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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작가: 고운
그럼 추서윤의 병이 그래서...

“안 갈래. 안가.”

추서윤은 울면서 말했다.

“눈만 감으면 그날의 모습이 떠올라. 잊을 수도 없어. 내가 얼마나 너를 불렀는데... 네가 날 구하러 와줬으면 좋겠다고...”

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하랑도 코너에 서서 나가지 않았다.

이윽고 ‘쿵’ 소리와 함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온하랑은 두 손을 꽉 쥐고 몸을 약간 돌려 밖을 쳐다보았다. 검은색 카이엔이 지하 주차장을 나서고 있었다.

온하랑은 핸드폰을 보다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일이 끝난 듯한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부승민이 추서윤에게 마음 약해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승민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래서 실망은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는 기분이다.

부승민을 사랑하지만 기대는 할 수 없다.

온하랑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서 택시를 잡고 집에 갔다.

길에서 부승민이 문자를 보내왔다.

[하랑아, 미안해.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

[응, 택시 타고 갈게.]

온하랑이 대답했다.

[저녁 같이 먹자. 기다려.]

[응.]

온하랑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부승민이 추서윤 때문에 나갔을 때마다 이튿날에 돌아오곤 했으니까.

만약 저녁을 먹기 전에 돌아온다면 내일 서쪽에서 해가 뜰 것이다.

추서윤의 수단이 잘 먹힌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온종일 바삐 돌아챈 온하랑은 피곤해서 집에 돌아와 욕조에 물을 받았다.

반신욕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을 보면서 인스타와 각종 SNS를 확인했다. 발표회에 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가장 핫한 건 부승민과 추서윤이었다.

두 사람이 사귀는 것이 맞다고 싸우고 있었다.

머글, 안티팬, 악개팬, 커플팬.

여러 사람들이 싸우면서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다.

하지만 발표회가 있은 후, 온하랑은 누명을 벗게 되었다.

사람들은 온하랑의 신분까지 밝혀냈다.

네티즌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온하랑의 아버지는 유명한 기자, 온강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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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톡방에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일 퇴근 후 회사 문앞에서 집합한다고.회사에서 버스를 대여해 그들을 데리고 미리 교외의 온천 리조트로 간다는 뜻이었다. 세 부문의 사람들을 합치면 도합 40여 명이었기에 차가 두 대 필요했다.이튿날, 사람들은 출근하면서 갈아입을 옷과 개인용품들을 챙겨왔다. 그리고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바로 밖으로 나갔다. 다들 온천 리조트에 대한 기대가 큰 모양이었다.온하랑이 내려왔을 때, 버스에는 사람이 꽤 많이 앉아있었다. 온하랑은 가방을 들고 차에 타서 뒤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뒤에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직원들이 더 타서 버스에는 거의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온하랑 디렉터님, 저 여기 앉아도 돼요?”한 남자가 다가와 물었다. 온하랑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앉으세요.”“감사합니다.”“괜찮아요.”온하랑은 옆에 앉은 남자를 알고 있었다. MF 부문의 직원인데 이름은 황세운이었다.원래 MQ의 사람이었는데 후에 MF로 간 것이었다.게다가 황세운은 전에 온하랑에게 관심이 있었다.그래서 온하랑은 크게 반응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얘기했다.그러다 갑자기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부 대표님도 가시게요?”온하랑이 고개를 돌리자 손에 캐리어를 든 부승민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어제 부승민은 운전해서 데려다주겠다고 했었다.하지만 온하랑은 동료들이 오해할까 봐 거절했다.“왜요? 부 대표님도 쉴 수 있는 거죠.”누군가가 웃으면서 얘기했다.그러자 사람들이 한마디씩 보태면서 장난을 쳤다.버스에는 이제 자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안쪽에 앉거나 뒤쪽에 앉아야만 했다. 부승민은 들어가면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황세운은 시선을 돌리고 놀라서 얘기했다.“부 대표님도 가실 줄 몰랐어요. 부 대표님은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인 줄 알았는데.”온하랑과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잣말 같기도 했다.온하랑은 대답하지 않고 차창문에 기대 눈을 감았다.버스가 온천 리조트를 향해 출발했다.버스 안은 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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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씨 가문의 저녁 식탁은 겉으로 보기엔 평온했지만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최동철은 식탁 한쪽에 앉아 냉랭한 표정으로 조용히 젓가락을 움직였다. 몇 번 음식을 집어 들었을 뿐 내내 말이 없었다. 그의 시선이 설윤을 스쳤다. 눈빛에는 차가움과 은근한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짧게 마주쳤고 설윤은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다시 최국환에게 시선을 돌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정하게 말했다. “여보, 집안 아주머니 손맛이 정말 좋아요. 너무 마음에 드네요.” “좋아한다니 다행이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 바로 준비하게 할 테니까.” 최국환은 그렇게 말하며 직접 그녀의 그릇에 반찬을 덜어 주었다. “고마워요. 여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연지는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설윤이 일부러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내며 사랑스러운 아내인 척하는 모습이 역겹기 짝이 없었다. 임연지는 이를 악물고 참으며 손에 쥔 젓가락을 부러질 것처럼 꽉 쥐었다. 혹여나 자신의 표정에서 감정이 드러날까 봐 애써 고개를 숙이고 밥만 떠넣었지만 도무지 목구멍을 넘어가질 않았다. 최동림 역시 그녀 옆에서 묵묵히 식사를 하면서도 가끔 설윤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흘끗 쳐다보았다. 그의 곁에 앉은 임가희는 가볍게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없이 진정시키려 했다. 그리고는 오히려 먼저 나서서 공용 젓가락으로 설윤의 그릇에 음식을 덜어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이거 한번 먹어봐. 아주머니가 제일 잘하는 요리야.” “고마워요. 언니.” 설윤은 미소를 띠며 음식을 한입 가져갔다. “정말 맛있네요.” 최국환은 식탁의 미묘한 분위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많이 먹어. 이제 둘이서 먹는 거니까 영양도 충분히 챙겨야지.” 설윤은 살짝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네. 여보도 많이 드세요.” ‘우웩!’ 임연지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제발 저 귀에 거슬리는 ‘여보’

  • 위태로운 제안   제1359화

    ‘뭐야. 저 여자 또 시작이네.’ 설윤은 체리를 입에 넣고 씨를 가볍게 뱉은 뒤 애교 섞인 목소리로 최국환의 어깨에 살짝 기대며 말했다. “고마워요. 최 회장님.” “아직도 최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최국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묻자 설윤은 잠시 머뭇거리다 옆에 앉아 있는 임가희를 흘끗 쳐다봤다. 그러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조그맣게 속삭였다. “여보, 더 먹고 싶어요.” ‘우웩!’ 눈앞에서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두 사람을 보자 임연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진짜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지?’ ‘그리고 고모부... 저 역겨운 느끼한 미소는 또 뭐야?’ 오늘 오후, 최국환은 직접 설윤을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그의 아내, 그러니까 임연지의 고모인 임가희는 설윤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설윤도 눈치가 있었는지 임가희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고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 후, 임가희는 집안의 가정부들을 모두 불러 모아 설윤을 가족의 일원으로 소개하며 자신과 동등하게 대하라고 당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임연지는 억울함과 불쾌함을 꾹 참고 어쩔 수 없이 설윤에게 좋은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진짜 토할 것 같아.’ 더 있다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할 것 같았다. 결국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은이를 보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황급히 2층으로 올라갔다. 조금 뒤 설윤도 피곤하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를 위해 최국환이 따로 가정부까지 붙여주었고 집안일은 손끝 하나 대지 않도록 했다. 설윤은 그저 편하게 지내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한동안 방에서 쉬던 그녀는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거실로 내려왔다. 그러다 계단을 내려오던 도중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낮고 묵직한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한 사람은 최국환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최동철. 설윤의 입꼬리가 은근히 올라갔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우아한 걸음으로 거실로 내려갔다. 거실 한

  • 위태로운 제안   제1358화

    최동철은 김지환의 말을 듣자마자 문서를 거칠게 덮었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김지환을 향했다. 싸늘한 눈빛이 그대로 박혀들었다. “설윤 씨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해.”낮고 냉정한 목소리가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네가 해야 할 일만 신경 써. 나머지는 간섭하지 말고.”그 차가운 분위기에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혔다. 김지환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경솔했습니다.”“됐어. 나가.”“예.”김지환은 속으로 싸늘한 긴장감을 느끼며 급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조용히 닫히는 순간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제안만 했을 뿐 직접 나서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설윤 씨가 임신한 지 3개월도 채 안 됐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처리할 생각이지?’ ‘그냥 아이가 태어나는 걸 지켜볼 셈인가?’ 어젯밤, 최동철이 설윤의 주소를 조사하라고 했을 때 김지환은 최동철이 직접 그녀를 만나 겁을 주고 이후 처리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후에도 최동철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계속해 봤자 의미 없었다. 김지환은 잠시 머릿속에서 이 일을 지워버리기로 했다. 요즘 회사 일이 많아 최동철은 매일 야근했고 김지환 역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대표님이 정시 퇴근을 하시네?’김지환은 놀라면서도 속으로 안도했다. 이제 더 이상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어깨가 가벼워졌다. 비서실 내부에도 한층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회사 로비. 노트북을 들고 사무실을 나가는 최동철을 본 김지환은 재빠르게 다가가 노트북을 받아들었다. 그와 함께 아래로 내려가며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대표님, 오늘은 일찍 퇴근하시네요. 메이슨 도련님 보러 가시는 건가요? 정말 좋은 아버지세요.”그 말에 최동철이 순간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강남시에서 돌아

  • 위태로운 제안   제1357화

    그때는 어린 마음에 부모님의 무관심이 좋기만 했는데 클수록 오재원은 그게 다 기대가 없어서였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었다.주위 사람들은 은연중에 자신과 형을 비교하고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집안의 무게는 형이 다 짊어지니 마음대로 살 수 있어서 좋겠다며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오기도 했다.모두가 내놓은 자식이라 해서 정말 그렇게 사니 부모님은 또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고 타박했다.그런 사람들 속에서 오직 임연지만이 오재원을 인정해주었다.오재원의 우수함을 발견하지 못한 건 오승은과 오형일이 부모 노릇을 잘 못 했기 때문이라며, 오재원이 이렇게 된 것도 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모 때문에 엇나간 거라며 그의 마음을 헤아려주었다.노력만 하면 절대 형한테 뒤지지 않을 거라는 그 한마디가 오재원의 가슴을 울렸고 오재원은 그때부터 임연지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오재원도 자신이 형보다 못 한 게 아니라 형이 받았던 교육을 못 받아서 이렇게 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재원아,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결혼생활은 오래갈 수 없는 거야. 넌 아주머니, 아저씨 자식이니까 너를 탓하진 않겠지만 나한테 그 화살이 올 거야. 그러면 날 더 싫어하시겠지.”“나도... 떳떳하게 너랑 결혼하고 싶은데...”임연지가 얼굴까지 붉히며 말하자 오재원은 그녀를 향해 무턱대고 약속부터 했다.“걱정 마 연지야. 내가 부모님 설득해볼게. 네가 내 아이까지 임신했으니까 부모님도 어쩌진 못하실 거야.”“고마워 재원아... 네가 내 옆에 있으니까 너무 든든하다.”오재원은 눈물을 글썽이는 임연지를 꼭 껴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당연한 일인데 뭐. 넌 나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니까 내가 너만은 꼭 지킬 거야.”“우리 부모님은 아직 내가 귀국한 거 모르셔. 내일 집에 가서 너랑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너희 집 가서 의논할 거니까 너도 고모랑 고모부한테 미리 말해놔.”“응. 아주머니, 아저씨랑 싸우지 마.”“알겠어.”...리우그룹 대표 사무실.“나가 봐.”보고도 끝난 마당에 최동철

  • 위태로운 제안   제1356화

    소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임연지는 이튿날 아침 바로 예쁜 원피스를 입고 청초함이 돋보일 수 있게 화장도 연하게 한 뒤 오재원에게 문자를 보냈다.[재원아, 나 너한테 할 말 있는데 우리 자주 보던 카페에서 볼까?]역시나 문자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오재원이 답장을 보내왔다.[알겠어, 바로 갈게.]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던 임연지는 그의 답장에 입꼬리를 올렸다.30분 뒤, 카페에 도착한 오재원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구석에 앉아있는 임연지를 발견하고는 서둘러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어딘가 불안하면서도 초조해 보이는 모습에 오재원은 걱정스레 물었다.“연지야, 왜 그래? 너 무슨 일 있어?”오재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임연지는 빨개진 눈시울을 하고 천천히 말했다.“재원아, 나... 나 임신 한 것 같아.”“진짜? 연지야, 이거 진짜야?”잠시 당황하던 오재원이 펄쩍 뛰며 좋아하자 임연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생리가 5일이나 밀려서 아침에 테스트기 해봤는데... 두 줄이더라.”두 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오재원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임연지의 손을 맞잡았다.“너무 잘됐다! 우리한테 드디어 아이가 생긴 거잖아!”그에 똑같이 기뻐하며 손을 맞잡던 임연지는 이내 울상을 지었다.너무 기쁜 마음에 임연지의 이마와 볼에 뽀뽀를 하며 희열을 만끽하던 오재원도 그제야 그녀의 굳은 표정을 발견하고 물었다.“연지야, 표정이 왜 그래?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 건데 너는 안 기뻐?”“기쁘지.”임연지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그냥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서. 감금 피하려고 임신한 애를 미혼모 가정에서 태어나게 하는 게...”“너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거잖아. 네 탓 아니야. 그리고... 우리가 결혼만 하면 미혼모 가정도 아니잖아. 나랑 결혼하자 연지야.”“싫어.”임연지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오재원을 외면했다.“왜 싫은데?”임연지가 침묵만 유지하자 조급해 난 오재원은 자리까지 옮기며 물었다.“연지야,

  • 위태로운 제안   제1355화

    한진이 답장을 하지 않아도 임연지는 혼자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설윤과 최씨 집안의 원한 관계를 짤막하게 설명해준 임연지는 설윤에게 파렴치하고 가증스럽다는 수식어를 갖다 붙였다.[나 그 여자가 우리 집에 들어오는 꼴 못 보겠어. 무슨 방법 없을까?]계속 답장이 없는 한진에 임연지는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그녀가 머리까지 다 말리고 나니 한진이 그제야 답장을 보내왔다.[네 고모가 이런 수모를 당한 게 아무래도 집안에서 발언권이 너무 없어서 그런 것 같아. 사촌 동생도 많이 어리니까 더 그렇지.][그럼 어떻게 해야 발언권이 좀 생길까?][옛날 역사를 보면 말이야 그때도 과거제도가 있었거든. 뭐 정시, 별시, 식년 아무튼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그때도 힘 있는 사람들이 좋은 자리는 다 꿰찼었어. 왕조가 망해도 권세가들은 그 부귀영화를 계속 이어갔지. 그런 집안들이 좀 되는데 나열하자면 많아.][...][그런 권세가들이 세력이 전부 다 조상들 덕분만은 아니거든. 중요한 건 혼인이야. 지금으로 말하면 정략결혼을 해서 자신들의 세력을 늘려나간 거지.][결혼을 시키라고? 그러기엔 동림이가 너무 어리잖아. 그리고 걔 결혼문제는 고모부가 나설 텐데 고모가 어떻게 끼어들어.][너 바보냐? 너 말하는 거잖아 너!][나?][그래.][그런데... 내 상황을 네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누가 나랑 결혼을 하고 싶어 하겠어?][오재원 있잖아. 너만 바라보는 놈.][!]생각해보니 오재원이라는 좋은 신랑감이 있긴 했다.한진의 말대로 오재원을 휘어잡다 보니 그는 이미 임연지 말에 따라 움직이는 개가 되어있었다.하지만 그럼에도 걸림돌은 있기 마련이었다.[그런데 그 집에서 나 별로 안 좋아하는데.][그게 무슨 상관이야. 오재원이 너 아니면 죽는다는데.][네가 오씨 집안 사람이 돼서 고모 도와주면 고모부도 이런 일로 이혼하자고 하지는 못할걸.][그리고 정말 백만 번 양보해서 이혼한다고 해도 넌 오씨 집안 사람이니까 당당하게 네 동생 만나러 갈 수 있는 거잖아

  • 위태로운 제안   제1354화

    “...”최동철이 생각보다 쉽게 동의하자 최국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경계했다.“나중에 말 바꾸지 마.”“당연하죠. 설윤 씨 배속에... 제 동생이 있는 건데.”“다른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전 먼저 나가볼게요.”웃으며 방을 나선 최동철은 문을 닫자마자 미소를 싹 지웠다.이어서 그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넓은 복도에 울려 퍼졌다.임가희도 없는 거실을 지나 최동철은 밖으로 나갔다.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차에 탄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특유의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설윤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봐.”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대답에 핸드폰을 내려놓을 때 어두운 상사의 표정에 안절부절못하던 기사가 조심스레 물어왔다.“저택으로 모실까요 대표님?”“네.”...최씨 집안 방.임연지는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로 임가희를 향해 짜증을 부렸다.“고모, 진짜 그년 집에 들일 거예요?”“응.”“하지만!”이미 모든 걸 받아들인 임가희는 체념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임연지는 그 더러운 내연녀의 얼굴을 집안에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았다.파렴치하게 최씨 집안에 들어오는 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고모가 상간녀가 남편의 자식을 낳는 것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더 이상 방법이 없어 연지야.”“일을 좀 더 철저하게 못 한 내 잘못이지. 내가 설윤 그 년한테 도망갈 기회를 준 거야.”임연지는 한숨만 푹푹 내쉬는 고모를 보며 조급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 여자가 집으로 들어오면 너도 괜히 시비 걸지 마.”짜증 난다는 듯 대충 대답하던 임연지는 갑자기 무슨 수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였다.“고모, 일단 집에 들이고 그다음에 다시 처리...”“아니, 난 이제 아무 짓도 안 할 거야.”임가희는 임연지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답했다.“그럼 진짜 그 년이 아이를 낳는 걸 지켜보겠다는 거예요?”“애 낳아봤자 재산 조금 받는 것뿐이야. 그런데 난 이혼하면 아무것도 못 가지는 거잖아.”아직 어린 동림이를 두고 이혼한다면 최씨 집

  • 위태로운 제안   제1353화

    최동철은 차분한 표정으로 무릎에 올린 손가락을 움직였다.“네. 얼마 전에 경주 떴다고 알고 있습니다.”‘어디 보기만 했을까, 잠도 잤는데.’“가희가 연지 데리고 사과하러 갔는데 설윤이 거절하고 가희를 다치게 했대. 그리고 그 책임을 물을까 봐 도망갔다던데 그때는 가희 몸에 상처도 나 있어서 그 말을 믿었거든.”여기까지는 최동철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그래서...”“그런데 오늘 설윤이가 초라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거야. 알아보니까 설윤이 임신 사실을 가희가 받아들이지 못해서 내쫓은 거더라고.”최국환의 말을 듣다 보니 혼란스러워진 최동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설윤... 설윤 씨가 혼자 경주로 돌아왔다고요?”임가희한테 쫓겨나기 전에 임신을 했다는 것 못지않게 다움시에서 그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도 놀라웠다.하지만 최국환은 설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최동철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나갔다.“응... 회사 주위를 맴돌다가 직원한테 발견된 거야. 울면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알려주는데 얼마나 짠하던지. 애도 유산될뻔했대.”그 말에 최동철은 입꼬리를 올렸다.돌아오기 전에 최동철이 같이 가겠냐고 물었을 때도 거절하던 설윤이었다.다움시에서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인터넷쇼핑까지 하던 사람이 힘들게 살았다니.최동철도 떠나기 전 설윤에게 몇억을 주고 왔었는데 수중에 돈이 남으면 남았지 모자랄 리는 없었을 것이다.자신의 제안을 거절하고 노인네에게 달라붙은 것도, 아이를 잃을뻔했다는 거짓말을 하는 것도 모두 우스워서 최동철은 냉소를 흘렸다.매일 밤 잠자리를 가질 때는 신경도 안 쓰던 아이가 갑자기 아쉬워진 건가.아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낯부끄러웠던 최국환은 그만 말을 멈추었다.“가희가 잘못했다고 하면서 설윤이 다시 데려오겠대. 아이 낳을 때까지 잘 보살펴주겠다고 해서 나도 동의했고.”이익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재벌가에서 첩을 들이는 건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어떤 본처는 첩을 데리고 쇼핑도 하면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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