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이 말을 이었다.“예쁜 걸 싫어하는 여자는 없어요. 전에는 아마 제가 너무 비천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꼭꼭 숨기고 살았나 봐요.”유남준은 이 말을 듣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졌다.“그러니까 네 말은 전에 다 날 위해서 그랬단 거야?”박민정은 머리를 들어 그를 똑바로 마주 봤다.“기억이 안 난다고 분명 말씀드렸을 텐데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저는 화장하는 것도 좋아하고 화려한 옷을 입는 것도 좋아하고 또 그리고 값비싼 액세서리도 너무 좋아해요.”그녀가 전에 그레이 톤의 옷만 입고 메이크업도 안 한 건 유남준이 화낼까 봐 두려워서였다.그녀의 가족이 유남준에게 사기를 쳤으니 본인까지 화려하게 차려입어서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진 않았다.딱 한 번 빨간색 치마를 입고 밖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꽃에 물을 줬는데 유남준이 가차 없이 비난했다.“너희 집안 참 대단해. 사기를 치고도 이렇게 속 편하게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콧노래를 흥얼거려?”그때 이후로 박민정은 집안에서 감히 기뻐할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었으며 예쁘게 차려입는 건 아예 생각지도 않았다.유남준은 이런 것들을 몰라줄 뿐만 아니라 모든 원인을 그녀가 싫어해서 그런 거라고 한다!얼마나 가소로운가.박민정은 주먹을 불끈 쥐어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갔다. 손에 피가 날 때까지 그녀는 힘을 풀지 않았다.유남준은 그렇게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와 그녀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으며 온몸이 노곤해졌다.“그럼 왜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박민정은 화들짝 놀랐다.그는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고 허리 숙여 그녀의 좁은 어깨에 턱을 고였다.“왜 난 네가 날 미워하는 것 같지?”박민정은 목구멍에 솜뭉치가 꽉 막힌 기분이었다.‘대체 누가 할 말이야? 남준 씨야말로 날 미워했잖아!’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좀 놓아줄래요?”다만 유남준은 전혀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뿐더러 더 세게 끌어안았다.“민정아, 내가 널 얼마나 오랫동안 찾
박민정은 결국 일단 시도를 접기로 했다.너무 오래 허덕거린 탓인지 그녀도 피곤이 마구 미려와 함께 잠들었다.다음날.따사로운 햇살이 포근하게 얼굴에 드리워졌다.유남준은 간만에 이렇게 푹 잤다.눈 떠 보니 박민정이 몸을 쪼그리고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한없이 차가운 눈빛은 그 순간 이상하리만큼 온화해졌다.실내에 에어컨을 틀어서 그녀가 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있자 유남준은 옷을 덮어주려 했다.이때 박민정이 비스듬히 눈을 떴다.유남준의 다정한 두 눈을 본 순간 그녀는 자연스럽게 말이 새어 나왔다.“남준 씨.”유남준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박민정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품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밀려오는 고통에 그녀는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유남준은 횡설수설하는 그녀를 보더니 얼른 잡아당겼다.“방금 뭐라고 불렀어?”“네? 뭐요?”박민정은 모르는 척 얼렁뚱땅 넘기려 했다.이를 눈치챈 유남준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또다시 야유 조로 말했다.“박민정 씨는 참 뭐든 잘 까먹는다니까.”아침에 금방 깼을 때의 부드러운 눈빛과는 달리 지금 그는 한없이 차갑고 냉랭한 표정을 짓고 있다.박민정은 그제야 아까는 자신이 잘못 본 걸 알아채고 눈가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가 대학에 들어간 후 유남준은 유앤케이에서 근무했고 그때부터 아예 딴사람으로 변해버린 듯 너무 차가워졌다.이전의 다정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한밤중에 괴롭힘을 당하는 그녀를 찾으러 다니던 유남준은 더더욱 없었다...처음엔 그가 회사 일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가 커서 성격이 점점 난폭해지는 거로 여겼다.하지만 나중에 보니 그의 성격은 항상 이랬다. 그녀는 다만 어릴 때 그를 진정으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대표님, 어제는 제가 식사를 대접해드렸으니 집까지 바래다 드리진 않겠습니다.”박민정이 말했다.그녀는 지금 간접적으로 그를 내쫓고 있다.“내가 갔으면 좋겠어?”박민정이 아무 말 없자 유남준은 표정이 확 어두워
“그래.”박민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또 그녀에게 당부했다.“이지원은 민 선생이 나라는 걸 몰라. 나도 굳이 알리고 싶지 않고.”“알았어.”이지원이 저번에 한수민과 박민호가 어디 있는지 안다고 말한 이후로 박민정은 최대한 제 신분을 숨기기로 했다.안 그러면 나중에 한수민과 박민호에게 들켰다가 또다시 복잡하게 꼬일 테니까.친엄마라는 자는 끝도 없이 그녀에게 무언가를 갈취하려 하고 동생은 그녀를 배신했다. 이것만 생각하면 박민정은 심장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이지원의 소송 건에 대하여 조하랑과 상세하게 얘기 나눈 후 박민정은 떠날 채비를 했지만 결국 그녀에게 붙잡혔다.“오늘 간만에 만났겠다, 예찬이도 아직 수업 끝나려면 멀었고 우리 근처 백화점 쇼핑하러 가자.”박민정은 그녀의 고집을 못 이겨 결국 동의했다.두 사람은 함께 진주에서 제일 큰 금융 센터로 갔다.조하랑은 감탄을 연발했다.“유남준이 나쁜 남자인 건 맞지만 확실히 능력은 있어. 이런 금융 센터가 전국 각지에 얼마나 많이 생겨났는지 알아? 1년에 벌어들인 돈만 어마어마해. 거기에 땅이며 부동산이며 네트워크까지... 프로젝트가 몇 개인지 감히 짐작할 수가 없다니까. 유남준 재산은 대체 얼마인 거야?”박민정도 감탄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이 몇 해 동안 남준 씨는 확실히 유앤케이랑 호산 그룹을 한층 업그레이드했지.”“맞아. 인성만 좋으면 완벽할 텐데.”조하랑은 그녀의 팔짱을 끼고 백화점으로 들어갔다.명품 의류 매장 앞에 도착하니 종업원이 곧장 두 사람을 반겨주었다.조하랑은 피팅하러 갔고 박민정은 휴식 코너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한 손님이 박민정을 주의 깊게 살펴봤는데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 여자는 피팅하고 나온 조하랑의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옷 저 주세요.”여기 옷들은 전부 단품이다.조하랑은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경우죠? 이 옷은 제가 먼저 찜했어요!”그 여자는 시큰둥하게 웃었다.“먼저 찜하면 왜요? 돈 냈어요?”조하랑도 뒤질세라 종업원에게
점원은 카드를 건네받고 두말없이 경비원에게 연락해 하예솔을 매장에서 끌어냈다.곧이어 직접 조하랑을 위해 서비스해 드렸다.마음에 드는 옷을 다 사고 나온 조하랑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디오트는 VIP가 없잖아.”“에스토니아에 있을 때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를 만났는데 내 곡을 너무 좋아해 주시면서 카드를 선물하더라고. 이 카드가 있으면 디오트 매니저급은 된다고 하셨는데 나도 오늘 처음 써봐.”박민정이 담담하게 말했다.조하랑은 경배에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팔을 꼭 껴안았다.“장하다, 우리 민 선생. 앞으로 잘 부탁해요, 민 선생님.”박민정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뭐래. 미친 거 아니야.”“맞아요. 방금 우리 민 선생님한테 미쳐버렸어요.”두 여자는 한길 내내 즐겁게 웃고 떠들었다.돌아갈 때 박민정은 일부러 예찬이와 윤우 옷도 몇 벌 샀다.박예찬의 옷은 조하랑이 대신 주면 되고 박윤우의 옷은 국제택배로 보내면 된다.“나 방금 어린이 치마 예쁜 거 엄청 많이 봤는데 예찬이가 여자애였으면 얼마나 좋아.”조하랑이 탄식했다.두 아이 중 한 명이 여자였다면 분명 눈부시게 예뻤을 것이다.박민정도 딸을 갖고 싶었다.오후 시각, 집에 돌아온 그녀는 작은아들 박윤우에게 영상통화를 걸어서 백화점에서 산 새 옷들을 보여줬다.화면 속 윤우는 창백한 얼굴로 병상에 누워서 눈웃음을 지으며 애교 부렸다.“엄마 너무 좋아, 뽀뽀.”“그래, 뽀뽀.”박민정의 눈빛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박윤우는 너무 피곤하지만 엄마랑 더 얘기하고 싶었다.“엄마는 윤우 사랑해?”“당연히 사랑하지.”윤우는 진지한 예찬이 형과 달리 애교가 차 넘친다.“그럼 엄마 돌아오면 윤우 진짜 뽀뽀할 거야. 엄마가 사준 새 옷도 다 입어볼 거야. 뭐 귀찮지만 그래도 엄마 사진 찍게 해줄게.”“알았어. 엄마 되도록 빨리 돌아갈게.”윤우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자 박민정은 은정숙과 더 얘기 나눈 후에야 통화를 마쳤다.이어서 그녀는 휴대폰의 숨겨진 앨범을 열고 예찬
“지원아, 이젠 어떻게 하려고? 남준 씨가 두 사람 언제 결혼할지 알려줬어?”하예솔은 어금니를 깨물면서 말을 이어갔다.“정 안 되겠으면 내가 박민정이 앞으로 얼굴 들고 다니지 못하게 인터넷에 글을 쓸게.”이지원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옆 테이블에 놓인 꽃을 다듬기 시작했다.“아니야.”그녀는 잠시 고민한 후 말했다.“그러면 분명 남준 오빠에게도 영향을 줄 거야.”그 말을 듣고서야 하예솔은 인터넷에 글을 쓸 생각을 포기했다.하예솔을 보낸 후 이지원은 가위로 싹둑 꽃을 잘랐다. 온전한 장미 한 송이가 바닥에 떨어졌다.예나 지금이나 유남준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결혼하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사랑은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하지만, 유남준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초반에는 자신감 넘쳐서 유남준의 마음을 얻겠다며 입국했지만 이제는 여자 친구라는 신분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지원은 이 모든 상황이 우스웠다.그 생각에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은 꽃병을 쓸어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꽃병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고 안에 담겨 있던 장미꽃도 여기저기 흩어졌다.유리 조각에 긁힌 이지원의 손에서 피가 흘러나왔다.그녀는 붉게 물든 손을 보더니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듯 바닥에서 유리 조각을 줍고는 그대로 손목을 베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은 후 유남준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오빠, 너무 아파요. 오빠가 너무 보고 싶은데 혹시 나 만나러 와주면 안 돼요?]30분 후.유남준이 부천 팰리스에 도착했다.그는 곧바로 얇은 옷가지를 입은 이지원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의 손목에서 흐르는 피는 마치 매화꽃처럼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유남준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왜 자기 몸에 상처를 내?”자신에게 다가오는 유남준을 보며 이지원은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키고는 유남준의 품에 와락 안겼다.“오빠, 날 가져요. 제발, 이렇게 부탁해요. 오빠와 결혼하지 못한다고 해도 제발 오빠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유남준의 눈빛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그
“얼마나 많은 유언비어에 시달릴 걸 모르고 연예인의 길을 선택했어?”유남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그 얘기를 들은 이지원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돌처럼 무정한 마음을 가진 유남준이 원망스러웠다.“오빠, 내 곁에 있어주면 안 돼요? 제발요, 이렇게 부탁할게요.”그녀의 거짓말을 간파한 유남준이 무자비하게 말했다.“어머니는 네가 내 아이를 낳길 바라고 계신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그 생각은 접는 게 좋을 거야.”이지원이 당황했다.“분수를 잘 지키는 게 좋을 거라고.”유남준이 또 말하고는 빠르게 자리를 떴다.이지원은 멀어져가는 유남준의 뒷모습을 보면서 무정하게 구는 그가 원망스러웠다.분명 유남준의 아버지는 여색을 탐하는 분이셨는데 왜 유남준은 전혀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걸까?고영란도 손주를 바라고 있었지만 이지원은 유남준의 아이를 가질 기회조차 없었다.이지원은 전화로 의사를 불러 손목 상처를 처리했고 부천 팰리스에서 나온 유남준은 비서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떻게 됐어?”“출동한 인원들은 모두 도착해서 대기 중입니다. 일부 불법적인 수단을 활용해 진행하고 있으니 대표님께서 직접 나설 필요도 없습니다. 아마 아이를 순조롭게 데려올 수 있을 겁니다.”“아마라니?”유남준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리자 서다희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연지석 쪽에서 뭔가를 눈치챘는지 현지 병원 주변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 처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사이 연지석에게 들키지 않을 것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그 얘기를 들은 유남준은 한참 동안 고민하더니 말했다.“에스토니아로 가는 전용기를 지금 당장 준비해. 내가 직접 가서 아이를 데려와야겠어.”“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후 유남준은 즉시 공항으로 향했다.이지원의 자작극이 아니었더라면 그는 진작 비행기를 탔을 것이다.아이를 데려오면 박민정에게는 더 떠날 이유가 없을 것이고, 고영란도 더는 손주 타령을 하지 않을 것이다.깊은 밤.에스토니아의 V
박윤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유남준을 자극했다.“아저씨, 혹시 돈 때문에 저를 납치한 거예요? 우리 아빠는 돈이 엄청 많아요. 그리고 아빠는 저를 엄청 사랑하기 때문에 원하시는 대로 돈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정말 사람 하나 잘 골랐네요.”“...”유남준은 말문이 막혔다.“아빠가 그렇게 권력 있고 돈도 많으면서 왜 너를 잘 보호하지 않았대? 아니면 내가 널 납치할 수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박윤우가 흠칫했다.‘뭐야, 왜 이렇게 잘 대응하는 거야? 영 머리가 나쁜 사람은 아니네.’박윤우는 대답하는 대신 갑자기 손으로 아랫배를 움켜쥐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유남준이 물었다.“왜 그래?”“배가 아파요.”박윤우가 허약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다행히도 유남준은 의사와 동행했다. 의사를 리무진으로 호출한 후 박윤우의 불편한 곳을 검사하게 했지만 그 어떤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대표님, 도련님의 복부를 자세히 검사해 봤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박윤우는 배를 끌어안더니 침대에서 뒹굴기 시작했다.“너무 아파요, 죽을 것 같아요, 흑흑...”“...”의사는 말문이 막혔다.유남준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박윤우가 꾀병을 부리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차에 의료기기가 없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는 건 아닌가요?”“그럴 수도 있죠.”의사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순간 유남준의 얼굴이 싸늘해졌다.“방금은 문제가 없다고 하더니 왜 제가 물어보자 오진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거예요?”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의사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 차 안은 에어컨 때문에 차가운 공기가 맴돌았지만 의사는 식겁한 나머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이때, 박윤우가 나서면서 분위기를 풀었다.“아저씨, 의사 선생님을 탓하지 마세요. 저는 원래 배가 자주 아프거든요, 배가 아플 때마다 아빠는 따뜻한 얼굴로 제 배를 녹여주셨어요, 그러면 바로 안 아팠거든요. 아저씨, 혹시 아빠처럼 얼굴을 제 배에 대주시면 안 돼요?”유남준은 어
박윤우는 자신의 옆에 누워 잠이 든 유남준을 힐끔 쳐다봤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를 대비해 워치폰을 챙겨 연지석에게 연락하려고 했지만 손목에는 워치폰이 없었다.게다가 입고 있던 옷도 모두 바뀌어졌다.그리고 박윤우의 워치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것마저 사라져 박윤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그의 곁에 누워있던 유남준이 두 눈을 뜨며 물었다.“아직도 아파?”박윤우는 유남준이 이렇게 쉽게 깰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안 아파요. 고마워요, 아저씨!”아저씨.아저씨라는 말이 유남준에게 찝찝하게 들렸다.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네 이름이 뭐야?”박윤우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연윤우예요.”연윤우라...연씨라...유남준의 얼굴색이 더 어두워졌다.박윤우는 유남준이 분명 자신과 엄마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기에 자기를 찾으러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 모든 정보를 다 조사해 낸 건 아닐 것이다. 아니면 왜 이름까지 물어보겠는가? 더군다나 연지석은 그와 형, 그리고 엄마의 신분 정보를 잘 숨겼었다.유남준이 대답을 하지 않자 박윤우는 또 순수한 얼굴로 물었다.“아저씨, 제 이름 예쁘죠?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연씨가 흔히 볼 수 없는 멋있는 성씨잖아요, 안 그래요?”‘뭐가 멋있어?’녀석은 컨디션이 좋아지자마자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유남준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왜 배가 아픈지 알아?”박윤우가 의아했다.‘뭐지? 내가 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아시는 건가?’“말이 너무 많아서 그래. 말 많은 애들이 배가 쉽게 아프거든.”유남준이 그 한마디 남기고는 휴게실을 떠났다.서다희는 방에서 나온 유남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대표님, 깨셨어요?”“응.”유남준이 자리에 앉은 후 서다희는 사람 시켜 아침을 가져오라고 했다.하지만 유남준은 식사하지 않고 서다희에게 물었다.“저 아이가 몇 개월인지 알아냈어?”“45개월이요.”45개월이라...유남준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만약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