.정근우와 임은숙은 눈앞의 유남준이 TV에서 봤을 때보다 더 잘생기고 멋있어 보였다.“그래. 어서 들어와.”혹시나 자기 손녀보다 많이 못생겼을까 봐 계속 걱정했던 임은숙도 어느새 입에 귀가 걸린 채 유남준을 집 안으로 안내했다.“오느라 고생했지? 먼저 간단하게 먹으면서 좀 쉬어.”그러나 임은숙에 비해 정근우는 여전히 냉담한 얼굴이었다.그는 남자가 얼굴만 반반해서는 아무 쓸모도 없고 무조건 능력이 있어야 여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예전에 박민정의 아버지도 비록 능력은 있었지만 평범한 집안의 사람이라 아무런 파워도 없었기에 박민정이 저런 봉변을 당했다고 생각했다.“민정아, 이리 좀 와봐.”외할아버지가 박민정을 서재로 불렀다.서주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정근우의 차가운 얼굴에 박민정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할아버지, 왜 그러세요?”그러자 그는 한숨을 한번 길게 내쉬며 답했다.“민정아, 이 할아버지가 괜히 오지랖이 넓다고 미워하면 안 된다. 네가 오기 전에 할아버지가 이미 유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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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4화

박민정은 그의 말을 다 듣고 나서야 여태껏 그가 얼마나 속태웠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할아버지, 제 몸은 제가 잘 돌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무조건 남에게 당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단호한 그녀의 대답에 정근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박민정의 어깨를 토닥여줬다.“그래. 그렇다면 나도 안심이야. 그런데 만약 나중에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나나 외할머니한테 알려줘야 한다? 아무리 늙은이라도 아직은 거뜬해.”“알겠어요.”박민정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할아버지는 그제야 박민정더러 유남준을 데려오라고 했다.유남준은 한창 뭘 먹고 있다가 서둘러 할아버지의 서재로 달려갔다.할아버지가 뭐라고 하는지 박민정도 서재에서 같이 듣고 싶었으나 보기 좋게 쫓겨난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유남준이 서재에서 나왔고 같이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박민정은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할아버지가 뭐라고 했어요?”“그냥 널 잘 부탁한다고 하시던데?”사실 정근우는 유남준이 만약 박민정을 배신하는 날에는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게 만들겠다고 살벌하게 경고했다.그러나 유남준은 그 말이 화가 나거나 무서운 게 아니라 이제 박민정에게도 그녀를 지켜주는 든든한 사람들이 생긴 것 같아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그게 다예요?”방안에 돌아와서도 박민정은 분명 서재에서 두 사람이 꽤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것 같은데 고작 저 말 한마디만 했다고 하니 계속 찜찜했다.이때 유남준이 대답 대신 갑자기 안에서 방문을 잠그더니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벽 쪽으로 밀착시켰다.“민정아, 보고 싶었어.”유남준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다가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단번에 그녀의 입술을 베어 물었다.미처 피하지 못했던 박민정은 그렇게 유남준이 이끄는 대로 침대에 눕게 되었다....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똑똑!”박민정이 눈을 떴을 때는 밖에 이미 어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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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5화

정윤아는 윤소현이 예전에 구체적으로 어떤 짓을 벌였는지 모르고 있어서 아직도 그녀의 편을 드는 것으로 보였다.“장모님은 알고 계셔?”분명 정윤아가 이미 손을 썼을 것이라 여겼다.그의 물음에 박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 별것도 아닌 일로 괜히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게다가 정수미와 정윤아는 서로 친척 사이인데 설령 말한다고 해도 정수미의 입장만 난처해질 것 같았다.“그래. 혹시나 너한테 무슨 짓하면 나한테 바로 알려줘.”진지한 유남준의 얼굴에 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걱정하지 말아요. 여자들 일은 알아서 할 테니까.”맨 앞에서 걸어가던 정윤아는 당연히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듣지 못했고 그저 행동이 굼뜬 박민정이 아니꼬워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날카롭게 말했다.“민정 언니, 혹시 조금만 빨리 가면 안 될까요? 모두가 지금 언니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요.”박민정은 옆에 유남준도 있는데 자기한테만 뭐라 하는 정윤아를 보고 괜히 어린 소녀와 유치하게 말싸움하기 싫어 빠르게 답했다.“알겠어요.”그리고 밥 먹는 곳까지 빠른 걸음으로 갔다.정근우와 임은숙은 박민정에게 서로 자기 옆에 앉으라고 권했고 유남준은 그녀 곁에 앉았다.그 모습에 정윤아는 또다시 질투심이 마구마구 피어올랐지만 외부인은 어쩔 수 없이 테이블 끝에 앉아야 했다.“남준아, 이렇게 온 김에 민정이 데리고 자주 나가서 구경해. 그리고 정씨 가문의 친척 어르신들이랑 만나서 인사도 나누고.”임은숙의 말에 유남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민정이랑 아이들이랑 며칠 여기서 푹 놀다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면 됐어.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할아버지랑 같이 진주에 너희들 보러 갈게. 두 꼬맹이도 보고 싶고.”임은숙은 지난번에 우연히 박민정의 핸드폰에 있는 두 동생의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하루빨리 보러 가고 싶었다.“할머니, 진주로 오시면 저희가 잘 대접해 드릴게요.”이때, 가만히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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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6화

“무슨 일 있어?” 박민정은 진서연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그녀를 한쪽으로 데려간 뒤에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진서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보스, 오늘 집에 또 다른 사람이 왔어요.”‘다른 사람?’박민정은 의아했다.“그게 누군데?”“보스의 친척이라고 하더라고요.” 진서연은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박민정에게는 진주시에 거의 친척이 없다.“친척?”“본인을... 외할머니라고 소개했어요.”진서연은 마지막 두 글자를 내뱉으며 어색해했다.왜냐하면 오늘 박민정이 모시고 온 건 자신의 친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였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 박씨 가문 저택에는 또 다른 할머니가 자신을 박민정의 외할머니라고 주장하고 있었다.박민정은 잠시 멍해졌지만 곧 기억이 떠올랐다.그 ‘외할머니’란 다름 아닌 그녀의 양모였던 한수민의 어머니였다.어릴 때부터 한수민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박민정을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심지어 한수민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지금 나타난 이유가 뭘까?박민정은 옆에 내려놓았던 손을 천천히 쥐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판단이 서지 않았다.“보스, 죄송해요. 제가 막지 못했어요. 대문 앞에서 계속 죽겠다, 살겠다 난리를 치면서 안 들여보내주면 문 앞에 죽치고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보스께서 친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오시는 날이라 혹시 문 앞에서 헛소리를 할까 봐 안으로 들인 거예요.”진서연은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이런 유형의 진상과 엮이는 게 익숙지 않았다.박민정은 그녀를 탓하지 않았고 그저 진서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니까 자책할 필요 없어.”“그럼 지금 어떻게 할까요?”진서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때였다. 멀리서 박민정과 진서연이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고 있던 외할머니가 마침내 다가왔다.“민정아, 왜 그래? 혹시 우리 때문에 불편한 거라도 있어? 그렇다면 호텔에서 묵어도 되고, 아니면 전에 산 별장에서 지내도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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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7화

한수민의 어머니, 김말숙은 이내 박민정을 꾸짖었다.“너 정말 염치가 없구나. 내 딸 아니었으면 넌 벌써 어디에서 얼어 죽지 않았으면 굶어 죽었을 거야. 내 딸이 널 키웠는데 이제 와서 나까지 부정하겠다는 거냐?”그러나 박민정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절 키운 사람은 아버지와 정숙 아주머니세요. 한수민 씨는 저한테 옷 한 벌 사준 적도, 밥 한 끼 해준 적도 없어요. 오히려 절 이용하고 아버지를 속이고 심지어 절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기기까지 했어요. 그러니 전 한수민 씨에게 빚진 게 없어요.”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단호하게 물었다.“그러니까 본론을 말해요. 대체 무슨 일로 온 거예요?”목적 없이 찾아올 리 없었다. 박민정은 김말숙이 단순히 자신을 보러 왔다고는 믿지 않았다.김말숙은 순간 말문이 막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본론을 꺼냈다.“내 딸의 재산을 찾으러 왔다.”“당신 딸의 재산이라고요? 무슨 재산인데요?”박민정은 어이가 없어 웃음마저 나올 지경이었다.예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박씨 가문의 재산은 박민호와 한수민에게 돌아갔지만 한수민은 그 재산을 모조리 탕진했다. 남아 있는 게 있기나 할까?그러자 김말숙은 자신이 서 있던 뒤쪽, 박씨 가문의 오래된 저택을 가리켰다.“바로 이 집이야. 이 집은 내 딸 것이지, 너 같은 양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이제 와서 박민정이 양녀라는 걸 인정하는 건가?이익이 걸려 있으면 절대 가만히 있을 리 없는 사람이었다. 박민정은 애초부터 이 사람이 이유없이 올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였다.“이 집은 예전에 한수민 씨가 팔았고 제 남편이 다시 사들인 거예요. 그러니까 이젠 제 소유죠.”“거짓말하지 마! 날 속이려는 거지? 그런 말로 날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해? 하늘이 무섭지도 않니?”김말숙은 완전히 막무가내로 나오며 행패를 부렸다.그때, 유남준이 앞으로 나섰다.“사람을 시켜 등기부등본과 계약서를 가져오게 하죠.”유남준의 키는 크고 체격도 당당했으며 압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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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8화

이제 와서 어쩌지도 못하고 떼를 쓰는 것에 불과했다.정씨 가문의 두 노인은 살아오면서 이런 파렴치한 사람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외할머니는 냉소를 지으며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아, 저런 사람 신경 쓰지 말고 놔둬라. 저렇게 소란을 피우고 싶으면 실컷 하게 두자. 우리는 안에 들어가 쉬자꾸나.”박민정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렇게 모두가 김말숙을 아예 무시한 채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김말숙은 순간 당황해 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나가자니 체면이 깎이고 들어가자니 그들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그때 진서연이 쾅 하고 문을 닫으며 한마디 던졌다.“어르신, 사람도 체면이 있어야 하는 법이에요. 그냥 돌아가세요. 이쯤에서 그만 두는 게 나을 겁니다.”김말숙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지더니 이내 대문 밖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이 천하의 몹쓸 것들아! 내 딸의 재산을 가로채고, 늙고 병든 나를 내쫓다니! 너희 같은 놈들은 다 천벌을 받을 거다!”그녀는 목청껏 악담을 퍼부었지만, 여기는 워낙 대저택이라 안쪽에서는 그저 희미한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거실에서는 박민정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엄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죄송해요. 이런 꼴을 보여드려서...”그러자 외할머니가 다가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얘야, 가족끼리 무슨 그런 말을 하니? 우리는 한 가족이야. 웃음거리가 될 것도 없고 부끄러울 일도 없단다.”두 노인은 오로지 박민정이 안쓰러울 뿐이었다.그녀는 외할머니의 말을 듣고 눈가가 촉촉해졌다.“외할머니... 고마워요.”“바보.”외할머니는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외할아버지도 다가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민정아,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우리가 살아오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어봤어. 저런 사람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정수미도 다가와 말했다.“그래, 엄마랑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네 가장 가까운 가족이야. 이런 일은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지.”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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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9화

정수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난 꼭 집에 돌아가야 해요.”그러고는 의사를 바라보며 덧붙였다.“진통제를 처방해 줘요. 밤에 너무 아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요.”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진통제를 너무 많이 복용하면 몸에 해롭고 내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병세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요.”하지만 정수미는 이미 그 모든 걸 신경 쓰지 않았던 지라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그저 집에 있을 수만 있다면 돼요. 어차피 이 몸으로 병원에 있든 없든 몇 달을 더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차라리 집에서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의사는 이런 환자들을 수도 없이 봐왔기에 굳이 반박하지 않고 약을 처방해 주었다.“그러면 이틀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몸 상태가 좀 나아진 후에 돌아가도록 하세요.”이틀...정수미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녀는 아직까지 박민정과 부모님께 병을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정오 무렵, 정윤아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혼자서 저택을 나섰다.박민정은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사람을 시켜 그녀를 따라가 보게 했다. 그 결과, 정윤아가 향한 곳이 다름 아닌 윤소현이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정윤아가 윤소현을 만나러 갔다고?”진서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윤소현은 정 대표님을 죽일 뻔한 사람이잖아요. 그걸 모르고 간 걸까요?”박민정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 하지만 정윤아가 누구를 만나든 그건 본인의 자유야. 다만 우리 정씨 가문이나 나에게 해가 되는 일만큼은 절대 못 하게 해야지.”한 번 뱀에게 물리면 열흘이 지나도 우물을 두려워하게 되는 법.박민정은 수없이 사람들에게 당해 왔기에 이제는 먼저 나서서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익숙했다.이때 정윤아는 이미 윤소현을 만나고 있었다.과거, 항상 도도하고 우아했던 윤소현이, 마치 하얀 백조처럼 높은 곳에 있던 윤소현이 지금은 눈앞에서 초라하고 쇠약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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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0화

정윤아가 스스로 나서서 묻자 윤소현은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엄마는 이제 완전히 박민정을 믿어. 난 감옥에 가는 걸 피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아픈 내 딸을 두고 갈 수가 없어.”“그건...”정윤아는 고개를 숙였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럼 내가 대신 키울게요.”윤소현은 고개를 저었다.“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의사 말로는 이 아이가 오래 살지 못한대. 그래서... 최대한 곁에서 함께 있어 주고 싶어.”윤소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모습을 본 정윤아는 더욱 가슴이 아팠고 모녀를 갈라놓은 박민정이 너무도 밉고 원망스러웠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그럼 이렇게 해요. 내가 고모한테 가서 부탁해 볼게요. 그리고 변호사팀을 찾아서 어떻게든 언니가 아이 곁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볼게요.”그러나 윤소현은 정윤아의 그런 순진함에 기대고 싶지 않았다.“윤아야, 그냥 포기해. 엄마가 허락할 리 없어.”“고모는 겉으론 차가워 보여도 속은 따뜻한 분이세요. 오랜 세월 모녀로 지냈는데 분명 언니를 용서하실 거예요.”윤소현은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윤아야, 엄마가 요즘 몸이 많이 안 좋다던데... 내가 곁에 있을 수 없는 지금 너라도 대신 좀 신경 써 줄 수 있을까?”“당연하죠!”정윤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고 윤소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너도 알잖아. 엄마는 건강을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셔. 내가 곁에 있을 땐 항상 우유도 챙겨 드리고 직접 요리도 해 드렸는데... 이제 내가 없으니 박민정이 그런 걸 해 줄 리가 없지.”정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나도 요리는 못하는데요...”“그러면 이렇게 하자. 나한테 엄마를 위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 그리고 그걸 네가 가져다드려. 처음엔 내가 만든 거라고 말하지 말고 시간이 지나면 그때쯤 알려 줘. 그러면 엄마도 내가 해 준 걸 그리워하게 될 거야.”윤소현은 조심스럽게 정윤아의 반응을 살폈다.“좋은 생각이네요! 바로 변호사한테 연락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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