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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위태로운 제안: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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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하지만 추서윤은 지금 병원에 있는 것 아니었나?얼마 후, 승합차가 멈추더니 두 명의 남자가 온하랑을 끌고 나와 쓰레기를 버리듯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손이 묶여있었던 온하랑은 바닥을 짚을 수 없어 얼굴로 땅을 들이받았고 그 덕에 뺨이 화끈거렸다.그녀는 바닥에 엎드린 채 힘겹게 머리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다.하늘이 이미 어둑해진 가운데 달빛만 어슴푸레하게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공동묘지였다.“윽!”순간 등으로부터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져 왔다.하이힐의 높은 굽이 그녀의 등을 지그시 내리누르며 살을 파고들자 온하랑은 고통에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천한 년, 결국 이 꼴이 됐구나.”하이힐의 주인은 온하랑의 앞으로 걸어오더니 그녀의 턱을 위로 잡아당겨 온하랑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예전에 임가희도 이것과 똑같이 생긴 얼굴로 추상훈을 정신 못차리게 만들었었다.온하랑이 눈앞의 낯선 여인을 보며 의아해하고 있는 찰나 여자가 그녀의 뺨을 호되게 한 대 날렸다.“짝-!”하는 소리가 쥐 죽은 듯 고요한 공동묘지에 울려 퍼졌다.뺨을 맞은 온하랑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의 한쪽 얼굴은 불에 탄 듯 화끈거렸고 입가는 이미 감각을 잃었다.곧이어 얼굴이 붉게 부어오르며 손톱에 할퀸 자국 두 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온하랑은 여전히 바닥에 엎드린 채 자신의 입가에 묻은 피를 살짝 맛보았다.“천한 년, 일어서! 네가 감히 내 딸의 남자를 뺏어? 내가 오늘 널 제대로 밟아줄게!”심은혜가 온하랑의 머리카락을 우악스럽게 잡아당겼지만 온하랑은 끙끙거리며 앓는 소리만 낼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온하랑은 눈앞의 여자가 추서윤의 엄마라는 것을 눈치챘다.심은혜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온하랑의 머리를 잡아 고정하게 해놓고는 양손을 번갈아 날리며 그녀의 뺨을 쉴 새 없이 때렸다.연달아 강한 타격을 받은 온하랑은 머리가 멍해지며 눈앞이 흐릿해지는 걸 느꼈고 양 볼은 이젠 감각이 없을 정도로 마비되어 금방이라도 피를 흘릴 듯 세게 부어올랐다.그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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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쨍그랑-!”유골함이 산산조각나며 안에 들어있던 유골이 땅바닥에 뿌려져 회백색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안돼!”모든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온하랑은 눈앞이 뿌예지며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염분을 담은 눈물은 볼을 타고 흐르며 그녀 얼굴 위의 상처를 더 아프게 헤집다가 핏물과 섞여 땅으로 떨어졌다.‘아빠, 죄송해요!’‘다 저 때문에. 저 때문에 아빠가 죽어서도 모욕을 당하게 됐어요!’온하랑이 몸을 꿈틀거리며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뒤에 있던 남자가 그녀의 등을 밟자 그녀는 다시 힘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그 절망적인 모습을 본 심은혜는 기분이 좋아져서 큰 소리로 웃더니 냉소를 보이며 말했다.“얘는 알아서 처리해. 맘대로 갖고 놀다가 버려. 천박한 창녀 같으니, 네가 실컷 더럽혀진 뒤에도 부승민이 너를 좋아할지 두고 보자.”그 말을 남기고 심은혜는 자리를 떴다.남겨진 세 명의 남자가 더러운 눈길로 온하랑의 몸을 구석구석 훑어보더니 그녀의 몸을 마구 만지며 옷을 찢어버렸다.“이 년 몸매 좀 봐, 끝내 주는데.”한 남자가 온하랑의 몸을 더듬거리며 야비하게 웃었다.“이 년 부승민의 여자라며? 그럼 한 번 자 볼만하지.”“...”그때, 멀리서부터 밝은 빛줄기가 이곳을 비추더니 이어서 자동차 엔진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들려왔다.“이런, 누가 왔나 봐. 빨리 도망가야 해!”두 사람은 재빨리 승합차로 향했지만 나머지 한 사람은 그 와중에도 온하랑을 데리고 가려고 꾸물거렸다.“그년까지 데리고 가면 우리는 잡혀!”운전기사가 호통치자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온하랑을 내려놓고 차에 올라탔고 승합차가 재빠르게 자리를 떴다.온하랑은 땅에 누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한 그녀는 이를 악물고 겨우 몸을 뒤집고는 천천히 유골이 있는 쪽으로 기어갔다.아빠.방금 이 곳으로 온 차 두 대 중, 한 대는 그녀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섰고 나머지 한 대는 곧장 승합차를 쫓아갔다.부승민이 차에서 내리더니 한달음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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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이 미친년이!”추상훈은 화가 난 나머지 큰 소리를 내지르며 심은혜의 뺨을 날렸다.이 여편네가 진짜!추씨 가문의 미래가 이 여자의 손에 망가지게 생겼다.추상훈이 힘껏 날린 귀뺨에 고개가 돌아간 심은혜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표독하게 물었다.“당신이 감히 날 때려? 추상훈, 오늘 너 죽고 나 죽자.”심은혜가 두 팔을 휘두르며 앞으로 달려 나가더니 추상훈의 뺨에 붉은 자국을 몇 줄 남겼다.추상훈도 그에 맞서 심은혜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고 그렇게 두 사람은 한데 뒤엉켜 개싸움을 했다.그러던 중 추상훈이 발을 헛디뎌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려 했고, 그 순간 그가 심은혜를 잡으려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추상훈을 힘껏 밀어 버렸다.외마디 비명과 함께 추상훈이 계단을 굴러떨어졌고 바닥에 널브러진 그는 꼼짝도 안 했다.심은혜는 계단 위층에서 그런 추상훈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녀는 현재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 상태로 몇 분인가 지난 후,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가 계단 아래로 내려가 추상훈의 옆에 조심스럽게 쭈그려 앉아 그를 툭툭 쳐봤다.“추상훈, 너 왜 그래. 나 놀라게 하지 마.”추상훈이 여전히 미동도 없자 심은혜는 그를 다시 한번 힘껏 흔들려고 했다. 그러던 순간, 그녀의 눈길이 추상훈의 뒤통수 쪽에서 흘러나와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핏자국에 닿았고 순간 그녀는 아연실색해졌다.조심스럽게 손가락 하나를 내밀어 추상훈의 코밑에 대 본 그녀는 심장이 쿵 하고 발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그 시각, 병상에 앉아 있던 추서윤은 심은혜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 맞은편, 심은혜의 목소리는 안쓰러울 정도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서윤아, 나 사람 죽였어…”잠시 후 전화를 끊은 추서윤은 얼이 빠져나간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요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은 전부 그녀의 예상 밖의 일이었다.바로 어제 그녀는 온하랑이 사실 아버지 사생아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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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온하랑은 몽롱한 기분으로 서서히 감았던 눈을 떴다. 병실의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기억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현실성이 없어 마치 한 차례의 꿈을 꾸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뺨에 갖다 댔다. 거칠면서도 부드러운듯한 거즈가 만져졌다.“하랑아, 깨어났구나!”병상의 인기척을 느낀 부승민이 다급하게 병상 옆 간이의자로 달려가 앉으며 물었다.“지금 좀 어떤 것 같아?”온하랑의 귓가에는 윙윙 거리는 소음만 들릴 뿐, 부승민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분명 부승민의 입가가 움직이는 것이 빤히 보이는데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부승민에게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입을 여는 순간 한껏 갈라진 건조한 목소리가 나왔다. 온하랑은 목에서 수십 개의 칼날이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부승민은 바로 탁자 위에 있던 컵에 물을 따랐다. 온하랑의 등을 받쳐 가볍게 몸을 일으킨 부승민은 물이 담긴 컵을 들어 조심스레 온하랑의 입으로 몇 방울 흘려보냈다.“지금 상태가 어떤 것 같은지 물어보는 거야.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부승민이 탁자 위에 컵을 내려놓으며 온하랑에게 귓가로 가까이 다가가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온하랑은 고개를 돌려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부승민을 바라보았다.“괜찮아, 근데 꼭 이렇게 가까이서 얘기해야 해?”“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너 지금 외상 때문에 고막에까지 문제 생겨서 당분간은 청력이 떨어질 거래. 그래도 조금만 지나면 금방 다시 회복된다고 하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아, 우리 아빠 유골은...”온하랑은 부승민을 바라보며 다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걱정하지 마, 이미 장인어른 유골함은 새 걸로 바꿔서 다시 잘 모셔뒀어.”“다행이네, 그럼. 퇴원하면 바로 아빠 만나러 가야겠다.”온하랑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응, 나랑 같이 가자.”“... 혹시 거울 있어?”부승민은 온하랑의 뜻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가볍게 그녀의 뺨을 문지르며 거즈에 끼어있던 머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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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사모님께서 원하지 않으시더라고요...그제야 부승민은 완전히 깨달았다. 온하랑은 진작에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걸.임신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자신과의 이혼을 고집하며 이주혁과 기어코 출국까지 하려고 했다는 거다.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휴대전화를 쥔 부승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휴대전화 없이 그저 밑으로 드리워진 손에는 저절로 힘이 들어가 주먹을 꽉 쥐었다.수화기 너머로 부승민의 답변이 들려오지 않자 도우미 아주머니가 말을 얹었다.“사모님을 너무 미워하진 마세요. 사모님도 마음고생 정말 심하셨어요...”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하던 부승민이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저도 압니다.”온하랑은 부승민에게 진심으로 실망하고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린 게 분명했다. 오죽했으면 아이까지 데리고 부승민의 곁을 떠날 생각을 했을까.아이를 가진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온하랑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임신의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으며 얼마나 많은 서러움을 삼켜내야 했을까.부승민은 온하랑에게 좋은 남편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아이에게도 좋은 아버지가 되어주지 못했다...병실로 돌아온 부승민은 다시 병상 끝에 살며시 앉아 몸을 숙여 온하랑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다시는 온하랑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자신의 아이가 이주혁에게 아버지라 부르는 모습을 죽어도 보고 싶지 않았다.절대....병원 내부.“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병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날카로운 유리 파편들이 병실 이곳저곳에 튀었다.두 남자가 추서윤을 병실 밖으로 끌어내려 애쓰고 있었고 추서윤은 그들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병상 받침대라도 잡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의료진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감히 나설 수는 없었다.소란스럽기 그지없는 난동이었지만 높고 귀하신 분들만이 입원해 있다는 개인 VIP 병실들도 암묵적인 룰을 지키기라도 하듯 모두 병실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이거 놔. 부승민한테 전화 한 통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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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온하랑은 몽롱한 기분으로 서서히 감았던 눈을 떴다. 병실의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기억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현실성이 없어 마치 한 차례의 꿈을 꾸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뺨에 갖다 댔다. 거칠면서도 부드러운듯한 거즈가 만져졌다.“하랑아, 깨어났구나!”병상의 인기척을 느낀 부승민이 다급하게 병상 옆 간이의자로 달려가 앉으며 물었다.“지금 좀 어떤 것 같아?”온하랑의 귓가에는 윙윙 거리는 소음만 들릴 뿐, 부승민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분명 부승민의 입가가 움직이는 것이 빤히 보이는데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부승민에게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입을 여는 순간 한껏 갈라진 건조한 목소리가 나왔다. 온하랑은 목에서 수십 개의 칼날이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부승민은 바로 탁자 위에 있던 컵에 물을 따랐다. 온하랑의 등을 받쳐 가볍게 몸을 일으킨 부승민은 물이 담긴 컵을 들어 조심스레 온하랑의 입으로 몇 방울 흘려보냈다.“지금 상태가 어떤 것 같은지 물어보는 거야.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부승민이 탁자 위에 컵을 내려놓으며 온하랑에게 귓가로 가까이 다가가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온하랑은 고개를 돌려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부승민을 바라보았다.“괜찮아, 근데 꼭 이렇게 가까이서 얘기해야 해?”“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너 지금 외상 때문에 고막에까지 문제 생겨서 당분간은 청력이 떨어질 거래. 그래도 조금만 지나면 금방 다시 회복된다고 하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아, 우리 아빠 유골은...”온하랑은 부승민을 바라보며 다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걱정하지 마, 이미 장인어른 유골함은 새 걸로 바꿔서 다시 잘 모셔뒀어.”“다행이네, 그럼. 퇴원하면 바로 아빠 만나러 가야겠다.”온하랑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응, 나랑 같이 가자.”“... 혹시 거울 있어?”부승민은 온하랑의 뜻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가볍게 그녀의 뺨을 문지르며 거즈에 끼어있던 머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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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부승민은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했다. 목울대에서는 어딘가 모를 감정들이 울컥 치밀어 오르며 후회가 물 밀듯 밀려왔다.그날의 기억이 부승민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귀찮다는 듯한 태도로 모진 말을 내뱉던 자신의 모습을.“그럴 일은 없어. 만약 정말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절대 못 낳게 할 거야.”부승민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온하랑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분명 크게 실망하고 어찌할 도리를 몰라 불안했겠지.그래서 여태껏 숨겨왔던 것일지도 모른다.온하랑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사실 그래도 난 이 정도면 축복받은 거라고 생각해. 만약 내가 임신 사실을 숨기지 않았더라면 어제 그 사람들, 분명 아이부터 없애려고 했을 거야.”그녀는 부승민에게만 자신의 임신 사실을 철저히 숨긴 게 아니었다. 추서윤의 엄마도 온하랑의 임신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만약 심은혜가 온하랑의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절대 가만히 놔뒀을 리가 없다.온하랑의 덤덤한 말에 부승민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하랑아, 내가 약속 하나 할게.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 없을 거야...”“이혼은...”“하랑아, 아이를 봐서라도 제발 한 번만 나한테 기회를 주면 안 될까?”“...”이럴 줄 알았다.하지만 부승민도 지금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지금 온하랑을 향한 자신의 감정이 사랑인지, 아니면 단순한 책임감인지.그것도 아니라면 부승민의 얼마 안 되는 그 죄책감 때문일까? 사랑 없는 감정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눈을 질끈 감은 온하랑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추서윤 씨...”“어제 공항으로 데려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대. 지금은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받는 중이야. 앞으로는 걔 언급도 하지 마. 추서윤이 어떻게 되든 우리랑은 아무 상관도 없으니까.”“...”부승민을 바라보는 온하랑은 어딘가 모르게 서늘함을 느꼈다. 이 남자, 대체 얼마나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 걸까....도우미 아주머니가 아침부터 이것저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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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3일 후, 온하랑은 정식으로 퇴원 절차를 밟고 병원을 벗어났다.부승민은 온하랑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로 차에 올라탔다. 병원을 벗어나 별장에 도착한 뒤에도 부승민은 여전히 온하랑을 소중히 들어 올려 안방 침대까지 데려다주었다. 병원에서부터 별장 안방까지 오는 내내 온하랑의 발은 단 한순간도 바닥을 밟아본 적이 없었다.그 상태로 이틀이 더 지나자 온하랑은 그제야 얼굴에 거추장스럽게 붙이고 있던 거즈를 떼어낼 수 있었다.얼굴의 부기는 진작에 빠져 원래 모습을 되찾았고 엉망진창이던 온하랑의 얼굴에 있던 세 개의 상처에는 딱지가 들어앉았다.그중 한 상처는 광대뼈에 있었다. 하마터면 눈까지 다칠 뻔했던 위험한 상황이었음을 잘 알 수 있는 상처였다.부승민은 온하랑의 작은 얼굴을 손으로 살살 쓰다듬으며 다정하고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위로를 건넸다.“괜찮아, 흉 지는 일은 없을 거야.”부승민은 온하랑을 위해 어떻게든 효과적인 흉터 연고와 의료기기들을 마련해줄 심산이었다.온하랑의 표정은 부승민의 반응과 달리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얼굴에 흉이 남든 안 남든 딱히 상관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그렇다고 온하랑이 아름다움에 별 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체질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온하랑은 선천적으로 상처가 생겨도 흉이 잘 지지 않는 체질이었다. 상처에 진 딱지가 떨어지고 돋아나는 새 살은 주위의 살보다 조금 더 연하고 밝을 뿐, 그 정도는 간단한 화장만으로도 쉽게 가릴 수 있었다.“나 아빠 보러 가고 싶어.”온하랑이 고개를 들어 부승민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그래, 나랑 같이 가자.”밖을 나서기 전, 온하랑은 마스크로 자신의 얼굴을 철저하게 가렸다.부승민은 또다시 온하랑을 들어 올려 차에 태웠다. 묘지 입구까지 도착하자 부승민은 재빨리 운전석에서 내려 차 트렁크에 실려있던 휠체어를 꺼내 그 위로 온하랑을 앉혔다. 그는 온하랑이 올라탄 휠체어를 이끌고 묘지 안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은 여러 묘비를 지나 ‘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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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정신을 차린 후에는 온하랑 혼자만이 남아있었다.사고 발생 이후, 기자들은 앞다투어 기사들을 써내기 시작했다. 부승호 회장과 여러 인사들의 도움으로 온하랑은 무사히 아버지의 장례와 추도회를 치를 수 있었다.그 시간 동안 온하랑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넋 나간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멍해 있었다.너무 한순간에 아버지를 떠나보낸 탓에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온하랑은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아버지가 세상을 뜬지 한참이나 지나버린 어느 금요일 저녁,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온하랑은 한 생선요리 전문점을 지나치고 있었다. 탁 트인 가게의 창문 너머로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정말 일상적인 장면이었지만 가게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후였다.그제야 온하랑은 아버지가 자신의 곁을 떠났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그것도 영원히.부씨 일가에 입양된 후에도 온하랑은 꾸준히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집으로 찾아가 옛 추억에 잠겨 아버지를 그리워했다.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집을 허물게 될 때도 온하랑은 아버지가 남긴 유품들을 챙겨왔다.유품 중 아버지의 옷가지들은 전부 불태우고 평소에 자주 쓰던 일용품, 책과 노트 같은 것들만 챙겨왔다.그 모든 유품에서 온하랑은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듯했다.금속으로 된 라이터도 온하랑이 들고 온 아버지의 유품 중 하나였다. 모서리가 다 닳아버린 라이터였지만 살아생전 아버지는 늦은 밤중까지 원고를 쓸 때마다 그 라이터로 담뱃불을 지피고는 했다.그리고 이 카메라는 SE 브랜드의 기본 카메라였다. 매번 현장으로 취재를 하러 갈 때마다 아버지는 이 카메라로 현장 사진을 담았다.하나하나 이어붙인 이 잡지와 서류철에 차곡차곡 보관해놓은 이 신문들에는 아버지가 발표한 기사들이 실려있었다. 그 밑에 함께 보관되어있는 필름들과 사진들까지 모두 아버지가 이때까지 취재에 참여했던 기록들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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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그날 아침, 부승민은 온하랑이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본 후에야 회사로 향했다. 전화가 걸려왔을 때는 온하랑이 침대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독서를 하고 있을 때였다.그녀 역시 자신과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임신과 육아에 관련된 책들을 구매해두었다.전에는 부승민에게 임신 사실을 들키기라도 할까 봐 감히 알아볼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부승민이 온하랑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지극정성으로 돌보게 된 지금, 그녀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온전히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벨 소리가 울리고 있던 온하랑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일련의 번호가 찍혀있었다. 온하랑은 새 휴대전화로 바꾼 이후, 전 휴대전화에 있던 연락처를 옮겨오지 않았던 상태라 아무 의심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통화 수락 버튼을 누르자 이내 전화가 걸렸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에서 한 여자의 자조적인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야, 온하랑. 넌 지금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지? 부승민이 미디어에 너희 둘 사이 다 까발리고 이제 넌 임신까지 한 몸이니, 넌 지금 네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겠네?”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오미연이었다.부승민은 이미 오미연에게 정식으로 소송을 걸고 회사에서도 정리해고를 통보한 상태였다.다만 소송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관계로 오미연은 아직도 법의 제재를 받지 않은 채 자유의 몸으로 마음껏 날뛸 수 있었다.온하랑이 퇴원하는 그 날, 오미연도 병원에 있었다. 그녀는 부승민이 온하랑을 아기 다루듯 조심스레 끌어안은 채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그 둘의 모습은 오미연의 눈에는 꼴사납기 그지없었다.쟤가 뭔데?대체 온하랑 같은 촌년이 뭐길래 부승민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거냐고? 쟤는 어울리지 않아, 자격이 없다고! 온하랑은 갑자기 걸려온 오미연의 전화에 어이없다는 듯 가볍게 실소를 터뜨리고는 일부러 오미연의 화를 더 돋울 심산으로 대답했다.“그러게, 난 오히려 너한테 고마워해야지. 만약 네 스캔들만 아니었다면 부승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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