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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3-13 17:21:17
부승민은 그 자리에 멍하니 굳어있었다.

"온하랑."

온하랑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몸을 뒤척이며 잠을 청했다.

또 이런 상황.

지금 그를 놀리는 건가?

그러다가 잠시 후, 옆에서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자 부승민은 더욱 어이가 없어졌다.

“...”

그도 마지못해 옆에 누웠지만 너무 괴로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온하랑 좋은 일만 해준 기분이 들며 뭔가 밑진 것 같은 기분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즐길 만큼 즐긴 온하랑은 쿨하게 자리를 떠났고, 미련 가득한 그만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

MQ 브랜드의 신제품이 이제 출시 준비 막바지에 들어섰다.

추서윤의 광고는 여러 시리즈로 나뉘어 공식 출시될 예정이며, 광고 홍보 주요 플랫폼은 포털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였다.

전에 추서윤 메이크업 사건이 일어났던 것 때문에 언론과 네티즌들은 이번에 그녀가 홍보할 제품을 주시하고 있었다.

온하랑도 직원들에게 상시 언론을 주시할 것을 분부하고는 필요하다면 댓글을 이용해 여론몰이를 해도 좋다고 말했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MQ 홍보가 한창이었다.

강남시의 몇몇 대형 광장의 전광판뿐만 아니라 지하철 안, 버스 정류장, 공항 등 여러 곳에서 MQ의 신제품 홍보 광고를 볼 수 있었다.

온하랑이 착실하고도 바쁘게 시간을 보내던 와중, 그녀는 SNS에서 이미 3일 전에 수운성의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전무님."

그때, 비서가 밖에서 뛰어 들어오며 다급하게 말했다.

"정인아 씨가 아프시대요. 어떡하죠?”

비서가 말한 사람은 MQ 브랜드의 대외 대변인인 정인아였다.

3일 후 그들은 신제품 발표회를 생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이었고, 매년 발표회마다 정인아가 무대에 올라 제품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설명을 해왔다.

"아프다고요? 어디가 아프시대요? 정인아 씨는 괜찮아요?"

온하랑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물었다.

"오늘 아침 갑자기 복통이 심해져서 병원에 실려 갔는데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해야 한대요. 의사가 적어도 사흘은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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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소문들은 온하랑이 마케팅 계정 이용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그녀는 이번에 진짜로 직접 나설 생각이었다. 대중들이 그녀에게 주는 관심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을 때 나서면 MQ발표회에 적지 않은 화제성을 몰고 올 수 있다.게다가 부승민과 추서윤은 발표회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기자회견 전날, 부승민이 퇴근 전에 미리 온하랑에게 문자를 남겼다.[저녁에 나 기다렸다가 같이 돌아가자.][그래.]온하랑은 퇴근 후 사무실에서 잠깐 야근하다가, 차에서 그를 기다리겠다고 그에게 문자를 남겼다.그녀는 지하 1층 주차장으로 내려가 뒷좌석에 앉아 잠시 휴대전화를 보았다.대략 10여 분이 지나서야 부승민이 지하 주차장에 나타났다.뒷좌석 문을 열고 차에 탄 그가 기사에게 말했다."가죠.”운전기사가 차에 시동을 걸자 차는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왔다."정인아 씨가 아프다고 들었어."부승민이 온하랑에게 물었다."맞아. 이틀 전에 아파서 입원했는데 어제 병문안 갔었어.”온하랑이 솔직하게 대답하자 부승민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내일 발표회에 정말 네가 나설 거야?”그는 실시간 검색어의 기사를 보고는 한눈에 온하랑이 손을 쓴 것임을 눈치챘다.온하랑의 이번 마케팅은 정말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온하랑이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안돼?”"안 될 게 뭐가 있어. 네가 두렵지만 않다면야.”"두려울 거 없어."온하랑이 깊게 심호흡했다.그녀는 카메라를 싫어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싫어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그것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다.그녀의 아빠는 기자로서 수많은 사람들과 당당하게 마주했었다. 그렇기에 딸인 그녀도 할 수 있다."괜찮아, 내가 있잖아."부승민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를 혼자 강가에 내놓은 부모처럼 온하랑을 걱정하었다.발표회는 9월 5일 오후 3시부터 정식으로 시작한다.오전에 리허설을 두 번 해야 하기에 온하랑은 이른 아침부터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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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22화

    추서윤이 기대를 담아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추서윤만으로도 온하랑은 이미 기분이 충분히 나빴는데, 부승민까지 와서 거들자 그녀는 지금 당장 구역질을 할 듯 속이 메스꺼웠다.‘서윤이가 너무 착해서 그녀에게 뭐든 해주고 싶다’고 했던가.정말 웃겼다.추서윤을 착하다는 말로 표현하다니, 정말 ‘착하다’는 단어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었다.온하랑이 아무 말도 없자 추서윤이 계속 말했다."하랑아, 네가 아직도 날 미워하는 거 알아... 그렇게 싫으면 이리 줘, 내가 버릴게.”추서윤이 온하랑의 손에서 종이봉투를 도로 가져가려 했다."됐어요, 그냥 받을게요. 추서윤 씨는 리허설 하러 가세요."온하랑이 말했다.지금 옆에는 부승민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 심지어 CCTV까지 있었으니, 그녀가 선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또 어떤 소문이 돌지 몰랐다.내일 당장 CCTV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며 온하랑이 추서윤을 괴롭힌다는 기사가 포털을 도배할지도 몰랐다.추서윤이 기쁜 듯 웃으며 말했다."고마워, 하랑아.”"승민아, 난 리허설 하러 먼저 갈게. 하랑이가 케이크를 먹는지 안 먹는지 꼭 확인해, 알겠지?”말을 마친 추서윤이 비서의 뒤를 따라 떠났다.온하랑이 케이크를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떠나려 하자 부승민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요즘 많이 바빴지? 앉아서 잠깐 쉴래? 케이크도 좀 먹으면서.”부승민이 종이봉투에서 조심스럽게 케이크를 꺼내 포크를 꽂고는 온하랑의 앞으로 밀었다.온하랑은 그가 이 정도로 추서윤의 말을 잘 들을 줄은 몰랐다. 아주 그냥 추서윤이 시키는 건 뭐든 다 해줄 기세였다."너 이거 좋아하지 않았어?”온하랑이 꼼짝도 하지 않자 부승민이 이어서 말했다.“아니면 서윤이 때문에 안 먹는 거야?”온하랑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포크를 집어 케이크를 한 조각을 떠서 입에 넣었다.분명 예전과 같은 맛이었는데, 예전에는 그렇게 맛있었던 케이크가 지금은 위에 들어가자마자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다."우욱-"온하랑이 입을 가리고는 다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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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23화

    각 플랫폼 라이브 방송에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부승민이 확실히 잘생기긴 잘생겼네.][쓰레기 같은 남자.]별의별 댓글들이 다 있었다.부승민 뒤에는 BX그룹 고위층 사람들이 있었고 그 뒤에 온하랑이 있었다.지난번 병원 근처에서 온하랑을 취재하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에서 가장 널리 퍼졌다.그 당시에 온하랑의 얼굴색은 무척 어두웠고 게다가 카메라가 좋지 않아 화질이 흐릿했다. 사람들은 이 동영상을 캡처하여 온하랑과 추서윤의 외모를 비교했다.온하랑은 이번에 정식으로 매체에 노출될 것이다. 그녀는 잠시 후 브랜드 대변인 신분으로 무대에 올라가 제품을 소개하고 게스트와 작은 이벤트에 참가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오늘 전문가에게서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을 받았다.카메라 앞에서 그녀는 담담하고 태연한 모습을 보여줬다.온하랑이 카메라에 나오자, 별의별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그녀가 이쁘다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었고 못생겼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그녀가 왜 추서윤보다 비주얼 순위가 앞설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발표회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고 댓글도 계속 많이 달렸다.카메라에 추서윤이 나오는 순간, 추서윤을 응원하는 실시간 댓글들도 가득했다.발표회의 처음 순서는 공식 대표 인물이 무대에 올라가 축사했다. 그러자 사회자가 다시 무대에 올라가 말했다.“다음 순서로 BX 그룹의 부승민 대표님께서 축사가 있겠습니다.”카메라를 부승민 쪽으로 돌리자, 그는 옷깃을 여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복을 입은 그는 키가 훤칠하고 몸매가 좋아 보였다. 그는 무대 위로 곧장 걸어가 사회자로부터 마이크를 받고 밑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말하기 시작했다.“게스트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부승민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오늘 이 자리에서 BX 그룹의 계열 브랜드인 MQ의 S/S 신제품의 출시를 볼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지금 제가 전체 직원분들을 대표하여...”그의 말투는 전혀 급하지 않고 여유로워 보였다. 스포트라이트가 그의 몸에 비추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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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24화

    사회자는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부 대표님 오늘 정말 운이 좋네요. 첫 번째 행운아가 되었습니다. 어서 무대로 올라오세요.”기자들은 끊임없이 셔터를 눌렀고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실시간 댓글 반응도 뜨거웠다.[가짜.][정해진 거네.][볼거리가 생겼군.]부승민이 일어나 무대로 올라갔다.“이벤트 시작에 앞서 간단한 인터뷰를 해볼게요. 부 대표님 오늘 첫 번째 이벤트가 무엇인지 아세요?”“모릅니다.”부승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확실히 몰랐다. BX 그룹은 여러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여러 계열사가 있어 이러한 활동이 많았다. 그래서 예전부터 무대에 올라 연설을 한 후 퇴장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활동인지 알려고 애쓰지 않았다.“온하랑 디렉터님과 같이 이벤트를 하시는 건 알고 있죠? 부 대표님은 온하랑 디렉터님에 대한 첫인상이 어떠세요?”그는 옆에 있던 온하랑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능력이 아주 뛰어난 친구입니다. 만약 온하랑 디렉터님이 없었다면 MQ는 오늘의 성적을 내지 못했을 겁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네요.”사회자는 목청을 가다듬고 일부터 기자들을 쳐다보면서 눈치를 줬다.“부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저희가 듣고 싶은 게 따로 있잖아요.”그는 사회자가 이렇게 나올 줄 모르고 어색하게 온하랑을 쳐다보았다. 사회자 대본은 미리 작성한 것이기에 사회자가 즉흥으로 이렇게 물어볼 리가 없었다. 분명 온하랑의 뜻이었다. 부승민도 그녀의 목적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이용하여 화제를 만들고 인기를 끌려 하였다.그러기에는 스캔들이 딱 맞았다. 게다가 추서윤도 지금 무대 아래에 앉아 있었다. 눈치 빠른 카메라 감독은 몇 번이나 추서윤에게 앵글을 맞췄다.사회자가 이렇게 묻자 기자들은 모두 정신을 차리고 혹시 어떤 정보라도 놓칠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렸다.네티즌들도 귀를 쫑긋하고 기대했으며 이 라이브 방송은 엄청난 인기를 불러일으키며 각종 플랫폼 홈페이지를 점령했다.부승민은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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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25화

    부승민과 온하랑은 눈을 마주치더니 실을 꿰기 시작했다. 부승민은 바늘을 물고 구멍을 그녀 쪽으로 대고 실을 꿰도록 맞춰주었다. 두 사람은 이마와 코끝을 맞대고 있었고 분위기는 무척 애매해졌다.눈치 빠른 카메라 감독은 일부러 클로즈업해서 두 사람을 촬영하였다. 얼떨결에 두 사람 입술은 서로 맞대면서 스쳐 갔다. 이때 카메라는 추서윤에게 앵글을 넘겼다.그러자 댓글은 폭발적이었다.몇 번인가 성공할 것 같았는데 항상 조금 모자랐다. 쉬워 보이는 게임이었는데 이렇게 어려울 수가.[X발, 이 계집애가 일부러 흔드는 건 아니지?][이러는데 둘이 그냥 동료라고?][그냥 게임이잖아. 왜 다들 이렇게 진지해.]스크린에서 카운트다운을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십몇 초를 남겨두고 드디어 구멍을 통과했다.게임 성공.“두 분 축하드립니다. 벌칙을 면하셨네요. 정말 아쉽습니다! 자, 부 대표님은 이제 자리로 돌아가 주세요. 지금부터 두 번째 게스트를 추첨하겠습니다.”스크린에서 수많은 이름이 오가고 있었다. 과연 누구 일가? 계획대로라면 추서윤이 뽑히게 된다.[무조건 계획된 거야.][기획을 참 잘해.]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추서윤이 무대로 올라갔다. 카메라는 추서윤과 온하랑을 같은 앵글에 넣었다. 두 사람이 이렇게 화목해 보이는 날이 오다니.하지만 댓글 분위기는 전혀 화목하지 않았다.사회자는 먼저 추서윤을 간단히 인터뷰했다.“다들 서윤 씨가 MQ 모델이자 이 또한 서윤 씨가 귀국하고 복귀한 첫 광고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요. 어떠한 계기로 이 브랜드 모델이 되셨나요? 특별한 에피소드 같은 게 있나요?”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렇게 특별한 건 없고요. 그냥 서로 마음에 들어서 협업하기로 했어요.”“그렇군요. 일부 네티즌들이 서윤 씨가 MQ 브랜드 모델이 되는데 부승민 씨가 도와줬다고 하는데 이 소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보다 더 직설적일 수는 없었다. 추서윤은 부승민을 쳐다보고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그런 적 없습니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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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26화

    “헐, 정말 스캔들 제대로 나겠는데?”카메라가 부승민의 얼굴을 찍고 있었다. 그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검고 깊은 눈은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았다.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무대에 오른 그는 추서윤 곁에 섰다.추서윤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그래도 머리 하나 정도 차이가 났다.매체들은 그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밀었다.카메라맨도 계속 그들을 찍었다. 그러다가 가끔 무대 아래의 온하랑을 찍기도 했다.사회자가 웃으면서 물었다.“관중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추서윤 씨한테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아까 얘기하시길 온하랑 디렉터님을 처음 만났을 때 온하랑 디렉터님이 열여섯 살이라고 했죠? 그럼 두 분의 첫 만남 장소는 어디입니까?”이 질문은 피디가 인이어로 사회자에게 알려준 것이다.추서윤은 입술을 말고 옆의 부승민을 힐긋 쳐다보았다.“추서윤 씨가 대답하기 싫으시면 안해도 됩니다. 하지만 다들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는 이미 알 것 같으니까요. 여러분들은 어떠세요?”댓글이 가득 올라와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다음 질문은 부 대표님께 하는 질문입니다. 추서윤 씨와는 언제 알게 된 거죠?”부승민은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대학 때요.”사회자는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오~ 오랫동안 알고 지내셨군요.”댓글 창의 분위기는 아주 뜨거웠다.두 사람이 사귄다고 얘기한 적은 없지만 사람들이 봤을 때 이건 공개연애나 다름없었다.민윤 커플의 팬들은 다시 살아났다.피디는 팬들을 가스라이팅할 줄 잘 알았다.아까 온하랑과 부승민의 행동에 민윤 커플의 팬들은 많이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또다시 기력을 되찾고 부활했다.“긴말 하지 않고 다음 게임 코너로 넘어가죠.”온하랑은 부승민과 추서윤을 위해 풍선 터뜨리기 게임을 준비했다.두 사람이 풍선을 몸 사이에 끼고 힘껏 끌어안아 터뜨리는 방식이었다.준비한 풍선은 많지 않았다. 모두 세 개였다.부승민과 추서윤은 힘을 합쳐 풍선은 터뜨렸다.사회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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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27화

    재치있는 대처에 팬들이 더욱 많아졌다.온하랑은 다른 인터뷰가 없었기에 스태프와 함께 뒤처리를 하고 있었다.한 매체의 기자와 감독이 온하랑에게 인터뷰를 제의했지만 온하랑은 거절했다.기자도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이 발표회에는 이미 많은 떡밥이 뿌려져 있었으니까.MQ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인스타와 네이버에서도 수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발표회가 끝난 후에도 열기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현장을 다 처리한 후, 온하랑은 직원들을 일찍 퇴근시켰다.오늘까지 홍보는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상품이 출시되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스튜디오에서 나온 온하랑은 부승민이 보낸 카카오톡을 발견했다.[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릴게.]그 문자를 본 온하랑은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뒷정리를 도와주면서 부승민을 보지 못했기에 그녀는 부승민이 추서윤과 함께 떠난 줄 알았다.다른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했겠지만 온하랑은 부승민의 표정이 굳어있다는 것을 알았다.부승민은 돈 많은 재벌집 자제들 중에서도 조용한 편이었다.아무리 팬이 많아도 개인 인스타를 만들지 않았다.인터넷에서 그가 바람을 피운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사생활을 일일이 보고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하지만 오늘의 발표회는 마치 부승민을 아이돌처럼 여기며 진행했다. 연예인들처럼, 예능에서 재밌는 게임으로 팬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 말이다.이건 BX 그룹의 대표에게 있어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다. 그것도 상대를 바꿔가면서.화를 꾹 참고 무대에서 내려온 건 온하랑의 얼굴을 봐서였다.온하랑은 부승민이 이따가 어떻게 화를 낼지 걱정되었다.하지만 언젠가는 마주해야 한다. 온하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와 부승민이 보낸 위치로 걸어갔다.“승민아, 오늘 저녁 나랑 같이 밥 먹자, 응? 어렵게 나온 거란 말이야. 내가 널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코너에서 추서윤의 목소리를 들은 온하랑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일단 돌아가. 오늘 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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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추서윤의 병이 그래서...“안 갈래. 안가.”추서윤은 울면서 말했다.“눈만 감으면 그날의 모습이 떠올라. 잊을 수도 없어. 내가 얼마나 너를 불렀는데... 네가 날 구하러 와줬으면 좋겠다고...”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하랑도 코너에 서서 나가지 않았다.이윽고 ‘쿵’ 소리와 함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온하랑은 두 손을 꽉 쥐고 몸을 약간 돌려 밖을 쳐다보았다. 검은색 카이엔이 지하 주차장을 나서고 있었다. 온하랑은 핸드폰을 보다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일이 끝난 듯한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부승민이 추서윤에게 마음 약해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부승민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래서 실망은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는 기분이다.부승민을 사랑하지만 기대는 할 수 없다.온하랑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서 택시를 잡고 집에 갔다.길에서 부승민이 문자를 보내왔다.[하랑아, 미안해.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응, 택시 타고 갈게.]온하랑이 대답했다.[저녁 같이 먹자. 기다려.][응.]온하랑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부승민이 추서윤 때문에 나갔을 때마다 이튿날에 돌아오곤 했으니까.만약 저녁을 먹기 전에 돌아온다면 내일 서쪽에서 해가 뜰 것이다.추서윤의 수단이 잘 먹힌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온종일 바삐 돌아챈 온하랑은 피곤해서 집에 돌아와 욕조에 물을 받았다.반신욕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을 보면서 인스타와 각종 SNS를 확인했다. 발표회에 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가장 핫한 건 부승민과 추서윤이었다.두 사람이 사귀는 것이 맞다고 싸우고 있었다.머글, 안티팬, 악개팬, 커플팬. 여러 사람들이 싸우면서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다.하지만 발표회가 있은 후, 온하랑은 누명을 벗게 되었다.사람들은 온하랑의 신분까지 밝혀냈다.네티즌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온하랑의 아버지는 유명한 기자, 온강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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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272화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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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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