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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위태로운 제안: Chapter 1211 - Chapter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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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1화

“너...너...”최국환은 ‘너’라고 두 번이나 말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휴대폰 너머에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희미한 소음과 한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회장님...!”아마도 휴대폰 마이크가 떨어져 손상된 탓인지 이후 소리는 또렷하게 들리지 않았다.“회장님, 괜찮으세요?...지금 약을 가져올게요.”최동철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버지가 화를 참지 못하고 기절한 것 같았다.이 정도도 견디지 못하다니 정말 나약하다.최동철은 잠시 기다리며 휴대폰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여보세요, 이 박사님이신가요? 국환 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으셨어요. 호수별장 C동 8호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부탁드립니다.”‘호수별장 C동 8호?’최동철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곳은 아버지가 제삼자를 숨겨둔 곳 같았다.휴대폰 너머의 목소리는 최동철의 새어머니일지 궁금했다.최동철은 전화를 끊고 메이슨의 방으로 가서 한 번 들여다보았다.메이슨은 작은 책가방을 꼭 안고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고 문가에서 나는 소리에 어깨를 움츠렸다.최동철은 문을 조용히 닫았다.메이슨은 침묵했다.“...”몇 분 후 최동철은 쟁반을 들고 들어와 방에 내려놓았다. 그 위에는 우유 한 잔, 생과일주스 한 잔, 생수 한 잔, 샌드위치 한 개, 와플 한 조각, 토스트 두 조각과 삶은 달걀 한 개가 놓여 있었다.메이슨은 그릇 위의 음식을 보며 구운 빵의 향기를 맡고 본능적으로 침을 삼켰다.최동철이 말했다.“난 잠시 외출해야 해. 음식을 여기 두고 갈 테니 배고프면 조금 먹고 졸리면 잠깐 자. 미아 아주머니가 네 맞은편 방에 있으니까 필요하면 아주머니에게 부탁해.”미아는 메이슨을 위해 최동철이 고용한 영어를 할 줄 아는 가사도우미였다.메이슨은 최동철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최동철은 그릇을 탁자에 내려놓고 방을 나섰다.낯선 환경에 온 메이슨은 겁이 많았고 신중하여 방을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방 안에는 독립된 화장실이 있고 음식과 물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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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화

설윤은 아주 하얀 피부에 작은 얼굴 살짝 올라간 눈꼬리로 한눈에 보아도 유혹적인 인상이었다.“위층이에요. 최 대표님, 저를 따라오세요.”설윤이 먼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최동철은 잠시 설윤의 뒷모습에 시선을 두었다.옷차림은 신경 써 고른 듯 세련되고 유행을 아는 감각으로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옷이었다.설윤 역시 임가희처럼 술집에서 일했던 여자라고 들었다.아버지의 취향은 여전하다고 생각했다.침대 옆 탁자에는 반쯤 비어 있는 물컵과 약 그리고 최국환의 휴대폰이 놓여 있었다.최동철은 최국환을 잠시 바라보았다.“이 박사가 언제 깨어날 거라고 하셨나요?”“한 삼십 분 정도요. 제가 물 한 잔 가져다드릴까요...”“필요 없어요. 곧 갈 거예요.”“...알겠습니다.”설윤은 잠시 망설였다. 이 부자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자리를 비켜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최동철이 물었다.“여기 가사도우미 있어요?”“...시간제로 청소하는 분이 계세요.”“이곳은 요양하기에 적합하지 않군요. 곧 사람을 불러 아버지를 모셔 가도록 하겠습니다.”최동철은 이 젊은 여자가 아버지를 잘 돌볼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저...간병인을 부를 수 있어요.”설윤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최동철이 곧장 데려가겠다고 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물어보는 걸 보니 상황이 아직 변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최동철은 설윤을 힐끗 보며 비웃듯이 말했다.“편하신 대로 하세요. 찾으면 제게 알려 주세요. 그럼 먼저 갈게요.”최국환이 어렵사리 자리 잡은 곳이니 설윤은 당연히 더 머물기를 원할 것이다.임가희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다.설윤은 최동철이 보내는 시선을 못 본 척하며 대답했다.“네.”몇 걸음 옮기던 최동철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설윤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버지가 어떻게 기절하셨는지 알아요?”“...”최동철의 눈을 마주치자 설윤은 잠시 입을 떼면서 말했다.“모르겠어요. 제가 도착했을 때 회장님은 이미 쓰러져 계셨어요.”“네.”최동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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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3화

저녁이 되어 부승민이 퇴근하자 온하랑의 말대로 부시아는 그에게 최동철 광고 모델 건을 꺼냈지만, 부승민은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다행히 온하랑은 그 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금세 잊어버렸다.부승민은 속으로 이를 갈며 최동철의 교활함을 비난했다.병원에서 6일을 보낸 뒤 온하랑은 퇴원해 한 달간 산후조리에 들어갔다.두 가사도우미의 정성 어린 보살핌 덕분에 온하랑은 잘 먹고 잘 자며 신체적으로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마음 한편엔 여전히 걱정이 남아 있었다.하나는 인큐베이터 속 작은 아기를 그리워하는 마음이었고 다른 하나는 경주에 있는 메이슨을 걱정하는 마음이었다.온하랑은 오랜 고민 끝에 아기에게 ‘온강태’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태명은 ‘희망’으로 정했다. 건강하고 희망찬 하루하루를 보내라는 의미가 있다.인큐베이터 속 작은 아기는 간호사의 보살핌 아래 무럭무럭 자라며 모니터 화면을 통해 모습을 비추었다. 태어났을 때보다 살이 오르고 피부는 더 희어졌으며 머리카락도 짙어지고 몸도 한층 단단해 보였다.메이슨에 대해서는 최동철이 매일 온하랑에게 사진을 보내며 상태를 상세히 전해주었다.시간은 하루하루 평범하게 흘러갔다.온하랑은 일도 많지 않아 여유로운 나날을 보냈고 가끔 모니터를 보거나 뉴스를 훑어보았다.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핫이슈가 떠올랐다.[흉기 난동! 경주의 한 쇼핑몰에서 발생한 강력 사건!]온하랑은 별다른 생각 없이 기사를 클릭했다.누군가가 작성한 게시글에 따르면 경주 도심의 한 쇼핑몰에서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고 현장은 피투성이였다. 마침내 달려온 경비원에 의해 제압됐다고 한다.목격자에 따르면 피해자는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한 부유한 인상이었고 용의자는 평범하고 초라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 빈부 격차에 대한 원한에서 비롯된 범행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경찰 발표에 따르면 피해자 임 씨(여)는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 지장이 없으며 용의자 부 씨(여)는 형사 구류 중으로 사건은 추가 수사가 진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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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4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가 파견한 사람은 여전히 부선월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심지어 서정훈 쪽도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꽁꽁 숨은 부선월 때문에 부승민은 점점 불안해졌다. 그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온하랑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 입원했을 땐 부승민은 병원 주변에 수많은 사람을 배치시켜 부선월이 모습을 드러내기만 한다면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온하랑이 순조롭게 퇴원하고 산후조리를 위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부승민은 그럼에도 쉽게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부승민은 경주 경찰청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어쩐지 지금껏 부선월을 찾을 수 없더라니, 부선월은 애초부터 강남이 아닌 경주에 갔었던 것이다. 그녀는 경주에 오랫동안 숨어 지내며 임가희의 외출 루틴을 파악했다. 임가희는 몇몇 재벌집 사모님과 백화점을 쇼핑 중이었다. 칼을 들고 옆에서 뛰쳐나온 부선월이 임가희의 복부를 한 번 찌르고는 칼을 뽑아 또 미친 듯이 두 번 더 찔렀다. 임가희의 동행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고 행인들 역시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며 뿔뿔이 흩어져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모여들어 구경하기 바빴다. 누군가는 촬영을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경비를 불렀고 또 누군가는 경찰에 신고했다. 물론 구급차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임가희를 몇 번이나 찌른 후, 부선월의 시선이 다시 임가희의 얼굴에로 옮겨졌다. 그와 동시에 부선월의 손에 들린 칼이 임가희의 얼굴을 세게 그었다...다급하게 현장에 도착한 경비원이 부선월을 떼어내며 칼을 빼앗아 그녀를 제압했다. 부승민이 손을 들어 마우스를 클릭해 동영상을 일시 정지시켰다. 영상 속 부선월은 꼬질꼬질하고 몸에 맞지도 않은 패딩에 머리는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인지 일반적인 깔끔함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예쁘게 자라 50세가 넘는 나이였지만 여전히 우아함을 유지하고 있던 평소의 부선월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부승민이 눈을 감았다. 그의 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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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화

부승민이 면회를 신청했다. 면회 허가가 떨어진 후 형사가 부승민을 심문실로 안내했다. 부선월은 취조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옷에도 얼굴에도 여전히 핏자국이 남아있어 처참한 모습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확인한 부선월이 다시 고개를 숙이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왔니?”마치 시들어버린 한 떨기의 꽃처럼 마르고 비틀어져 더 이상 싱그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부승민은 자신이 곧 부선월의 히스테리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사람을 찌른 부선월은 오히려 평온하기만 했다. 너무도 평온해서 이상할 정도였다. “왜 그러셨어요?”부승민이 의자를 끌어와 부선월 맞은편에 앉았다. 부선월이 툭, 손바닥을 천장으로 내밀었다.“그거야 당연히 그럴 만한 짓을 했으니까.”“한 가지 소식을 알려드릴게요. 임가희 씨 안 죽었어요. 깨어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이미 나머지 생은 감옥에서 보낼 각오는 하신 거네요?”멈칫한 부선월의 얼굴에 순간 사나운 표정이 스쳐갔다. “안 죽었다고? 명도 길지. 아쉽게 됐네. 하지만 얼굴이 망가졌으니 그 얼굴을 최국환이 받아들일 리가 없어.”“또 다른 소식도 알려드릴게요. 최 회장님이 호수 별장에 다른 살림을 차리셨어요. 요 며칠 계속 거기서 지내셨고요. 임가희 씨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여자들이 있을 거예요. 하나하나 다 죽이실 만 하겠어요?”부선월 얼굴에 드리웠던 미소가 순간 굳어졌다. 그녀의 눈빛이 음산하게 변해갔다. “요즘 힘들게 지내신 것 같던데요. 심지어 남은 인생까지 내던지셨어요. 이런 남자를 위해 굳이 왜요?”“남은 인생?”부선월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녀의 웃음소리가 점점 더 커지더니 눈가에는 곧 눈물이 새어나왔다. 마치 미치광이 같은 모습이었다. “내 남은 인생은 진작 망쳤어. 난 이제 돌아갈 곳이 없어. 끝까지 가는 수밖에.”부승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부선월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 돌아갈 수 있어요. 그러고 싶지 않으신 것뿐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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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화

잠시 생각하던 설윤이 고개를 돌려 최국환을 힐끔 쳐다보았다.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는 그를 보고는 곧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최국환 씨 휴대폰인가요? 여긴 경주세화병원입니다. 아내분께서 칼에 찔려 다치셨어요. 얼른 병원으로 오셔야 할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설윤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 최국환 씨 비서예요. 말씀하신 건 지금 바로 전달해 드릴게요. 저기, 임가희 씨는 지금 어떠신가요?”“자상을 많이 입으셔서 출혈성 쇼크가 왔었어요. 다행히 빠르게 응급조치를 취한 덕에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얼굴이 칼에 베어 상처가 심한 편이라 성형외과 진료가 필요할 것 같아요.”“네.”전화를 끊은 설윤의 표정이 조금 멍해졌다. 그녀의 입 꼬리엔 저도 모르게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임가희가 칼에 찔렸다고? 얼굴을 베였어?’‘대체 어떤 귀인께서 이렇게 좋은 일을 하신 거야?’평소의 최국환은 오후 2시 30분쯤이면 잠에서 깨어났다. 설윤은 2시 15분 쯤 방으로 들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최국환을 깨웠다. “국환 씨. 국환 씨?”“응? 무슨 일이야?”최국환이 게슴츠레 눈을 뜨며 잠에서 깨어났다. “방금 경주세화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임가희 씨가 다치셨다고요. 가보시겠어요?”말하며 입을 삐죽인 설윤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심각하대?”설윤이 최국환을 부축해 일으켰다. “잘 모르겠어요.”“그럼 가 봐야지.”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최국환의 움직임은 느긋하기만 했다. “저녁 저랑 같이 드시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돌아오실 거예요?”설윤이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최국환이 미소 지으며 설윤의 손등을 토닥였다. “내가 안 갔으면 좋겠어?”“당연하죠.”설윤이 최국환의 팔을 끌어안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임가희 씨가 병원에서 기다리고 계시잖아요.”“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가방 있다고 했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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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화

부승민이 취조실을 나간 후 부선월은 곧 기대에 가득 찼다.잠시 후 최국환이 오면 뭐라고 변명을 해야 그가 믿어줄까?부선월은 단지 최국환을 너무 사랑한 죄밖에 없었다. 한순간의 충동으로 저지른 일을 최국환은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자세를 바꾸며 고개를 숙인 부선월은 피가 잔뜩 튄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의 모습은 초라해 보일 것이 분명했다. 부선월은 허둥지둥 옷에 묻은 핏자국을 닦았다. 하지만 이미 옷에 스며든 핏자국은 아무리 애써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후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이러면 좀 깔끔해졌겠지?’이 모든 걸 마친 부선월이 인내심 있게 최국환이 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부선월이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이 눈앞에 서 있자 부선월의 얼굴에는 기쁨의 미소가 서렸다. 젊은 시절 그랬듯이 다정한 눈빛으로 최국환을 쳐다보았다. “국환 씨, 왔어?”최국환은 어두운 얼굴로 흥, 콧방귀를 뀌었다. 그가 버럭 소리를 높였다. “부선월, 아직도 웃음이 나와?”호통에 움찔한 부선월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최국환을 쳐다보며 가여운 모습으로 입을 삐죽였다. “국환 씨, 무슨 일 있어?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화를 낼 수 있어?”“무슨 염치로 나한테 무슨 일 있냐고 묻는 거야?”CCTV 속 장면을 떠올린 최국환의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가희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어. 지금도 병원에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어. 이렇게 독하고 악랄한 인간인 줄은 몰랐는데.”최국환의 비난에 부선월이 순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뭐? 임가희가 왜? 내가 뭘 했다고 악랄하다고 하는 거야?”그 말에 최국환이 냉소 지었다. “부선월, 지금 이 상황에서까지 연기를 하는 거야? 정말 너무 실망스럽군.”“국환 씨, 난 정말 당신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그래? 그럼 고개 숙여서 네 손목에 차고 있는게 뭔지 봐봐. 주변도 자세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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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화

“그러니까 자네 말은...”“이미 본인의 신분을 알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부선월 씨 정신감정을 의뢰했다고 해요.”“어느 호텔에 있는지 알아보게.”...병실 안.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베이비시터의 휴대폰이었다. 그녀가 조심스레 말했다. “연지 씨, 고은이가 계속 울음도 그치지 않고 분유를 먹는 족족 토하고 있어요. 돌아오시는 게 어떠세요?”베이비시터는 임연지에게 고은은 처벌을 피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임연지는 아이의 아빠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아이를 원하지도 않았다고 말이다. 임연지는 고은이 태어난 후로 아이에게 젖을 물리기는 물리기는커녕 눈길조차 주길 거부했다. ‘가여운 것.’차가운 임연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제가 있으면 데리고 병원에 가세요. 저한테 연락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에요?”그 아이만 보면 임연지는 자신이 온 경주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모욕을 겪은 일이 떠올랐다. “하지만...”베이비시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연지가 뚝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제 막 산후조리를 끝내고 아이의 수유 기간은 대략 6개월 정도였다. 이 6개월 사이에 다시 임신을 해야 형기가 만료될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꼭 임신을 해야만 한다면 그녀는 꼭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고 싶었다. “아...”임가희가 어렴풋이 의식을 회복했다. 쓰러지기 전 마주했던 잔인한 장면이 파라노마처럼 머리에 스쳤다. 임가희는 공포에 질린 채로 손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에 닿은 건 얼굴의 피부가 아니라 둘둘 감아진 거즈였다. “고모, 드디어 일어나셨어요?”인기척이 들리자 침대 맡으로 다가간 임연지가 눈시울을 붉혔다. “부상이 심각해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의사가 그랬어요.”“내 얼굴...”임가희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로 인해 얼굴의 근육이 움직이자 통증이 신경을 타고 올라왔다. “의사가 최선을 다해 봉합했어요... 나중에 성형외과 시술도 받으실 수 있고요... 고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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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9화

계성진의 전화를 끊은 부승민은 소파에 앉아 물을 마셨다.계성진을 시켜 경찰에 신고를 하긴 했지만 부승민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부선월이 노린 게 아무리 임가희라 해도 그녀는 존재만으로도 시한폭탄이었기에 최씨 집안에서 반드시 나서서 처리하려 할 것이기에 부승민은 계성진에게도 최선만 다하면 된다고 일러두었다.그 결과가 어떻든 그건 부승민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그때 갑자기 울리는 호텔 전화벨 소리에 생각을 멈춘 부승민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여보세요?”“손님, 여기 최국환이라는 분이 손님 가족이라고 만나 뵙고 싶어하시는데 방 번호 알려드려도 될까요?”“올라오라고 하세요.”잠시 멈칫하던 부승민이 대답을 마치고는 전화기를 내려놓았다.부선월이 최국환을 만나고 싶다 할 때도 연락을 하지 않았었는데 역시나 최국환은 제 아내인 임가희를 위해 이렇게 직접 부승민을 찾아온 것이다.몇 분 뒤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자 문을 열어준 부승민이 밖에 서 있는 최국환을 보며 말했다.“오랜만이네요, 최 회장님.”“그러게요.”“저 계속 이렇게 밖에 세워두실 겁니까?”복도를 두리번거리며 묻는 최국환에 부승민은 누가 봐도 거리를 두는 것처럼 문틀에 기대며 말했다.“그냥 여기서 말씀하시죠, 용건이 뭡니까?”최국환은 저와 닮은 부승민의 얼굴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부 회장님만 괜찮으시면 제가 식사 대접하고 싶은데 같이 내려갈까요?”“조금 있다 다른 일정이 있어서요, 그냥 여기서 얘기하시죠.”하지만 여전히 단호한 부승민의 태도에 최국환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승민아, 너도 네 신분에 대해서 이미 다 안 거지?”“네, 알아요.”표정 변화 하나 없이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부승민에 최국환은 그가 진작 자신이 친아빠인 걸 알았으면서도 부모로 인정하기 싫어 그동안 아는 척을 하지 않았음을 알아차렸다.그래서 별다른 표정도, 대화도 나누지 않고 이렇게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하지만 부승민이 제 아들이라는 걸 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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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0화

“심신이 불안정한 건 맞으니까 그냥 절차대로 진행한 것뿐이에요.”부선월이 그토록 죽고 못 사는 남자가 내뱉는 어이없는 말에 부승민은 냉소를 흘렸다.“감정 결과에는 아무런 관여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 마세요,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최 회장님도 결과엔 손대지 마세요. 검찰과 사법부에 맡겨야죠 그런 건.”부승민이 검사 결과를 조작할 거라고 생각했던 최국환은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자신이 오해했나 싶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그렇게 말하니 나도 마음이 놓이는구나, 할아버지가 잘 키웠나 보구나. 사실 나도 후회 많이 했어. 왜 그때...”“얘기 다 끝났으면 이만 돌아가 보세요.”제 말을 끊으며 방문을 닫아버리는 부승민에 최국환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부선월과 임가희 사이의 일은 빠르게 기사화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사람들은 피해자를 동정하고 가해자를 나무라고 있었다.얼마 못 가 사라질 사람들의 관심은 고작 그게 전부였다.가십거리를 즐기는 건 사람들의 본능이었다.그들이 특히 좋아하는 건 언제나 남녀 사이의 스캔들이었기에 이번에도 눈에 띄는 기사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경주 백화점 가해자와 피해자 부부의 관계”기사를 클릭해보면 안에는 어떻게 알아냈는지도 모를 비밀스러운 내용들이 적혀있었는데 칼부림 사건의 가해자는 BX 그룹 회장을 지냈었던 부선월이고 피해자는 경주 최씨 가문 최국환의 아내 임가희인데 최국환과 부선월 사이의 아들이 바로 부승민이라는 얘기였다.기사에는 BX그룹을 등에 업은 부선월이 평범한 집안 출신인 임가희를 여러 차례 도발해왔다고 서술되어있었다.온라인에서 내연녀는 누구나 다 욕하는 존재인데 이토록 기고만장하고 칼로 본처를 찌르기까지 하는 내연녀에게는 더욱더 자비가 없었다.내연녀가 권력까지 있으니 본처는 꼼짝없이 당했다는 내용과 재벌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그리고 부승민이라는 존재까지 더해지니 기사는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그 양이 어찌나 많은지 이 일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오며 가며 기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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