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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2화

Author: 윤지
유남준은 퇴근하면 무조건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고 박민정도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미주알고주알 알려줬다.

“나 내일에 갈게.”

“그래요. 그러면 여기서 얼마간 머물면서 같이 놀 수 있겠네요.”

“당연하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박민정 곁으로 날아가서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렇게 박민정은 유남준과의 통화를 끝낸 뒤 누워서 조하랑과 또 어디로 놀러 갈지 생각해 보았다.

며칠 전, 조하랑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김인우가 알아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 때문인지 두 사람 사이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조하랑이 어디를 가든 김인우가 항상 따라붙었고 혹시나 어디에 부딪힐까 노심초사했다.

김인우의 태도에 박민정은 그제야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다른 한편.

정수미는 방 안에 있다가 갑자기 심하게 기침하더니 피까지 토해내기 시작했다.

순간 깜짝 놀란 길연서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정 대표님, 당장 저랑 같이 병원에 가요.”

“안돼. 갑자기 병원에 가면 엄마랑 아빠, 그리고 민정이가 바로 눈치챌 거란 말이야.”

정수미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걱정하지 마. 아직은 버틸 만하니까.”

“이게 다 윤소현 씨 때문이에요. 어떻게 사람이 이리도 독할 수 있어요? 그때 그런 약을 매일 먹이지만 않았더라면 이 정도로 건강이 악화할 일도 없었을 텐데.”

길연서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비록 정수미는 젊었을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았지만 약만 꾸준히 먹으면 6~7년은 끄떡없다고 의사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길연서는 혹시나 정수미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곁을 떠날까 봐 너무 무서웠다.

“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우리는 그저 앞으로의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면 되지.”

정수미는 이제 두려울 게 없었다.

“네.”

“그리고 앞으로 우리 민정이를 잘 부탁해. 아직 어려서 회사를 혼자 관리하기가 분명 힘들 거야. 혹시나 남준이가 우리 민정이를 괴롭히지 않는지도 잘 지켜보고.”

정수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유언처럼 들렸고 길연서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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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3화

    정윤아는 그냥 가려다가 박민정의 남편이 어떻게 생겼는지 문득 궁금해졌다.그렇게 모든 사람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무렵, 유남준의 차가 멀리서부터 천천히 다가오더니 문 앞에 세워졌고 운전기사가 빠르게 내려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주자 안에서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말끔하게 생긴 남자가 내렸다.정윤아는 사람들 속에 있다가 유남준의 얼굴을 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너무 잘생겼잖아?’예전에 윤소현한테서 이미 듣긴 했는데 박민정의 남편과 윤소현의 남편은 쌍둥이라 두 사람이 똑같이 생겼다고 했다.그 말인즉, 윤소현의 남편도 이렇게 생겼고 이런 얼굴을 가진 두 남자가 모두 박민정을 좋아한다는 소리였다.‘이게 다 무슨 복이람?’현실을 부정하고 싶던 찰나에 정신을 차려보니 유남준이 이미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그는 카리스마가 있는 한편 예의 바르게 두 어르신에게 인사를 올렸다.“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올 때 선물도 많이 사 왔다.정근우와 임은숙은 눈앞의 유남준이 TV에서 봤을 때보다 더 잘생기고 멋있어 보였다.“그래. 어서 들어와.”혹시나 자기 손녀보다 많이 못생겼을까 봐 계속 걱정했던 임은숙도 어느새 입에 귀가 걸린 채 유남준을 집 안으로 안내했다.“오느라 고생했지? 먼저 간단하게 먹으면서 좀 쉬어.”그러나 임은숙에 비해 정근우는 여전히 냉담한 얼굴이었다.그는 남자가 얼굴만 반반해서는 아무 쓸모도 없고 무조건 능력이 있어야 여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예전에 박민정의 아버지도 비록 능력은 있었지만 평범한 집안의 사람이라 아무런 파워도 없었기에 박민정이 저런 봉변을 당했다고 생각했다.“민정아, 이리 좀 와봐.”외할아버지가 박민정을 서재로 불렀다.서주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정근우의 차가운 얼굴에 박민정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할아버지, 왜 그러세요?”그러자 그는 한숨을 한번 길게 내쉬며 답했다.“민정아, 이 할아버지가 괜히 오지랖이 넓다고 미워하면 안 된다. 네가 오기 전에 할아버지가 이미 유남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4화

    박민정은 그의 말을 다 듣고 나서야 여태껏 그가 얼마나 속태웠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할아버지, 제 몸은 제가 잘 돌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무조건 남에게 당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단호한 그녀의 대답에 정근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박민정의 어깨를 토닥여줬다.“그래. 그렇다면 나도 안심이야. 그런데 만약 나중에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나나 외할머니한테 알려줘야 한다? 아무리 늙은이라도 아직은 거뜬해.”“알겠어요.”박민정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할아버지는 그제야 박민정더러 유남준을 데려오라고 했다.유남준은 한창 뭘 먹고 있다가 서둘러 할아버지의 서재로 달려갔다.할아버지가 뭐라고 하는지 박민정도 서재에서 같이 듣고 싶었으나 보기 좋게 쫓겨난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유남준이 서재에서 나왔고 같이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박민정은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할아버지가 뭐라고 했어요?”“그냥 널 잘 부탁한다고 하시던데?”사실 정근우는 유남준이 만약 박민정을 배신하는 날에는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게 만들겠다고 살벌하게 경고했다.그러나 유남준은 그 말이 화가 나거나 무서운 게 아니라 이제 박민정에게도 그녀를 지켜주는 든든한 사람들이 생긴 것 같아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그게 다예요?”방안에 돌아와서도 박민정은 분명 서재에서 두 사람이 꽤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것 같은데 고작 저 말 한마디만 했다고 하니 계속 찜찜했다.이때 유남준이 대답 대신 갑자기 안에서 방문을 잠그더니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벽 쪽으로 밀착시켰다.“민정아, 보고 싶었어.”유남준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다가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단번에 그녀의 입술을 베어 물었다.미처 피하지 못했던 박민정은 그렇게 유남준이 이끄는 대로 침대에 눕게 되었다....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똑똑!”박민정이 눈을 떴을 때는 밖에 이미 어둠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5화

    정윤아는 윤소현이 예전에 구체적으로 어떤 짓을 벌였는지 모르고 있어서 아직도 그녀의 편을 드는 것으로 보였다.“장모님은 알고 계셔?”분명 정윤아가 이미 손을 썼을 것이라 여겼다.그의 물음에 박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 별것도 아닌 일로 괜히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게다가 정수미와 정윤아는 서로 친척 사이인데 설령 말한다고 해도 정수미의 입장만 난처해질 것 같았다.“그래. 혹시나 너한테 무슨 짓하면 나한테 바로 알려줘.”진지한 유남준의 얼굴에 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걱정하지 말아요. 여자들 일은 알아서 할 테니까.”맨 앞에서 걸어가던 정윤아는 당연히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듣지 못했고 그저 행동이 굼뜬 박민정이 아니꼬워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날카롭게 말했다.“민정 언니, 혹시 조금만 빨리 가면 안 될까요? 모두가 지금 언니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요.”박민정은 옆에 유남준도 있는데 자기한테만 뭐라 하는 정윤아를 보고 괜히 어린 소녀와 유치하게 말싸움하기 싫어 빠르게 답했다.“알겠어요.”그리고 밥 먹는 곳까지 빠른 걸음으로 갔다.정근우와 임은숙은 박민정에게 서로 자기 옆에 앉으라고 권했고 유남준은 그녀 곁에 앉았다.그 모습에 정윤아는 또다시 질투심이 마구마구 피어올랐지만 외부인은 어쩔 수 없이 테이블 끝에 앉아야 했다.“남준아, 이렇게 온 김에 민정이 데리고 자주 나가서 구경해. 그리고 정씨 가문의 친척 어르신들이랑 만나서 인사도 나누고.”임은숙의 말에 유남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민정이랑 아이들이랑 며칠 여기서 푹 놀다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면 됐어.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할아버지랑 같이 진주에 너희들 보러 갈게. 두 꼬맹이도 보고 싶고.”임은숙은 지난번에 우연히 박민정의 핸드폰에 있는 두 동생의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하루빨리 보러 가고 싶었다.“할머니, 진주로 오시면 저희가 잘 대접해 드릴게요.”이때, 가만히 듣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6화

    “무슨 일 있어?” 박민정은 진서연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그녀를 한쪽으로 데려간 뒤에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진서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보스, 오늘 집에 또 다른 사람이 왔어요.”‘다른 사람?’박민정은 의아했다.“그게 누군데?”“보스의 친척이라고 하더라고요.” 진서연은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박민정에게는 진주시에 거의 친척이 없다.“친척?”“본인을... 외할머니라고 소개했어요.”진서연은 마지막 두 글자를 내뱉으며 어색해했다.왜냐하면 오늘 박민정이 모시고 온 건 자신의 친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였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 박씨 가문 저택에는 또 다른 할머니가 자신을 박민정의 외할머니라고 주장하고 있었다.박민정은 잠시 멍해졌지만 곧 기억이 떠올랐다.그 ‘외할머니’란 다름 아닌 그녀의 양모였던 한수민의 어머니였다.어릴 때부터 한수민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박민정을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심지어 한수민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지금 나타난 이유가 뭘까?박민정은 옆에 내려놓았던 손을 천천히 쥐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판단이 서지 않았다.“보스, 죄송해요. 제가 막지 못했어요. 대문 앞에서 계속 죽겠다, 살겠다 난리를 치면서 안 들여보내주면 문 앞에 죽치고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보스께서 친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오시는 날이라 혹시 문 앞에서 헛소리를 할까 봐 안으로 들인 거예요.”진서연은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이런 유형의 진상과 엮이는 게 익숙지 않았다.박민정은 그녀를 탓하지 않았고 그저 진서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니까 자책할 필요 없어.”“그럼 지금 어떻게 할까요?”진서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때였다. 멀리서 박민정과 진서연이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고 있던 외할머니가 마침내 다가왔다.“민정아, 왜 그래? 혹시 우리 때문에 불편한 거라도 있어? 그렇다면 호텔에서 묵어도 되고, 아니면 전에 산 별장에서 지내도 괜찮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7화

    한수민의 어머니, 김말숙은 이내 박민정을 꾸짖었다.“너 정말 염치가 없구나. 내 딸 아니었으면 넌 벌써 어디에서 얼어 죽지 않았으면 굶어 죽었을 거야. 내 딸이 널 키웠는데 이제 와서 나까지 부정하겠다는 거냐?”그러나 박민정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절 키운 사람은 아버지와 정숙 아주머니세요. 한수민 씨는 저한테 옷 한 벌 사준 적도, 밥 한 끼 해준 적도 없어요. 오히려 절 이용하고 아버지를 속이고 심지어 절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기기까지 했어요. 그러니 전 한수민 씨에게 빚진 게 없어요.”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단호하게 물었다.“그러니까 본론을 말해요. 대체 무슨 일로 온 거예요?”목적 없이 찾아올 리 없었다. 박민정은 김말숙이 단순히 자신을 보러 왔다고는 믿지 않았다.김말숙은 순간 말문이 막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본론을 꺼냈다.“내 딸의 재산을 찾으러 왔다.”“당신 딸의 재산이라고요? 무슨 재산인데요?”박민정은 어이가 없어 웃음마저 나올 지경이었다.예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박씨 가문의 재산은 박민호와 한수민에게 돌아갔지만 한수민은 그 재산을 모조리 탕진했다. 남아 있는 게 있기나 할까?그러자 김말숙은 자신이 서 있던 뒤쪽, 박씨 가문의 오래된 저택을 가리켰다.“바로 이 집이야. 이 집은 내 딸 것이지, 너 같은 양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이제 와서 박민정이 양녀라는 걸 인정하는 건가?이익이 걸려 있으면 절대 가만히 있을 리 없는 사람이었다. 박민정은 애초부터 이 사람이 이유없이 올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였다.“이 집은 예전에 한수민 씨가 팔았고 제 남편이 다시 사들인 거예요. 그러니까 이젠 제 소유죠.”“거짓말하지 마! 날 속이려는 거지? 그런 말로 날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해? 하늘이 무섭지도 않니?”김말숙은 완전히 막무가내로 나오며 행패를 부렸다.그때, 유남준이 앞으로 나섰다.“사람을 시켜 등기부등본과 계약서를 가져오게 하죠.”유남준의 키는 크고 체격도 당당했으며 압도적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8화

    이제 와서 어쩌지도 못하고 떼를 쓰는 것에 불과했다.정씨 가문의 두 노인은 살아오면서 이런 파렴치한 사람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외할머니는 냉소를 지으며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아, 저런 사람 신경 쓰지 말고 놔둬라. 저렇게 소란을 피우고 싶으면 실컷 하게 두자. 우리는 안에 들어가 쉬자꾸나.”박민정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렇게 모두가 김말숙을 아예 무시한 채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김말숙은 순간 당황해 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나가자니 체면이 깎이고 들어가자니 그들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그때 진서연이 쾅 하고 문을 닫으며 한마디 던졌다.“어르신, 사람도 체면이 있어야 하는 법이에요. 그냥 돌아가세요. 이쯤에서 그만 두는 게 나을 겁니다.”김말숙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지더니 이내 대문 밖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이 천하의 몹쓸 것들아! 내 딸의 재산을 가로채고, 늙고 병든 나를 내쫓다니! 너희 같은 놈들은 다 천벌을 받을 거다!”그녀는 목청껏 악담을 퍼부었지만, 여기는 워낙 대저택이라 안쪽에서는 그저 희미한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거실에서는 박민정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엄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죄송해요. 이런 꼴을 보여드려서...”그러자 외할머니가 다가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얘야, 가족끼리 무슨 그런 말을 하니? 우리는 한 가족이야. 웃음거리가 될 것도 없고 부끄러울 일도 없단다.”두 노인은 오로지 박민정이 안쓰러울 뿐이었다.그녀는 외할머니의 말을 듣고 눈가가 촉촉해졌다.“외할머니... 고마워요.”“바보.”외할머니는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외할아버지도 다가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민정아,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우리가 살아오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어봤어. 저런 사람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정수미도 다가와 말했다.“그래, 엄마랑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네 가장 가까운 가족이야. 이런 일은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지.”이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9화

    정수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난 꼭 집에 돌아가야 해요.”그러고는 의사를 바라보며 덧붙였다.“진통제를 처방해 줘요. 밤에 너무 아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요.”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진통제를 너무 많이 복용하면 몸에 해롭고 내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병세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요.”하지만 정수미는 이미 그 모든 걸 신경 쓰지 않았던 지라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그저 집에 있을 수만 있다면 돼요. 어차피 이 몸으로 병원에 있든 없든 몇 달을 더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차라리 집에서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의사는 이런 환자들을 수도 없이 봐왔기에 굳이 반박하지 않고 약을 처방해 주었다.“그러면 이틀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몸 상태가 좀 나아진 후에 돌아가도록 하세요.”이틀...정수미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녀는 아직까지 박민정과 부모님께 병을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정오 무렵, 정윤아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혼자서 저택을 나섰다.박민정은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사람을 시켜 그녀를 따라가 보게 했다. 그 결과, 정윤아가 향한 곳이 다름 아닌 윤소현이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정윤아가 윤소현을 만나러 갔다고?”진서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윤소현은 정 대표님을 죽일 뻔한 사람이잖아요. 그걸 모르고 간 걸까요?”박민정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 하지만 정윤아가 누구를 만나든 그건 본인의 자유야. 다만 우리 정씨 가문이나 나에게 해가 되는 일만큼은 절대 못 하게 해야지.”한 번 뱀에게 물리면 열흘이 지나도 우물을 두려워하게 되는 법.박민정은 수없이 사람들에게 당해 왔기에 이제는 먼저 나서서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익숙했다.이때 정윤아는 이미 윤소현을 만나고 있었다.과거, 항상 도도하고 우아했던 윤소현이, 마치 하얀 백조처럼 높은 곳에 있던 윤소현이 지금은 눈앞에서 초라하고 쇠약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10화

    정윤아가 스스로 나서서 묻자 윤소현은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엄마는 이제 완전히 박민정을 믿어. 난 감옥에 가는 걸 피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아픈 내 딸을 두고 갈 수가 없어.”“그건...”정윤아는 고개를 숙였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럼 내가 대신 키울게요.”윤소현은 고개를 저었다.“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의사 말로는 이 아이가 오래 살지 못한대. 그래서... 최대한 곁에서 함께 있어 주고 싶어.”윤소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모습을 본 정윤아는 더욱 가슴이 아팠고 모녀를 갈라놓은 박민정이 너무도 밉고 원망스러웠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그럼 이렇게 해요. 내가 고모한테 가서 부탁해 볼게요. 그리고 변호사팀을 찾아서 어떻게든 언니가 아이 곁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볼게요.”그러나 윤소현은 정윤아의 그런 순진함에 기대고 싶지 않았다.“윤아야, 그냥 포기해. 엄마가 허락할 리 없어.”“고모는 겉으론 차가워 보여도 속은 따뜻한 분이세요. 오랜 세월 모녀로 지냈는데 분명 언니를 용서하실 거예요.”윤소현은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윤아야, 엄마가 요즘 몸이 많이 안 좋다던데... 내가 곁에 있을 수 없는 지금 너라도 대신 좀 신경 써 줄 수 있을까?”“당연하죠!”정윤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고 윤소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너도 알잖아. 엄마는 건강을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셔. 내가 곁에 있을 땐 항상 우유도 챙겨 드리고 직접 요리도 해 드렸는데... 이제 내가 없으니 박민정이 그런 걸 해 줄 리가 없지.”정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나도 요리는 못하는데요...”“그러면 이렇게 하자. 나한테 엄마를 위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 그리고 그걸 네가 가져다드려. 처음엔 내가 만든 거라고 말하지 말고 시간이 지나면 그때쯤 알려 줘. 그러면 엄마도 내가 해 준 걸 그리워하게 될 거야.”윤소현은 조심스럽게 정윤아의 반응을 살폈다.“좋은 생각이네요! 바로 변호사한테 연락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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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30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혹시나 정수미와 박민정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 같아 하나둘씩 돌아가기 시작했다.갈 때도 모두 짝을 지어 돌아갔는데 그중 정민기와 진서연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서다희와 민수아도 팔짱을 끼고 가다가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고 말하더니 그녀도 임신했다고 알렸다.세 커플 중 오직 방성원과 설인하 두 사람만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상황에서 서로 떨어져서 걸었다.그리고 이런 상황을 진작에 눈치챈 방성원은 아까부터 마음이 불편했지만 사람이 많아서 애써 참고 있었다.하여 빠르게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데 김인우가 그의 팔을 잡았다.“성원아, 나도 곧 아이가 태어날 것 같아.” 그러자 방성원이 뜬금없이 한마디를 내뱉었다.“우리 은정이는 이제 곧 두 살이야.”“어쩌라고? 우리 딸이 아마 네 딸보다 더 귀여울걸?”그의 말에 방성원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아직 딸인지 아들인지도 모르면서.”순간 김인우는 할 말을 잃었다.그의 말대로 아무리 자기가 딸은 원한다고 무조건 딸이 태어나는 것도 아니었다.그러고 보니 유남준도 딸을 간절히 원했지만 태어난 네 명의 아이는 모두 남자였다. 역시나 딸 복이 없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그러다가 방성원은 문득 설인하와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걸 발견하고 재빨리 김인우에게 말했다.“그만하자.”그러고는 빠른 걸음으로 설인하를 쫓아갔다.“뭘 이리도 빨리 가?”설인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기다리란 소리도 없었잖아.”방성원은 그녀의 대답에 어이없다가 문득 앞에서 하하호호 즐겁게 걸어가고 있는 두 커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자신과 설인하는 비록 지금 이혼에 대한 얘기를 더 이상 꺼내지 않고 있었지만 여전히 냉랭한 사이로 지내고 있었다.방성원은 지난번 설인하와 연지석 사이를 오해한 게 미안한 것도 있어서 차에 올라탈 때 갑자기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남자의 돌발행동에 설인하는 온몸이 굳어진 채 고개를 돌리고 그에게 물었다.“뭐 하는 거야?”“손잡고 싶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29화

    정수미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만약 어느 날 네 마음이 변했더라도 민정이한테 상처 주지 말고 그냥 우리 정씨 가문으로 보내줘.”여태껏 살아오면서 이미 수많은 일을 겪어온 정수미는 약속이란 게 참 지켜내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유남준도 그녀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지금으로서는 딱히 자기 말을 증명해 낼 수 있는 게 없었다.하여 허리를 숙이고 다시 단호하게 말했다.“비록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말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아는데요. 꼭 행동으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전 이미 IM 그룹의 모든 지분을 민정이 명의로 변경했어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저희 둘이 헤어지면 민정이가 평생 먹고 남을 돈은 있는 거잖아요.”사실 박민정은 이미 지엔 그룹을 소유하고 있기에 금전적인 면에서는 전혀 어려움이 없지만 그래도 유남준이 저렇게 말하니 마음이 든든했고 그의 말을 믿고 싶었다.하여 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래, 나도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줄게.”“네.”유남준의 입꼬리는 어느새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민정이 수술이 끝났는지 이만 가볼까요?”“그래.”그렇게 유남준은 정수미의 휠체어를 밀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사실 방금 정수미가 당부했던 말은 서주에 있을 때 정근우도 똑같이 말했었다.“만약 우리 민정이를 괴롭히는 날에는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때나 지금이나 유남준은 그들의 말이 전혀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박민정을 지켜주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아 마음이 따뜻했다.박민정의 수술은 점심이 되어서야 끝났고 김인우가 수술실에서 걸어 나오자마자 유남준이 빠르게 달려가 물었다.“어떻게 됐어?”김인우는 마스크를 벗으며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아마 큰 문제는 없을 텐데 회복되는 걸 지켜봐야 할 것 같아.”유남준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고 정수미와 다른 사람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다들 배고프시죠? 얼른 가서 밥부터 먹고 옵시다.”김인우도 웃으며 답했다.“그래요. 밥부터 먹어요.”박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28화

    조하랑은 박민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너 오늘 수술한다고 해서 옆에 있어 주려고, 겸사겸사 정 대표님도 보려고 왔지.”박민정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아직 안 깨어나셨어.”“괜찮아, 밖에서 기다릴게.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조하랑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후, 김인우는 그녀의 업무를 전부 다른 사람에게 넘겨줬고 조하랑은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었다.그녀는 박민정곁에 앉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되물었다.“맞다, 남준 씨는?”“예찬이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올거야.”지금 정민기도 매우 바쁜 시기라 왠지 유남준이 직접 박예찬을 데려다줘야 안심될 것 같았다.“아, 그렇군.”그렇게 조하랑은 박민정의 손을 잡고 또 한동안 위로의 말을 건네는걸 그녀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박민정의 얼굴이 지금 괜찮아 보여도 속은 말이 아니란 걸 조하랑은 다 알고 있었다.“괜찮을 거야, 민정아.”그러고는 박민정을 꽉 안아줬다.김인우는 곁에서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넬지 몰라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어느 정도 얘기를 나누다가 조하랑은 정수미 보러 들어갔다.정수미는 활짝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는데 전혀 환자처럼 보이지 않았다.“정 대표님, 오면서 과일 좀 사 왔어요.”조하랑은 혹시나 정수미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최대한 밝게 인사를 건넸다.“하랑 씨, 고마워요.”“저는 민정이 친구이고 민정이 엄마면 제 엄마나 마찬가지예요.”그리고 뒤에 서 있는 김인우를 가리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나중에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제 남편한테 말씀 주시면 되겠습니다.”그러자 김인우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와 정수미에게 말했다.“하랑 씨말대로 혹시나 병원에 불편한 게 있거나 필요한 게 있으시면 꼭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알겠어요. 그런데 여기 병원 너무 좋아요.”정수미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박민정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정수미가 중병 환자란 사실마저 잊어버렸다.그리고 얼마 안 남은 시간을 매일 슬픔 속에서 지내고 싶지 않았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27화

    그의 호들갑에 조하랑은 미간을 찌푸리고 답했다.“지금 여기서 어떻게 더 늦게 가란 소리예요? 전 그냥 임산부일 뿐이지 어디 몸이 불편한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제발 걷는 것까지 뭐라 하지 말고 좀 가만히 있어 줄래요?”조하랑이 임신한 사실을 안 뒤로부터 김인우는 조하랑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고 먹는 것도 철저하게 관리했다.그리고 지금은 혹시나 넘어질까 봐 걷는 것까지 걱정했다.조하랑은 이제 더 이상 대꾸할 기력도 없었다.“하랑 씨는 제 아내이고 뱃속에는 제 아이가 있는데 제가 신경 쓰지 않으면 누가 신경 써줘요? 말 좀 들어요, 네?”김인우는 말하면서도 조하랑의 눈치를 힐끔힐끔 봤지만 조하랑은 그냥 못 들은 척 앞으로 직진했다.병원에는 당연히 사람도 많고 급히 걸어가는 의사나 환자, 그리고 병간호는 사람들도 많았다.그 보습을 지켜보던 김인우는 조하랑을 안쪽으로 세우더니 사람들에게 소리쳤다.“여기 임산부가 있는데 혹시나 부딪치지 않게 조심해주세요.”병원 관계자들은 그가 김인우란 사실을 알아차린 뒤 바로 벽 쪽에 붙다시피 지나다녔다.하지만 환자나 환자 가족들은 당연히 김인우가 누구인지, 그가 병원에서 어떤 존재인지 모르고 있었기에 저마다 이상한 눈초리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조하랑은 순간 쥐구멍이 있으면 당장 기어들어 가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는데 이렇게 과잉보호하는 남자를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지 문득 의심이 들었다.“그만해요. 인우 씨는 얼굴이 두꺼워서 잘 못 느끼겠지만 전 부끄러워 미치겠어요.”그러나 김인우는 지금 조하랑의 뱃속의 아이가 안전한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역시나 빠르게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고작 임신한 거로 왜 저리 오버야?”“내 말이, 누가 보면 이 병원에서 혼자 임신한 줄?”“너무 저러면 오히려 위험한 일이 더 많이 발생하던데.”“그러니까요. 너무 몸을 사리는 것도 안 좋더라고요. 차라리 그냥 우리처럼 자연스레 행동하는 게 낫지.”“문제는 아직 배도 너무 불러온 게 아니던데요?”몇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26화

    어렵게 되찾은 친엄마의 사랑을 다시 잃는 게 두려워서일까?박민정은 그렇게 찬물로 여러 번 얼굴을 씻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아 다시 화장실에서 나왔다.저녁.박민정은 유남준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혼자 남아서 정수미 곁을 지키려 했다.그러나 정윤아도 남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정수미는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그렇게 밤이 되자 정수미는 또다시 통증이 밀려와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어 계속 뒤척거리기만 했다.그 모습을 발견한 박민정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엄마, 잠이 안 오면 우리 수다나 떨어요. 어차피 저도 안 피곤하거든요.”정윤아도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모, 우리 얘기나 나눠요.”그러자 정수미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래.”정윤아가 먼저 대화의 주제를 꺼냈다.“민정 언니, 언니 어렸을 때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전 아직 들어본 적이 없는데.”어렸을 때라...박민정은 그 시절 행복했던 부분만 말해줬다.“사실 별거 없어요. 그때 저는 한 가정부네 집에서 같이 살게 되었는데 어느 날 학교 끝나서 집에 돌아오니...”박민정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해주자 정윤아와 정수미는 모두 귀 기울이고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특히 정수미는 아주 사소한 일인데도 그녀한테는 너무 소중한 시절이라 하나도 빠짐없이 새겨들었다.그러다가 중간중간에 정윤아는 궁금한 점도 박민정에게 물었다.그렇게 세 사람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얘기를 나눴고 정수미의 통증도 어느새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저녁 10시.정수미는 시계를 보다가 문득 내일 박민정의 수술이 생각나 졸린 척 하품했다.“안 되겠다. 나 너무 피곤한데 우리 이만 자자.” “네? 한참 재밌는데 벌써 잔다고요?”정윤아는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전 아직 하나도 안 졸려요.”그러자 정수미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나 같은 늙은이가 너희 젊은 사람들의 체력을 따라가기 쉬운 줄 알아? 자, 너희 둘은 옆에 칸에 가서 자. 민정이는 내일 수술도 해야 하잖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25화

    유남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망설이고 있었는데 박민정이 다시 말을 이었다.“그저 물어본 거예요.”그러고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그거 알아요? 저는 죽는 건 하나도 안 무서운데 주변 사람들이 제 곁을 떠나는 건 너무 무서워요.”처음에는 박형식이었고 그 뒤로는 은정숙마저 떠나버렸다.그리고 지금은 친엄마인 정수미마저 건강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박민정은 요 며칠 꿈에서 거의 매일 누군가를 떠나보냈는데 깨어나 보면 어느새 눈에는 눈물이 가득 맺혀있었다.유남준은 그녀를 품에 꼭 안아주며 답했다.“그런 생각할 필요 없어.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가 어느 날 한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야.”다시 만난다는 말에 박민정이 갈라진 목소리로 되물었다.“정말 그렇게 될까요?”“당연하지.”예전의 유남준이라면 분명 이런 위로의 말조차 하지 못했을 텐데 오늘날의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있었다.여태껏 죽음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지금 눈앞의 박민정이 슬퍼하니 자신마저 가슴이 저린 것 같았다.박민정은 문득 가게에 다른 손님들도 있는 걸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나더니 다시 괜찮은 척 말했다.“남준 씨 말이 맞아요. 어차피 우리도 결국에는 죽을 텐데 이렇게까지 슬퍼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말은 그렇게 해도 얼굴은 여전히 씁쓸해 보였다.그렇게 주문했던 요리가 포장되어 나오자 그들은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인우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빠르게 달려와 박민정에게 말했다.“형수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건 운명에 한 번 맡겨봅시다.”그러자 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알겠어요.”김인우가 다시 말을 이었다.“제가 아무 고통도 없이 정 대표님을 치료해 드리겠습니다.”“네네.”“그러면 민정 씨도 내일 바로 수술 진행할까요?”사실 박민정은 원래 수술 날짜를 뒤로 미루려고 했는데 정수미가 병실 안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자마자 박민정을 불렀다.“민정아.” 박민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24화

    정수미는 창백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예전에 엄마는 키워준 아이들한테 속아서 많은 약을 먹게 되었고 나중에는 어디 갇혔다가 불에 타 죽을뻔하기도 했어. 그때 아마 많은 유해 물질도 같이 마셨을 거야. 비록 네 아빠가 나중에 구해주긴 했지만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온몸에 큰 화상까지 입었어.”“그 이후로 비록 치료를 받았어도 여러 질병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오래 살지 못한다고 했었어.”박민정은 그녀의 말에 심장이 하도 따끔거려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어렵게 찾은 친엄마가 곧 그녀를 떠나간다.정수미도 진작에 그녀의 슬픈 얼굴을 알아챘지만 뭐라고 위로할 말을 찾지 못했다.사실 박민정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컸다. 여태껏 잘 키워주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또 병마가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 한다.“민정아... 이렇게 또 너만 두고 가서 엄마가 너무 미안해.”박민정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엄마,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건 엄마 잘못도 아니고 엄마 탓도 아니에요.”박민정은 정수미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다.그러자 정수미도 어느새 빨개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착한 딸, 엄마 이해해 줘서 고마워.”박민정은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정윤아와 유남준은 두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두 모녀가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눈치껏 밖으로 나갔다.박민정은 정수미에게 기대어 좀처럼 그녀의 손을 놓지 못했다.이때 정수미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민정아, 나 배고파.”그녀의 말에 박민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뭐 먹고 싶어요? 제가 사 올게요.” “아무거나 다 돼.”그러다가 정수미는 다시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배고픈 게 느껴지는 걸 보면 아직 버틸만하다는 뜻이 아닐까?”그러자 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당연하죠.”“금방 갔다 올게요.”“그래.”그렇게 박민정은 병실 밖으로 나와 그제야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유남준에게 말했다.“먹을거리 좀 사 올 테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23화

    정윤아는 한눈에 봐도 다급한 기색이었다.그러자 의사는 마스크를 벗고 난감한 얼굴로 답했다.“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는데요... 가족분들도 아시다시피 환자분의 지금 상태로는 아마 얼마 버티지 못할 겁니다.”정윤아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혹시 며칠 전 먹었던 음식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요?”그러자 의사가 의심의 눈초리로 되물었다.“혹시 환자분은 상태를 전혀 모르고 계셨나요?”정윤아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떻게 이럴 수가?”의사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정윤아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러나 이미 진작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박민정은 덤덤한 얼굴로 의사에게 다가가 말했다.“의사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그러자 의사는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답했다.“아닙니다. 얼마 안 남은 시간 동안 환자분과 많은 시간을 나누시길 바랍니다.”“네.”말을 마친 뒤 의사는 자리를 떴다.그렇게 박민정은 정수미의 침대를 밀고 병실로 돌아왔다.정윤아는 뒤따라오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박민정에게 물었다.“민정 언니, 언니는 고모 상태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박민정도 더는 숨길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솔직하게 답했다.“저도 며칠 전에야 알았어요. 그때 윤아 씨는 윤소현 씨한테 한창 속고 있을 때였죠. 저는 엄마의 건강에 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되어 예전에 엄마 주치의였던 분에게 다시 도움을 요청했더니 지금까지 병이 계속 악화하고 있었는데 우리를 속이고 계셨더라고요.”정윤아는 순간 눈이 새빨개져서는 말까지 더듬었다.“어떻게 이럴 수가...”박민정은 본인도 슬펐지만 오히려 눈앞의 정윤아를 먼저 위로했다.“괜찮으니까 울지 말아요... 그리고 이따 엄마 보러 가서도 꼭 눈물을 참아야 해요, 알겠죠?”정수미는 분명 그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박민정의 말에 정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울지 않을게요. 이런 상황이면 분명 당사자부터 마음이 약해질 텐데 그럴수록 저희가 옆에서 파이팅 해드려야 고모가 병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22화

    박민정은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하랑이 잘 부탁드릴게요. 임신이 처음이라 많이 서툴 텐데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저한테 전화해서 물어보셔도 돼요.”김인우가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산부인과 지식까지는 섭렵하기 어려울 것이라 여겼다. “그럴게요.”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제가 잘 돌봐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김인우는 지금 조하랑의 뱃속에 자기 아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기뻤다.그 덕분에 최근 병원의 복지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박민정과 정수미는 그제야 병원에서 나와 돌아가는 차에 올라탔는데 가는 길 내내 정수미는 오늘 많이 피곤했는지 눈꺼풀이 무거워 보였다.그러자 박민정이 자기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엄마, 너무 피곤하면 제 어깨에 기대어 한잠 자요.”“그래.”정수미는 박민정의 말대로 그녀에게 기댄 뒤 눈을 꼭 감았다.얼마나 지났을까, 박민정은 이상하게 어깨가 축축한 것 같아 고개를 돌렸는데 정수미가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순간 깜짝 놀란 박민정은 빠르게 운전기사더러 차를 세우게 했다.“당장 병원으로 다시 가주세요.”“네.”그녀의 말에 운전 기사는 황급히 핸들을 돌려 병원으로 향해 달려갔다.“엄마, 엄마...”박민정은 정수미를 안고 낮은 소리로 불러보았는데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마음이 점점 조급해진 박민정은 다시 한번 큰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엄마!”다행히 그들은 빠르게 다시 병원으로 오게 되었다.정수미가 수술실 안에 들어갈 때까지 박민정은 여전히 멍한 상태였다.이때, 김인우가 다급히 뛰어오더니 그녀의 어깨가 피로 흥건하게 젖은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형수님, 무슨 일이에요?”박민정은 그제야 정수미의 병이 재발했다고 알려줬다.그러자 김인우는 침착하게 그녀를 안심시켰다.“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네네.”김인우는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뒤 곧바로 수술실 안으로 뛰어갔다.가기 전에 유남준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말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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