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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3-13 17:21:18
단톡방에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일 퇴근 후 회사 문앞에서 집합한다고.

회사에서 버스를 대여해 그들을 데리고 미리 교외의 온천 리조트로 간다는 뜻이었다.

세 부문의 사람들을 합치면 도합 40여 명이었기에 차가 두 대 필요했다.

이튿날, 사람들은 출근하면서 갈아입을 옷과 개인용품들을 챙겨왔다. 그리고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바로 밖으로 나갔다. 다들 온천 리조트에 대한 기대가 큰 모양이었다.

온하랑이 내려왔을 때, 버스에는 사람이 꽤 많이 앉아있었다. 온하랑은 가방을 들고 차에 타서 뒤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뒤에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직원들이 더 타서 버스에는 거의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온하랑 디렉터님, 저 여기 앉아도 돼요?”

한 남자가 다가와 물었다. 온하랑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온하랑은 옆에 앉은 남자를 알고 있었다. MF 부문의 직원인데 이름은 황세운이었다.

원래 MQ의 사람이었는데 후에 MF로 간 것이었다.

게다가 황세운은 전에 온하랑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온하랑은 크게 반응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얘기했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부 대표님도 가시게요?”

온하랑이 고개를 돌리자 손에 캐리어를 든 부승민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어제 부승민은 운전해서 데려다주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온하랑은 동료들이 오해할까 봐 거절했다.

“왜요? 부 대표님도 쉴 수 있는 거죠.”

누군가가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한마디씩 보태면서 장난을 쳤다.

버스에는 이제 자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안쪽에 앉거나 뒤쪽에 앉아야만 했다. 부승민은 들어가면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황세운은 시선을 돌리고 놀라서 얘기했다.

“부 대표님도 가실 줄 몰랐어요. 부 대표님은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인 줄 알았는데.”

온하랑과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잣말 같기도 했다.

온하랑은 대답하지 않고 차창문에 기대 눈을 감았다.

버스가 온천 리조트를 향해 출발했다.

버스 안은 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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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부승민이 보낸 문자였다.[내 방 번호 0104.]동료들의 방은 이미 준비되어있었다. 여자는 2인실, 남자는 4인실이었다 그리고 부승민은 홀로 스위트룸을 쓰고 있었다.온하랑이 답장했다.[괜찮아요.]그녀에게는 룸메이트가 있었다. 만약 그녀가 부승민의 방에서 잔다면 괜한 소문이 날 수도 있다.[내 방에는 개인 온천이 있는데.]“...”온하랑은 머뭇거렸다. 회사에서 돈을 내서 가는 워크샵이니 모든 사람에게 단독 온천이 차려질 수는 없었다.하지만 온하랑은 다른 사람들과 온천욕을 하는 것이 살짝 꺼려졌다. 단독 온천이라니. 온하랑은 확실히 설렜다.버스가 온천 리조트에 도착해 멈춰 섰다.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조 비서와 함께 가서 방 키를 가졌다.이윽고 조 비서는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저녁에는 자유활동하고 내일 점심은 2층 식당에서 모여서 먹으면 됩니다.]그리고 리조트의 지도 한 장을 보냈다.온하랑과 같은 방을 쓰게 된 건 장서연이라는 MF의 직원이었다.두 사람은 먼저 방으로 돌아가 짐을 풀었다.장서연은 문자를 하더니 온하랑과 얘기했다.“온하랑 디렉터님, 저 다른 직원들이랑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 같이 가실래요?”온하랑이 대답했다.“먼저 가세요. 전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서 이따가 가려고요.”“알겠습니다.”장서연이 나간 후, 온하랑도 방을 나가 0104방 문을 두드렸다.부승민이 나와 온하랑을 보고 얘기했다.“들어와.”온하랑은 0104에 들어가 방을 구경했다. 스위트룸이라 그런지 확실히 호화롭고 좋아 보였다. 모든 물건은 다 최상급으로 준비되어있었다.온하랑의 방보다 100배는 나았다.방 밖에는 단독 온천이 따로 있었다.“오늘 여기서 잘 거야?”“안돼. 저녁에는 돌아가서 자야 해. 내일 여기 와서 온천욕이나 하려고.”“오늘 밤에도 와서 온천에 들어가면 좋잖아?”온하랑은 살짝 설렜다.“먼저 들어가 있어. 사람을 시켜서 음식을 가져올 테니까. 그러면 밥을 먹으면서 온천을 할 수 있잖아.”온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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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34화

    온하랑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거의 부승민의 품에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얼굴은 약간 달아올라 있었고 입술 사이로 가쁜 호흡이 뱉어졌다.그녀의 몸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본 부승민은 손을 뺐다.“어때? 긴장이 다 풀렸지?”온하랑은 부승민의 품에서 움직일 힘도 없이 겨우 “응”이라고 대답했다.부승민은 두 팔로 그녀를 안아 자기 허벅지 위에 올렸다.그의 뜻을 안 온하랑은 온몸으로 버둥거렸다.“안 돼... 안 돼...”더 하게 된다면 힘들어질 것 같았다.부승민이 속삭였다.“괜찮아, 내일은 출근 안 하잖아.”그는 이미 2개월을 참았다.게다가 요즘은 그녀를 편하게 해주느라고 더욱 힘들었다.온하랑이 버둥대고 있을 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온하랑은 한숨을 돌리고 얘기했다.“얼른 가서 문 열어.”부승민은 눈을 감고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아마도 식사를 가져온 사람일 것이다.그는 샤워가운을 입고 문앞에 가서 밥을 챙겼다.저녁 식사는 꽤 풍성했다. 부승민은 요리를 온천 옆에 가져다주었다.온하랑은 온천 속에서 밥을 먹었다. 얼마나 꿈 같은 시간이었는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저녁을 먹은 후, 온하랑은 온천에서 일어나 샤워타올을 몸에 감고 얘기했다.“난 먼저 돌아갈게. 천천히 먹고 있어.”부승민의 이마에는 핏줄이 설 지경이었다....온하랑이 간 후, 부승민은 간단히 밥을 먹은 후 온천에서 나와 주변을 정리했다.거실로 돌아온 부승민은 소파 안에서 핸드폰을 들었다. 잠금을 해제하려고 보니 그의 핸드폰이 아닌 온하랑의 핸드폰이었다.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그는 손쉽게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온하랑은 아까까지 인스타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그는 온하랑의 인스타를 내리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 추서윤이 이틀 전에 올린 글이었다.[새벽에도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사진을 보니 그건 부승민의 손이었다.그리고 글을 올린 시각은 바로 그가 온하랑을 재우고 추서윤에게 갔던 날이었다.부승민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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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35화

    추서윤이 아는 온하랑은 그 인스타를 부승민에게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대담하게 올린 것인데 부승민이 그걸 보게 될 줄은 몰랐다.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인스타를 본 순간, 그가 알던 추서윤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추서윤은 계속 변명하면서 그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승민아, 제발 날 용서해줘. 지금 바로 온하랑에게 가서 빌게. 제발 날 버리지 말아줘. 난 네가 없으면 안 된단 말이야.”“이번 한 번뿐이야. 인스타를 지워.”“알겠어. 지금 당장 지울게. 승민아, 날 용서해 준거지? 미안해, 승민아. 널 실망하게 해서. 내가 어떻게 온하랑에게 그럴 수 있겠어. 또 하랑이한테 상처를 줬으니 날 미워하고 있을 거야.”“못 봤을 거야. 그러니까 자책하지 말고 온하랑과 멀어져.”“알겠어.”추서윤은 그렇게 말하면서 속이 불편했다.온하랑이 이 인스타를 보지 못했다니, 얼마나 아쉬운가.전화를 끊은 후, 부승민은 온하랑의 핸드폰으로 다시 인스타를 들어가 보았다. 추서윤의 글은 이미 사라졌다.그제야 부승민은 한숨을 돌렸다.이렇게 하면 온하랑은 그날 밤, 부승민이 나갔다 왔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이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문앞에 다가가 보니 온하랑이였다.온하랑은 부승민을 보며 얘기했다.“핸드폰을 여기에 둔 것 같아.”“여기.”부승민은 그녀의 핸드폰을 돌려주었다.“고마워.”온하랑은 떠나려다가 무언가가 떠올라서 얘기했다.“맞다, 뭐 좀 도와줄 수 있어?”“들어와서 얘기해.”온하랑이 들어오자 부승민은 문을 닫았다.“솔직하게 얘기하면 되지. 우리 사이가 부탁해야 할 사이야?”“오빠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려도 돼?”부승민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저도 모르게 입술을 핥으며 얘기했다.“내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려고?”설마 추서윤이 올린 그 글을 이미 본 건가?온하랑이 해명했다.“차에서 황세운 씨가 나한테 남자친구가 없냐고 물었어. 날 좋아하나 봐. 남자친구가 있다고 얘기했더니 안 믿는 거 있지.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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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36화

    이튿날 아침. 온하랑은 다른 동료들과 함께 리조트에서 산책하면서 사진을 찍었다.점심 열두 시 반. 2층의 식당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세 개 준비되어 있었다. 모든 직원들이 같이 바비큐 파티를 시작했다.여자들이 한 테이블, 남자들이 두 테이블로 나누어 앉았다.여자들은 음료수를 마셨고 남자들은 맥주를 마셨다.다들 기분 좋게 먹고 있었고 조금 취기가 오른 사람은 부승민에게 장난을 치기도 했다.부승민은 담담하게 웃어넘겼다. 직원들은 더욱 기뻐했다.점심을 먹은 후, 누군가가 게임을 하자고 얘기했다.다들 기분이 좋아서 얼른 그 제안을 승낙했다.“좋아요, 무슨 게임을 할 건데요?”“제일 간단하게 술병 돌리기 해요.”한 사람이 빈 맥주병을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술병이 지목하는 사람은 진실게임 혹은 벌칙이에요.”“좋아요.”많은 직원들이 승낙했다.부승민이 자리에 있으니 눈치 없이 빠지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리 싫어도 어쩔 수 없었다.MF의 진승철 전무가 물었다.“부 대표님도 같이 하실래요? 같이 놀아요, 다들 기대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렇죠?”“네! 맞아요. 부 대표님도 얼른 오세요.”사람들이 얘기했다.“알겠어요. 그럼 조금만 있을게요.”부승민이 승낙하자 직원들은 환호했다.조 비서를 따라 그들은 리조트 뒤의 별장에 와서 게임을 진행했다.별장에는 커다란 거실도 있고 당구장도 있고 게임기도 있었으며 영화관, 헬스장, 칵테일바까지 있었다. 이건 모두 리조트에 온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사람들은 거실에 동그랗게 앉아 중앙에 맥주병을 놓았다.진승철이 먼저 얘기했다.“자, 내가 먼저 돌릴게요. 처음으로 당첨되는 행운아가 누구인지 한 번 보자고요.”그렇게 말한 후, 진승철은 바닥의 맥주병을 돌렸다.사람들이 조용해져서 모두 그 술병을 쳐다보며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있었다.병은 돌다가 한 남자 직원을 가리켰다.자기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직원들은 얼른 입을 열었다.“장승우 씨, 운이 좋네요! 첫 타자라니. 진실게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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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37화

    만약 진실게임에 대답하지도 못하고 벌칙도 못 하면 술을 세 잔 마셔야 했다.사람이 너무 많았기에 모든 사람을 지목하려면 거의 40번 돌려야 한다.그래서 온하랑 차례까지 오지 않았다. 다른 여자 동료들도 지목당하긴 했지만 그렇게 난감한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벌칙을 수행하고 난 진승철이 얘기했다.“자 이번에는 누구를 돌려볼까.”술병이 중간에서 빙그르르 돌아갔다.사람들은 시선을 떼지 못하고 술병을 쳐다보았다. 그 술병이 가리킨 사람은 다름 아닌 부승민이었다.모든 사람들이 환호했다.진승철은 웃으면서 얘기했다.“부 대표님, 어쩔 수 없네요. 진실게임이랑 벌칙 중에서 고르세요.”“진실게임이요.”“그럼 묻죠. 첫 경험은 추서윤 씨와 했나요?”사람들은 진승철의 담대함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그래도 귀를 쫑긋 세운 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부승민의 대답을 기다렸다.부승민은 온하랑을 쳐다보면서 얘기했다.“아니요.”그는 추서윤과 연애하면서 스킨쉽을 한 적이 없었다.부승민 본인이 혼외자였기 때문에, 그쪽 방면으로는 더욱 세게 자신을 억제했던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를 아주 아껴주어 부승민과 부민재는 다른 이복형제들처럼 크게 싸우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이 지난 후, 온하랑과 결혼하려고 마음먹은 것이기도 했다. “그럼 누구죠?”진승철이 기세를 몰아 더 물었다.“질문은 하나만 해요. 전 이미 대답했으니까요.”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부승민과 결혼하기 전, 부승민이 추서윤과 사귀었다는 것을 알긴 했다. 하지만 그건 모두 과거였고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는 잘 알지 못했고 물어볼 용기도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관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온하랑은 약간 기뻐했다.사람들은 실망한 눈치를 내비췄다.“진 전무님! 그렇게 물어보면 당연히 안 되죠. 누구인지 직접 물으셨어야죠.”진승철이 얘기했다.“다음에 꼭 그렇게 할게요.”마침 몇 번 지나지 않아 술병은 또 부승민을 지목했다. 이번에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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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38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목을 가다듬고 얘기했다.“18센치... 정도?”“그렇게 크다고요? 정말이에요?”사람들은 또 웅성댔다.온하랑은 바로 술병을 돌렸다. 질문이 끝났으니 이제는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지만 술병은 또 마침 부승민을 가리켰다.그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부 대표님, 진실게임이에요, 벌칙이에요?”온하랑이 그를 보면서 물었다.“진실게임.”이런 장소만 아니었다면 온하랑은 그에게 묻고 싶었다. 그녀한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냐고.주변에서 사람들이 질문할 거리를 던져주었다.부승민의 크기가 얼마인지.첫 경험 때 몇 살이었는지.얼마나 많은 여자와 몸을 섞었는지. 부승민의 크기는 온하랑도 잘 알고 있었으니 물을 필요가 없었다. 혼전 사생활이 궁금하긴 했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고, 물어보지 않았다.하지만 부승민에 관한 이야기들은 거의 다 알고 있기에 뭘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온하랑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추서윤 씨와는 어떻게 알게 된 거죠?”직원들도 귀를 세우고 부승민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부승민은 눈을 반짝이더니 온하랑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온하랑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주변은 갑자기 조용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부승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학교 활동 때문에 같이 무대를 준비해야 해서 알게 된 거예요. 그리고 그 무대가 끝난 후 사귀게 되었죠.”“연습하다가 서로 좋아하게 된 거예요?”누군가가 물었다.“네.”그랬구나.온하랑은 마음이 찝찝했다.대학 시절의 연애는 풋풋해서 잊기 어려울 것이다.부승민을 좋아하기 전, 온하랑도 대학에서 풋풋한 연애를 하고 싶었다.하지만 부승민을 좋아하게 되었으니 그건 이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온하랑이 대학을 다닐 때, 부승민은 이미 회사에 출근하는 직장인이 되었다. 온하랑은 항상 부승민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추서윤은 부승민과 함께 아리따운 청춘 시절을 보냈으니 더욱 잊기 힘든 것이겠지.그리고 온하랑은 또 앉아서 구경하기 시작했다.핸드폰이 진동했다.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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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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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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