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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1831 - Chapter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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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1화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그렇게 두 사람은 약혼했고 설인하는 학교에 다닌 것 외에는 주로 방성원 만나러 성진그룹에 갔다. 그때의 방성원은 설인하에게 한없이 차갑고 무뚝뚝해서 남들의 눈에는 여자 쪽에서만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졸업하고 난 뒤 양가 부모님의 허락하에 두 사람은 혼인을 맺었고 모든 게 탄탄대로 흘러갈 줄 알았다.그러나 결혼하기 얼마 전에 설씨 가문이 부도났고 동시에 설인하의 부모님도 돌아가게 되었다.그때 설인하는 큰 타격을 받고 한동안 말조차 하지 못했다.게다가 방성원은 설인하와의 결혼 첫날 밤에 그녀에게 상처 주는 말까지 해버렸다.그 이후로부터 설인하는 방성원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고 분명 두 사람은 부부였지만 어딘가 서먹서먹하고 어색했다.설인하는 문득 그때의 일이 떠오르자 빠르게 자기 손을 뺐다.그러자 방성원은 한껏 의아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왜 그래?”설인하는 주먹을 꽉 쥐고 답했다.“아니야.”그리고 지금의 방성원을 더 이상 보기 싫어 아예 등지고 앉았다. 혹시나 혼자 지낸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런지 방성원이 다정하게 대해주는 게 왠지 모르게 익숙지 않았고 오히려 불편했다.방성원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던 이때, 설인하가 다시 답했다.“천천히 하자, 천천히.”그제야 방성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알겠어.”설인하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많이 배려한 셈이다.집에 돌아와 보니 방성원의 부모님이 이미 와있었고 한창 방은정과 놀아주고 있었다.그리고 두 사람이 같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그들에게 물었다.“왜 이렇게 늦게 와?”“퇴근하고 병원에 친구 보러 갔었어요.”“그래.”안현자는 방은정을 안고 설인아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녀에게 말했다.“인하야,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좀 나와 봐.”말을 마친 뒤 아이를 도우미에게 넘겨줬다.그러나 방성원은 본능적으로 자기 어머니가 설인하에게 못된 말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엄마, 그냥 여기서 얘기해요.”안현자는 자기 아들의 예민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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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2화

설인하는 안현자의 말을 도무지 믿기 힘들었다.여태껏 방성원은 자신을 너무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그저 미적지근한 태도로 대했다.특히 연애 초반에도 방성원은 달콤한 말 한마디나 그 어떤 사랑 고백, 하물며 그 흔한 선물조차 준 적이 없었다.‘그런데 꼭 나랑 결혼해야 한다고 매달렸다고?’안현자는 한눈에 봐도 눈앞의 설인하가 지금 자기 말을 믿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인하야, 이런 걸로 내가 너를 속이겠니? 너도 잘 생각해 봐. 너희 집이 그때 파산하고 네 부모님까지 돌아가셨으면 우리 방씨 가문에서는 충분히 그 결혼을 무를 수 있었어.”여기까지 들은 설인하는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진짜 그대로 파혼을 밀고 나갔다면 좀 창피했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 선택이 우리 방씨 가문에는 더 유리했을 거야. 그런데 우리 성원이가 무조건 너랑 결혼하겠다고 억지 부리는 바람에 우리도 어쩔 수 없이 허락했어.”“그때 성원이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또 너를 위해 우리 앞에서 무릎 꿇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어.”그 무뚝뚝한 방성원이 자신을 위해 무릎까지 꿇었다는 소리에 설인하는 더 이상 고개를 들 수 없었다.“저는...”이때 안현자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솔직히 난 아직도 네가 내 며느리인 게 마음에 안 들어. 그런데 우리 아들이 죽고 못 산다고 하니 엄마로서 다른 방법이 없잖니.”안현자의 손은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설인하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그리고 그녀가 방금 했던 말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그런데 왜 여태껏 이런 말을 저한테 해주지 않으셨어요?”“난 네가 진심으로 우리 아들을 사랑하는 줄 알았으니까!”안현자가 갑자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넌 그저 겉으로만 우리 성원이를 사랑한다고 했고 우리 아들은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데 그만큼 표현하지 않았던 거야.”“그 애는 자기 아빠를 닮아서 어릴 때부터 말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걸 잘 못 했어. 그렇다고 이게 너한테 상처받을 이유는 못 되잖아?”안현자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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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3화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방성원은 방문호와 한창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가 두 사람이 들어오는 걸 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혹시나 자기 아내가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았는지 살피는 방성원의 모습에 안현자는 혀를 끌끌 차며 방문호에게 말했다.“여보, 애들도 쉬어야 하는데 우리도 그만 돌아갑시다.”그러자 방문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그리고 돌아가기 전 그는 방성원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마치 어린아이에게 당부하듯 말했다.“인하랑 싸우지 말고 잘 지내.”두 사람이 가자마자 방성원은 빠르게 설인하한테 다가와 걱정스레 물었다.“엄마가 심한 말은 안 하셨어?”순간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있다는 걸 느낀 설인하는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그저 시시콜콜한 얘기만 나눴어.”말을 마치자마자 설인하가 갑자기 방성원을 향해 양팔을 뻗으며 물었다.“나 좀 안아줄 수 있어?”사실 두 사람은 약혼 날 이후로 포옹해 본 적이 없었다.방성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번에 그녀를 품에 안았고 설인하는 그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말을 이었다.“성원 씨...” 오늘따라 유난히 다정하게 들리는 그녀의 부름에 방성원이 대답했다.“응.”“앞으로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서로 숨기는 일 없이 솔직하게 말하기.”방성원은 갑자기 돌변한 그녀의 태도에 어리둥절했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했다.“그래.”방성원은 고민조차 하지 않고 바로 답했다.설인하는 눈을 꼭 감은 채 그의 온기를 느끼려 했지만 방성원은 자기 감정을 억제하느라 꽉 안아주지도 못했다.그렇게 두 사람이 애틋하게 안고 있을 무렵, 갑자기 도우미가 방은정을 데리고 들어오는 바람에 분위기가 깨져버리고 말았다.“아이고, 정말 죄송합니다. 바로 나갈게요.”그러자 설인하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아니에요. 괜찮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도우미에게 다가가더니 방은정을 자기 품에 안고 그녀의 귀여운 볼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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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4화

윤소현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아봤다.그녀의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던 사촌 동생한테 뺨을 맞으니 그 충격은 거의 배로 느껴졌다.“정윤아, 너 어디 두고 봐!”그러자 정윤아는 팔짱을 끼고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언제까지 두고 보시려고요? 몇십 년 뒤 백발 할머니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까요?”그녀의 말 한마디에 윤소현은 또다시 발악했다.“난 절대 감옥에 가지 않을 거야! 누군가가 꼭 데리러 올 거거든.”“아, 그래요? 그 사람이 누구인데요?”그러나 윤소현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사실 윤소현한테는 정윤아가 마지막 동아줄과도 같은 존재였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졌기 때문이다.정윤아는 대답 못 하는 그녀에게 계속 일침을 날렸다.“그거 알아요? 제가 너무 심심해서 유남우 씨는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거든요?”유남우라는 이름이 들리자마자 윤소현은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뭐 하고 있는데?”“여기저기 선을 보러 다니느라 아주 정신이 없더라고요. 거의 괜찮은 집 여자들은 다 한 번씩 만나본 것 같던데 왜 이렇게 결혼을 서두르는지 모르겠어요. 설마 언니의 그늘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윤소현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그런 남자랑 결혼하는 것 자체가 불행이야.”윤소현의 순결도 유남우 때문에 더럽혀졌다. 이때 정윤아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에게 되물었다.“유남우 씨를 좋아했던 게 아니었어요?”순간 윤소현은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그 누구한테도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왜요?”정윤아는 순간 그녀의 말에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다.그러나 윤소현은 그때의 악몽이 떠오르면서 또다시 입을 다물었다.말을 꺼리는 모습에 정윤아는 더욱 호기심이 차올랐다.“혹시 유남우 씨가 언니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요?”“네가 알아서 뭐 하게?”끝까지 대답하지 않으려는 모습에 정윤아도 어쩔 수 없이 그만 물어야 했다.“알겠어요. 그런데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일은 아직 끝난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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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5화

유남우는 박민정이 최근에 수술해서 지금 정수미와 같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는 차창을 내려 담담한 얼굴로 한참 동안 병원 안을 들여다보았다.그러다가 핸드폰을 꺼내 박민정의 번호를 눌렀지만 통화버튼까지 누를 용기는 없었다.유남우가 차를 몰고 다시 돌아가려던 이때, 박민정과 유남준이 한껏 다정한 모습으로 병원에서 나오는 걸 발견했다.순간 유남우는 자기도 모르게 핸들을 꽉 쥐더니 미친 사람처럼 안광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그러나 이쪽 상황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두 사람은 먹을거리 사러 나왔다가 갑자기 맞은편에서 차 한 대가 그들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걸 발견했다.다행히 유남준이 눈치가 빨라 박민정을 단번에 자기 쪽으로 잡아당겨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박민정도 깜짝 놀랐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보니 차는 어느새 두 사람과 겨우 1센티미터만 사이에 두고 세워져 있었다.아직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심장이 떨려 한껏 창백한 얼굴로 유남준을 바라보자 그는 다정하게 박민정부터 안심시켰다.“괜찮아, 너무 무서워하지 마.”귀가 먹먹해서 그가 뭐라고 하는지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느낌상 자신을 안심시키고 있는 듯싶었다.“네네.”유남준은 다시 살기 돋친 얼굴로 그 차를 향해 쏘아보았고 유남우는 그대로 핸들을 돌려 자리를 떴다.유남준은 비록 운전석에 앉은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차 번호를 기억한 뒤 재빨리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차 번호 하나 조회해 봐.”그 뒤 박민정과 유남준은 먹을거리 사러 갔다가 다시 병원에 돌아갔다.“푹 쉬어, 난 일하러 갈게.”“네.”유남준이 박민정에게 이불을 덮어주자 박민정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정수미는 옆에서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그렇게 유남준은 회사로 돌아왔고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차 주인에 대해 물었다.“유남우의 차라고?”서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근처 CCTV를 확인해 보니 확실히 유남우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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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6화

한 술집 안.고현문은 전화를 끊고 어두운 얼굴로 담배를 물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한 무리가 눈치를 보며 물었다.“도련님, 무슨 일 있습니까?”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유남준이 나보고 유남우와의 협력을 끊으라고 했다.”“뭐라고요? 아니, 유남우는 유 대표 친동생 아닌가요?” 누군가 의아해했다.고현문이 답하기도 전에 다른 이가 나섰다.“재벌가가 다 그렇지. 혈육이고 뭐고 아무 의미 없어. 저 두 형제, 사실상 경쟁자잖아.”“그렇군.”고현문은 아예 흥미를 잃었고 술을 따라주던 여자를 거칠게 밀쳐내며 말했다.“다 꺼져.”그의 싸늘한 목소리에 여자들은 황급히 옷을 챙겨 입고 방을 빠져나갔다.고현문의 이름을 모를 리 없는 여자들이었다. 그는 여자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1~2년 전에도 진씨 가문의 영애가 그와 얽혔다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일이 있었다.“도련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두 사람 다 사촌 아닙니까? 그런데 누구 편을 드시려고요?”고현문은 당연히 유남우를 돕고 싶었다. 사촌이긴 해도 늘 유남준에게 밀려 비교당하는 신세였다. 이번 기회에 유남준을 뛰어넘어 가족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유남준과 정면으로 맞설 용기가 없었다. 혹여 일이 틀어지면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당연히 유남준 말대로 해야지.”그가 담담하게 답하자 주변에서도 맞장구쳤다.“그렇죠. 지금 유남준은 IM과 호산 그룹의 대표인데 유남우는 아직 한참 부족하죠.”그 말을 듣고도 고현문은 더 이상 술자리가 즐겁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방을 나섰다.한편, 유남우는 병원을 나선 뒤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어느새 차를 몰아 홍주영의 고향을 향해 가고 있었다.홍주영의 고향은 멀었는데 차로 네댓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그는 묵묵히 운전대를 잡고 달렸다.그때, 고현문에게서 전화가 왔다.잠시 화면을 보던 그는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고현문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유남준이 나보고 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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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7화

홍주영은 그가 다가오자 숨기지 않고 말했다.“도련님이에요. 언제 돌아오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도련님...“유남우?” 하민재가 되물었다.“네.”홍주영이 고개를 끄덕였다.하민재는 어딘가 못마땅한 기색이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그는 홍주영에게 기댄 채 투덜거렸다.“사장이면 사장, 유 대표면 유 대표, 유남우면 유남우. 도련님 좀 그만 부르면 안 돼요?”듣기만 해도 신경이 거슬렸다.하지만 홍주영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요? 그냥 호칭일 뿐이잖아요.”하민재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냥 호칭 문제가 아니거든요.”“하지만 나는 익숙한 걸요.”“그러면 적어도 내 앞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마요. 그냥 ‘유남우’라고 하면 안 되겠어요?”홍주영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그래요, 민재 씨가 듣기 싫다면 민재 씨 앞에서는 그렇게 안 부를게요.”이미 둘은 약혼한 사이였다. 이제부터는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될 테니 상대의 기분을 신경 써야 했다.하민재는 홍주영이 그렇게 선뜻 동의할 줄 몰랐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끌어안더니 얼굴을 낮춰 그녀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주영 씨는 정말 착해요.”홍주영은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꼼짝도 하지 못했다. 마치 나무토막이 된 것처럼. 특히 뺨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웠다.하민재는 그녀의 경직된 반응을 눈치채고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왜 그래요? 뭔가 이상한데요?”홍주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눈앞의 잘생긴 얼굴과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근데 갑자기 왜...”그녀는 얼굴을 돌린 채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슴이 두근거려 말을 잇기도 어려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하민재는 피식 웃었다.“주영 씨는 내 미래의 아내잖아요. 뽀뽀도 못 해요?”그러더니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 했다.홍주영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한 나머지 그를 밀쳐냈다. 그 바람에 균형을 잃고 그만 뒤로 넘어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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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8화

하민재는 홍주영이 왜 그렇게까지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우리 약혼한 사이잖아요. 뭐가 문제에요? 게다가 걱정 마여, 나는 절대 신사적인 사람이니까.”신사적인 사람... 스스로를 신사라고 말하는 사람이 과연 진짜 신사일까?홍주영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안 돼요. 결혼하고 나서 여기서 지낼게요.”그녀는 평생 할머니와 함께 살아왔고 자연스럽게 할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남자 집에서 머무르는 걸 달가워할 리 없었다.하민재는 한참 후에야 그녀의 뜻을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내가 잠시 후에 주영 씨랑 할머니를 모셔다드릴게요.”“네, 고마워요.”그녀는 예의 바르고도 사무적인 태도였다. 하지만 그 말에 하민재는 다시금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다시 꼭 잡으며 불만을 토로했다.“난 주영 씨 약혼자예요. 이제 고맙다는 말 좀 하지 마요. 그냥 나한테 막 시켜요, 데려다 달라고. 부탁이 아니라, 명령하라고요. 알겠죠?”홍주영은 그가 술에 취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딘가 투정 부리는 아이 같기도 했고 그 모습에 심장이 쿵쿵 울렸다. 그녀는 그를 다시 쳐다보다가 결국 눈길을 피하고 말았다.“알겠어요.”“그래야죠.”하민재는 다시 그녀에게 몸을 기울였다. 홍주영은 그가 또다시 뺨에 입을 맞추려는 줄 알고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그런데 아니었다. 그는 단순히 피곤했을 뿐 그대로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그 순간, 마침 할머니 두 분이 나왔고 그들은 그렇게 다정한 모습으로 함께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아이고, 저 녀석. 저렇게 커서도 주영이한테 기대서 자네.”하민재의 할머니는 휴대전화를 꺼내 두 사람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사진 속에서 홍주영은 얼굴이 새빨갛고 하민재는 마치 아이처럼 편안한 표정이었다.그 모습을 본 홍주영의 할머니도 웃음을 터뜨렸다.“주영이는 맨날 결혼 안 한다고 하더니, 내가 보기엔 제대로 된 사람을 못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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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9화

이튿날 아침, 홍주영은 할머니께 작별을 고하고 도주로 돌아갔다.집 앞에서는 하민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날 밤 술을 마신 탓에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그래도 기분만큼은 한껏 들떠 있었다.홍주영이 밖으로 나오자 그는 곧장 다가가 그녀의 여행 가방을 받아들었다.“내가 들게요.”“고...”고맙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지만 그녀는 어제 하민재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곧바로 말을 바꿨다.“네, 좋아요.”그 말에 하민재는 활짝 웃으며 그녀의 짐을 트렁크에 실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그녀와 함께 차에 올랐다.운전기사가 도와주려 했지만 하민재가 눈짓 한 번 주자 곧바로 손을 거뒀다. 이건 분명 자기 아내 될 사람 앞에서 점수를 따려는 사장님의 의도일 터였다. 그러니 굳이 끼어들어 방해할 필요는 없었다.차에 오르자마자 홍주영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녀가 화면을 열어보니 유남우였다.[언제 도착해?]답장을 하려던 찰나,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하민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주영 씨, 먼저 말해 두지만 주영 씨 핸드폰을 일부러 본 건 아니에요.”홍주영이 그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았다.“네, 상관없어요.”사실 그는 억울할 것도 없었다. 어차피 그녀가 하민재에게 휴대폰 메시지를 보여준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었으니까.그러자 하민재는 슬쩍 말을 돌렸다.“근데 주영 씨 이번에 휴가 다섯 날이나 썼잖아요?”“네, 연차 쓴 거예요.”홍주영은 평소에 휴가를 거의 쓰지 않았고 이번이 유일하게 길게 쉰 경우였다.“내 기억이 맞다면 오늘이 딱 다섯 번째 날인데요? 근데 벌써 출근한다고요?”하민재는 뭔가 수상쩍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남자의 직감이란 게 가끔은 무서울 만큼 정확할 때가 있다.홍주영은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나 봐요.”그러나 하민재는 곧바로 반박했다.“주영 씨는 그냥 비서예요. 주영 씨가 없다고 회사가 굴러가지도 않는 것도 아니고.”그는 말하고 나서야 자신이 너무 직설적으로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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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0화

두 사람의 모습을 본 회사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마침 택배를 가지러 나왔던 비서들이 멀리서 그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홍 비서는 정말 운도 좋네.”“그러게. 대체 어떻게 해서 민재 씨랑 엮이게 된 거야?”“뭐가 어때서? 민재 씨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 다 알잖아. 그리 좋은 평판은 아니지. 여자도 많았고.”“그러게. 아마도 홍 비서가 유 대표님 따라다니면서 술자리에서 만난 거겠지? 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실패했는데 그 와중에 홍 비서는 성공했네.”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으며 말끝마다 시샘이 묻어나왔는데 멀리서 들어도 느껴질 정도였다.하지만 홍주영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원래부터 무덤덤한 성격이었고 가까운 친구도 거의 없었다. 특히 그런 자리에서 인맥은 더더욱 만들지 않았다.비서들은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아까의 험담은 없던 일처럼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홍 비서님, 약혼 축하드려요!”홍주영은 담담한 얼굴로 답했다.“고마워요.”그러자 한 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결혼식은 언제쯤 하실 건가요?”“아마 설 즈음이 될 것 같아요.”양가 할머니들이 설날이 가장 흥겹다며 날짜를 그렇게 정하자고 했다.정말 결혼을 한다는 말에 비서들의 시선이 미묘하게 변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단순한 비서가 아니라 명문가의 사모님이 될 사람이었다.“홍 비서님, 결혼식 때 저희도 초대받을 수 있을까요?”하씨 가문에서 열리는 결혼식이라면 하객으로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인맥을 쌓을 기회였다. 비서들은 당연히 그녀가 승낙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대놓고 거절할 수 있겠는가.그러나 홍주영은 단호했다.“죄송해요. 저는 가족과 친한 친구들만 초대할 생각이에요.”그 한마디에 비서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거절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홍주영은 더 이상 그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그녀가 사라지자 비서들은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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