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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그래.”

박민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또 그녀에게 당부했다.

“이지원은 민 선생이 나라는 걸 몰라. 나도 굳이 알리고 싶지 않고.”

“알았어.”

이지원이 저번에 한수민과 박민호가 어디 있는지 안다고 말한 이후로 박민정은 최대한 제 신분을 숨기기로 했다.

안 그러면 나중에 한수민과 박민호에게 들켰다가 또다시 복잡하게 꼬일 테니까.

친엄마라는 자는 끝도 없이 그녀에게 무언가를 갈취하려 하고 동생은 그녀를 배신했다. 이것만 생각하면 박민정은 심장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이지원의 소송 건에 대하여 조하랑과 상세하게 얘기 나눈 후 박민정은 떠날 채비를 했지만 결국 그녀에게 붙잡혔다.

“오늘 간만에 만났겠다, 예찬이도 아직 수업 끝나려면 멀었고 우리 근처 백화점 쇼핑하러 가자.”

박민정은 그녀의 고집을 못 이겨 결국 동의했다.

두 사람은 함께 진주에서 제일 큰 금융 센터로 갔다.

조하랑은 감탄을 연발했다.

“유남준이 나쁜 남자인 건 맞지만 확실히 능력은 있어. 이런 금융 센터가 전국 각지에 얼마나 많이 생겨났는지 알아? 1년에 벌어들인 돈만 어마어마해. 거기에 땅이며 부동산이며 네트워크까지... 프로젝트가 몇 개인지 감히 짐작할 수가 없다니까. 유남준 재산은 대체 얼마인 거야?”

박민정도 감탄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이 몇 해 동안 남준 씨는 확실히 유앤케이랑 호산 그룹을 한층 업그레이드했지.”

“맞아. 인성만 좋으면 완벽할 텐데.”

조하랑은 그녀의 팔짱을 끼고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명품 의류 매장 앞에 도착하니 종업원이 곧장 두 사람을 반겨주었다.

조하랑은 피팅하러 갔고 박민정은 휴식 코너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한 손님이 박민정을 주의 깊게 살펴봤는데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여자는 피팅하고 나온 조하랑의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옷 저 주세요.”

여기 옷들은 전부 단품이다.

조하랑은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경우죠? 이 옷은 제가 먼저 찜했어요!”

그 여자는 시큰둥하게 웃었다.

“먼저 찜하면 왜요? 돈 냈어요?”

조하랑도 뒤질세라 종업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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