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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1화

전화벨 소리가 한참 동안 울려서 곧 끊어질 무렵에야 상대방에서 전화를 받았다. 휴대폰 건너편에서 최동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무슨 일 있냐고? 무슨 낯짝이 있어서 나한테 물어? 네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네놈 혼자 몰라서 묻는 거야?”최국환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으며 화가 이미 상투 밑까지 올라와서 걷잡을 수가 없었다.최동철은 잠깐 침묵한 뒤 이내 웃으면서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아버지, 요즘 제가 처리한 일이 너무 많아서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일이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시치미를 떼는 거야?”이 시각 최국환은 최동철은 그와 맞서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을 절실하게 느껴졌다.“네가 박씨 가문의 사람을 시켜서 과거의 일을 인터넷에 뿌린 거 아니었어?”“아, 아버지가 그 일을 말씀하시는 거였어요? 맞아요, 제가 한 일 맞습니다. 그런데요? 무슨 문제가 있는데요?”최동철의 가벼운 어투는 최국환의 분노를 제대로 일으켰다. 그는 당장이라도 전화 회로망을 타고 가서 건너편에 있는 최동철의 목을 조여 죽이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다.그는 터지는 울화를 억제하지 못한 채 목에 핏대를 세워서 휴대폰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무슨 문제가 있냐고! 넌 네가 이런 짓을 한 결과가 네 아줌마와 회사의 이미지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몰라서 묻는 거냐! 네 아줌마가 육체상에서 받은 상처만 해도 이미 아주 큰데 심리상에서 또 그 많은 욕설과 부정적인 언론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단 말이다! 동철아, 네가 미워했던 사람은 부선월이 아니었어? 그 여자가 천벌 받기를 바라온 거 아니었니? 네가 이렇게까지 해서 얻자고 하는 것이 대체 뭐야!”최동철은 여전히 아주 차분하지만, 도발이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버지, 아버지는 늘 이렇게 흥분하길 좋아하시네요. 지난번에 쓰러지신 지 겨우 얼마 지났다고 또 흥분하셔요? 흥분하시면 신체에 좋을 건 하나도 없어요.”최국환은 화나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그는 지금 최동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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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2화

“이미 마음먹은 일이니깐 당신도 더는 말리지 마.”“여보, 진정한 후 제 말 좀 들어봐요.”임가희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동철이가 회사 대표 자리에 취임한 이래 일상적인 경영으로부터 시작해서 전략적 계획을 작성하는데 이르기까지 모두 훌륭하게 완성 해왔어요. 현재 주요 주주 이사들은 이미 동철이를 그룹의 후임자로 인증하고 있어요. 근데 당신이 동철이를 내치려고 한다면 이사들이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대표를 교체하는 일은 그룹의 큰일이기에 이사회를 소집하여 결의해야 했다. 현재 최동철은 이미 반수 이상의 이사들을 포섭했다. 설사 최국환이 지금 급히 임시 이사회를 소집한다고 해도 최동철을 대표 자리에서 끌어 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섣불리 건드렸다간 도리어 최동철이 더 이른 시일 내에 주식을 손에 넣으려고 할 테였다.최국환은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뛰었다.“나는 회장이야. 내가 최동철 그놈을 내쫓겠다고 하는데 누가 감히 말려? 이종만 그들은 옛날부터 나와 함께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까짓 애송이를 위해서 나와 맞설 것 같아?”‘함께 아무리 많은 일을 겪었으면 뭐해? 사람은 변할 수 있는 건데.’임가희가 속으로 생각했다.며칠 전에 그녀가 최동철을 감시하라고 보낸 사람이 최동철이 몇 명의 이사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사들은 술을 마셔서 그런지 모두 얼굴이 불그레하여 즐겁게 얘기를 나누면서 최동철의 저택을 떠났다고 했다.그 가운데는 방금 최국환이 말한 그 이종만이라는 친구도 있었다.동림이를 위해서라도 최동철은 반드시 내쫓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제일 좋은 시기가 아니었다.“설사 그 사람들이 당신 편에 줄 선다고 쳐요. 동철이를 대체할 마땅한 전문경영인을 물색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거에요. 지금 최씨 가문은 외부의 여론에 시달리고 있기에 내부적으로는 똘똘 뭉쳐서 함께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해요. 만일 내부까지 뒤흔들린다면 남들한테 기회를 주는 것이 되는 거잖아요.”현재 제일 중요한 것은 눈앞에 닥친 곤경에서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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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3화

“강씨 가문이면 어떻고?”최국환이 코웃음을 쳤다. 그의 눈동자에는 경멸의 빛이 스쳤다.“동림이에게는 이 아비가 있어!”“여보, 당신이 이러시면 나와 동림이는 어떻게 지내야 하나요? 저는 여태 최씨 가문의 후임자는 동철이라고 굳게 믿어왔어요. 종래로 동철이와 뭘 빼앗으려고도 한 적도 없어요. 동림이도 형을 아주 존경하고 있어요. 당신이 동철이를 파면하면 제가 당신을 부추긴 거로 오해할 거란 말이에요. 따라서 동림이도 불안함과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요. 동림이는 우리 가정이 권력 쟁탈로 인해 분열되는 걸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최국환은 이런 말을 하는 임가희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순간 그는 만감이 교차했다.그들 둘 사이에는 많은 갈등과 분쟁이 있었다. 하지만 임가희는 착하고 그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그는 임가희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다독여 줬다.“당신이 하는 걱정을 잘 알겠는데 동철이 그놈 자식의 성깔머리도 자네도 봤잖아. 그 자식이 탓하려면 날 탓하라고 해. 당신 더는 말리지 마. 내가 이미 마음먹은 일이니깐. 동림이가 크면 차차 알게 될 거야.” 임가희는 한숨을 내쉬면서 막무가내라는 표정을 지었다.최국환이 한창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는 대목에 말리면 말릴수록 점점 엇나갈 수밖에 없었다.파면한다는 생각이 싹이 트면 억누르기 힘들을 테였다. 이번에는 간신히 억눌렀지만, 조만간에는 꼭 폭발하고야 끝을 볼 것이었다.박씨 가문이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에 임가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어떤 응답도 보이지 않았다.관련된 게시물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으면 따라서 논란도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바로 이 대목에 임가희의 조카딸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나와서 자신의 고모가 중태에 빠져 요양 중이기에 기자들은 더는 고모의 몸조리에 방해를 주지 말라고 권했다.게시물은 사진과 함께 올라와 있었다.사진에는 많은 기자가 병실 입구에 몰려든 장면이 찍혀 있었다. 비록 얼굴에 코드를 입력했지만, 그들 손에 들고 있는 마이크와 카메라는 볼 수 있었다.고용한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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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화

하지만 부선월은 칼을 몸에 지니고 쇼핑몰 구석에 숨어 있었으며 또한 그 많은 행인 속에서 임가희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었다는 점은 그 당시 그녀의 의식은 아주 뚜렷했으며 자신의 행동을 식별하고 통제할 수 있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따라서 박사 선생은 블로거의 동영상에서 부선월의 행위는 정신 질병 환자의 자신 행동을 식별 및 통제하지 못한다는 두 가지 특징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만일 부선월이 범행 당시 제정신이었다면 응당히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동영상 결말에 그는 대중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가 없기를 바라며 정신 질병 환자에 대한 올바른 사법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네티즌들에게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인내성 있게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으며 사법 감정위원회에서 정확하고 공정한 감정 결과를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동영상에 나오는 박사 선생님은 발음이 똑똑하고 조리가 분명했으며 이론과 실천을 결합했으며 입장이 객관적이고 공정하였기에 신속히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아 엄청 높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박사 선생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며 줄을 서지 않습니다. 요즘 이슈를 너무나 많이 봐서 정신이 없어요.][진짜 희극적이야, 연예계의 가십보다 더 재밌어.][내가 생각했던 대로 부선월은 진짜 정신 질병이 있는 것 같았지만 범행 당시 발병하지 않았으며 CCTV의 영상을 보면 부선월이 칼을 들고 곧장 임가희한테 달려드는 걸 봐서는 분명히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쉿, 장 박사님 담양이 대단하십니다. 감히 이런 상황에서 나서다니요.][며칠만 더 기다려 보고 감정 결과가 장 박사님과 같은 결론이라면 몰라도 만일 부선월이 발병한 상황에서 저지른 범행으로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 나면 나는 반드시 그 무슨 쓰레기위원회를 확 고소할 거야!][위층에서 돌진할 때 저도 데려가 주세요.][장 용사님, 용맹하시지만 사고 치면 혼자 감당할 수 있나요?][...]이 영상도 많은 사람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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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5화

사건이 터진 지 보름이 지나서였는지 아니면 극단적 언론으로 여론의 방향을 이끌던 고용 네티즌들의 대규모 철거한 것 때문인지 온라인의 분위기는 예전보다 많이 이성적이었다.[보름 동안 단 한 번도 줄 선 적이 없어요. 제 생각에는 근본적인 문제는 법률규정 자체인 것 같네요. 이 법률규정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나 다 행여나 해서 한 번씩 시도해보려고 할 테니깐요. 제가 보기에는 이 법률규정을 폐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앞으로 누구도 틈을 타려 하지 못하니깐요.][정신 질병 발병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형벌을 받지 않는다는 규정의 폐지를 지지해요.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하며 정신병 환자가 사람을 다쳐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혹시 부승민이 돈으로 해결하려다 사태가 점점 커지고 전문 박사까지 나와서 분석을 하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으니 역반응이 일어날까 봐 두려워서 타협한 건 아닐까요?][진작에 사법 감정 결과를 기다려달라고 얘기했건만 부승민이 사법 감정을 신청하자마자 사람들이 떼를 지어서 감정 결과는 무조건 부선월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던 광대들은 지금 다 어디로 사라졌나요?][이건 설마 돈을 쓰고 해결하려다 실패한 건가요?][위층의 친구, 혹시 부승민은 돈 주고 해결하려는 생각은 아예 한 적이 없고 그냥 신청해서 테스트하는 건 아닐까?? 부선월 자체가 정신질환이 있으니 사법 감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당시 발병상태인지 아닌지를 장담할 수 없으니.][당신도 너무 순진해. 자본가를 참 착하게도 생각해.][어쨌든 당신보다는 착해요, 부승민은 방금 수백억을 기부했어. 부씨 그룹은 줄곧 자선 프로젝트를 운영해왔어. 당신처럼 인터넷에서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지는 않아요.][여전히 그 말이에요. 결론이 나기 전에 무단 추측은 삼가세요. 사법 감정위원회에 ‘좋아요'를 눌러주세요.][제 생각에는 그래도 네티즌들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이곳에 누군가가 범행을 저질렀지만, 집에 돈도 아주 많고 권세도 있으니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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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6화

“...”“이 사람은 이미 비밀리에 구속되었어요. 이 일을 눌러야 다음 절차로 순조롭게 넘어갈 수 있어요.”유 주임은 화제를 살짝 돌리면서 부승민을 바라보았다.“부 대표님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세요?”“유 주임은 혹시 제가 그 감정원에게 뇌물을 줬을 거로 생각하시는 건가요?”유 주임을 바라보는 부승민의 눈빛은 평온했으며 조금도 피하지 않았다.유 주임은 아주 진지하게 그의 표정을 주시했지만, 그 어떤 긴장을 느끼는 내색도 보아내지 못했다. 그토록 태연자약했기에 유 주임은 자신이 부승민을 모함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아니요, 전 그런 뜻이 아닙니다.”유 주임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웃으면서 말했다.“저는 그냥 궁금해서요. 부 대표님 말고는 또 누가 범죄 용의자가 처벌을 면하길 바랄까요?”“누구든 상관없어요. 저만 아니면 되니깐요. 사법의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는 건 전 국민이 다 아는 도리입니다. 저는 절대로 손에 쥔 권력으로 간섭하지 않을 겁니다.”유 주임은 부승민의 정의로운 표정을 보면서 속으로 탄복했다. 역시 부승민은 뛰어난 청년기업가였다. 이 심리소질은 보통 사람이 따를 수 없을 정도였다.“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누가 했든 간에 절대 승인할 리 만무하지요.”“유 주임님, 반대로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누구나 다 제가 용의자의 가족으로 사법 감정을 신청한 걸 알고 있어요. 뇌물을 받은 일이 탄로 나면 저의 혐의가 제일 클 것이 아닙니까?”“이건 장담할 수 없지요. 부 대표님의 담양이 커서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지 않을 거로 생각했을지도 모르죠.”“전 종래로 너무 모험적인 배팅은 하지 않아요.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이 대목에 그 감정원이 뇌물을 받고 감정 결과를 좌우지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셨나요?”무슨 일이 일어날까?수선 먼저 감정 결과가 부선월이 형벌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거로 나온다면 필연코 네티즌들의 반발을 일으킬 것이었다.이때 감정원 중 누군가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 밝혀지면 증거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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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7화

경주에서 그와 원한을 가진 사람은 최씨 가문과 그와 관계가 있는 강씨 가문, 오씨 가문 정도뿐이다. 이번 일은 오씨 가문과 전혀 관계가 없다. 임가희는 특히나 부선월이 법적 처벌을 받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녀가 감정 결과에 개입할까 봐 걱정되어 서둘러 여론을 이용해 그녀에게 압박을 가하려 했다. 그렇다면 이 함정을 놓은 사람은 임가희가 아닐 것이다. 강씨 가문은 얼마 전 큰 손상을 입었기에 단기간 내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씨 가문도 아니고 결국 최동철 혼자다. 그가 부선월을 증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년간 원망하며 살아온 최동철은 복수를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부승민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계획이 성공하게 되면 부씨 가문은 힘을 잃어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하게 되고 그 후에는 정신병원에 있는 부선월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정말 교활한 계획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부승민은 몸을 뒤로 기댄 채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최동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수화기 너머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부승민? 네가 나한테 전화를 다 하다니, 무슨 일이야?” “감정 위원들을 매수한 거, 네가 한 짓이지?” 부승민의 목소리는 차갑고 평온했다. 감정이 전혀 묻어 있지 않았다. 전화 너머 최동철은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웃음을 흘렸다. “무슨 소리야? 감정 위원을 매수했다고? 나는 그런 일 몰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최동철은 감정 결과가 예상과 달리 발표되자 자신의 계획이 실패했음을 직감했다. 보아하니 위원회 쪽에서 철저히 감시하고 있었고 감정 위원들은 이미 비밀리에 억제된 상태였다. 다행히도 최동철은 그들과는 직접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부승민이 설치한 덫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가 뭘 했는지 너 스스로가 더 잘 알지 않나?” 부승민의 말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비밀리에 감정 위원을 매수하고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여론을 반발시키며 누군가가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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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8화

최동철의 복수심은 부선월의 죽음으로는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부승민이 한 번 물러서면 최동철은 더 큰 요구를 할 것이다. 최동철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부승민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강 여사님은 결혼 생활 중 불행했고 출산 후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부선월이 그 중 하나일 뿐이었다. 최국환이야말로 가장 큰 원흉이었다. 당시 강씨 가문은 부선월에게 책임을 물을 기회가 있었지만 이들은 이익을 교환하기로 했다. 부씨 가문은 일부 이익을 양보하고 부선월은 강제로 해외로 보내져 인생을 허비했다. 그로 인해 피폐해지고 미쳐버린 그녀도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른 셈이었다. 지금 최동철이 이를 빌미로 다시 부씨 가문을 겨냥하는데 부승민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때, 살짝 열려 있던 문에서 두 번의 노크 소리가 들리며 연 비서가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부 대표님, 최국환 씨가 최근 자주 이사회 멤버들을 초대해 회식을 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움직이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부승민은 살짝 눈썹을 올리며 연 비서에게 더 말해보라고 신호를 보냈다. 연 비서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최국환 씨는 이사들을 설득해 새로운 제안을 지지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확실한 건 이 제안은 회사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합니다.” 부승민은 잠시 생각에 잠기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최국환은 이미 반 은퇴 상태여서 중요한 결정을 제외하고는 리우 그룹의 일에 거의 관여하지 않지. 그런데 갑자기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는 건 그룹의 정점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계획일 수도 있어.” 연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부 대표님, 혹시나 해서 저희도 뭔가 준비를 해야 할까요?” 부승민은 창문 앞으로 걸어가 창밖의 화려한 도시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내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최국환이 이번에 의도하는 건 부씨 가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최동철을 내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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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9화

그의 목소리는 친숙했다. 마치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친구처럼. 부승민은 찻잔을 받으며 그대로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찻잔에 뜨거운 김이 오르자 그는 그 위에 살짝 입을 대고 한 모금 마셨다. 커피 향이 풍기고 맛은 진하고 부드러웠다. 확실히 최고급 커피였다. 그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최동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메이슨은?” “위층에 있어. 선생님께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 최동철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서두르지 마. 아홉 시에 내려오라고 내가 이미 말해놨으니까. 자, 커피나 마셔.” 부승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내리깔고 다시 커피잔을 들어 천천히 음미했다. 거실 안은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있었고 그런 미묘한 순간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것은 가짜 평화였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그 사이에는 어딘지 모를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 부승민의 휴대폰이 진동하며 이 고요함을 깨뜨렸다. 그는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메시지는 연 비서가 보낸 것이었다. 내용은 간단명료했다. [첨단 연구소의 멤버 및 그들의 가족에 관한 자료들을 대표님의 이메일로 발송했습니다. 부총괄 이사인 이 박사님이 대표님의 의도를 알고 있으며 면담을 원합니다.] 부승민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휴대폰을 조용히 주머니에 넣고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언제나 사회가 있다. 첨단 연구소는 업계의 최고봉으로 엘리트들이 많고 이익 분배가 불균형하다. 외부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언제든지 누군가는 떠날 것이다. 만약 그곳의 핵심 인물들을 부씨 가문로 끌어올 수 있다면 최씨 가문에 큰 타격을 주는 동시에 부씨 가문은 막대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최동철이 먼저 농담 식으로 입을 열었다. “커피에 독이라도 탔으면 어쩔 뻔했냐?” “독이라니, 걱정하지 마. 넌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부승민은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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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0화

마침내 계단에서 발소리가 들리며 한 작은 그림자가 2층의 계단 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전에 받은 정보대로 그는 시아보다 몇 센티미터 정도 작은 키에 당시 비서가 부승민에게 준 사진보다 훨씬 더 나아 보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오며 긴장한 표정으로 거실을 살폈다. 부승민에게 몇 초간 시선을 두고 두려운 듯 고개를 숙인 채 어색하게 최동철의 옆으로 걸어갔다. 최동철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그가 긴장할 필요 없다고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메이슨, 저기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봐. 아빠랑 닮지 않았니?” 메이슨은 그 말을 듣고 저절로 고개를 들어 부승민을 바라보았다. 이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분은 부승민 삼촌이야. 너를 보려고 온 거야.” “안녕, 메이슨.” 부승민은 부드럽게 인사하며 목소리를 친근하게 낮췄다. “만나서 반가워.” 모국어가 낯선 곳에서 들릴 때 그만큼 마음이 편해지는 법이다. 메이슨은 여전히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대담하게 대답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삼촌.” 부승민은 미소를 지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 나는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휴대용 게임기를 꺼내 메이슨에게 건넸다. “이건 내가 너에게 준 선물이야. 마음에 들기를 바란다.” 메이슨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조금 궁금해하며 그 물건을 살펴보았다. 옆집의 마이크가 비슷한 걸 가지고 있던 걸 봤지만 이게 같은 것인지는 몰랐다. 그는 고개를 들어 최동철을 쳐다보았다. “삼촌이 선물을 줬잖아. 삼촌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 최동철은 부드럽게 이끌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삼촌.” 메이슨은 낮게 대답했다. 그는 게임기를 받아들고 호기심에 차서 그것을 만지작거렸다. 부승민은 그를 지켜보며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그냥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어.” 그는 일어서며 말했다. “아이도 봤으니 이제 방해하지 않겠어. 기회가 되면 다시 보자.” 최동철은 시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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