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7화

Author: 고운
재치있는 대처에 팬들이 더욱 많아졌다.

온하랑은 다른 인터뷰가 없었기에 스태프와 함께 뒤처리를 하고 있었다.

한 매체의 기자와 감독이 온하랑에게 인터뷰를 제의했지만 온하랑은 거절했다.

기자도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이 발표회에는 이미 많은 떡밥이 뿌려져 있었으니까.

MQ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인스타와 네이버에서도 수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발표회가 끝난 후에도 열기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현장을 다 처리한 후, 온하랑은 직원들을 일찍 퇴근시켰다.

오늘까지 홍보는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상품이 출시되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스튜디오에서 나온 온하랑은 부승민이 보낸 카카오톡을 발견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릴게.]

그 문자를 본 온하랑은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뒷정리를 도와주면서 부승민을 보지 못했기에 그녀는 부승민이 추서윤과 함께 떠난 줄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했겠지만 온하랑은 부승민의 표정이 굳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부승민은 돈 많은 재벌집 자제들 중에서도 조용한 편이었다.

아무리 팬이 많아도 개인 인스타를 만들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그가 바람을 피운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사생활을 일일이 보고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오늘의 발표회는 마치 부승민을 아이돌처럼 여기며 진행했다. 연예인들처럼, 예능에서 재밌는 게임으로 팬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 말이다.

이건 BX 그룹의 대표에게 있어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다. 그것도 상대를 바꿔가면서.

화를 꾹 참고 무대에서 내려온 건 온하랑의 얼굴을 봐서였다.

온하랑은 부승민이 이따가 어떻게 화를 낼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마주해야 한다. 온하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와 부승민이 보낸 위치로 걸어갔다.

“승민아, 오늘 저녁 나랑 같이 밥 먹자, 응? 어렵게 나온 거란 말이야. 내가 널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코너에서 추서윤의 목소리를 들은 온하랑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일단 돌아가. 오늘 밤에는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위태로운 제안   제128화

    그럼 추서윤의 병이 그래서...“안 갈래. 안가.”추서윤은 울면서 말했다.“눈만 감으면 그날의 모습이 떠올라. 잊을 수도 없어. 내가 얼마나 너를 불렀는데... 네가 날 구하러 와줬으면 좋겠다고...”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하랑도 코너에 서서 나가지 않았다.이윽고 ‘쿵’ 소리와 함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온하랑은 두 손을 꽉 쥐고 몸을 약간 돌려 밖을 쳐다보았다. 검은색 카이엔이 지하 주차장을 나서고 있었다. 온하랑은 핸드폰을 보다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일이 끝난 듯한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부승민이 추서윤에게 마음 약해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부승민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래서 실망은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는 기분이다.부승민을 사랑하지만 기대는 할 수 없다.온하랑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서 택시를 잡고 집에 갔다.길에서 부승민이 문자를 보내왔다.[하랑아, 미안해.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응, 택시 타고 갈게.]온하랑이 대답했다.[저녁 같이 먹자. 기다려.][응.]온하랑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부승민이 추서윤 때문에 나갔을 때마다 이튿날에 돌아오곤 했으니까.만약 저녁을 먹기 전에 돌아온다면 내일 서쪽에서 해가 뜰 것이다.추서윤의 수단이 잘 먹힌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온종일 바삐 돌아챈 온하랑은 피곤해서 집에 돌아와 욕조에 물을 받았다.반신욕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을 보면서 인스타와 각종 SNS를 확인했다. 발표회에 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가장 핫한 건 부승민과 추서윤이었다.두 사람이 사귀는 것이 맞다고 싸우고 있었다.머글, 안티팬, 악개팬, 커플팬. 여러 사람들이 싸우면서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다.하지만 발표회가 있은 후, 온하랑은 누명을 벗게 되었다.사람들은 온하랑의 신분까지 밝혀냈다.네티즌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온하랑의 아버지는 유명한 기자, 온강호였다.

  • 위태로운 제안   제129화

    추서윤이 무대 위에서 얘기하는 걸 보면 온하랑과 알고 지낸 지 오래된 것 같은데, 게다가 온하랑은 동생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보통 불륜녀한테 그렇게까지 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다.하지만 추서윤의 팬은 온하랑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사진을 찍을 때, 추서윤은 온하랑 때문에 넘어질 뻔했다.그때 카메라 감독이 마침 부승민이 추서윤을 부축하는 장면을 찍었다. 추서윤은 온하랑을 쳐다보고 있었다.네티즌들은 누가 밟았는지는 보지 못했지만 추서윤이 온하랑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온하랑이 밟은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온하랑의 인스타에는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DM 창을 닫아버린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온하랑의 핸드폰은 온종일 울릴 것이다.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댓글은 그녀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대충 보고 난 후 인스타를 끄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좋은 댓글이나 나쁜 댓글이나, 다 관심이 아니겠는가.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저녁 준비했습니다.”“알겠어요.”온하랑은 짧게 대답한 후 욕조에서 나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내려와 밥을 먹었다.“사모님, 대표님은 오늘 돌아오시나요? 음식을 준비해 드릴까요?”“안 돌아올 거예요. 남은 건 버려요.”온하랑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네.”온하랑은 저녁을 다 먹고 올라갔다. 도우미는 그릇을 씻고 있었다.청소를 다 하고 주방에서 나온 도우미는 부승민이 돌아온 것을 발견했다.그는 넥타이를 풀면서 물었다.“저녁 준비해줘요.”도우미는 그대로 얼어붙어 얘기했다.“대표님, 돌아오셨어요? 사모님께서 대표님이 돌아오시지 않으니 남은 건 버리라고 하셔서 이미 설거지를 끝냈는데... 지금 다시 준비해 드릴게요.”“...네.”부승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바로 침실로 향했다.온하랑은 야근하지 않았기에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놀고 있었다.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부승민이 밖에서 걸어들어오고 있었다.온하랑은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일찍 돌아왔네?”부승민은 침대맡에 서서 멍한 온하랑을 보면서

  • 위태로운 제안   제130화

    “오늘 발표회, 잘 준비했더라. 참 잘했어.”부승민이 칭찬하며 이를 꽉 깨물었다.역시, 올 게 왔구나.온하랑은 몸을 일으켜 그를 보고 해명했다.“미안해. 다 MQ 브랜드를 위해서 그런 거야. 우리가 관심을 받고 인기가 많아지면 브랜드한테도 우세잖아.”“그리고?”“오빠한테 그런 이상한 게임을 준비해줘서 미안해. 오빠는 그런 연예인들과 다른데 말이야.”“그리고.”그리고?그리고 또 뭐가 있지?온하랑은 더는 떠올리지 못했다.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부승민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부승민은 화가 나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왜 나와 추서윤한테 그런 게임을 준비해 준 거야?”“싫었어?”부승민의 표정은 그대로 굳었다.이건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었다.온하랑은 사실대로 얘기했다.“두 사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줘야 인기가 더 많아지지.”부승민은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 입가가 부들부들 떨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온하랑은 마치 기회를 노리는 하이에나 같았다. 부승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온하랑은 당당하게 얘기했다.“오늘 발표회의 열기가 아주 뜨거웠으니까 앞으로도 잘 될 거야. 난 자신 있어. 부 대표님도 이런 일로 날 탓하지 않을 것 같은데.”“아주 당연하다는 듯 얘기하네?”“이게 다 회사를 위해서지.”“욕먹는 게 두렵지는 않아?”“안 무서워. 하나도.”“다음에는 절대로 안 돼.”“감사합니다. 부 대표님.”온하랑은 그를 향해 웃었다.부승민은 아래로 내려와 밥을 먹은 후 다시 침실로 돌아가 씻고 나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물소리가 끊겼다. 그는 샤워가운을 입고 나와 간단하게 머리를 말린 후 침대의 다른 편에 가서 앉았다.온하랑이 핸드폰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몸을 숙여 가까이 다가가 머리를 온하랑의 어깨에 기댔다.“뭘 봐?”“아무것도 아니야.”온하랑은 얼른 폰을 닫았다.아까 그녀는 비밀 계정으로 댓글을 달고 있었다.발표회의 일들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 위태로운 제안   제131화

    벨 소리가 몇 초 울리자마자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온하랑은 아직도 꿈인 줄 알았다.이윽고 주변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이 열리고 닫혔다.온하랑은 그제야 눈을 떴다. 방은 어두웠고 희미한 달빛을 빌려 옆을 쳐다봤을 때, 옆자리는 비어있었다.그러니까 꿈이 아니라 누군가가 부승민한테 전화를 건 것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고리가 천천히 돌려졌다. 부승민이 조용히 들어와 잘 자고 있는 온하랑을 보더니 조용히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옷을 갈아입고 난 후 그는 또 방을 나갔다.방문이 닫히고 남은 건 정적뿐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아래에서는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온하랑은 눈을 뜨고 어둠 속에서 천장을 응시했다.추서윤이 건 전화라는 직감이 들었다.묻고 싶었지만 물을 수 없었다.온하랑은 진실을 알아버리면 힘들어질까 봐 두려웠다.어차피 그녀가 말린다고 해도 부승민은 듣지 않을 테니까.온하랑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은 이미 완전히 깨버려 다시 잠에 들기 어려웠다.날이 거의 밝을 때, 밑에서 엔진 소리가 또 들려왔다.이윽고 방문이 열리고 부승민이 옷을 갈아입은 후 온하랑의 곁에 누워서 잤다. 마치 처음부터 나간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온하랑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에 동조해주었다. 아침 여섯 시 반. 부승민은 일어나서 아침 조깅을 시작했다.그가 떠난 후, 온하랑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은 약간 충혈되어 있었는데 제대로 쉬지 못한 것 같았다.침대에 더 누워있던 그녀는 일곱 시가 넘었을 때 일어나 세수를 했다.옷을 입고 내려가자 부승민은 이미 소파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일어났어? 아침 먹자.”부승민은 신문을 내려놓고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물었다.“어제 제대로 못 쉬었어?”은하랑은 대충 대답했다.“요즘 좀 힘들었나 봐.”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온하랑이 회사에 도착하자 비서팀의 조 비서가 갑자기 그녀를 단체 카톡방에 초대했다.단톡방의 이름은 온천 리조트였다.공지에는 MQ, MF,

  • 위태로운 제안   제132화

    단톡방에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일 퇴근 후 회사 문앞에서 집합한다고.회사에서 버스를 대여해 그들을 데리고 미리 교외의 온천 리조트로 간다는 뜻이었다. 세 부문의 사람들을 합치면 도합 40여 명이었기에 차가 두 대 필요했다.이튿날, 사람들은 출근하면서 갈아입을 옷과 개인용품들을 챙겨왔다. 그리고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바로 밖으로 나갔다. 다들 온천 리조트에 대한 기대가 큰 모양이었다.온하랑이 내려왔을 때, 버스에는 사람이 꽤 많이 앉아있었다. 온하랑은 가방을 들고 차에 타서 뒤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뒤에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직원들이 더 타서 버스에는 거의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온하랑 디렉터님, 저 여기 앉아도 돼요?”한 남자가 다가와 물었다. 온하랑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앉으세요.”“감사합니다.”“괜찮아요.”온하랑은 옆에 앉은 남자를 알고 있었다. MF 부문의 직원인데 이름은 황세운이었다.원래 MQ의 사람이었는데 후에 MF로 간 것이었다.게다가 황세운은 전에 온하랑에게 관심이 있었다.그래서 온하랑은 크게 반응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얘기했다.그러다 갑자기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부 대표님도 가시게요?”온하랑이 고개를 돌리자 손에 캐리어를 든 부승민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어제 부승민은 운전해서 데려다주겠다고 했었다.하지만 온하랑은 동료들이 오해할까 봐 거절했다.“왜요? 부 대표님도 쉴 수 있는 거죠.”누군가가 웃으면서 얘기했다.그러자 사람들이 한마디씩 보태면서 장난을 쳤다.버스에는 이제 자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안쪽에 앉거나 뒤쪽에 앉아야만 했다. 부승민은 들어가면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황세운은 시선을 돌리고 놀라서 얘기했다.“부 대표님도 가실 줄 몰랐어요. 부 대표님은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인 줄 알았는데.”온하랑과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잣말 같기도 했다.온하랑은 대답하지 않고 차창문에 기대 눈을 감았다.버스가 온천 리조트를 향해 출발했다.버스 안은 신난

  • 위태로운 제안   제133화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부승민이 보낸 문자였다.[내 방 번호 0104.]동료들의 방은 이미 준비되어있었다. 여자는 2인실, 남자는 4인실이었다 그리고 부승민은 홀로 스위트룸을 쓰고 있었다.온하랑이 답장했다.[괜찮아요.]그녀에게는 룸메이트가 있었다. 만약 그녀가 부승민의 방에서 잔다면 괜한 소문이 날 수도 있다.[내 방에는 개인 온천이 있는데.]“...”온하랑은 머뭇거렸다. 회사에서 돈을 내서 가는 워크샵이니 모든 사람에게 단독 온천이 차려질 수는 없었다.하지만 온하랑은 다른 사람들과 온천욕을 하는 것이 살짝 꺼려졌다. 단독 온천이라니. 온하랑은 확실히 설렜다.버스가 온천 리조트에 도착해 멈춰 섰다.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조 비서와 함께 가서 방 키를 가졌다.이윽고 조 비서는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저녁에는 자유활동하고 내일 점심은 2층 식당에서 모여서 먹으면 됩니다.]그리고 리조트의 지도 한 장을 보냈다.온하랑과 같은 방을 쓰게 된 건 장서연이라는 MF의 직원이었다.두 사람은 먼저 방으로 돌아가 짐을 풀었다.장서연은 문자를 하더니 온하랑과 얘기했다.“온하랑 디렉터님, 저 다른 직원들이랑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 같이 가실래요?”온하랑이 대답했다.“먼저 가세요. 전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서 이따가 가려고요.”“알겠습니다.”장서연이 나간 후, 온하랑도 방을 나가 0104방 문을 두드렸다.부승민이 나와 온하랑을 보고 얘기했다.“들어와.”온하랑은 0104에 들어가 방을 구경했다. 스위트룸이라 그런지 확실히 호화롭고 좋아 보였다. 모든 물건은 다 최상급으로 준비되어있었다.온하랑의 방보다 100배는 나았다.방 밖에는 단독 온천이 따로 있었다.“오늘 여기서 잘 거야?”“안돼. 저녁에는 돌아가서 자야 해. 내일 여기 와서 온천욕이나 하려고.”“오늘 밤에도 와서 온천에 들어가면 좋잖아?”온하랑은 살짝 설렜다.“먼저 들어가 있어. 사람을 시켜서 음식을 가져올 테니까. 그러면 밥을 먹으면서 온천을 할 수 있잖아.”온하랑

  • 위태로운 제안   제134화

    온하랑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거의 부승민의 품에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얼굴은 약간 달아올라 있었고 입술 사이로 가쁜 호흡이 뱉어졌다.그녀의 몸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본 부승민은 손을 뺐다.“어때? 긴장이 다 풀렸지?”온하랑은 부승민의 품에서 움직일 힘도 없이 겨우 “응”이라고 대답했다.부승민은 두 팔로 그녀를 안아 자기 허벅지 위에 올렸다.그의 뜻을 안 온하랑은 온몸으로 버둥거렸다.“안 돼... 안 돼...”더 하게 된다면 힘들어질 것 같았다.부승민이 속삭였다.“괜찮아, 내일은 출근 안 하잖아.”그는 이미 2개월을 참았다.게다가 요즘은 그녀를 편하게 해주느라고 더욱 힘들었다.온하랑이 버둥대고 있을 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온하랑은 한숨을 돌리고 얘기했다.“얼른 가서 문 열어.”부승민은 눈을 감고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아마도 식사를 가져온 사람일 것이다.그는 샤워가운을 입고 문앞에 가서 밥을 챙겼다.저녁 식사는 꽤 풍성했다. 부승민은 요리를 온천 옆에 가져다주었다.온하랑은 온천 속에서 밥을 먹었다. 얼마나 꿈 같은 시간이었는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저녁을 먹은 후, 온하랑은 온천에서 일어나 샤워타올을 몸에 감고 얘기했다.“난 먼저 돌아갈게. 천천히 먹고 있어.”부승민의 이마에는 핏줄이 설 지경이었다....온하랑이 간 후, 부승민은 간단히 밥을 먹은 후 온천에서 나와 주변을 정리했다.거실로 돌아온 부승민은 소파 안에서 핸드폰을 들었다. 잠금을 해제하려고 보니 그의 핸드폰이 아닌 온하랑의 핸드폰이었다.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그는 손쉽게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온하랑은 아까까지 인스타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그는 온하랑의 인스타를 내리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 추서윤이 이틀 전에 올린 글이었다.[새벽에도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사진을 보니 그건 부승민의 손이었다.그리고 글을 올린 시각은 바로 그가 온하랑을 재우고 추서윤에게 갔던 날이었다.부승민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속에는

  • 위태로운 제안   제135화

    추서윤이 아는 온하랑은 그 인스타를 부승민에게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대담하게 올린 것인데 부승민이 그걸 보게 될 줄은 몰랐다.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인스타를 본 순간, 그가 알던 추서윤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추서윤은 계속 변명하면서 그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승민아, 제발 날 용서해줘. 지금 바로 온하랑에게 가서 빌게. 제발 날 버리지 말아줘. 난 네가 없으면 안 된단 말이야.”“이번 한 번뿐이야. 인스타를 지워.”“알겠어. 지금 당장 지울게. 승민아, 날 용서해 준거지? 미안해, 승민아. 널 실망하게 해서. 내가 어떻게 온하랑에게 그럴 수 있겠어. 또 하랑이한테 상처를 줬으니 날 미워하고 있을 거야.”“못 봤을 거야. 그러니까 자책하지 말고 온하랑과 멀어져.”“알겠어.”추서윤은 그렇게 말하면서 속이 불편했다.온하랑이 이 인스타를 보지 못했다니, 얼마나 아쉬운가.전화를 끊은 후, 부승민은 온하랑의 핸드폰으로 다시 인스타를 들어가 보았다. 추서윤의 글은 이미 사라졌다.그제야 부승민은 한숨을 돌렸다.이렇게 하면 온하랑은 그날 밤, 부승민이 나갔다 왔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이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문앞에 다가가 보니 온하랑이였다.온하랑은 부승민을 보며 얘기했다.“핸드폰을 여기에 둔 것 같아.”“여기.”부승민은 그녀의 핸드폰을 돌려주었다.“고마워.”온하랑은 떠나려다가 무언가가 떠올라서 얘기했다.“맞다, 뭐 좀 도와줄 수 있어?”“들어와서 얘기해.”온하랑이 들어오자 부승민은 문을 닫았다.“솔직하게 얘기하면 되지. 우리 사이가 부탁해야 할 사이야?”“오빠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려도 돼?”부승민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저도 모르게 입술을 핥으며 얘기했다.“내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려고?”설마 추서윤이 올린 그 글을 이미 본 건가?온하랑이 해명했다.“차에서 황세운 씨가 나한테 남자친구가 없냐고 물었어. 날 좋아하나 봐. 남자친구가 있다고 얘기했더니 안 믿는 거 있지. 그러니

Latest chapter

  • 위태로운 제안   제1307화

    방안은 어두웠고 쥐죽은 듯 조용했으며 가끔 바깥 거리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만 들렸다.설윤이 네 번째로 몸을 뒤척일 때 옆에서 최동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이 안 와요?”낮고 유혹적인 목소리가 깊은 밤의 정적을 뚫고 그녀의 고막을 가볍게 두드렸다.“... 네, 동철 씨도 잠이 안 와요?”“네.”최동철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실내는 다시 조용해졌고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집안의 난방이 너무 커서인지 설윤은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 다치지 않은 발목으로 이불을 걷어차며 팔을 이불 밖으로 내밀었는데 조심하지 않고 최동철이 밖에 놓은 팔과 부딪혔다.피부가 닿는 순간 설윤은 재빨리 팔을 비켰으나 뜻밖에도 최동철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떠나지 못하게 했다.그의 손은 매우 컸다. 뜨거운 온도가 그녀의 몸에 닿는 순간 그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얼굴에 퍼지며 설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설윤은 머뭇거리다가 그의 손에서 손목을 빼려고 힘을 썼지만 실패했다.“뭐 하는 거예요?”“보통 운동 후에 몸이 피곤해서 잠이 잘 오는데, 한 번 시도해 보겠어요?”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설윤은 그의 차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묻는 것 같았다.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벼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그녀의 대답은 마치 닫힌 문을 여는 열쇠처럼 들렸다. 최동철은 그녀의 팔을 풀어주었는데 그녀가 손을 거둘 때 신속히 이불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남자는 공격적인 기운을 풍기며 달려들어 순식간에 그녀를 덮쳤다.설윤은 저도 모르게 또 겁이 났다.그녀는 숨을 죽이고 손끝을 그의 가슴에 떨어뜨린 채 천천히 위로 거슬러 올라가 어깨에 놓았다.“... 몸에 상처가 있는데 그럼...”“조심할게요.”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눈이 마주쳤다.서로의 눈 밑에는 빛을 볼 수

  • 위태로운 제안   제1306화

    설윤이 차례로 밖에 씌워져 있는 랩과 붕대를 제거하니 몇 바늘 꿰맨 상처가 드러났다.그녀는 알코올로 주변을 부드럽게 닦은 후 다시 연고를 꺼내 면봉으로 고르게 발랐다.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드러난 옆모습은 매끄러운 얼굴 라인을 자랑했다. 아마 스무 살 어린 나이어서인지 볼에는 젖살이 있어 통통했고 피부는 희고 섬세해서 모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거즈를 몇 바퀴 두른 후 설윤은 나비 모양으로 매듭을 지었다.“다 됐어요.”“고마워요.”“별말씀을요.”설윤은 자신의 발목을 내려다보았다.“난 샤워하러 가고 싶어요. 욕실에 걸상 하나 놔줄 수 있어요?”최동철은 몸을 일으켜 동그란 걸상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다시 나오면서 그는 다치지 않은 팔을 내밀려 말했다.“부축해 줄게요.”설윤은 느릿느릿 침대로 옮겨 한 손을 그의 팔에 얹고는 다치지 않은 발을 먼저 땅에 대고는 절뚝거리며 화장실로 갔다.그녀를 안쪽 욕실로 데려다준 후 최동철은 샴푸 등을 욕실 벽에 있는 선반 위에 놓아주고는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아 주었다.설윤은 느릿느릿 옷을 벗었다. 속옷은 팬티는 이거 하나밖에 없었다. 빨면 곧 마를 수 있겠지만 마르기 전에는 그저...이틀 전에는 혼자 살아서 괜찮았지만 지금은 곁에 남자가 한 명 많아졌다.그러나 씻지 않으면 위생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두 장 더 사는 건데...’고민 끝에 설윤은 속옷을 빨았다. 다 빤 후 드라이어로 말리면 10분 정도면 다 마를 수 있었다.이때 설윤은 문득 최동철이 나왔을 때 머리를 말리지 않은 것이 떠올랐는데 보아하니 드라이어로 팬티를 말린 것 같았다.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설윤은 팬티를 씻고 말린 후 간단히 머리도 말렸다. 그런후 속옷과 팬티를 입고 목욕 수건을 둘렀는데 다행히도 이 수건은 충분히 길어서 가슴부터 무릎까지 감쌀 수 있었다.이때 밖에서 문소리가 들렸다.“다 씻었어요?”“...네.”“그럼 제가 들어갈까요?”

  • 위태로운 제안   제1305화

    그녀의 최근 행동을 보면 물질, 환경, 품질 등에 큰 요구가 없는 것 같다."물론이죠."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잣집 도련님은 일반인에게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설윤은 회억에 잠겨 말했다.“제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그때 이웃들이 그러는데 엄마 병은 고칠 수 있었지만 돈이 없어서 일찍 퇴원했기 때문에 병세를 끌어서 돌아갔다고 했어요.”엄마가 돌아간 후 집주인은 장례를 치러주고는 그녀를 보육원에 보냈다.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최동철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미안해요.”그는 그녀의 신원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문서에는 간단히 ‘6살 때 생모 병으로 사망’으로만 적혀있었다. 그녀의 입을 통해 들으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괜찮아요. 다 지나갔어요.”설윤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혹시 동철 씨는 돈이 싫으세요?”최동철은 그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돈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최국환과 임가희와 암투를 벌였을까?“돈은 나에게 있어 숫자일 뿐이죠. 어쩌면 우리가 다투는 것은 돈이 아니라 권력이에요.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권력이죠.”최동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설윤은 아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에서 최동철을 끌어들인 후 그는 주위를 살펴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처음으로 이렇게 허름한 곳에 왔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 참았을 뿐이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겨울 날씨여서 그런지 금세 어두워졌다.저녁을 먹은 후 설윤은 또 얼음찜질하고 연고를 한 번 더 발랐다.발목 부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을 보아 최동철이 샤워를 하는 모양이다.며칠 동안 피해 살다가 드디어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에 이르자 그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어깨에 부상이 났다고 설윤이 일깨워주었지만 최동철은 신경 쓰지 않고 랩으로 상처를 감싼 후 씻으러 갔다.설윤은 저도 모르게 어젯밤에 본 화면이 떠올랐다.넓은 어깨와 가슴,

  • 위태로운 제안   제1304화

    최동철은 잠시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그런데, 젊은이. 아내랑은 어떻게 알게 됐어? 정말 잘 어울리네.”둘 다 잘생기고 아름다웠으니까.“저희는... 대학 동기입니다.”“그래? 몰라보겠어. 아내는 참 어려 보이는데 벌써 스물여섯이라니.”최동철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네, 동안이라 자주 오해를 받습니다.”스물여섯은 설윤의 가짜 나이였다.집주인은 작은 양념병을 들고 나와 최동철에게 건넸고 우유 두 병도 함께 내주었다.돌아온 후, 최동철은 집주인 아주머니의 말을 설윤에게 전했다.설윤은 웃으며 말했다. “동철 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서로 잘 맞춰주니 완벽하네요.”최동철은 가볍게 웃으며 가스레인지의 밸브를 열었다.점심은 밥에 감자 볶음과 돼지고기였다.최동철의 요리 실력은 훌륭했다. 삼겹살을 바삭하게 볶아내 느끼함 없이 밥과 잘 어울렸다.다행히도 다친 쪽은 왼팔이라 오른손으로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었으나 속도는 다소 느렸다.식사 후, 설윤은 다시 한 번 발목에 냉찜질을 했다.냉찜질을 끝낸 후 최동철이 약을 가져오자 설윤이 말했다. “제가 할게요.”“그래요.” 최동철은 순순히 응했다. 한 손으로는 불편했으니까.바쁜 대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외출할 수 없는 민박집 안, 두 사람은 갑자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설윤은 침대에 기대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고 최동철은 소파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잠시 멍하니 있었다.설윤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옆모습은 뚜렷한 이마선과 오똑한 콧대가 더해져 눈매가 깊어 보였고 날카로운 턱선이 또렷했다.정말 잘생겼다.그의 이목구비는 최국환과 약간 닮았다.하지만 나잇살이 들어 퉁퉁해진 최국환과는 달리 최동철은 참으로 젊었다. 눈빛 속에도 서른 살 남자의 단단함으로 가득했고 이는 세상 물정에 밝고 노련한 최국환과 완전 달랐다.잠시 머뭇거리던 설윤이 말했다. “동철 씨, 피곤하면 여기서 주무세요.”그의 키는 너무 커서 작은 소파에선 편히 쉴 수 없었다.설윤은 발목 부상

  • 위태로운 제안   제1303화

    최동철은 약품이 담긴 봉지를 찾아 안에서 멍과 부기를 가라앉히는 연고를 꺼냈다. 고개를 돌리니, 설윤이 느릿느릿 신발을 벗고 있었다.그는 연고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그녀 앞에 쭈그려 앉았다. “내가 해줄게요.”신발과 양말을 벗자 뽀얗고 작은 발이 드러났다. 다섯 개의 발가락은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고 동글동글 귀여웠다. 발톱은 깔끔한 곡선을 이루며 정리되어 있었으며 발등의 뼈선은 유려하게 흐르며 섬세한 곡선을 그렸다.발목 근처에는 큼직한 멍과 부기가 올라와 있었다.최동철은 그녀의 발바닥을 받쳐 들고 부은 부위를 살짝 눌러보았다.“앗...” 설윤이 숨을 들이마시며 얼굴을 찡그렸다.“아파요, 누르지 마세요.”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상태가 꽤 심각해 보이는데 내가 침대까지 옮겨줄 테니까 당분간은 움직이지 마요.”그렇게 말하며 일어나 그녀를 안으려 했다.“안 돼요!” 설윤은 급히 손으로 그를 막았다. “동철 씨도 팔 다쳤잖아요.”최동철은 몸을 숙여 다친 왼팔은 내리고 오른팔로 그녀의 다리 밑을 감싸 안았다. “두 손으로 내 목을 잡아요. 이쪽 팔은 힘을 쓰지 않을 거니까 안심해요.”한 손으로 안으려고?설윤은 그의 목에 양팔을 감고 조심스럽게 몸을 맡겼다.그는 오른팔로 그녀의 허벅지를 받치고 두 걸음 만에 침대 곁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잠시만 기다려요. 집주인한테 얼음팩 좀 받아올게요.”“네.”최동철은 약 10분 뒤 얼음주머니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 하나는 냉장고에 넣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발목에 살며시 대주었다.얼음의 차가운 감촉에 설윤은 본능적으로 입술을 앙다물고 손으로 얼음주머니를 누르며 말했다.“너무 차가워요.”“20분은 찜질해야 해요. 하루에 세 번에서 네 번 정도로요.”설윤은 그에게 붕대를 가져와 얼음주머니와 발목을 단단히 감도록 했다.그녀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둘 다 밖에 나가지 말죠. 배달 앱으로 장을 보면 되니까요. 그런데 동철 씨,

  • 위태로운 제안   제1302화

    의사는 최동철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젊은이, 앞으로는 아내 말 잘 들어요.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여보, 들었지? 의사 선생님도 그러시잖아!”최동철은 잠시 입을 말없이 있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겠어.”봉합이 끝난 뒤, 의사는 약을 처방해주었다.병원을 나서며 설윤은 최동철을 바라보았다. “이제 어디로 갈 거예요? 누가 데리러 와요?”최동철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짧게 대답했다. “당분간은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설윤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요?”“그건 알 필요 없어요.”설윤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요.”그녀는 두 걸음 앞서 걸으며 말했다.“이 작은 도시는 꽤 조용하네요. 며칠 더 머물 생각인데, 동철 씨도 안 간다니까 같이 지낼까요? 서로 보호도 되고.”최동철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호텔은 눈에 띄니까 단기 임대 민박을 찾는 게 더 안전하고 편리할 거예요.”“좋아요.”“근데 검색해 보니까 민박은 대부분 더블침대 방이더라고요. 괜찮으세요?”“설윤 씨가 괜찮다면 전 상관없어요.”“그럼 예약할게요.”최동철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온라인으로 예약할 거예요?”대부분의 예약 앱은 신분증 정보를 입력해야 해서, 한 번 사용하면 위치가 노출될 위험이 있었다.설윤은 그의 걱정을 알아채고 휴대폰을 흔들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이 폰은 제 이름으로 등록된 게 아니에요. 추적 못 할 거예요.”최동철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준비가 철저하네요. 그런데 어떻게 임가희한테 이렇게 몰렸어요?”“임가희가 이렇게 빨리 제 존재를 눈치챌 줄 몰랐거든요. 그랬다면 좀 더 철저히 준비했을 텐데요.”최동철은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먼 곳을 바라봤다. 마치 자신이 그녀의 정보를 넘긴 장본인이 아니라는 듯이.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두 사람은 예약한 민박으로 향했다.민박은 단일 방 구조로, 면적은 47㎡. 방에 들어서면 왼쪽에는 오픈형 주방이 있고 가스레인지

  • 위태로운 제안   제1301화

    이튿날 아침, 최동철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패딩 점퍼에 청바지, 스니커즈, 그리고 새로 정리한 헤어스타일까지 더해지니 몇 년은 젊어 보였다. 게다가 넉넉한 핏의 패딩은 그의 체형을 자연스럽게 감춰주었다.“자, 마스크도 잊지 말고 쓰세요.”“네.” 최동철은 대답하며 책상 위의 마스크를 집어 썼다.지금 이 모습이라면 자세히 보지 않는 한 그를 알아보긴 어려울 터였다.최동철은 설윤이 입고 있는 패딩 점퍼를 힐끗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설윤은 웃으며 설명했다. “작은 가게라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어요. 그리고 커플룩이 신분을 숨기기에 더 좋아요.”“그렇군요.”“제가 먼저 내려가서 체크아웃하고 주변 상황을 살펴볼게요. 연락드리면 그때 내려오세요. 미리 택시도 불러놓을게요.”“알겠습니다.”“그럼 다녀오겠습니다.”“네.”설윤은 크고 작은 가방을 들고 나갔는데 가방 안에는 두 사람이 입었던 옷이 담겨 있었다. 이곳에 그냥 두면 흔적이 남을 수 있어 길 가다 버릴 생각이었다.복도에는 아무도 없었고 설윤은 무사히 로비에 도착해 체크아웃을 마쳤다. 거리로 나서며 핸드폰으로 택시를 부르면서도 그녀는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폈다.길 건너편 왼쪽, 작은 만두 가게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가게 앞에는 접이식 테이블 두 개가 놓여 있었고 그중 한 테이블에는 건장한 남자가 앉아 가끔씩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그 자리는 아침을 먹으며 호텔을 감시하기에 딱 좋은 위치였다.설윤은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는데 감시자는 그 남자 한 사람뿐인 듯했다.아마도 어젯밤 이들이 호텔 방마다 수색했지만 최동철의 흔적을 찾지 못해 속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래서 한 명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주변을 수색하러 간 모양이었다.2분쯤 지나 설윤이 부른 택시가 호텔 앞에 도착했다.설윤은 최동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차 문을 열며 짐을 싣다가 말했다. “기사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 남편이 금방 내려올 거예요.”“네, 알겠습니다.”설윤은 다시 로비로 들어갔다.1분쯤

  • 위태로운 제안   제1300화

    최동철이 말했다.“그럼 내일 병원에 다녀와야겠어요.”“제가 도와드릴게요.”약을 다 바른 뒤, 설윤은 그에게 거즈를 감아주며 말했다. “됐어요, 이제 좀 쉬세요. 전 잠깐 나갔다 올게요.”“어디 가려고요?” 최동철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임가희 쪽 사람들이랑 마주칠 수도 있으니 조심해요.”“필요한 물건을 좀 사야 하거든요. 걱정 마세요.” 설윤은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 인간들 손아귀에서 도망쳐 나온 제가 다시 잡힐 것 같아요?”최동철은 그녀가 방금 주머니에 넣은 휴대폰을 힐끗 보며 물었다. “왜 아버지한테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 거예요?”“이미 기회를 놓쳤어요. 제가 뭐라 해도 믿지 않을걸요?”“그럼 이렇게 지내는 것도 괜찮아요?”“당연히 괜찮지 않죠.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어요. 기회만 생기면 반드시 다시 돌아갈 거예요.”“성공하길 바라요.” 최동철이 씩 웃으며 말했다. “돈은 있어요? 부족하면 제 카드를 써요.”설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럼 조금만 써도 돼요?”돈이야 많을 수록 좋은 법이니까.최동철은 벽에 걸린 외투를 가리켰다. “지갑은 저기 외투 주머니에 있으니까 직접 꺼내요. 현금은 많지 않지만 블랙카드는 비밀번호가 필요 없어요. 사람이 적은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을 거예요.”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니 고급 가죽의 촉감이 손에 닿았다.“얼마든지 뽑아도 괜찮아요?” 그녀가 돌아보며 물었다.“물론이죠.”“최 대표님, 참 후하시네요.”“제 목숨은 값으로 따질 수 없으니까요.”설윤은 밖으로 나갔다.최동철은 항생제를 먹고 씻은 뒤 침대에 누워 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곤했던지 스르르 잠이 들었다가 갑자기 깨어났다.시계를 보니 벌써 열한 시였다.설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최동철이 일어나 그녀를 찾으러 갈까 고민하던 찰나, 설윤이 돌아왔다. 그녀는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늦었네요. 위험한 일은 없었어요?”“없었어요.” 설윤은 고개를 저으며

  • 위태로운 제안   제1299화

    최동철은 그 말을 듣고 샤워기를 틀었다.설윤은 간식이 담긴 비닐봉지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그 위에 놓인 칼을 가렸고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걸어가 문을 여니 예상대로 복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는 방 안을 힐끗거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키우는 햄스터가 실수로 도망쳤는데, 혹시 보셨나요?”설윤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방금 밖에 나갔다 와서요. 잘 모르겠네요. 남편한테 물어봐 드릴게요.”그녀는 욕실 쪽을 향해 소리쳤다. “여보, 혹시 햄스터가 들어오는 거 봤어?”샤워기에서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설윤은 욕실 문을 살짝 열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여보, 작은 햄스터가 들어온 거 못 봤어?”몇 초간 침묵이 흐른 후, 그녀는 머리를 빼고 남자에게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못 봤대요. 다른 곳도 한번 찾아보세요.”“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남자는 의심 없이 돌아섰다.최동철처럼 몸에 상처를 입은 사람을 숨겨줄 이는 남자일 수밖에 없었다.설윤은 차분히 문을 닫고 귀를 문에 붙여 조심스럽게 소리를 들었다. 남자가 정말로 떠났음을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욕실 문을 열며 말했다. “갔으니 나와요.”그리고 테이블로 가서 비닐봉지 안에서 약들을 꺼냈다. “자요, 여기 이 약들이 충분한지 확인해봐요.”최동철은 뒤에서 걸어나와 약의 종류와 양을 살펴봤다. “고마워요.”“별말씀을요.” 설윤은 생수를 주전자에 붓고 버튼을 눌렀다. “제가 약 발라줄까요?”“그럼 부탁할게요. 고마워요.”최동철은 잠시 망설였으나 곧 수락하고 천천히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그가 왼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자 설윤이 다가가 도와주었다. 그녀는 그의 겉옷을 벗기고 벽걸이에 걸었다.안에는 짙은 회색 니트가 있었고 상처 부위는 터져 피로 얼룩져 있었다. 니트를 벗으려면 팔을 들어야 했기에 설윤은 그의 어깨 상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잘라낼까요? 이 옷은 이미 알아본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