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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박예찬은 이제 막 어린이집에서 수업을 마쳤는데 기사님은 오늘 예전보다 조금 늦게 오는 듯싶다.

옆에 있던 유지훈이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넌 매일 기사님이 데리러 와?”

“안 그러면?”

박예찬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지훈은 거만하게 말했다.

“난 매일 우리 집안 어르신들이 데리러 오거든. 증조할아버지는 내게 가족애를 느끼게 해주겠다고 말씀하셨어.”

말을 마친 유지훈은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고 신비롭게 말을 이었다.

“오늘은 누가 데리러 오는지 알아?”

“누군데?”

박예찬은 별로 안 궁금하지만 그냥 물어봤다. 대꾸를 안 하면 쉴 새 없이 재잘거릴 테니까.

“우리 할머니.”

유지훈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박예찬은 그저 그러려니 했다.

고영란은 그의 친할머니도 아닌데 뭐가 이렇게 기쁜 걸까?

생각에 잠겨있을 때 고영란의 차가 도착했다.

고급 리무진에서 내려오는 고영란은 세련된 생활한복 차림에 하이힐을 차려 신었다. 반 백 살 되는 나이에도 우아한 자태를 보존하고 있었고 제스처마다 고상한 아우라가 흘러넘쳤다.

“할머니.”

유지훈이 쪼르르 달려갔다.

아이가 귀여운 목소리로 외쳤지만 고영란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요 녀석의 부모가 해외에서 돌아오지 않았다고 남편이 친히 당부했으니 망정이지 그녀는 딴 사람 손자를 데리러 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고영란은 이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가자.”

그녀는 말하면서 박예찬을 힐긋 쳐다보다가 순간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예찬아.”

오늘 이리로 온 이유는 바로 제 아들 유남준의 어릴 때 모습을 쏙 빼닮은 박예찬을 보기 위해서이다.

고영란은 일부러 조사해보았는데 박예찬은 최근에 금방 귀국하여 조하랑과 함께 지내고 있고 친아빠에 대한 정보는 없다.

조하랑을 두어 번 정도 봤지만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다.

박예찬은 고영란의 부름에 얌전하게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고영란은 예의 바른 아이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유지훈을 뿌리치고 예찬의 앞으로 다가가 쪼그리고 앉았다.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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