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기 전엔 못 놔줘: Bab 1811 - Bab 1820

1834 Bab

제1811화

“뭐라고? 저 음식들이 전부 정윤아가 윤소현을 만나고 난 후 가져온 거라고?”박민정이 크게 놀라며 되묻자 진서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습니다.”박민정의 마음 한구석에 불길한 예감이 스며들었다.“오늘 밤, 정윤아가 가져오는 음식을 병원에 보내서 검사를 맡겨.”“네.”진서연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곧장 지시를 따랐다.밤이 되었다.정윤아는 오늘 특별히 한 그릇의 죽을 준비해 왔다.“고모, 한번 드셔 보세요. 제가 직접 정성껏 끓인 해물죽이에요. 전에 드시고 싶다고 하셨잖아요?”정수미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윤아야, 요즘 네가 날 정말 살뜰하게 챙겨 주는구나. 고맙다.”“고모, 저한테 그런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전 그저 고모가 매일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정윤아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직접 숟가락을 들어 죽을 떠올렸다.“고모, 제가 떠드릴게요.”바로 그때 박민정이 방으로 들어오며 이 장면을 보았다.그녀는 못 본 척 지나가려는 듯했지만 일부러 몸을 기울이며 정윤아에게 부딪혔다.쨍그랑!그릇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났고 죽이 바닥에 쏟아졌다.“어머, 미안해요, 윤아야. 방금 머리가 좀 어지러워서 그만... 실수로 널 쳤네.”박민정은 곧바로 사과했으나 정윤아의 표정은 싸늘했고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정수미도 의아해하며 물었다.“민정아, 너 괜찮니? 왜 갑자기 어지럼증이 온 거야?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아니에요. 방금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눈앞이 흐려졌을 뿐이에요.”“그래? 그럼 다행이고.”정수미는 안심하며 다시 정윤아를 향해 말했다.“윤아야, 민정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사실 정윤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박민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정수미 앞에서 더 이상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고모. 내일 다시 끓이면 되죠.”그렇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바로 그때, 진서연이 하인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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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2화

“어떻게 됐어? 결과 나왔어?”둘만 남은 자리에서 박민정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진서연은 잔뜩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나왔어요. 그 죽 안에 안 좋은 성분이 들어 있었어요... 서서히 영향을 미치는 거라 처음엔 잘 느껴지지 않는 거예요.”박민정의 심장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그녀의 시선이 멀리 있는 정윤아에게 닿았다. 정윤아는 막 두 아이와 놀아주고 있었는데 박민정과 사이가 좋지 않음에도 어린아이들은 귀여운지 연신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모한테 와볼래? 고모가 안아줄게.”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고 아이들도 그녀를 좋아하는지 순순히 품에 안겼다.이를 본 임은숙이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윤아야, 애들 귀엽지? 너도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애 하나 낳아 키워야지.”결혼과 출산 이야기가 나오자 정윤아는 단칼에 잘라 말했다.“할머니, 저 결혼 안 할 거라고 했잖아요. 애 낳는 건 더더욱 싫고요.”그녀는 비혼주의자였다. 혼자가 훨씬 편하고 자유로운데 굳이 결혼을 할 필요가 있을까?“어휴, 너 정말. 네 엄마가 왜 나한테 늘 너 때문에 걱정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이러면 어쩌니.”할머니는 젊은이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결혼과 출산은 당연한 과정이었다.하지만 정윤아는 더 말싸움할 생각 없이 그저 아이들과 놀아주는 데 집중했다.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박민정은 잠시 갈등했다. 이 자리에서 곧바로 그녀를 들추어내야 할까, 아니면...“보스, 제가 가서 대표님한테 말씀드릴게요.”진서연이 박민정의 망설임을 눈치채고 조심스레 말했지만 박민정은 그녀를 막아섰다.“잠깐, 서두를 필요 없어.”진서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정윤아 씨가 대표님을 해치려고 하는데 지금 말하지 않으면 나중엔 더 심각해질 거예요.”“너도 말했잖아. 정윤아가 요즘 매일 윤소현을 찾아간다고. 그리고 갈 때마다 무언가를 들고 나왔고.”“네, 그런데 그게 왜요?”“혹시 윤소현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박민정의 눈빛이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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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3화

정윤아는 빠르게 죽을 떠먹었고 이내 그릇이 바닥을 드러냈다.“봤죠? 아주 맛있어요. 괜히 시기하지 말고 그 시간에 직접 고모한테 더 잘해드리는 게 낫겠어요.”그녀는 빈 그릇을 내려놓으며 비꼬듯 말했다.박민정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정윤아는 죽에 뭔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듯했다.정윤아는 새 그릇에 다시 죽을 떠 정수미에게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아직 담기도 전에 박민정이 그녀를 막아섰다.“그만 둬요.”“또 왜요?”정윤아는 완전히 화가 난 얼굴이었다.“당신이 고모의 친딸이라는 이유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요.”박민정은 그녀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죽이 담긴 냄비를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했다.“여기에 누가 약을 탔어요.”순간, 정윤아의 동작이 멈췄다.“...약이요?”그녀는 이해하지 못한 듯 멍하니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무슨 약인데요?”박민정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사람을 서서히 중독시키는 약이에요.”정윤아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되었는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이 가득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설마 내가 고모를 해치려고 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그녀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절대 고모를 해치지 않아요.”어린 시절부터 두 노인과 함께 자란 그녀에게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외조부모와 정수미뿐이었다.그런 그녀가 정수미를 해칠 리가 없었다.그러나 박민정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도 한숨을 쉬며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이거 봐요. 어제 윤아 씨가 가져온 죽을 검사한 결과예요.”정윤아는 눈앞으로 내밀어진 서류를 짜증스럽게 받아들었다. 하지만 보고 난 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건... 말도 안 돼.”손이 떨렸다.“이거 가짜죠? 조작된 거죠?”박민정은 무표정하게 그녀를 응시했다.“내가 굳이 가짜 보고서를 만들어낼 이유가 있을까요?”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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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1814화

박민정은 자리에 앉아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그러니 제대로 설명해 봐요. 만약 거짓말을 한다면 경찰 부를 거예요.”정윤아는 말을 정리한 뒤, 처음 윤소현을 만났을 때부터 두 사람이 나눈 모든 대화를 하나하나 빠짐없이 박민정에게 털어놓았다.박민정은 묵묵히 듣고 나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정윤아는 정말이지 너무 순진했다. 윤소현의 몇 마디에 이렇게 쉽게 속아넘어가다니.“윤소현이 몇 번이고 엄마를 해치려고 했어요. 그런데도 어떻게 그 여자가 만든 음식을 엄마한테 드릴 수 있었던 거예요?”정윤아의 눈가가 붉어지며 눈물이 맺혔다.“그건 다 소문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나는 그저 고모가 친딸을 찾고 언니를 멀리하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민정 씨가 언니를 모함하는 거라고만 여겼어요.”“그럼 지금도 내가 윤소현을 모함했다고 생각해요?” 박민정의 물음에 정윤아는 훌쩍이며 고개를 저었다.“잘못했어요. 내가 사람을 잘못 봤어요. 정말, 정말로 고모를 해칠 생각은 없었어요.”그러면서 그녀는 다급히 박민정의 손을 붙잡았다.“민정 씨, 아니, 민정 언니. 고모를 병원에 모셔 가서 꼭 검사를 받아보게 해요.”박민정은 냉정하게 손을 뿌리쳤다.“솔직히 난 지금 당신이 하는 말 믿기지가 않아요. 당신이 속은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윤소현과 짜고 엄마를 해칠 생각이었는지 전혀 확신이 안 서거든요.”정윤아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설령 경찰 조사가 이루어진다 해도 당신은 공범이에요.”“나, 나는...” 정윤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했다.“사람을 해치는 데 가담한 이상,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감옥에 가게 될 거예요. 알아서 잘 해요.”박민정은 차갑게 말한 뒤, 그녀를 지나쳐 걸어갔다.정윤아는 힘이 빠진 듯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온몸이 축 늘어지고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버렸다.‘언니, 대체 왜 나까지 궁지로 몰아넣은 거야? 나는 그렇게 언니를 믿었는데!’이제 보니 고모를 해치려 한 것도 모자라 자신까지 철저히 이용해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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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5화

정윤아는 순간 멍해졌고 임은숙은 이어서 말했다.“이 일은 너무 심각해서 네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나도 모르겠구나. 네가 스스로 잘 생각해 보렴.”정윤아는 휘청거리며 일어섰다.“할머니, 저 지금 고모께 가서 사과드리고 용서를 빌게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정수미의 방으로 향했다.걸어가는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윤소현의 기만이었고 그다음은 박민정이었다.박민정은 자신을 감싸주었고 이 일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만약 상황이 반대였다면 자신은 박민정을 온 가족 앞에서 몰락시키려고 했을지도 모른다.정윤아는 눈물을 훔치고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방문이 열렸고 잠시 후 정윤아와 정수미가 함께 방에서 나왔다.“고모, 병원에 가요.”정윤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정수미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네가 가져온 것들은 원래 잘 먹지 않는 거라 별로 손대지 않았어. 영향은 없을 거야.”‘잘 먹지 않는다...’그 말을 듣는 순간, 정윤아의 마음속에 죄책감이 더욱 깊어졌고 동시에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만약 윤소현이 정말로 정수미를 걱정했다면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몰랐을 리가 없지 않은가?다행히도 고모는 그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정윤아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자, 이제 그만 울어라.”정수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속은 피해자야. 고모는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 네가 이렇게 스스로 찾아와 말해 준 것만으로도 충분해.”그녀는 정윤아가 나쁜 아이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다만 너무 순진했고 융통성이 부족했다.어릴 때부터 윤소현과 각별히 지냈으니 그녀가 곤경에 처했을 때 돕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 윤아야.”정수미는 조용히 덧붙였다.“너, 민정이에게도 사과해야 해.”며칠간의 상황을 지켜본 결과, 정윤아와 박민정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민정은 과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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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6화

정윤아는 박민정을 향해 머리를 숙여 정중히 절했다.“저는 정말 어리석었어요. 진짜 가족은 언니였는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기꾼을 믿다니...”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만약 언니가 아니었다면, 저는 사람을 죽인 공범이 될 뻔했어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았겠죠. 정말 고마워요, 언니.”이제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거만한 기색도 없었다.정윤아는 코끝을 훌쩍이며 말했다.“언니, 이제 졸업하면 언니 밑에서 일 할게요. 무슨 일이든 시키기만 하면 다 할게요. 앞으로 내 인생의 보스는 언니예요.”박민정은 그녀의 말에서 진심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순진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 정윤아를 일으켜 세웠다.“그만해요, 이제 그럴 필요 없어요.”비틀거리며 일어난 정윤아는 커다란 눈으로 박민정을 올려다보았다.“언니, 날 용서해 줄 수 있어요?”그렇게 묻고는 곧바로 스스로 잘못됐다고 깨달았다. 마치 도덕적 압박을 가하는 것 같았다.“잘못 말했어요. 용서해 주지 않아도 돼요. 어차피 앞으로 평생 언니에게 빚진 채 살 거니까.”박민정은 그녀가 지나치게 보호받으며 자란 탓에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 없어요. 나는 그냥 엄마가 다치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박민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나 정윤아는 그녀의 냉랭한 태도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래도 이번 일은 언니 덕분이에요. 절대 잊지 않을 게요. 그리고 앞으로 말 편히 놔요.”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덧붙였다.“벌써 늦었네요. 언니 휴식 방해하지 않고 지금 나갈게요.”그녀는 얼굴에 남아 있던 눈물을 훔치고 방을 나섰다.그녀가 떠난 뒤, 박민정은 곧바로 진서연을 불러 정윤아가 정말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는지, 그리고 정수미와 임은숙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했는지 확인했다.진서연은 줄곧 정윤아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거짓말하지 않았어요. 방금 전에 대표님과 어르신께 모든 걸 털어놓았어요.”“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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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7화

그러나 윤소현은 그런 정윤아를 바라보면서도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보고서는 조작할 수도 있는 거잖아!”그 말에 정윤아는 더욱 격분했다.“지금 내가 조작했다고 생각하는 거야?”윤소현의 입가가 미세하게 경련했다.“설마 네가 나를 이렇게까지 믿지 못할 줄이야. 내가 만든 음식을 들고 가서 검사까지 하다니.”이제 와서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태도에 정윤아는 분노로 몸이 떨렸다.“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양심도 없는 거야? 이제부터 다시는 당신을 믿지 않을 거야. 두고 봐. 이번 일로 당신은 여기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될 거야!”그러자 윤소현도 더 이상 가식적인 태도를 유지하지 않았다.“정윤아, 내가 미리 경고하는데 음식은 내가 만들긴 했어. 하지만 네 손을 거쳐서 전달된 거잖아? 만약 책임을 따지게 된다면 너도 무사할 수 없을걸? 어쩌면 네가 전달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넣었을 수도 있잖아?”그녀는 말을 끝내고도 의도적으로 덧붙였다.“그리고 너, 원래 박민정 엄청 싫어했잖아. 혹시 너도 엄마 재산을 탐낸 거야?”“너,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정윤아는 도저히 윤소현을 당해낼 수 없었다. 몇 마디만에 완전히 휘둘리고 말았다.윤소현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럼 경찰한테 가서 말해. 어차피 난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니까.”정윤아는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녀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심장이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에 휩싸였다.그녀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품고 있었다. 혹시나 윤소현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을까 싶어서.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사과는커녕 오히려 모든 죄를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었다.만약 고모가 정말 죽었더라면 경찰이나 다른 사람들이 조사할 때 윤소현은 틀림없이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겼을 것이다.“나 왜 이렇게 어리석었던 거지? 왜 그런 인간을 믿었을까?”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정윤아는 자신의 뺨을 한 대 세게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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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8화

정윤아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마워요, 언니!”그녀가 연신 ‘언니’라고 부르는 모습에 두 어른은 다소 의아해했다.처음엔 분명 박민정을 달가워하지 않는 듯하더니 어쩌다 이렇게 사이가 좋아진 걸까?하지만 두 사람이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흐뭇해졌다.“너희 자매는 꼭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절대 싸우면 안 돼.”임은숙의 다정한 당부에 정윤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언니 말 잘 들을 거예요. 절대 속 썩이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요!”박민정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네, 외할머니. 걱정 마세요.”임은숙은 흐뭇하게 웃었다.“그래, 잘 지내기만 하면 돼.”그날 밤, 박민정은 두 어른을 위해 진주시의 특산물을 정성껏 챙겼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공항까지 배웅한 후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했다.하지만 정수미는 함께 돌아가지 않았다. 진주에 당분간 머물기로 결정한 것이다.그녀는 박민정과 한집에 살지 않기로 했는데 박민정이 자신의 병을 알아차리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정작 그녀는 몰랐다. 박민정은 이미 어머니가 병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엄마, 그냥 저희랑 같이 지내요.”떠나려는 정수미를 붙잡고 박민정이 말했지만 정수미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나는 이제 늙었어. 너희 젊은 사람들 생활에 방해가 되면 안 되지. 시간 날 때 가끔씩 보러 올게.”그러나 박민정은 어머니를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아 그녀의 팔을 꼭 붙들었다.“그럼 제가 엄마랑 같이 가서 지낼게요.”그녀는 그저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갖고 싶었다.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그런 딸의 태도에 정수미는 이상함을 느끼고 되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아뇨, 그냥... 엄마랑 다시 만나고 나서 제대로 함께한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서요.”그 말을 듣자, 정수미의 가슴이 먹먹해졌고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는 딸의 등을 조용히 토닥이며 말했다.“그래. 그럼 앞으로 매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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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9화

박예찬은 묻지 않아도 김훈이 말하는 ‘좋은 소식’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증조할아버지, 혹시 저 동생이 생긴다는 말씀하시려는 거예요?”김훈은 순간 당황했다.“아이구, 우리 예찬이, 넌 그걸 어떻게 안 거냐?”그는 오늘에서야 조하랑과 김인우에게서 들었다. 두 사람이 일부러 자신에게 비밀로 하며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했던 것이다.“그냥 찍어봤어요.”박예찬은 일부러 진실을 숨겼다. 괜히 자신이 미리 알고 있었다고 했다간 증조할아버지가 서운해하며 왜 숨겼냐고 잔소리를 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김훈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역시 젊은 머리는 다르구나! 예찬아, 넌 참 똑똑해. 그래, 네 하랑 아줌마가 임신했단다. 벌써 두 달이나 됐어.”“축하드려요, 증조할아버지. 이제 진짜 증손주를 품에 안으실 수 있겠네요.”박예찬이 진심으로 축하를 건네니 김훈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어허, 우리 예찬이도 내 친증손주나 마찬가지지. 너희 둘 다 내겐 똑같이 소중한 아이들이야.”“네.”박예찬은 고개를 끄덕였다.김훈이 단순히 핏줄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너 언제 올 거냐? 네가 보고 싶구나.”김훈은 정말 박예찬이 그리웠다. 집에 어린아이가 있으면 분위기가 한층 밝아지는 법이니까. 게다가 박예찬은 영특해서 때론 증손자 같기도, 때론 좋은 친구 같기도 했다.“그럼 내일 갈게요.”박예찬도 흔쾌히 답했다.사실, 그도 김훈이 그리웠다. 동생인 박윤우는 아직 너무 어리숙했고 증조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면 단순히 장기만 두는 게 아니라 사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그 덕분에 그는 여러 가지 상업적인 수완을 익혔고 나중에 분명 유용하게 쓸 수 있을 터였다.“그래, 그래! 내일 당장 데리러 가마.”“아니에요, 증조할아버지. 내일 유치원 끝나고 제가 직접 갈 테니 그냥 기사 아저씨만 보내 주세요.”“알겠다.”김훈은 흔쾌히 수긍했다.사실 그의 건강은 예전 같지 않아 자주 외출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오늘도 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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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0화

그럼 그렇지.박예찬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엄마. 걱정 마세요.”그 한마디에 박민정은 한결 안심이 되었다.밤이 되자 박민정은 씻고 나온 후 유남준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곧, 그의 아쉬움 가득한 시선을 뒤로한 채 정수미의 방으로 향했다.“엄마.”정수미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아직 잠들지는 않은 상태였다. 박민정을 본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민정아,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박민정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앉았다.“오늘 엄마랑 같이 자도 돼요?”정수미는 순간 멈칫했고 박민정의 얼굴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아이고, 다 큰 애가 무슨... 이제 남준이랑 함께 지내기 시작했는데 둘 사이의 정을 쌓아야지.”그러나 박민정은 그녀를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남준 씨랑은 꽤 오래 함께 보냈어요. 하루쯤은 괜찮아요. 그냥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요.”그녀는 장난스러운 투로 말을 덧붙였다.“다른 집 애들은 어릴 때 엄마랑 자는 게 당연한데 전 한 번도 엄마랑 같이 잔 적이 없잖아요.”그 말은 단순히 함께 있고 싶다는 의미였지만 정수미의 가슴에는 짙은 아픔이 스며들었다.그녀는 주름진 손을 들어 박민정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미안해, 내 사랑하는 딸.”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 박민정은 자신이 괜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곧바로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정수미를 꼭 끌어안았다.“엄마,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마요. 엄마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앞으로 우리, 그냥 있는 그대로, 서로에게 미안해하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요.”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래...”그러나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씁쓸한 고통이 번졌다. 자신이 얼마나 더 박민정의 곁에 머물 수 있을까. 만약 가능하다면 영원히 딸아이와 함께 있고 싶었다.박민정도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러다 문득, 정수미의 몸이 지나치게 마른 걸 깨달았다.손끝에 닿는 감촉은 온통 뼈뿐이었다.“엄마...”박민정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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