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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작가: 고운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부승민이 보낸 문자였다.

[내 방 번호 0104.]

동료들의 방은 이미 준비되어있었다. 여자는 2인실, 남자는 4인실이었다

그리고 부승민은 홀로 스위트룸을 쓰고 있었다.

온하랑이 답장했다.

[괜찮아요.]

그녀에게는 룸메이트가 있었다. 만약 그녀가 부승민의 방에서 잔다면 괜한 소문이 날 수도 있다.

[내 방에는 개인 온천이 있는데.]

“...”

온하랑은 머뭇거렸다.

회사에서 돈을 내서 가는 워크샵이니 모든 사람에게 단독 온천이 차려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온하랑은 다른 사람들과 온천욕을 하는 것이 살짝 꺼려졌다.

단독 온천이라니. 온하랑은 확실히 설렜다.

버스가 온천 리조트에 도착해 멈춰 섰다.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조 비서와 함께 가서 방 키를 가졌다.

이윽고 조 비서는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

[저녁에는 자유활동하고 내일 점심은 2층 식당에서 모여서 먹으면 됩니다.]

그리고 리조트의 지도 한 장을 보냈다.

온하랑과 같은 방을 쓰게 된 건 장서연이라는 MF의 직원이었다.

두 사람은 먼저 방으로 돌아가 짐을 풀었다.

장서연은 문자를 하더니 온하랑과 얘기했다.

“온하랑 디렉터님, 저 다른 직원들이랑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 같이 가실래요?”

온하랑이 대답했다.

“먼저 가세요. 전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서 이따가 가려고요.”

“알겠습니다.”

장서연이 나간 후, 온하랑도 방을 나가 0104방 문을 두드렸다.

부승민이 나와 온하랑을 보고 얘기했다.

“들어와.”

온하랑은 0104에 들어가 방을 구경했다. 스위트룸이라 그런지 확실히 호화롭고 좋아 보였다. 모든 물건은 다 최상급으로 준비되어있었다.

온하랑의 방보다 100배는 나았다.

방 밖에는 단독 온천이 따로 있었다.

“오늘 여기서 잘 거야?”

“안돼. 저녁에는 돌아가서 자야 해. 내일 여기 와서 온천욕이나 하려고.”

“오늘 밤에도 와서 온천에 들어가면 좋잖아?”

온하랑은 살짝 설렜다.

“먼저 들어가 있어. 사람을 시켜서 음식을 가져올 테니까. 그러면 밥을 먹으면서 온천을 할 수 있잖아.”

온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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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34화

    온하랑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거의 부승민의 품에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얼굴은 약간 달아올라 있었고 입술 사이로 가쁜 호흡이 뱉어졌다.그녀의 몸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본 부승민은 손을 뺐다.“어때? 긴장이 다 풀렸지?”온하랑은 부승민의 품에서 움직일 힘도 없이 겨우 “응”이라고 대답했다.부승민은 두 팔로 그녀를 안아 자기 허벅지 위에 올렸다.그의 뜻을 안 온하랑은 온몸으로 버둥거렸다.“안 돼... 안 돼...”더 하게 된다면 힘들어질 것 같았다.부승민이 속삭였다.“괜찮아, 내일은 출근 안 하잖아.”그는 이미 2개월을 참았다.게다가 요즘은 그녀를 편하게 해주느라고 더욱 힘들었다.온하랑이 버둥대고 있을 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온하랑은 한숨을 돌리고 얘기했다.“얼른 가서 문 열어.”부승민은 눈을 감고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아마도 식사를 가져온 사람일 것이다.그는 샤워가운을 입고 문앞에 가서 밥을 챙겼다.저녁 식사는 꽤 풍성했다. 부승민은 요리를 온천 옆에 가져다주었다.온하랑은 온천 속에서 밥을 먹었다. 얼마나 꿈 같은 시간이었는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저녁을 먹은 후, 온하랑은 온천에서 일어나 샤워타올을 몸에 감고 얘기했다.“난 먼저 돌아갈게. 천천히 먹고 있어.”부승민의 이마에는 핏줄이 설 지경이었다....온하랑이 간 후, 부승민은 간단히 밥을 먹은 후 온천에서 나와 주변을 정리했다.거실로 돌아온 부승민은 소파 안에서 핸드폰을 들었다. 잠금을 해제하려고 보니 그의 핸드폰이 아닌 온하랑의 핸드폰이었다.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그는 손쉽게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온하랑은 아까까지 인스타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그는 온하랑의 인스타를 내리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 추서윤이 이틀 전에 올린 글이었다.[새벽에도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사진을 보니 그건 부승민의 손이었다.그리고 글을 올린 시각은 바로 그가 온하랑을 재우고 추서윤에게 갔던 날이었다.부승민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속에는

  • 위태로운 제안   제135화

    추서윤이 아는 온하랑은 그 인스타를 부승민에게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대담하게 올린 것인데 부승민이 그걸 보게 될 줄은 몰랐다.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인스타를 본 순간, 그가 알던 추서윤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추서윤은 계속 변명하면서 그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승민아, 제발 날 용서해줘. 지금 바로 온하랑에게 가서 빌게. 제발 날 버리지 말아줘. 난 네가 없으면 안 된단 말이야.”“이번 한 번뿐이야. 인스타를 지워.”“알겠어. 지금 당장 지울게. 승민아, 날 용서해 준거지? 미안해, 승민아. 널 실망하게 해서. 내가 어떻게 온하랑에게 그럴 수 있겠어. 또 하랑이한테 상처를 줬으니 날 미워하고 있을 거야.”“못 봤을 거야. 그러니까 자책하지 말고 온하랑과 멀어져.”“알겠어.”추서윤은 그렇게 말하면서 속이 불편했다.온하랑이 이 인스타를 보지 못했다니, 얼마나 아쉬운가.전화를 끊은 후, 부승민은 온하랑의 핸드폰으로 다시 인스타를 들어가 보았다. 추서윤의 글은 이미 사라졌다.그제야 부승민은 한숨을 돌렸다.이렇게 하면 온하랑은 그날 밤, 부승민이 나갔다 왔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이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문앞에 다가가 보니 온하랑이였다.온하랑은 부승민을 보며 얘기했다.“핸드폰을 여기에 둔 것 같아.”“여기.”부승민은 그녀의 핸드폰을 돌려주었다.“고마워.”온하랑은 떠나려다가 무언가가 떠올라서 얘기했다.“맞다, 뭐 좀 도와줄 수 있어?”“들어와서 얘기해.”온하랑이 들어오자 부승민은 문을 닫았다.“솔직하게 얘기하면 되지. 우리 사이가 부탁해야 할 사이야?”“오빠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려도 돼?”부승민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저도 모르게 입술을 핥으며 얘기했다.“내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려고?”설마 추서윤이 올린 그 글을 이미 본 건가?온하랑이 해명했다.“차에서 황세운 씨가 나한테 남자친구가 없냐고 물었어. 날 좋아하나 봐. 남자친구가 있다고 얘기했더니 안 믿는 거 있지. 그러니

  • 위태로운 제안   제136화

    이튿날 아침. 온하랑은 다른 동료들과 함께 리조트에서 산책하면서 사진을 찍었다.점심 열두 시 반. 2층의 식당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세 개 준비되어 있었다. 모든 직원들이 같이 바비큐 파티를 시작했다.여자들이 한 테이블, 남자들이 두 테이블로 나누어 앉았다.여자들은 음료수를 마셨고 남자들은 맥주를 마셨다.다들 기분 좋게 먹고 있었고 조금 취기가 오른 사람은 부승민에게 장난을 치기도 했다.부승민은 담담하게 웃어넘겼다. 직원들은 더욱 기뻐했다.점심을 먹은 후, 누군가가 게임을 하자고 얘기했다.다들 기분이 좋아서 얼른 그 제안을 승낙했다.“좋아요, 무슨 게임을 할 건데요?”“제일 간단하게 술병 돌리기 해요.”한 사람이 빈 맥주병을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술병이 지목하는 사람은 진실게임 혹은 벌칙이에요.”“좋아요.”많은 직원들이 승낙했다.부승민이 자리에 있으니 눈치 없이 빠지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리 싫어도 어쩔 수 없었다.MF의 진승철 전무가 물었다.“부 대표님도 같이 하실래요? 같이 놀아요, 다들 기대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렇죠?”“네! 맞아요. 부 대표님도 얼른 오세요.”사람들이 얘기했다.“알겠어요. 그럼 조금만 있을게요.”부승민이 승낙하자 직원들은 환호했다.조 비서를 따라 그들은 리조트 뒤의 별장에 와서 게임을 진행했다.별장에는 커다란 거실도 있고 당구장도 있고 게임기도 있었으며 영화관, 헬스장, 칵테일바까지 있었다. 이건 모두 리조트에 온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사람들은 거실에 동그랗게 앉아 중앙에 맥주병을 놓았다.진승철이 먼저 얘기했다.“자, 내가 먼저 돌릴게요. 처음으로 당첨되는 행운아가 누구인지 한 번 보자고요.”그렇게 말한 후, 진승철은 바닥의 맥주병을 돌렸다.사람들이 조용해져서 모두 그 술병을 쳐다보며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있었다.병은 돌다가 한 남자 직원을 가리켰다.자기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직원들은 얼른 입을 열었다.“장승우 씨, 운이 좋네요! 첫 타자라니. 진실게임이에요

  • 위태로운 제안   제137화

    만약 진실게임에 대답하지도 못하고 벌칙도 못 하면 술을 세 잔 마셔야 했다.사람이 너무 많았기에 모든 사람을 지목하려면 거의 40번 돌려야 한다.그래서 온하랑 차례까지 오지 않았다. 다른 여자 동료들도 지목당하긴 했지만 그렇게 난감한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벌칙을 수행하고 난 진승철이 얘기했다.“자 이번에는 누구를 돌려볼까.”술병이 중간에서 빙그르르 돌아갔다.사람들은 시선을 떼지 못하고 술병을 쳐다보았다. 그 술병이 가리킨 사람은 다름 아닌 부승민이었다.모든 사람들이 환호했다.진승철은 웃으면서 얘기했다.“부 대표님, 어쩔 수 없네요. 진실게임이랑 벌칙 중에서 고르세요.”“진실게임이요.”“그럼 묻죠. 첫 경험은 추서윤 씨와 했나요?”사람들은 진승철의 담대함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그래도 귀를 쫑긋 세운 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부승민의 대답을 기다렸다.부승민은 온하랑을 쳐다보면서 얘기했다.“아니요.”그는 추서윤과 연애하면서 스킨쉽을 한 적이 없었다.부승민 본인이 혼외자였기 때문에, 그쪽 방면으로는 더욱 세게 자신을 억제했던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를 아주 아껴주어 부승민과 부민재는 다른 이복형제들처럼 크게 싸우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이 지난 후, 온하랑과 결혼하려고 마음먹은 것이기도 했다. “그럼 누구죠?”진승철이 기세를 몰아 더 물었다.“질문은 하나만 해요. 전 이미 대답했으니까요.”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부승민과 결혼하기 전, 부승민이 추서윤과 사귀었다는 것을 알긴 했다. 하지만 그건 모두 과거였고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는 잘 알지 못했고 물어볼 용기도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관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온하랑은 약간 기뻐했다.사람들은 실망한 눈치를 내비췄다.“진 전무님! 그렇게 물어보면 당연히 안 되죠. 누구인지 직접 물으셨어야죠.”진승철이 얘기했다.“다음에 꼭 그렇게 할게요.”마침 몇 번 지나지 않아 술병은 또 부승민을 지목했다. 이번에 질문

  • 위태로운 제안   제138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목을 가다듬고 얘기했다.“18센치... 정도?”“그렇게 크다고요? 정말이에요?”사람들은 또 웅성댔다.온하랑은 바로 술병을 돌렸다. 질문이 끝났으니 이제는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지만 술병은 또 마침 부승민을 가리켰다.그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부 대표님, 진실게임이에요, 벌칙이에요?”온하랑이 그를 보면서 물었다.“진실게임.”이런 장소만 아니었다면 온하랑은 그에게 묻고 싶었다. 그녀한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냐고.주변에서 사람들이 질문할 거리를 던져주었다.부승민의 크기가 얼마인지.첫 경험 때 몇 살이었는지.얼마나 많은 여자와 몸을 섞었는지. 부승민의 크기는 온하랑도 잘 알고 있었으니 물을 필요가 없었다. 혼전 사생활이 궁금하긴 했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고, 물어보지 않았다.하지만 부승민에 관한 이야기들은 거의 다 알고 있기에 뭘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온하랑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추서윤 씨와는 어떻게 알게 된 거죠?”직원들도 귀를 세우고 부승민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부승민은 눈을 반짝이더니 온하랑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온하랑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주변은 갑자기 조용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부승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학교 활동 때문에 같이 무대를 준비해야 해서 알게 된 거예요. 그리고 그 무대가 끝난 후 사귀게 되었죠.”“연습하다가 서로 좋아하게 된 거예요?”누군가가 물었다.“네.”그랬구나.온하랑은 마음이 찝찝했다.대학 시절의 연애는 풋풋해서 잊기 어려울 것이다.부승민을 좋아하기 전, 온하랑도 대학에서 풋풋한 연애를 하고 싶었다.하지만 부승민을 좋아하게 되었으니 그건 이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온하랑이 대학을 다닐 때, 부승민은 이미 회사에 출근하는 직장인이 되었다. 온하랑은 항상 부승민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추서윤은 부승민과 함께 아리따운 청춘 시절을 보냈으니 더욱 잊기 힘든 것이겠지.그리고 온하랑은 또 앉아서 구경하기 시작했다.핸드폰이 진동했다. 이미

  • 위태로운 제안   제139화

    무릎으로 생각해도 그가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있었기에 온하랑은 바로 대답했다.[안 가. 쉴 거야.][확신해? 시간은 내일밖에 없는데, 설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온천에 들어가려고?]온하랑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얘기했다.[저녁에 갈게.][음식을 온천에 흘리면 안 된대. 그래서 온천에서 식사하는 건 금지야.]부승민은 온하랑이 온천에서 식사를 마친 후 도망갈까 봐 미리 얘기했다.[알았어. 그럼 밥 먹고 갈게.]온하랑은 침대에 기대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추서윤과 연관된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추서윤 독일어]온하랑은 그 검색어를 클릭했다.추서윤이 귀국한 후 참가했던 예능이 오늘 방송되었다.그 예능의 클립 영상에서 추서윤은 독일어를 할 줄 안다고 자기소개에 썼다.다른 게스트들은 그녀더러 독일어로 얘기해 보라고 했고 추서윤은 바로 입을 열었다.“그럼 제가 독일어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그리고 추서윤은 유창하게 독일어로 말을 이어갔다.부승민이 독일어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온하랑은 이 이야기가 익숙하게 느껴졌다.“이건 바로 ‘까마귀와 여우’라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에요. 한 까마귀가 치즈 덩이를 물어서 나무에 앉아 치즈를 먹고 있었어요. 하지만 까마귀는 먹고 있을 때 쩝쩝대는 습관이 있어요. 여우 한 마리가 그 소리를 듣고 달려와서 까마귀한테 얘기하죠. ‘아, 까마귀님, 저는 종래로 당신처럼 예쁜 털을 가진 새를 보지 못했어요! 만약 당신께서 좋은 목소리가 있다면, 노래를 잘 부른다면 우리는 모두 당신을 왕으로 추앙할 거예요. 모든 새들의 왕으로요!’ 그 말을 들은 까마귀는 기분이 좋아져서 자기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바로 노래를 시작하려던 찰나, 치즈가 떨어졌죠. 여우는 바로 떨어진 치즈를 입에 넣고 이 어리석은 까마귀를 비웃었어요. 다들 이 이야기, 들어보셨죠?”한 게스트가 얘기했다.“어릴 때 들어본 것 같네요.”다른 게스트가 또 물었다.“추서윤 씨는 미국에서 있으면서 어떻게 독일어를 배운

  • 위태로운 제안   제140화

    저녁 여덟 시. 부승민은 온하랑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다.[저녁은 먹었어? 왜 아직도 안 와?]온하랑은 문자를 흘깃 보고 카카오톡을 끈 후 핸드폰을 잠갔다.핸드폰이 두 번 진동했다. 또 카카오톡이 도착했다.온하랑은 핸드폰을 들어 확인했다. [바로 답장해. 안 그러면 찾아갈 테니까.]온하랑은 입꼬리를 올려 웃고 대답했다.[오늘은 안 갈래.][왜? 왜 아까는 무시한 거야.][아까는 못 봤어. 오늘은 힘들어서 가고 싶지 않아.]핑계였다.딱 봐도 핑계가 확실했다.[온하랑, 솔직히 얘기해. 무슨 일인데.][솔직히 얘기한 거야. 힘들어서 쉬어야겠어.]문자를 보낸 후, 온하랑은 핸드폰은 잡고 얼마간 기다렸다.하지만 부승민에게서 답장이 오지는 않았다.온하랑은 핸드폰을 침대맡에 두고 잠에 들려고 했다.갑자기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온하랑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노크한 게 부승민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장서연의 침대가 문과 더 가까웠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문으로 걸어가더니 문을 열지 않고 물었다.“누구세요?”“나예요.”낮은 목소리가 문을 넘어 들려왔다.“온하랑한테 할 말이 있으니 나오라고 해줘요.”“아, 네.”장서연은 바로 대답한 후 온하랑을 보며 얘기했다.“하랑 씨, 부 대표님께서 찾으세요. 얼른 나가봐요.”부승민이 정말 여기까지 오다니.온하랑은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신고 나갔다. 그리고 바로 문을 닫아버렸다.온하랑은 부승민을 보면서 물었다.“왜 왔어? 무슨 일이라도 있어?”“몰라서 물어?”부승민은 온하랑을 쳐다보며 물었다.온하랑이 뭐라고 얘기하려는 데, 부승민의 그녀의 말을 끊고 말했다.“그런 핑계들로 넘어가려고 하지 마. 기분이 왜 안 좋은지 얘기해 줘야 알 것 아니야.”“다른 이유 없으니까 그만해.”“추서윤이 나간 예능 때문이야?”온하랑은 가만히 있었다.“질투하는 거지?”“그런 거 아니야. 혼자서 마음대로 추측하지 마. 내가 왜 질투를 해? 내가 오빠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 위태로운 제안   제141화

    “두 달이나 지났는데 하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니야?”“그래도 내 허락이 없으면 안 한다고 했잖아. 난 싫어.”“그럼 나 좀 도와줘.”온하랑은 머뭇거리다가 손을 흔들었다.부승민은 고개를 저었다.“돌아서서 다리 모아.”끝날 때, 온하랑의 허벅지는 붉어져 있었다.온하랑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저 부승민을 째려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부승민은 기분이 꽤 좋은 듯, 그녀를 깨끗이 씻어준 후 침대로 안아서 갔다.서비스는 꽤 좋은 편이었다....이튿날 새벽.부승민은 온하랑을 깨웠다.“돌아가야 해. 차에서 자고 있어.”직원들은 아직 온천 리조트에 있을 것이다.온하랑은 일찍 돌아오긴 했지만 출근할 필요는 없었기에 집에서 쿨쿨 잤다.핸드폰을 보다가 부승민과 찍은 사진을 떠올리고 바로 인스타에 업로드 했다.온하랑은 간단한 글을 덧붙였다.[남자 친구]그리고 그녀와 부승민이 찍은 사진을 올리고 모든 사람한테 공개했다.이윽고 부승민이 그녀의 게시물에 하트를 눌렀다.사람들은 그녀의 남자 친구가 왜 얼굴을 비추지 않는지 의아해했지만 축하한다고 댓글을 달았다.한 남자 직원이 시원하게 댓글을 달았다.[확실히 18센치는 될 것 같네.]김시연은 아예 카카오톡을 보내 물었다.[하랑 씨, 무슨 일이에요? 얼른 얘기해 봐요!][보는 그대로예요. 아직은 만나보고 있는 사이라 자세히 얘기하기는 어려워요.][하랑 씨!!! 정말 어디서 이런 남자 친구를 만난 거예요? 이 몸매... 저 가슴 근육... 정말 너무 멋지잖아요!][침 흘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요.][데리고 나오면 안 돼요?][아직은 안돼요. 이다음에 다시 봐요.]이주혁은 그 글을 보고 멍하니 있었다. 마음속은 복잡한 감정이 가득했다.온하랑이 항상 솔로라면 그에게도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다른 사람이 선수를 쳐버렸다.뚱냥이:[언제 사귄 거야? 남자 친구 몸매가 죽이는데?]온하랑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추서윤한테만 공개해서 추서윤을 약 올리고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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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383화

    “그렇다면 다행이네.”최국환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을 이었다.“동림이도 이 병원에 있어. 천식이 재발해서 입원 중인데 같이 가서 보러 갈래?”온하랑은 잔잔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전 또 일이 있어서요.”“바로 아래층인데. 금방이면 돼.”최국환이 설득하듯 덧붙였지만 온하랑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죄송해요. 회장님. 제가 좀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그녀는 부드럽게 말을 맺고 최국환을 지나쳐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기면서도 그녀의 생각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내가 필라시에서 메이슨을 낳았다는 얘기... 처음엔 믿기 어려웠지. 하지만 사진도 있었고 메이슨이 다시 내 품에 돌아온 뒤로는 받아들이게 됐어. 그렇다면 메이슨이 유실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온하랑은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첫 번째 가능성은 출산한 후 며칠 지나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였다.그 사고로 기억을 잃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사이 갓난아기 메이슨은 집에 혼자 남겨졌고 우는 소리에 놀란 이웃이나 행인이 아이를 구조했다가 연락처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떠돌다 양부모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 혹은 집에 아무도 없다는 걸 틈타 누군가 아이를 빼돌렸을 수도 있었다.두 번째는 임신 후반기에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였다.병원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기억을 잃고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입원 생활을 이어갔고 아이는 병원의 판단이나 제삼자의 개입으로 다른 곳에 보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특히 병원 측이 메이슨의 혈액형이 특이하다는 걸 알고 그 사실을 숨겼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무엇보다 그때 그녀에게는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온하랑은 두 번째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 생각했다.사고로 깨어난 뒤 그녀의 휴대폰에는 최동철이나 벨라, 혹은 진도원 등 사람들의 연락처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 사고에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그리고 오늘 메이슨의 희귀 혈액형을 알게 된 뒤로

  • 위태로운 제안   제1382화

    온하랑은 조심스럽게 일반 병실 문을 밀어 열었고 문틈 사이로 소독약 특유의 냄새가 훅하고 밀려왔다.병실 안에서는 운전기사가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 있었고 오른쪽 다리는 깁스를 한 채 이마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온하랑이 들어오자 기사는 몸을 일으키려 애쓰며 말했다.“아가씨, 죄송합니다.”“움직이지 마세요.”온하랑은 재빨리 다가가 그를 제지하고는 다정하게 말했다. “지금은 푹 쉬셔야 해요.”기사는 눈에 띄게 미안한 기색이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그때 반응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기사님 잘못 아니에요.”온하랑은 그의 곁에 앉아 방금 사 온 과일 바구니를 건넸다. “CCTV 확인해 보니까 상대 차량이 고의로 신호를 어긴 게 맞아요. 경찰이 이미 수사에 들어갔어요.”기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물었다.“그럼... 메이슨 도련님은요?”“아직 중환자실이에요.”온하랑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걱정은 고스란히 전해졌다.“하... 부디 별일 없어야 할 텐데요. 어서 나아야 할 텐데...”“의사들이 최선을 다해주실 거예요. 기사님께서 필요한 거 있으면 간병인이나 비서한테 바로 말씀하세요. 전 이제 아주머니 병실도 보고 올게요.”“네, 고맙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온하랑은 장 선생 병실을 나온 뒤 가정부 아주머니의 병실도 들렀고 마지막으로 메이슨이 있는 중환자실 앞으로 향했다.아직 깨어나지 않은 메이슨을 보기 위해 간호 스테이션에 들러 서류에 서명하고 푸른색 보호복과 마스크, 모자를 착용한 뒤 무거운 격리실 문을 밀었다.침대 위 메이슨은 생각보다 더 창백했다.그의 긴 속눈썹이 병실 조명 아래 거의 투명해 보였고 여러 장비와 관이 그 작은 몸을 감싸고 있었고 의료 기기에서는 규칙적인 삑삑 소리가 들렸다.온하랑은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고 엄지로 손등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낮게 속삭였다.“메이슨...”그녀는 고개를 돌려 간호사에게 물었다.“언제쯤 깰 수 있나요?”“수술 끝난 지 이제 다섯 시간

  • 위태로운 제안   제1381화

    온하랑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예전에 강남시에서 마주친 소년이 떠올랐고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그들은 비록 이복남매 사이지만 사실상 남이나 다름없었다.게다가 지금 최동림이 입원 중이라면 보호자는 거의 확실하게 임가희일 것이고 온하랑은 그 여자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그래. 그럼 내가 잠깐 내려갔다 올게.”“네.”최동철은 조용히 병실로 내려가 잠시 임가희와 인사를 나누고 최동림의 상태를 확인한 뒤 수술실 앞으로 돌아왔다.보모가 먼저 수술을 마쳤고 이어 병원에서 혈장을 수급해 수술이 이어졌으며 결국 메이슨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그는 현재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의사는 메이슨이 깨어나려면 대략 4~6시간 정도 걸릴 거라 설명했다.최동철은 곧장 비서 김지환과 간병인 두 명을 병동에 상주시키도록 지시했다.한편, 메이슨과 같은 희귀 혈액형을 가진 친구도 병원에 도착했다.비록 실제 수혈은 필요 없었지만 최동철과 온하랑은 감사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하고 고급 담배와 술도 선물했고 연락처도 서로 교환했다.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레 희귀 혈액형 이야기가 나왔다.그 친구는 자신의 혈액형이 확인된 후 가족 전체가 무료 혈액형 검사를 받았고 그중 동생도 같은 혈액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현재는 희귀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의 상호 도움 단체에 가입해 있으며 메이슨도 가입해 두라고 권했다.지금은 어린 나이라 헌혈이 안 되지만 이후 혹시 모를 수혈 상황에 대비해 혈액 공급망을 넓혀 두는 게 좋다는 것이다.메이슨이 성인이 되면 직접 헌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식사를 마친 뒤 온하랑은 협력사 미팅에 가야 했기에 최동철은 그녀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자신의 업무로 향했다.협력사 미팅을 마친 온하랑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고 택시에서 막 내린 그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부승민이었다.온하랑은 병원 안으로 들어서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어때? 장 대표님은 만났어?”수화기 너머에서 부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위태로운 제안   제1380화

    온하랑은 지금 경주 출장을 온 상태였다.그는 오늘 막 도착해 협력사 직원의 안내로 호텔에 체크인했지만 아직 현지 담당자와는 만나지 못한 상황이었다.원래는 저녁에 메이슨을 잠깐 보러 갈지 생각 중이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최동철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메이슨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이었고 그래서 온하랑은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입구에는 최동철이 먼저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를 보자 온하랑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며 다급히 물었다.“동철 오빠, 메이슨은 어때요?”그러자 최동철은 깊이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과다 출혈이 있어서 수혈이 필요해.”그 말에 온하랑은 아까 전화로 자신에게 혈액형을 물어본 이유가 떠올랐고 마음속 불안이 더욱 커졌다.“메이슨 혈액형이... 뭔가 문제라도 있어요?”“검사 결과, 메이슨은 Kidd 혈액형 중 Jk(a-b-)형이래. Rh 음성보다 더 희귀한 혈액형이야.”최동철의 목소리에는 짙은 걱정이 묻어 있었고 온하랑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벌렸다.“그런 혈액이... 혈액은행에 있긴 있어요?”“응. 병원에서 이미 확보 요청했어.”그래도 온하랑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메이슨이 어쩌다 그런 희귀 혈액형을 갖게 된 거지? 혹시 혈액이 부족하면 어쩌지...’그러자 최동철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예전에 경주에서 같은 혈액형 가진 사람 중 헌혈 계약을 맺은 분들이 있어서 지금 연락 중이야. 메이슨 상태도 많이 안정됐고 잘 버틸 수 있을 거야.”만약 사고가 메이슨이 처음 귀국했을 때 터졌다면 정말 위험했을 거라고 그는 덧붙였다.병실로 가는 길에 최동철은 메이슨의 혈액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Kidd 혈액형은 ABO 혈액형과는 별개 체계로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ABO 혈액형상으로 메이슨은 O형이다.하지만 Kidd 혈액형 시스템에서는 적혈구 표면 항원의 존재 여부에 따라 Jk(a+b-), Jk(a-b+), Jk(a+b+), Jk(a-b-) 이렇게 네 가지로 나뉜다

  • 위태로운 제안   제1379화

    아침이 밝고서야 최국환이 병원에서 돌아왔다.설윤은 그의 눈 밑이 시커멓게 팬 걸 보고 곧바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조심스레 물었다.“동림이는요?”“원래 있던 증상이지. 의사 말론 어제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서 그랬다고 했어. 당분간 입원해서 안정 취해야 한대. 지금 병원에 동림이 엄마랑 하인이 같이 있어.” 최국환은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온몸이 뻐근하고 피로가 몰려와 그는 이제 더 이상 밤새우는 게 버겁다고 느꼈다.알레르기 유발성 천식과 감정 기복으로 인한 천식 발작은 증상이 조금 달랐다.경험 많은 의사가 문진과 혈액 검사 끝에 감정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큰일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회장님도 아주 피곤해 보이세요. 아침 드시고 바로 좀 쉬시는 게 어때요?”설윤이 조용히 말하자 최국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그는 2층으로 올라가 휴식을 취했고 임연지는 외출해 오재원을 만나러 나갔다.집에 혼자 남은 설윤은 심심하던 차에 기사에게 부탁해 병원으로 향했다.명분은 최동림의 병문안이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임가희의 신경을 긁어놓는 데 있었다.병원에 도착해 입원실 방향으로 걷던 중 그녀는 익숙한 뒷모습 하나를 발견했다.그 사람은 통화 중이었고 바쁘게 걸음을 옮기며 설윤보다 먼저 병동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최동철? 설마 동림이를 보러 온 걸까?’설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엘리베이터에 올라 최동림의 병실이 있는 층으로 이동했다.창밖으로 병실 내부를 들여다보니 최동림은 링거를 맞으며 누워 있었고 곁의 보호자 침대엔 임가희가 쉬고 있었다.설윤은 병실 문을 똑똑똑 세 번 두드렸다.아무런 응답이 없자 그녀는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 소리에 임가희는 반사적으로 벌떡 몸을 일으켰고 그녀의 눈빛은 곧장 경계심으로 바뀌었다.“설윤 씨, 여긴 무슨 일이죠?”임가희는 빠르게 몸을 돌려 병상 앞을 가로막았고 설윤은 손에 든 과일 바구니를 살짝 흔들며 부드럽게 웃었다.“당연히 동

  • 위태로운 제안   제1378화

    임연지는 설윤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분에 겨워 발을 굴렀다.‘진짜 싸가지 없는 여자야. 예전에 백화점에서 따귀 한 대 맞았을 땐 개처럼 쫄아서는 말도 못 하더니 지금은 고모부가 뒤를 봐준다고 어디 감히 자기를 상대로 맞불을 놓다니.’설윤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웠고 금세 잠이 들 것 같았다. 그런데 카카오톡 알림음이 울려 억지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한편, 임연지는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핸드폰을 들어 한진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오늘 있었던 일을 죄다 털어놓았다.[이 년은 진짜 너무 교활해. 내가 못 봤으면 동림이는 완전히 넘어갔을 걸? 아무도 몰랐을 거야. 아까는 대놓고 동림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뭐냐고 묻더라니까? 고모부는 갑자기 노망이 났는지 그냥 다 알려주라고 하질 않나.]그러자 한진의 답장도 빠르게 도착했다.[이 여자 수위가 장난 아닌데.] [그렇지. 내 말 맞지!] [너네는 못 이겨. 이런 애 상대하려면 그냥 권력으로 찍어 눌러야 해. 지금처럼 고모부가 뒷배 봐주니까 애가 깝치는 거지. 그러니까 넌 빨리 오재원이랑 결혼하는 게 답이야.][곧 할 거야. 오씨 집안에서도 이번 주 안에 날짜 잡자고 올라온다고 했어.][근데 결혼했다고 끝난 건 아니야. 오재원이 예전처럼 아무 능력 없는 철부지라면 권한도 없고 집안에서 힘도 없을걸.]임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오재원네 집안 권력은 오형일, 큰아들 오하운, 그리고 작은아버지 오정우에게 집중돼 있었다.사실 그녀도 예전엔 오재원의 형 오하운에게 접근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는 워낙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들고 간신히 만나도 말도 안 섞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근데 솔직히 오재원은 회사에서 일할 깜냥도 안 돼.][그럼 그냥 가르치면 되지. 저 정도 집안이면 선생 몇 명 붙이는 거 일도 아니잖아. 회사 나가서 일하게 만들고 진심으로 개과천선은 못 해도 적어도 모양새는 갖춰야지. 부모님 눈에도 달라졌다고 보이게 말이야. 연지야, 지금은 오

  • 위태로운 제안   제1377화

    “회장님! 동림 도련님이 천식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지금 병원으로 모시려는 중이에요. 어서 내려와 보세요.”복도에서 다급한 하인의 외침이 들려왔다.최국환은 눈을 번쩍 뜨고 곧장 침대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 조명을 켠 뒤 겉옷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를 따라 일어난 설윤이 몸을 일으키자 그는 말했다. “그냥 자. 내가 가볼게.”하지만 설윤은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동림이 천식이 있어요?”“응. 태어날 때부터 있었어.”“그럼 저도 같이 가볼게요.”설윤은 외투를 꺼내 입고 최국환과 함께 급히 방을 나섰다.1층 거실로 내려가 보니 최동림은 이미 약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얼굴이 벌겋게 변해 있었다.곁에서 지키고 있던 임가희는 몹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도대체 왜 갑자기 발작이 난 거야?” 최국환이 조급하게 묻자 임가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확실하진 않은데 혹시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노출된 게 아닐까 싶어요... 다만 의사 말로는 감정적인 변화 특히 슬픔이나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거든요.”이런 감정이 심할 경우 몸속 자율신경 중 미주신경이 자극돼 기관지가 수축하고 천식 발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최동림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천식 판정을 받았고 그 뒤로 집안은 온통 방역과 청소, 위생 관리에 신경 써 왔다.최동림이 자라면서 체질도 좋아져 요즘엔 거의 발작이 없었고 학교에도 특이 사항을 알려 기숙사 생활을 하게 했던 터였다.“알레르기 때문은 아닐 거야. 아마 낮에 너무 놀랐던 것 같아.”최국환은 최동림 옆에 앉아 등을 두드리며 숨을 고르게 도와주었다.“동림아, 아빠가 너무 심했어. 미안해.”그때 임연지가 옆에서 코웃음을 치며 설윤을 향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글쎄요, 고모부. 오늘 오후에 설윤 씨가 동림이 방에 다녀갔는데 혹시 몸에 뭐 안 좋은 걸 묻히고 온 건 아닐까요? 동림이 건강 생각하면 확인

  • 위태로운 제안   제1376화

    방금까지 부모에게 혼나 속이 뒤집힌 상태였던 최동림은 설윤이 자신에게 친절하게 다가온 그 순간 그녀에 대한 인상이 한껏 좋아졌다.그녀는 확실히 임가희가 지금껏 상대해 온 사람 중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다.최동철 쪽과도 특별히 친하지 않고 이 집에서 그녀가 기대고 있는 건 허공에 떠 있는 최국환의 사랑 말고는 오직 최동림이라는 아들뿐이었다.그리고 설윤은 단번에 그 약점을 정확히 찔러 들어왔다.임가희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는 조용히 말했다.“연지야, 넌 먼저 나가 있어.”임연지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최동림을 노려보다가 억지로 돌아섰고, 문을 쿵 하고 세게 닫고 나갔다.그러자 방 안에는 모자 단둘만 남았다.짙은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임가희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아들 앞에 앉았다.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지만 최동림은 피하듯 몸을 틀었다.허공에 멈춘 임가희의 손끝이 서글프게 떨리다가 조용히 내려왔다.“동림아.”그녀의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게임기... 엄마한테 줄래?”최동림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더 꼭 안으며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이건 제 거예요!”임가희는 눈빛을 거두며 일어섰다.“동림아, 엄마 정말 실망했어.”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몰라? 새 옷 사주고 장난감 사주고 아프면 병원에서 밤새 지켜봐 주고 늘 네 곁에 있었잖아. 그런데 네가 이런 식으로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해?”그 말에 최동림의 눈이 붉어지며 금세 눈물이 고였고, 그는 와락 게임기를 내려놓고 임가희를 안았다.“엄마, 미안해요... 게임기 필요 없어요. 제발 화 풀어요...”임가희는 아들의 어깨를 다정하게 토닥이며 말했다.“그래야 우리 동림이지.”그는 흐느끼며 품에 안겼고 임가희는 조용히 속삭였다.“아직 넌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어른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속셈이 오가는 거야. 설윤이란 여자는 겉으론 웃고 있어도 속은 달라. 그러니까 절대로 설윤한테 선물 받지 마. 가까이하

  • 위태로운 제안   제1375화

    “누나, 무슨 일이에요?”최동림은 게임을 계속하고 싶어 속으로 짜증을 삼키며 물었다.“방금... 설윤이 여기 왔었지?”“네...”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던 최동림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안 왔어요.”임연지는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고 어딘가 어색했다. 그런데 정확히 뭐가 이상한 건지 콕 집어 말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려다 문득 책상 위의 선물 포장 상자와 그가 들고 있는 게임기를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이 게임기는... 누가 사준 거야?”최동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게... 엄마가... 사줬어. 왜?”“정말?”임연지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되물었다.“그럼 고모한테 물어볼게.”최동림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아, 잠깐만! 누나, 그게…”그의 말을 끊고 임연지는 단단히 다그쳤다. “동림아, 솔직히 말해. 이 게임기는 진짜 누가 사준 거야?” 최동림은 두 손으로 게임기를 꼭 쥐었고 손등이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다.그는 고개를 떨군 채 한참 말이 없다가 결국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설윤... 아줌마가 줬어.”“설윤... 아줌마?” 임연지는 말도 안 된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 지금 그 여자를 아줌마라고 불러? 이렇게 비싼 걸 받았다고? 동림아, 설윤이 어떤 여자인지는 알고 있는 거야?”갑작스러운 고함에 최동림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설... 설윤 아줌마는 착한 사람이야. 그냥...” “착하다고?”임연지는 분노에 찬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착한 여자가 남의 가정을 깨뜨리냐? 넌 그런 사람한테 선물 받으면서 고맙다고 하는 거야?”그녀는 그대로 손을 뻗어 최동림의 품에 있던 게임기를 낚아채더니 바닥에 내리꽂았다.“쾅!”새 게임기는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났다. 화면은 깨지고 기계 외관도 부서져 부품이 여기저기 흩어졌다.최동림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다 곧장 무릎을 꿇고 깨진 게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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