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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111 - 챕터 120

1272 챕터

제111화

사무실은 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아무도 감히 말하지 못했다.BX 그룹에는 직원 단톡방이 있었는데 평소 내용 공고용으로 자주 사용되었다.단톡방의 주요 관리인은 대표실의 조 비서였다.부승민도 단톡방의 관리인이지만 그는 한 번도 단톡방에 무언가를 올린 적이 없었다.단톡방에는 비록 사람이 많았지만 상사들도 모두 있었기에 대부분의 시간 동안 조용했고 직원들도 감히 안에서 마음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오늘도 단톡방에 공고가 올라왔기에 직원들은 평소처럼 조 비서가 무언가 올린 줄 알고 단톡방에 들어가 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을 확인하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단톡방에 공고를 올린 사람은 관리인 배지를 달고 있는 '부승민'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었다.부대표가 단체 채팅방에 뭘 올렸다고?![BX 그룹 직원 수칙, 제53조: 엄격한 업무 분위기를 지향하고 좋은 업무 태도를 유지해야 하며, 업무 시간 중 모여 장난을 치거나, 업무 외의 사적인 일에 대해 논의하고, 소문을 퍼뜨리거나, 상사의 사생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1차 위반 시 경고 후 한 달 동안 월급 10% 감액, 2차 위반 시 월급 20% 감액, 3차 위반 시 즉시 해고 후 블랙리스트에 등기.]확인을 마친 사람들이 단톡방에 하나둘 답장하기 시작했다.추서윤이 부승민을 찾으러 회사에 왔을 때부터 직원들은 각종 루머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부승민과 추서윤이 함께 있는 장면이 여러 번 찍히며 민윤커플을 덕질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러다가 부승민과 온하랑이 함께 있는 사진도 찍히면서 회사에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루머는 아무리 퍼져도 부승민에게까지 전해지지는 않았고, 부승민 역시 이런 작은 일에 관심을 둔 적이 없었다.그런데 오늘, 평소 단톡방에 있는 듯 없는 듯하던 그가 뜻밖에도 발언했다.직원 수칙 53조를 되풀이하는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그 의미까지 간단히 넘기는 사람은 없었다.한 소식통에 따르면 소문의 또 다른 당사자인 온 전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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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온 전무, 건강 회복한 거 축하해."오미연이 입꼬리를 씩 올리고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온하랑이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온 전무가 며칠 동안 안 오길래 얼굴 들고 다니기 창피해서 안 오는 줄 알았지 뭐야.”온하랑이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오 전무는 연말 상여금이 반이나 깎였는데도 기분이 좋아 보이네.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날 골탕 먹이고 싶었어? 오 전무 알고 보니까 통이 큰 사람이었네.”오미연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온하랑, 네가 이겼다고 생각해?”"무슨 뜻이야?”오미연이 눈썹을 올리며 은근하게 말했다."그게 정말 인턴의 업무 실수라고 생각해?”온하랑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실제로 이 일을 꾸민 것은 오미연이고 인턴은 그저 오미연의 죄를 뒤집어쓴 것에 불과했다.그의 표정을 지켜보던 오미연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한 일인 걸 너도 눈치챘는데 과연 대표님이 몰랐을까? 하지만 그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를 지키고 인턴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로 했어, 이게 뭘 의미한다고 생각해?”뭘 의미하냐고?온하랑이 눈을 내리깔며 생각에 잠겼다.그녀는 이미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부승민이 그녀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고, 그에게 있어서 추서윤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를 의미했다.온하랑과 오미연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서로를 견제하는 관계였기 때문에, 오미연이 아무리 그녀를 헐뜯어도 홍보팀 전무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을 것이다.결국 그녀의 평판보다 오미연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었다.오미연이 이어 말했다."연말 상여금은 아무리 많이 받아도 상여금일 뿐이고, 내 월급은 건드리지 않았어. 그리고 연말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서 상여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이런 애들 장난 같은 처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마 너뿐이겠지. 온하랑, 이제 대표님 마음속에서의 네 위치를 알겠어? 그는 마치 너를 보호하는 것처럼 단톡방에서 얘기했지만 실제로 너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어.”평판은 여전히 나빴고, 일은 예전과 다름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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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그녀는 그 오래된 베이커리의 초콜릿케이크를 또 먹고 싶었다."기사님,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가서 물건 좀 사고 금방 올게요."온하랑이 운전기사에게 당부하고는 차에서 내려 쏜살같이 DK 플라자로 들어섰다.‘애프터눈’이라는 이름의 이 베이커리는 DK 플라자에 들어선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는데 장사가 매우 잘 되었다.온하랑이 들어섰을 때 가게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있었다.그녀는 곧장 왼쪽 진열대 앞으로 가서 베이커리 직원에게 초콜릿케이크 하나와 레드벨벳 케이크를 주문하고는 줄을 서서 돈을 지불했다.온하랑이 종이봉투를 든 채 막 베이커리 가게를 나섰을 때 그녀는 마침 가게에 들어서는 두 여자와 맞힐 뻔했다."죄송합니다."사과하고는 길을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온하랑?”온하랑이 걸음을 멈추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한눈에 두 여자 중 마스크와 모자를 쓴 사람이 추서윤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옆에 있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그녀의 매니저였다.추서윤이 앞으로 나서더니 온하랑의 손에 든 종이봉투를 보며 말했다."케이크 사러 왔어? 너도 이 집 케이크 좋아해? 어쩜, 나도 좋아하는데.”"서윤 씨, 바쁜 와중에 직접 케이크 사러 올 시간도 있나요?”"당연하지.”"그럼 사세요,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온하랑이 돌아서자 추서윤이 또 그녀를 불러세웠다."잠깐, 네가 산 건 초콜릿케이크지?”온하랑은 온몸이 굳었다.‘애프터눈’의 케이크는 불투명한 포장지에 둘러싸여 있어 밖에서 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추서윤은 어떻게 알았을까?"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지?"추서윤은 마스크를 내리고는 웃으며 천천히 온하랑 앞으로 다가갔다."왜냐면 나도 이 집 초콜릿케이크를 좋아하니까.”온하랑이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추서윤은 그녀가 예상했던 말을 꺼내고 말았다.그녀는 자리를 떠나고 싶었지만 두 다리는 납덩이라도 붙인 것처럼 너무 무거워 들어 올릴 수 없었다.“예전에 나랑 승민이가 연애했을 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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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온하랑은 고개를 들어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보았다.그녀가 부씨 가문에 오고부터 부승민은 쭉 미적지근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고 둘 사이가 딱히 친한 것도 아닌데, 왜 갑자기 케이크를 사 왔지?"싫어?"그녀의 표정을 본 부승민이 묻자 온하랑이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어?그녀는 반 친구가 이 베이커리의 케이크를 먹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직접 사지는 못하고 그 친구 덕분에 운 좋게도 이 가게의 녹차 케이크를 한 번 맛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맛을 잊을 수 없었다.당시 아버지의 월급은 두 사람을 먹여 살리기 충분했고, 아버지도 온하랑에게 아낌없이 용돈을 주셨지만, 그래도 ‘애프터눈’의 케이크는 그녀에게 있어 거의 사치품 정도였고 평범한 가정의 온하랑에게는 약간 벅찼다."좋으면 됐어."부승민이 싱긋 웃으며 위층으로 올라갔다.온하랑은 방금 벌어진 상황을 믿을 수 없어 그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그러다가 부승민이 거의 위층에 도착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계단을 향해 큰 목소리로 말했다."작은 오빠, 고마워.”부승민이 눈치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가득했다.이들의 대화가 단순한 인사로 끝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녀는 눈앞의 케이크가 그들 사이의 관계를 가깝게 만들어 준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케이크 포장지를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았는데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지루할 것 같았던 수학과 물리 숙제마저 사랑스럽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케이크를 옆에 두고 숙제를 빨리 끝내고 나서 케이크를 먹자고 다짐했다.그날 그녀는 평소보다 30분이나 빠르게 숙제를 마치고는 마치 귀한 보물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케이크의 포장을 뜯었다.그리고는 급하게 먹는 대신 휴대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하지만 아무리 찍어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중에서 겨우 한 장을 건져 SNS에 올렸다. 내용은 글귀 없이 담백하게 케이크 이모티콘만 올렸다.그 SNS는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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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이번 달 초, 그가 출장에서 돌아온 날도 온하랑은 소파에서 잠들 때까지 그를 기다렸다.그러다가 나중에 이혼 얘기가 나온 뒤로는 더 이상 그를 기다리지 않았고, 저녁에 돌아오면 거실은 항상 어두컴컴하고 한기로 가득했다."대표님, 오셨어요."거실에서 나는 인기척 소리를 들은 도우미 아주머니가 나와서 인사했다."네.""술 드셨으니 해장국 끓여드릴까요?”"그래 주실래요.”부승민은 물을 마시고 소파에 등을 기대어 앉았다. 그는 눈을 감고 피곤한 듯 이마를 문질렀다.잠시 후 아주머니는 해장국을 거실 탁자 위에 올려놓고 부승민에게 말했다."대표님, 뜨거울 때 드세요.”"네."부승민이 눈을 뜨고 나지막이 대답했지만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아주머니는 뜨거운 김이 나는 해장국을 보더니 다시 부엌으로 가서 신선한 과일을 몇 종류 꺼내 부승민의 앞에 놓았다."대표님, 해장국 드시기 싫으시면 과일이라도 드세요.”접시에 있는 몇 가지 과일도 숙취 해소에 효과가 좋았다."고마워요.”“제가 해야 하는 일인데요 뭐. 이 과일들은 원래 사모님을 위해 준비한 건데, 사모님께서 오늘 입맛이 없으신지 저녁도 많이 드시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가셨어요. 과일에는 손도 대지 않았고요.”그 말을 들은 부승민이 잠깐 멈칫했다."저 사람 아직도 위가 안 좋아요?”"그냥 오늘만 좀 안 좋으신 것 같아요. 걱정거리도 있어 보이시고."아주머니가 은근히 주의를 주셨다.그녀는 할아버지 때문에 두 사람이 아직 이혼하지 못한 것을 알고 있었다.이유가 어찌 되었든 이 결혼은 또다시 기회를 맞이했고, 아주머니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두 사람이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기를 바랐다."알겠어요."부승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과일을 몇 입 맛보고 위층으로 올라가 쉬었다.다음날, 부승민이 달리기를 하고 돌아왔을 때 온하랑은 이미 식당에 앉아 있었고 아주머니가 아침 식사를 나르고 있었다.부승민은 올라가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다시 내려와 온하랑의 앞에 앉았다.“좋은 아침.”온하랑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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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부승민은 온하랑을 잠시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온하랑, 농담하는 거야? 하나도 안 웃겨. 네가 오 전무랑 업무상 라이벌 사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농담은 해서는 안 되지.”어쩐지 오미연이 그렇게 말하더라니.하지만 오미연이 미리 말하지 않았어도 그는 이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오미연은 BX 그룹에서 이미 여러 해 동안 일했고, 그녀의 인성과 업무 능력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오미연에게는 여러 해 동안 사귀어 온 남자 친구가 있는데, 어떻게 그를 좋아할 수 있겠는가.온하랑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녀의 말은 전혀 믿지 않으면서 왜 또 굳이 그녀를 신경 쓰는 것처럼 이것저것 묻는 걸까.온하랑은 부승민이 얼마나 가식을 잘 떠는 사람인지 잠깐 잊었다. 그가 진심으로 자기를 관심하는 거라고 착각하다니.점심 휴식 시간, 온하랑은 부승민에게서 온 메시지를 받았다.[점심에 내 사무실로 와. 네 몫도 시켰어.]온하랑은 대화창을 보며 문자를 적어넣었다.[식당에 가서 먹을게.]하지만 그녀의 엄지손가락이 송신 버튼 위에서 계속 머뭇거리다가, 결국 몇 초 후 그녀는 대화창을 지운 후 다시 문자를 적었다.[그래.]부승민의 사무실에 도착하니 소파 앞의 탁자 위에는 이미 점심 식사가 가득 놓여 있었다.온하랑은 도시락 옆에서 익숙한 포장을 발견했다.온하랑의 시선이 옆에 닿자 부승민이 말했다."너 먹으라고 주문한 초콜릿케이크야. 너 이거 좋아하지 않았어? 점심 식사 후에 먹어.”온하랑은 그제야 부승민이 케이크 하나로 그녀를 달래려고 하는 걸 눈치챘다.예전에는 이 방법이 통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애프터눈’의 초콜릿케이크를 보자마자 기분이 곤두박질쳤고 입맛이 싹 사라졌다.그녀는 케이크 포장이 마치 더러운 쓰레기라도 되는 양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온하랑은 부승민의 맞은편에 앉아 음식을 몇 입 먹는 듯하다가 수저를 내려놓았다."다 먹었어.”부승민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겨우 그거 먹고? 좀 더 먹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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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부승민이 돌아서서 온하랑을 한번 보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온하랑은 입술을 깨물고 심호흡을 한 뒤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며 병실로 들어갔다."할아버지.”할아버지는 집에 갈 생각에 들떠서 얼굴에 웃음을 띠며 일찌감치 소파에 앉아있었다."왔구나, 어서 돌아가자.”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자 온하랑이 부승민의 손을 뿌리치고는 할아버지 곁으로 가서 그를 부축했다."할아버지, 천천히 걸으세요.”"괜찮아.”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할아버지의 반대편으로 가서 그를 부축했다.그러자 할아버지가 손을 흔들어 그를 막았다."걱정하지 마. 내가 걸을 줄 모르는 것도 아니고.”임 원장과 그의 조수들도 함께 저택에 갔다.할아버지가 집에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 부민재가 임 원장의 조수들을 한동안 저택에 머물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할아버지께서도 어쩔 수 없이 허락하셨다.저택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온하랑과 부승민이 소파에 앉아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다.얼마 지나지 않아 부민재과 그의 아내 소청하가 왔고, 그들은 아들 부윤민도 데리고 왔다.부윤민은 지금 네 살이고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아기가 씩씩하게 자라고 있어서 다들 귀엽게 봐주었다.그는 작은 가방을 메고 먼저 할아버지, 할머니께 가서 인사했다."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안녕하세요.”"오냐."할아버지가 부윤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증손자를 귀여워하셨다."이리와, 우리 증손주 좀 안아보자. 윤민이 오늘 학교 안 갔어?”"엄마 아빠가 증조할아버지 보러 와야 한다고 했어요. 효도하는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요.”"아이고, 착해, 우리 강아지! 윤민아, 이 사람들이 누군지 알겠어?"할아버지가 온하랑과 부승민을 가리켰다.부윤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온하랑과 부승민을 바라보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삼촌이랑 숙모.”"우리 윤민이 기억력도 좋네."온하랑이 웃으며 손짓하자 부윤민이 온하랑의 곁으로 가서 앉았다.온하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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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온하랑의 몸이 잠시 굳는가 싶더니 그녀는 말없이 부승민과 눈길을 주고받고는 할머니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머니, 이번에 제가 깜빡 잊고 안 가져왔어요, 다음에 꼭 가지고 와서 보여드릴게요.”소청하가 옆에서 거들었다."그 오로라 자선 파티에 나왔다던 바다의 심장 말씀하시는 거죠? 저도 그때 그 팔찌 소문 듣고 가고 싶었는데 그날 밤에 일이 있어서 못 갔어요.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도련님이 사서 동서에게 선물로 줬다고 하더라고요. 하랑 씨 다음에 꼭 가지고 와줘요, 실물 구경 좀 해보고 싶어요.”할머니가 말했을 때까지는 그냥 적당히 얼버무려서 넘어갈 수 있었는데, 소청하까지 입을 열자 이 일은 아무래도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았다."에이, 실물 구경이라뇨, 이번 일은 아주버님이 잘못하셨네요. 형님께서 이렇게 갖고싶어 하시는데, 두고 보고만 계실 건 아니죠? 형님도 똑같은 걸로 하나 해주셔야죠. 바다의 심장을 만들었던 에메랄드 원료가 꽤 크다고 들었는데 아마 팔찌를 하나만 만들지는 않았을 거예요. 제가 가지고 있는 건 그중 하나일 뿐이고요.”"정말이에요?"온하랑의 말을 들은 소청하가 귀를 쫑긋 세우자 온하랑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소청하가 뜨거운운 눈빛으로 부민재를 쳐다보자 부민재가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사람 시켜서 알아보고 있다고 하면 바로 살게.”"그래요.”"아주버님은 형님한테 정말 잘해주시네요."온하랑이 부러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며 말하자 소청하가 의아한한듯 물었다."도련님도 동서한테 잘해주잖아요. 몇십억짜리 팔찌도 동서 말 한마디에 바로 사주는 걸 보니까 둘 사이도 만만치 않아 보이던데요.”온하랑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부승민은 그녀를 위해 쓰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다만 문제는 추서윤을 위해 쓰는 돈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만약 어떠한 물건이 단 한 개뿐이라면 그건 틀림없이 추서윤의 것이었다.그녀에게 주어진 건 추서윤이 원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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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굳이 묻지 않아도 추서윤이 한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건 많았다.그때 둘은 아직 친하지 않았기에 부승민은 그녀에게 케이크를 사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그리고 그녀가 이 일에 관해 계속 물어보면 부승민은 그녀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눈치챌지도 몰랐다.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됐다.“할 말 없지?"부승민이 다그치며 묻자 온하랑이 고개를 들어 부승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빠 지금 진지하게 이러는 거야?”"당연히 진지하지."부승민이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답했다."난 이제껏 할아버지와의 약속을 충실히 지켰어.”온하랑이 속눈썹을 내리깔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난 며칠 동안 부승민은 확실히 그녀에게 많은 관심을 줬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녀는 이미 그에게 너무 실망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기에, 그가 주는 호의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혹은 두려워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었다. 다시 그에게 빠진 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자아를 상실할까 봐, 그녀는 너무 두려웠다.온하랑이 침묵하는 것을 보던 부승민은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하랑아, 나 밀어내지 마. 이미 할아버지랑 약속했다며. 근데 왜 나한테 마음을 안 열어 주는 거야?”"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겠지."온하랑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그녀는 더 이상 그를 멀리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그에게 다가가지도 않을 것이다.그저 상처받기 전에 제때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만 유지하면 되겠지."알겠어. 그럼 우리 다시 안방으로 옮길까?”부승민은 온하랑이 허락하지 않을까 봐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올바른 부부 생활은 부부 관계에 많은 도움이 돼.”그 말은 들은 온하랑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3년 동안 그들은 꽤 화목한 부부 생활을 유지했지만 딱히 그게 부부 사이의 관계에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알겠어. 하지만 내 허락 없이는...”"알아.”...두 사람은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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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부승민은 그 자리에 멍하니 굳어있었다."온하랑."온하랑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몸을 뒤척이며 잠을 청했다.또 이런 상황.지금 그를 놀리는 건가?그러다가 잠시 후, 옆에서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자 부승민은 더욱 어이가 없어졌다.“...”그도 마지못해 옆에 누웠지만 너무 괴로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온하랑 좋은 일만 해준 기분이 들며 뭔가 밑진 것 같은 기분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즐길 만큼 즐긴 온하랑은 쿨하게 자리를 떠났고, 미련 가득한 그만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MQ 브랜드의 신제품이 이제 출시 준비 막바지에 들어섰다.추서윤의 광고는 여러 시리즈로 나뉘어 공식 출시될 예정이며, 광고 홍보 주요 플랫폼은 포털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였다.전에 추서윤 메이크업 사건이 일어났던 것 때문에 언론과 네티즌들은 이번에 그녀가 홍보할 제품을 주시하고 있었다.온하랑도 직원들에게 상시 언론을 주시할 것을 분부하고는 필요하다면 댓글을 이용해 여론몰이를 해도 좋다고 말했다.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MQ 홍보가 한창이었다.강남시의 몇몇 대형 광장의 전광판뿐만 아니라 지하철 안, 버스 정류장, 공항 등 여러 곳에서 MQ의 신제품 홍보 광고를 볼 수 있었다.온하랑이 착실하고도 바쁘게 시간을 보내던 와중, 그녀는 SNS에서 이미 3일 전에 수운성의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전무님."그때, 비서가 밖에서 뛰어 들어오며 다급하게 말했다."정인아 씨가 아프시대요. 어떡하죠?”비서가 말한 사람은 MQ 브랜드의 대외 대변인인 정인아였다.3일 후 그들은 신제품 발표회를 생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이었고, 매년 발표회마다 정인아가 무대에 올라 제품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설명을 해왔다."아프다고요? 어디가 아프시대요? 정인아 씨는 괜찮아요?"온하랑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물었다."오늘 아침 갑자기 복통이 심해져서 병원에 실려 갔는데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해야 한대요. 의사가 적어도 사흘은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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