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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7화

작가: 고운
경주에서 그와 원한을 가진 사람은 최씨 가문과 그와 관계가 있는 강씨 가문, 오씨 가문 정도뿐이다.

이번 일은 오씨 가문과 전혀 관계가 없다.

임가희는 특히나 부선월이 법적 처벌을 받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녀가 감정 결과에 개입할까 봐 걱정되어 서둘러 여론을 이용해 그녀에게 압박을 가하려 했다.

그렇다면 이 함정을 놓은 사람은 임가희가 아닐 것이다.

강씨 가문은 얼마 전 큰 손상을 입었기에 단기간 내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씨 가문도 아니고 결국 최동철 혼자다.

그가 부선월을 증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년간 원망하며 살아온 최동철은 복수를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부승민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계획이 성공하게 되면 부씨 가문은 힘을 잃어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하게 되고 그 후에는 정신병원에 있는 부선월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정말 교활한 계획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부승민은 몸을 뒤로 기댄 채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최동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수화기 너머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부승민? 네가 나한테 전화를 다 하다니, 무슨 일이야?”

“감정 위원들을 매수한 거, 네가 한 짓이지?”

부승민의 목소리는 차갑고 평온했다. 감정이 전혀 묻어 있지 않았다.

전화 너머 최동철은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웃음을 흘렸다.

“무슨 소리야? 감정 위원을 매수했다고? 나는 그런 일 몰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최동철은 감정 결과가 예상과 달리 발표되자 자신의 계획이 실패했음을 직감했다.

보아하니 위원회 쪽에서 철저히 감시하고 있었고 감정 위원들은 이미 비밀리에 억제된 상태였다.

다행히도 최동철은 그들과는 직접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부승민이 설치한 덫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가 뭘 했는지 너 스스로가 더 잘 알지 않나?”

부승민의 말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비밀리에 감정 위원을 매수하고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여론을 반발시키며 누군가가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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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철의 복수심은 부선월의 죽음으로는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부승민이 한 번 물러서면 최동철은 더 큰 요구를 할 것이다. 최동철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부승민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강 여사님은 결혼 생활 중 불행했고 출산 후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부선월이 그 중 하나일 뿐이었다. 최국환이야말로 가장 큰 원흉이었다. 당시 강씨 가문은 부선월에게 책임을 물을 기회가 있었지만 이들은 이익을 교환하기로 했다. 부씨 가문은 일부 이익을 양보하고 부선월은 강제로 해외로 보내져 인생을 허비했다. 그로 인해 피폐해지고 미쳐버린 그녀도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른 셈이었다. 지금 최동철이 이를 빌미로 다시 부씨 가문을 겨냥하는데 부승민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때, 살짝 열려 있던 문에서 두 번의 노크 소리가 들리며 연 비서가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부 대표님, 최국환 씨가 최근 자주 이사회 멤버들을 초대해 회식을 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움직이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부승민은 살짝 눈썹을 올리며 연 비서에게 더 말해보라고 신호를 보냈다. 연 비서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최국환 씨는 이사들을 설득해 새로운 제안을 지지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확실한 건 이 제안은 회사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합니다.” 부승민은 잠시 생각에 잠기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최국환은 이미 반 은퇴 상태여서 중요한 결정을 제외하고는 리우 그룹의 일에 거의 관여하지 않지. 그런데 갑자기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는 건 그룹의 정점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계획일 수도 있어.” 연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부 대표님, 혹시나 해서 저희도 뭔가 준비를 해야 할까요?” 부승민은 창문 앞으로 걸어가 창밖의 화려한 도시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내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최국환이 이번에 의도하는 건 부씨 가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최동철을 내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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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목소리는 친숙했다. 마치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친구처럼. 부승민은 찻잔을 받으며 그대로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찻잔에 뜨거운 김이 오르자 그는 그 위에 살짝 입을 대고 한 모금 마셨다. 커피 향이 풍기고 맛은 진하고 부드러웠다. 확실히 최고급 커피였다. 그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최동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메이슨은?” “위층에 있어. 선생님께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 최동철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서두르지 마. 아홉 시에 내려오라고 내가 이미 말해놨으니까. 자, 커피나 마셔.” 부승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내리깔고 다시 커피잔을 들어 천천히 음미했다. 거실 안은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있었고 그런 미묘한 순간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것은 가짜 평화였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그 사이에는 어딘지 모를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 부승민의 휴대폰이 진동하며 이 고요함을 깨뜨렸다. 그는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메시지는 연 비서가 보낸 것이었다. 내용은 간단명료했다. [첨단 연구소의 멤버 및 그들의 가족에 관한 자료들을 대표님의 이메일로 발송했습니다. 부총괄 이사인 이 박사님이 대표님의 의도를 알고 있으며 면담을 원합니다.] 부승민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휴대폰을 조용히 주머니에 넣고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언제나 사회가 있다. 첨단 연구소는 업계의 최고봉으로 엘리트들이 많고 이익 분배가 불균형하다. 외부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언제든지 누군가는 떠날 것이다. 만약 그곳의 핵심 인물들을 부씨 가문로 끌어올 수 있다면 최씨 가문에 큰 타격을 주는 동시에 부씨 가문은 막대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최동철이 먼저 농담 식으로 입을 열었다. “커피에 독이라도 탔으면 어쩔 뻔했냐?” “독이라니, 걱정하지 마. 넌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부승민은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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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계단에서 발소리가 들리며 한 작은 그림자가 2층의 계단 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전에 받은 정보대로 그는 시아보다 몇 센티미터 정도 작은 키에 당시 비서가 부승민에게 준 사진보다 훨씬 더 나아 보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오며 긴장한 표정으로 거실을 살폈다. 부승민에게 몇 초간 시선을 두고 두려운 듯 고개를 숙인 채 어색하게 최동철의 옆으로 걸어갔다. 최동철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그가 긴장할 필요 없다고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메이슨, 저기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봐. 아빠랑 닮지 않았니?” 메이슨은 그 말을 듣고 저절로 고개를 들어 부승민을 바라보았다. 이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분은 부승민 삼촌이야. 너를 보려고 온 거야.” “안녕, 메이슨.” 부승민은 부드럽게 인사하며 목소리를 친근하게 낮췄다. “만나서 반가워.” 모국어가 낯선 곳에서 들릴 때 그만큼 마음이 편해지는 법이다. 메이슨은 여전히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대담하게 대답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삼촌.” 부승민은 미소를 지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 나는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휴대용 게임기를 꺼내 메이슨에게 건넸다. “이건 내가 너에게 준 선물이야. 마음에 들기를 바란다.” 메이슨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조금 궁금해하며 그 물건을 살펴보았다. 옆집의 마이크가 비슷한 걸 가지고 있던 걸 봤지만 이게 같은 것인지는 몰랐다. 그는 고개를 들어 최동철을 쳐다보았다. “삼촌이 선물을 줬잖아. 삼촌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 최동철은 부드럽게 이끌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삼촌.” 메이슨은 낮게 대답했다. 그는 게임기를 받아들고 호기심에 차서 그것을 만지작거렸다. 부승민은 그를 지켜보며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그냥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어.” 그는 일어서며 말했다. “아이도 봤으니 이제 방해하지 않겠어. 기회가 되면 다시 보자.” 최동철은 시계를

  • 위태로운 제안   제1241화

    별장을 떠나 차 뒷좌석에 앉은 뒤, 부승민은 기사에게 호텔로 가라고 지시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연 비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리고 적당한 시간과 장소를 정해 만날 수 있도록 해.] 몇 분 뒤, 연 비서가 답장했다. [부총괄님께서 오늘 밤 시간이 있다고 하십니다. 8시에 제가 직접 호텔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신가요?] 사람을 빼내는 일은 절대로 대놓고 할 수 없다. [호텔 주변에 사람이 많으니 아산로 별장으로 가자.] 그곳은 부승민의 경주에 있는 집이었지만 자주 살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연 비서는 메시지를 보내며 덧붙였다. [메일은 꼭 확인하세요.] 부승민은 답장하지 않고 온하랑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곧바로 연결되었다. “부승민?” 온하랑의 목소리가 들렸고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마치 방금 운동을 마친 듯한 느낌이었다. “하랑아, 뭐 하고 있었어?” “요가 하고 있었어요...” 온하랑은 숨을 고르며 불평했다. “몇 동작도 안 했는데 땀이 쏟아져서 너무 힘들어요. 진짜 저 너무 약해요.” “내가 한 달만 더 쉬라고 하지 않았어? 왜 며칠만 더 쉬지 않았어?” “괜찮아요, 아주머니한테 물어봤어요. 간단한 운동은 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온하랑은 물을 몇 모금 마시며 말했다.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못 봤는데 나 안 보고 싶어?”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 말해요.” “방금 최동철한테 다녀왔어.” 부승민의 목소리가 전화기 속에서 좀 더 낮고 진지하게 들렸다. “메이슨을 만났어.” 온하랑은 다급하게 물었다. “그 아이 지금 어때요?” 공항에서 영상 통화로 봤을 때 메이슨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이번 한 달 동안, 최동철은 자주 메이슨의 상태를 보고하고 사진도 몇 장 찍어 보냈지만 직접 만나본 적은 없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생각보다 괜찮아. 이 한 달 동안 최동철이 잘 돌본 게 보였어. 키는 좀 작고 마른 편이

  • 위태로운 제안   제1242화

    온하랑은 한숨을 쉬었다. “하랑아, 너무 걱정하지 마. 최동철이 메이슨을 잘 돌보고 있는 것 같아. 네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자연스럽게 천천히 다가가보는 건 어때?” 부승민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들려왔다.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나는 항상 너의 곁에서 응원할 거야.” “네, 고마워요. 잘 생각해 볼게요.” 전화를 끊고 부승민은 차 시트에 기대어 여유롭게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최동철의 말을 온하랑에게 전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얘기하고 싶으면 직접 하라지.’ 온하랑은 폰을 내려놓고 물을 마신 뒤 아주머니가 가르쳐 준 요가 동작을 이어서 연습했다. 그런데 요가 매트에 누워 몇 분 되지 않아 또 다시 전화가 울렸다. 휴대폰을 들어 확인해 보니 최동철의 전화였다. 그녀는 궁금해서 전화를 받았다. “동철 씨?” “하랑아, 네 휴식 방해하지 않았지?” 최동철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고 그 속에는 걱정 섞인 진심이 묻어 있었다. “아뇨, 괜찮아요. 무슨 일 있어요? 메이슨과 관련된 거예요?” “응, 너 지금 몸은 어때?”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괜찮아요, 최근에 조리 끝나고 회복 중이에요.” “그렇구나. 사실 최근 메이슨이 나와 점점 더 친해지는데 며칠 전에 나한테 물었어. 다른 아이들은 다 부모님이 있는데 왜 자기는 아빠만 있냐고. 나도 좀 난처했어. 그래서 최대한 달래주려고 했지. 네가 곧 오게 될 거라고 말해줬어.” 최동철은 잠시 웃으며 말했다. “만약 네가 오기 힘들다면 내가 메이슨을 데리고 강남시로 갈까 해. 요즘 집에서 선생님과 공부하고 있는데 좀 지루할 거 같아서 기회 되면 나가볼 생각이야.” 애초에 최동철은 부승민이 그의 말을 전해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얘기하는 걸 선택했다. 온하랑은 잠시 고민했다. “혹시 어려운 점이 있어?” 최동철은 즉시 덧붙였다. “걱정 마, 메이슨은 비록 몸이 약하지만 그동안 겪은 일들 덕분에 굉장히 똑똑하고 이른 나이에 성숙해졌어. 너와

  • 위태로운 제안   제1243화

    온하랑은 비행기 예매 앱을 열고 내일 오전에 경주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몇 가지 요가 동작을 마친 뒤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짐을 다 챙긴 후 온하랑은 비행기 티켓을 캡처해서 부승민에게 보냈다. 그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분명 그 의미를 알 것이다. 몇 분 후, 부승민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일 공항에 널 데리러 갈게.] 그녀는 메시지를 보고 따뜻한 기분이 들었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 [좋아요.]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거야?] 그가 물었다. [생각을 좀 해봤어요. 메이슨은 제 아이니까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더 빨리 만나서 제가 그 아이를 버린 게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부승민은 자신도 어렸을 때 어머니 없이 자랐기 때문에 온하랑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좋아, 그럼 우리 함께 가자.] 일정을 확정한 후 온하랑은 메이슨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선물은 반드시 진심이 담겨 있고 의미가 있어야 했다. 그녀는 메이슨이 자주 사용하고 선물을 볼 때마다 자신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고민 끝에 여러 온라인 추천을 살펴본 후 그녀는 메이슨에게 스마트 로봇을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인터넷에서 여러 인기 제품을 비교한 뒤 온하랑은 음성 상호작용, 학습 도우미, 오락 기능, 생활 동반 기능을 갖춘 스마트 로봇을 선택했다. 이 로봇은 아이가 공부와 생활을 할 때 동반자가 되어주며 상호작용 게임을 통해 아이의 흥미를 유도할 수 있었다. 메이슨처럼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에게는 아주 유용할 것이다. 게다가 이 로봇은 아이가 어른에게 말하지 못하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이 브랜드의 로봇은 경주에 있어 온하랑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로봇을 픽업하기로 예약했다. 그 외의 준비물은 경주에 도착한 후에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 날 오전, 온하랑은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

  • 위태로운 제안   제1244화

    어떻게 도와줄지는 말을 안 해도 이미 알 것 같았다. “먼저 호텔로 가요.” 온하랑은 에둘러 거절했다. ‘이 대낮에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다 보기라도 하면 어떡해?’ “너 로봇 픽업도 가야 된다며?” “조금 참을 수 있어요.” “그냥 내가 도와줄게. 여기 시내와 거리가 있어.” 부승민은 진지한 얼굴로 얘기했지만 눈 밑은 까맣고 눈빛이 타올랐다. “뒷좌석으로 가. 칸막이가 있어.” 말을 마친 후 그는 깊은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본 뒤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고 차에 탔다. 온하랑은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몇 초 후, 보조석 문이 열리고 다시 닫혔다. 같은 쪽의 뒷좌석 문도 열리고 다시 닫혔다. 칸막이가 올라가면서 뒷좌석은 하나의 독립적인 작은 공간으로 나뉘었다. 밀폐된 공간은 답답한 느낌을 주었다. 이 칸막이는 부승민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아무리 차가 넓어도 차실 공간이 그렇게 큰 건 아니었다. 게다가 칸막이가 하나 더 설치되니 공간은 더욱 좁아졌다. 이번에는 예상치 못하게 그 칸막이가 필요하게 되었다. 온하랑의 넓은 가슴을 보자 부승민의 숨이 더욱 거칠어졌다. 부승민은 온하랑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아 이마를 맞대고 그녀를 바라봤다. 온하랑은 잠시 몸을 뒤척였지만 곧 저항을 포기했다. “하랑아, 나 너무 보고 싶었어. 너도 나 보고 싶었어?” 부승민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온하랑은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은 부승민의 가슴에 닿아 있었고 그의 심장 박동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 강한 심장소리는 그녀에게 묘한 안도감을 안겨주었다. 부승민의 손은 온하랑의 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움직임은 상냥하고 섬세했다. 그는 온하랑의 입술을 바라보다가 이내 머리를 숙여 입을 맞췄다. 그가 경주에 온 지 한 달이 채 안 되었고 그동안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루에 한 번, 가끔 이틀에 한 번씩. 그는 온하랑이 감정 결과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게 자신

  • 위태로운 제안   제1245화

    차가 천천히 청림 별장의 정문 앞에 멈췄고 온하랑과 부승민은 차에서 내렸다. 별장 내부는 우아하고 푸릇푸릇 한 자연이 가득하며 공기는 신선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온하랑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곧 있을 만남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부승민은 그녀의 옆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고 아무 말 없이도 그녀에게 힘을 주었다. 부승민은 선물을 문을 연 도우미에게 건네주었고 두 사람은 뒤를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 바로 그때 최동철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캐주얼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들이 들어서자 최동철은 온하랑을 몇 번 쳐다본 후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랑아, 얼굴이 좋아 보이네. 환영해.” 온하랑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철 씨, 오랜만이에요.” 최동철은 부승민을 바라봤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 “하랑아, 뭐 마실래?” “뜨거운 물이면 돼요.” “이건 메이슨을 위한 선물인가?” 최동철은 바닥에 놓인 종이 상자를 보며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네.” 온하랑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XX 가게의 신상 로봇이에요. 시간이 촉박해서 이걸로 먼저 골랐어요. 메이슨이 좋아하면 좋겠어요.” “로봇? 나는 생각도 못 했네. 역시 하랑이 세심하네.” 그때 도우미가 뜨거운 물과 과일을 가지고 왔다. “동성 씨, 이제 그만 칭찬하세요. 메이슨을 그렇게 잘 돌봐줬는데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해요.” “말만 하지 말고 물이나 마셔.” 부승민은 목을 가다듬고 물컵을 들며 그녀에게 건넸다. “네.” 온하랑은 물컵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 최동철을 보며 물었다. “메이슨은요?” “지금쯤은 위층 방에서 놀고 있을 거야.” 최동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평소에는 선생님이 함께 있어. 놀이와 교육을 병행하면서 중간에 쉬는 시간도 가져. 전에 메이슨을 데리고 동네 한 바퀴 돌아보려고 했는데 좀 꺼려 하고 거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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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안은 어두웠고 쥐죽은 듯 조용했으며 가끔 바깥 거리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만 들렸다.설윤이 네 번째로 몸을 뒤척일 때 옆에서 최동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이 안 와요?”낮고 유혹적인 목소리가 깊은 밤의 정적을 뚫고 그녀의 고막을 가볍게 두드렸다.“... 네, 동철 씨도 잠이 안 와요?”“네.”최동철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실내는 다시 조용해졌고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집안의 난방이 너무 커서인지 설윤은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 다치지 않은 발목으로 이불을 걷어차며 팔을 이불 밖으로 내밀었는데 조심하지 않고 최동철이 밖에 놓은 팔과 부딪혔다.피부가 닿는 순간 설윤은 재빨리 팔을 비켰으나 뜻밖에도 최동철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떠나지 못하게 했다.그의 손은 매우 컸다. 뜨거운 온도가 그녀의 몸에 닿는 순간 그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얼굴에 퍼지며 설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설윤은 머뭇거리다가 그의 손에서 손목을 빼려고 힘을 썼지만 실패했다.“뭐 하는 거예요?”“보통 운동 후에 몸이 피곤해서 잠이 잘 오는데, 한 번 시도해 보겠어요?”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설윤은 그의 차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묻는 것 같았다.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벼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그녀의 대답은 마치 닫힌 문을 여는 열쇠처럼 들렸다. 최동철은 그녀의 팔을 풀어주었는데 그녀가 손을 거둘 때 신속히 이불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남자는 공격적인 기운을 풍기며 달려들어 순식간에 그녀를 덮쳤다.설윤은 저도 모르게 또 겁이 났다.그녀는 숨을 죽이고 손끝을 그의 가슴에 떨어뜨린 채 천천히 위로 거슬러 올라가 어깨에 놓았다.“... 몸에 상처가 있는데 그럼...”“조심할게요.”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눈이 마주쳤다.서로의 눈 밑에는 빛을 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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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윤이 차례로 밖에 씌워져 있는 랩과 붕대를 제거하니 몇 바늘 꿰맨 상처가 드러났다.그녀는 알코올로 주변을 부드럽게 닦은 후 다시 연고를 꺼내 면봉으로 고르게 발랐다.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드러난 옆모습은 매끄러운 얼굴 라인을 자랑했다. 아마 스무 살 어린 나이어서인지 볼에는 젖살이 있어 통통했고 피부는 희고 섬세해서 모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거즈를 몇 바퀴 두른 후 설윤은 나비 모양으로 매듭을 지었다.“다 됐어요.”“고마워요.”“별말씀을요.”설윤은 자신의 발목을 내려다보았다.“난 샤워하러 가고 싶어요. 욕실에 걸상 하나 놔줄 수 있어요?”최동철은 몸을 일으켜 동그란 걸상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다시 나오면서 그는 다치지 않은 팔을 내밀려 말했다.“부축해 줄게요.”설윤은 느릿느릿 침대로 옮겨 한 손을 그의 팔에 얹고는 다치지 않은 발을 먼저 땅에 대고는 절뚝거리며 화장실로 갔다.그녀를 안쪽 욕실로 데려다준 후 최동철은 샴푸 등을 욕실 벽에 있는 선반 위에 놓아주고는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아 주었다.설윤은 느릿느릿 옷을 벗었다. 속옷은 팬티는 이거 하나밖에 없었다. 빨면 곧 마를 수 있겠지만 마르기 전에는 그저...이틀 전에는 혼자 살아서 괜찮았지만 지금은 곁에 남자가 한 명 많아졌다.그러나 씻지 않으면 위생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두 장 더 사는 건데...’고민 끝에 설윤은 속옷을 빨았다. 다 빤 후 드라이어로 말리면 10분 정도면 다 마를 수 있었다.이때 설윤은 문득 최동철이 나왔을 때 머리를 말리지 않은 것이 떠올랐는데 보아하니 드라이어로 팬티를 말린 것 같았다.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설윤은 팬티를 씻고 말린 후 간단히 머리도 말렸다. 그런후 속옷과 팬티를 입고 목욕 수건을 둘렀는데 다행히도 이 수건은 충분히 길어서 가슴부터 무릎까지 감쌀 수 있었다.이때 밖에서 문소리가 들렸다.“다 씻었어요?”“...네.”“그럼 제가 들어갈까요?”

  • 위태로운 제안   제1305화

    그녀의 최근 행동을 보면 물질, 환경, 품질 등에 큰 요구가 없는 것 같다."물론이죠."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잣집 도련님은 일반인에게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설윤은 회억에 잠겨 말했다.“제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그때 이웃들이 그러는데 엄마 병은 고칠 수 있었지만 돈이 없어서 일찍 퇴원했기 때문에 병세를 끌어서 돌아갔다고 했어요.”엄마가 돌아간 후 집주인은 장례를 치러주고는 그녀를 보육원에 보냈다.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최동철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미안해요.”그는 그녀의 신원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문서에는 간단히 ‘6살 때 생모 병으로 사망’으로만 적혀있었다. 그녀의 입을 통해 들으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괜찮아요. 다 지나갔어요.”설윤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혹시 동철 씨는 돈이 싫으세요?”최동철은 그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돈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최국환과 임가희와 암투를 벌였을까?“돈은 나에게 있어 숫자일 뿐이죠. 어쩌면 우리가 다투는 것은 돈이 아니라 권력이에요.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권력이죠.”최동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설윤은 아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에서 최동철을 끌어들인 후 그는 주위를 살펴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처음으로 이렇게 허름한 곳에 왔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 참았을 뿐이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겨울 날씨여서 그런지 금세 어두워졌다.저녁을 먹은 후 설윤은 또 얼음찜질하고 연고를 한 번 더 발랐다.발목 부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을 보아 최동철이 샤워를 하는 모양이다.며칠 동안 피해 살다가 드디어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에 이르자 그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어깨에 부상이 났다고 설윤이 일깨워주었지만 최동철은 신경 쓰지 않고 랩으로 상처를 감싼 후 씻으러 갔다.설윤은 저도 모르게 어젯밤에 본 화면이 떠올랐다.넓은 어깨와 가슴,

  • 위태로운 제안   제1304화

    최동철은 잠시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그런데, 젊은이. 아내랑은 어떻게 알게 됐어? 정말 잘 어울리네.”둘 다 잘생기고 아름다웠으니까.“저희는... 대학 동기입니다.”“그래? 몰라보겠어. 아내는 참 어려 보이는데 벌써 스물여섯이라니.”최동철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네, 동안이라 자주 오해를 받습니다.”스물여섯은 설윤의 가짜 나이였다.집주인은 작은 양념병을 들고 나와 최동철에게 건넸고 우유 두 병도 함께 내주었다.돌아온 후, 최동철은 집주인 아주머니의 말을 설윤에게 전했다.설윤은 웃으며 말했다. “동철 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서로 잘 맞춰주니 완벽하네요.”최동철은 가볍게 웃으며 가스레인지의 밸브를 열었다.점심은 밥에 감자 볶음과 돼지고기였다.최동철의 요리 실력은 훌륭했다. 삼겹살을 바삭하게 볶아내 느끼함 없이 밥과 잘 어울렸다.다행히도 다친 쪽은 왼팔이라 오른손으로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었으나 속도는 다소 느렸다.식사 후, 설윤은 다시 한 번 발목에 냉찜질을 했다.냉찜질을 끝낸 후 최동철이 약을 가져오자 설윤이 말했다. “제가 할게요.”“그래요.” 최동철은 순순히 응했다. 한 손으로는 불편했으니까.바쁜 대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외출할 수 없는 민박집 안, 두 사람은 갑자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설윤은 침대에 기대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고 최동철은 소파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잠시 멍하니 있었다.설윤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옆모습은 뚜렷한 이마선과 오똑한 콧대가 더해져 눈매가 깊어 보였고 날카로운 턱선이 또렷했다.정말 잘생겼다.그의 이목구비는 최국환과 약간 닮았다.하지만 나잇살이 들어 퉁퉁해진 최국환과는 달리 최동철은 참으로 젊었다. 눈빛 속에도 서른 살 남자의 단단함으로 가득했고 이는 세상 물정에 밝고 노련한 최국환과 완전 달랐다.잠시 머뭇거리던 설윤이 말했다. “동철 씨, 피곤하면 여기서 주무세요.”그의 키는 너무 커서 작은 소파에선 편히 쉴 수 없었다.설윤은 발목 부상

  • 위태로운 제안   제1303화

    최동철은 약품이 담긴 봉지를 찾아 안에서 멍과 부기를 가라앉히는 연고를 꺼냈다. 고개를 돌리니, 설윤이 느릿느릿 신발을 벗고 있었다.그는 연고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그녀 앞에 쭈그려 앉았다. “내가 해줄게요.”신발과 양말을 벗자 뽀얗고 작은 발이 드러났다. 다섯 개의 발가락은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고 동글동글 귀여웠다. 발톱은 깔끔한 곡선을 이루며 정리되어 있었으며 발등의 뼈선은 유려하게 흐르며 섬세한 곡선을 그렸다.발목 근처에는 큼직한 멍과 부기가 올라와 있었다.최동철은 그녀의 발바닥을 받쳐 들고 부은 부위를 살짝 눌러보았다.“앗...” 설윤이 숨을 들이마시며 얼굴을 찡그렸다.“아파요, 누르지 마세요.”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상태가 꽤 심각해 보이는데 내가 침대까지 옮겨줄 테니까 당분간은 움직이지 마요.”그렇게 말하며 일어나 그녀를 안으려 했다.“안 돼요!” 설윤은 급히 손으로 그를 막았다. “동철 씨도 팔 다쳤잖아요.”최동철은 몸을 숙여 다친 왼팔은 내리고 오른팔로 그녀의 다리 밑을 감싸 안았다. “두 손으로 내 목을 잡아요. 이쪽 팔은 힘을 쓰지 않을 거니까 안심해요.”한 손으로 안으려고?설윤은 그의 목에 양팔을 감고 조심스럽게 몸을 맡겼다.그는 오른팔로 그녀의 허벅지를 받치고 두 걸음 만에 침대 곁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잠시만 기다려요. 집주인한테 얼음팩 좀 받아올게요.”“네.”최동철은 약 10분 뒤 얼음주머니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 하나는 냉장고에 넣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발목에 살며시 대주었다.얼음의 차가운 감촉에 설윤은 본능적으로 입술을 앙다물고 손으로 얼음주머니를 누르며 말했다.“너무 차가워요.”“20분은 찜질해야 해요. 하루에 세 번에서 네 번 정도로요.”설윤은 그에게 붕대를 가져와 얼음주머니와 발목을 단단히 감도록 했다.그녀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둘 다 밖에 나가지 말죠. 배달 앱으로 장을 보면 되니까요. 그런데 동철 씨,

  • 위태로운 제안   제1302화

    의사는 최동철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젊은이, 앞으로는 아내 말 잘 들어요.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여보, 들었지? 의사 선생님도 그러시잖아!”최동철은 잠시 입을 말없이 있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겠어.”봉합이 끝난 뒤, 의사는 약을 처방해주었다.병원을 나서며 설윤은 최동철을 바라보았다. “이제 어디로 갈 거예요? 누가 데리러 와요?”최동철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짧게 대답했다. “당분간은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설윤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요?”“그건 알 필요 없어요.”설윤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요.”그녀는 두 걸음 앞서 걸으며 말했다.“이 작은 도시는 꽤 조용하네요. 며칠 더 머물 생각인데, 동철 씨도 안 간다니까 같이 지낼까요? 서로 보호도 되고.”최동철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호텔은 눈에 띄니까 단기 임대 민박을 찾는 게 더 안전하고 편리할 거예요.”“좋아요.”“근데 검색해 보니까 민박은 대부분 더블침대 방이더라고요. 괜찮으세요?”“설윤 씨가 괜찮다면 전 상관없어요.”“그럼 예약할게요.”최동철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온라인으로 예약할 거예요?”대부분의 예약 앱은 신분증 정보를 입력해야 해서, 한 번 사용하면 위치가 노출될 위험이 있었다.설윤은 그의 걱정을 알아채고 휴대폰을 흔들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이 폰은 제 이름으로 등록된 게 아니에요. 추적 못 할 거예요.”최동철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준비가 철저하네요. 그런데 어떻게 임가희한테 이렇게 몰렸어요?”“임가희가 이렇게 빨리 제 존재를 눈치챌 줄 몰랐거든요. 그랬다면 좀 더 철저히 준비했을 텐데요.”최동철은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먼 곳을 바라봤다. 마치 자신이 그녀의 정보를 넘긴 장본인이 아니라는 듯이.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두 사람은 예약한 민박으로 향했다.민박은 단일 방 구조로, 면적은 47㎡. 방에 들어서면 왼쪽에는 오픈형 주방이 있고 가스레인지

  • 위태로운 제안   제1301화

    이튿날 아침, 최동철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패딩 점퍼에 청바지, 스니커즈, 그리고 새로 정리한 헤어스타일까지 더해지니 몇 년은 젊어 보였다. 게다가 넉넉한 핏의 패딩은 그의 체형을 자연스럽게 감춰주었다.“자, 마스크도 잊지 말고 쓰세요.”“네.” 최동철은 대답하며 책상 위의 마스크를 집어 썼다.지금 이 모습이라면 자세히 보지 않는 한 그를 알아보긴 어려울 터였다.최동철은 설윤이 입고 있는 패딩 점퍼를 힐끗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설윤은 웃으며 설명했다. “작은 가게라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어요. 그리고 커플룩이 신분을 숨기기에 더 좋아요.”“그렇군요.”“제가 먼저 내려가서 체크아웃하고 주변 상황을 살펴볼게요. 연락드리면 그때 내려오세요. 미리 택시도 불러놓을게요.”“알겠습니다.”“그럼 다녀오겠습니다.”“네.”설윤은 크고 작은 가방을 들고 나갔는데 가방 안에는 두 사람이 입었던 옷이 담겨 있었다. 이곳에 그냥 두면 흔적이 남을 수 있어 길 가다 버릴 생각이었다.복도에는 아무도 없었고 설윤은 무사히 로비에 도착해 체크아웃을 마쳤다. 거리로 나서며 핸드폰으로 택시를 부르면서도 그녀는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폈다.길 건너편 왼쪽, 작은 만두 가게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가게 앞에는 접이식 테이블 두 개가 놓여 있었고 그중 한 테이블에는 건장한 남자가 앉아 가끔씩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그 자리는 아침을 먹으며 호텔을 감시하기에 딱 좋은 위치였다.설윤은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는데 감시자는 그 남자 한 사람뿐인 듯했다.아마도 어젯밤 이들이 호텔 방마다 수색했지만 최동철의 흔적을 찾지 못해 속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래서 한 명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주변을 수색하러 간 모양이었다.2분쯤 지나 설윤이 부른 택시가 호텔 앞에 도착했다.설윤은 최동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차 문을 열며 짐을 싣다가 말했다. “기사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 남편이 금방 내려올 거예요.”“네, 알겠습니다.”설윤은 다시 로비로 들어갔다.1분쯤

  • 위태로운 제안   제1300화

    최동철이 말했다.“그럼 내일 병원에 다녀와야겠어요.”“제가 도와드릴게요.”약을 다 바른 뒤, 설윤은 그에게 거즈를 감아주며 말했다. “됐어요, 이제 좀 쉬세요. 전 잠깐 나갔다 올게요.”“어디 가려고요?” 최동철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임가희 쪽 사람들이랑 마주칠 수도 있으니 조심해요.”“필요한 물건을 좀 사야 하거든요. 걱정 마세요.” 설윤은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 인간들 손아귀에서 도망쳐 나온 제가 다시 잡힐 것 같아요?”최동철은 그녀가 방금 주머니에 넣은 휴대폰을 힐끗 보며 물었다. “왜 아버지한테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 거예요?”“이미 기회를 놓쳤어요. 제가 뭐라 해도 믿지 않을걸요?”“그럼 이렇게 지내는 것도 괜찮아요?”“당연히 괜찮지 않죠.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어요. 기회만 생기면 반드시 다시 돌아갈 거예요.”“성공하길 바라요.” 최동철이 씩 웃으며 말했다. “돈은 있어요? 부족하면 제 카드를 써요.”설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럼 조금만 써도 돼요?”돈이야 많을 수록 좋은 법이니까.최동철은 벽에 걸린 외투를 가리켰다. “지갑은 저기 외투 주머니에 있으니까 직접 꺼내요. 현금은 많지 않지만 블랙카드는 비밀번호가 필요 없어요. 사람이 적은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을 거예요.”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니 고급 가죽의 촉감이 손에 닿았다.“얼마든지 뽑아도 괜찮아요?” 그녀가 돌아보며 물었다.“물론이죠.”“최 대표님, 참 후하시네요.”“제 목숨은 값으로 따질 수 없으니까요.”설윤은 밖으로 나갔다.최동철은 항생제를 먹고 씻은 뒤 침대에 누워 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곤했던지 스르르 잠이 들었다가 갑자기 깨어났다.시계를 보니 벌써 열한 시였다.설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최동철이 일어나 그녀를 찾으러 갈까 고민하던 찰나, 설윤이 돌아왔다. 그녀는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늦었네요. 위험한 일은 없었어요?”“없었어요.” 설윤은 고개를 저으며

  • 위태로운 제안   제1299화

    최동철은 그 말을 듣고 샤워기를 틀었다.설윤은 간식이 담긴 비닐봉지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그 위에 놓인 칼을 가렸고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걸어가 문을 여니 예상대로 복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는 방 안을 힐끗거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키우는 햄스터가 실수로 도망쳤는데, 혹시 보셨나요?”설윤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방금 밖에 나갔다 와서요. 잘 모르겠네요. 남편한테 물어봐 드릴게요.”그녀는 욕실 쪽을 향해 소리쳤다. “여보, 혹시 햄스터가 들어오는 거 봤어?”샤워기에서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설윤은 욕실 문을 살짝 열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여보, 작은 햄스터가 들어온 거 못 봤어?”몇 초간 침묵이 흐른 후, 그녀는 머리를 빼고 남자에게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못 봤대요. 다른 곳도 한번 찾아보세요.”“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남자는 의심 없이 돌아섰다.최동철처럼 몸에 상처를 입은 사람을 숨겨줄 이는 남자일 수밖에 없었다.설윤은 차분히 문을 닫고 귀를 문에 붙여 조심스럽게 소리를 들었다. 남자가 정말로 떠났음을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욕실 문을 열며 말했다. “갔으니 나와요.”그리고 테이블로 가서 비닐봉지 안에서 약들을 꺼냈다. “자요, 여기 이 약들이 충분한지 확인해봐요.”최동철은 뒤에서 걸어나와 약의 종류와 양을 살펴봤다. “고마워요.”“별말씀을요.” 설윤은 생수를 주전자에 붓고 버튼을 눌렀다. “제가 약 발라줄까요?”“그럼 부탁할게요. 고마워요.”최동철은 잠시 망설였으나 곧 수락하고 천천히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그가 왼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자 설윤이 다가가 도와주었다. 그녀는 그의 겉옷을 벗기고 벽걸이에 걸었다.안에는 짙은 회색 니트가 있었고 상처 부위는 터져 피로 얼룩져 있었다. 니트를 벗으려면 팔을 들어야 했기에 설윤은 그의 어깨 상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잘라낼까요? 이 옷은 이미 알아본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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