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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이지원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다리를 안고 있는 아이를 보았는데 눈동자엔 귀찮은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그녀는 티를 내지 않고 허리를 굽혀 웃으며 말했다.

“응, 나야.”

“꼬마야, 너 왜 혼자 여기 있어? 부모님은?”

그녀는 눈앞의 아이를 자세히 보았다. 아이의 오관은 입체적이었고 큰 눈은 사람을 홀릴 정도였다.

딱 보아도 아이의 부모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박예찬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지원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줌마가 제 아빠를 뺏었다면서요? 저한테 아빠를 돌려주실 수 있어요?”

이지원의 몸은 순간 경직되었다.

주위의 재벌 집 사모님들은 이 소리를 듣고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는데 눈동자엔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남자를 통해 지위를 올리려는 연예인을 가장 싫어했다.

“정말 파렴치하네!”

“유 대표님을 가졌으면 만족할 줄 알아야지. 어떻게 다른 남자를 꼬셔?”

“이러니까 유 대표님이 이 여자랑 결혼하지 않았지. 그냥 갖고 놀기만 하면 되는 거였어.”

이지원은 멘탈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간신히 화를 참고 웅크리고 앉아 박예찬을 바라보며 말했다.

“꼬마야, 잘못 기억한 거 아니야?”

“난 널 모르고 네 아빠도 몰라.”

이렇게 말한 후, 그녀는 다시 박예찬에게 다가가 두 손을 아이의 어깨에 놓고 낮은 목소리로 협박했다.

“나쁜 놈, 계속 헛소리했다간 물고기 먹이로 바다에 던져버릴 거야!”

이지원은 박예찬이 그저 평범한 아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연기가 그렇게 좋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일 초 후, 아이는 그녀의 손을 힘껏 치더니 울먹이며 말했다.

“아줌마,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물고기 먹이로 절 바다에 던지지 말아 주세요...”

이지원은 정말 아이의 입을 막고 싶었다.

“아니에요...저 아이가 거짓말하고 있어요...”

그녀는 급하게 해명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왔다. 어쩔 수 없이 여자를 만나야 했던 김인우도 이곳을 보았다.

그는 첫눈에 아이를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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