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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1272 챕터

제101화

”당신은 나와 함께 여름의 무더움과 도시의 차가움을 견뎌내 주었지. 노래는 계속되는데 당신의 따뜻한 눈동자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어. 당신의 따뜻함을 잃는 나는 웃음을 잃었고, 시간은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갔지. 비 오는 날마다 그때의 당신이 생각나. 내가 소중히 간직하는 이 기억을 당신은 이미 다 잊어버렸겠지만. 말로 내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어, 나의 이야기는 너로 전부 가득 차 있지. 왜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에게 내 나머지 인생을 맡기려고 했을까. 왜 나의 모든 걸 버릴 정도로 당신을 좋아했을까. 말로 내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어, 그때의 나는 너무 어리고 순진했지. 나의 이야기는 너로 전부 가득 차 있지... ”가수의 목소리가 뛰어난 편도 아니고 음정도 보통이었다. 지금은 손님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노래를 그렇게 열심히 부르는 것 같지도 않았다.그러나 노래는 온하랑의 눈시울을 붉히고 가슴을 아프게 하기에는 충분했다.하루 종일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그녀는 부승민이 어리숙한 대학생에서 지금의 BX 그룹 대표로 성장하는 것을 10년 동안 가장 가까운 곁에서 지켜봤다.그는 그녀의 본보기고, 어두운 밤의 한 줄기 빛이며, 그녀의 10년을 가득 채운 소중한 이야기였다.그녀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것도 마다하고 어둠 속에서 기어 나와 있는 힘을 다해 그에게 달려갔다.3년간의 결혼 생활 내내 그녀는 진심으로 그를 대했고 아낌없는 열정을 퍼부었다.그도 괜찮은 남편을 연기하려고 노력했다.하지만 가짜는 결국 가짜인 걸까.세월은 속절없이 흘러 그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떠나갔지만, 그녀만은 멍하니 그 자리에서 서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지금까지 그는 그녀를 아내로 대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남들에게 보일 수 없는 애인 정도로 대했다.3년 동안 그는 매해 추서윤을 만나러 갔지만 그가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추서윤의 말대로, 삼각관계에서는 사랑받지 못하는 자가 제3자인 것이다.그녀는 그저 부승민과 추서윤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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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네티즌들이 뭐라고 하든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순 없었다.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부승민뿐이었다.그녀는 MQ 및 기타 프로젝트의 홍보와 관련하여 종종 언론과 접촉했기에, 네티즌 대부분이 그저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여론을 따르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그들이 본 것은, 그저 누군가가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일 뿐이었다.오늘의 찌라시 같은 경우도 오미연이 배신을 하고 언론이 의도적으로 댓글을 조작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네티즌들에게 그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극단적인 예로, 온하랑의 해명 같은 건 부승민의 철저한 언론통제로 인해서 인터넷에 단 한 글자도 올라가지 못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그것을 네티즌들에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주혁과 온하랑은 함께 바에 잠시 앉아 있었다.온하랑이 물었다."오늘 오후에 스케줄 없어?”"없어, 있으면 매니저가 날 가만 안 놔뒀을걸. 오히려 잘 됐어, 너랑 여기 잠깐 같이 앉아 있을게. 아니다, 저녁에 우리 집에 가서 밥 먹을래? 모처럼 둘 다 여유시간 있는데.”"그래."온하랑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이따가 백화점에 들러서 아줌마랑 아저씨 선물 좀 사가 자. 빈손으로 갈 순 없지.”"아니야, 그냥 너만 가면 돼.”"안 돼, 예의 없게 그럴 순 없지.”말은 마친 온하랑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침 이 근처에 쇼핑몰이 하나 있었기에 그녀는 그리로 가기로 했다."같이 가자.”"안 돼, 네가 얼마나 눈에 띄는지 몰라? 내가 지금 언론에서 얼마나 욕을 먹고 있는데, 나랑 같이 있는 게 찍히면 너까지 봉변당할 거야.”온하랑은 인터넷의 언론을 개의치 않았다.네티즌들에게 있어 그녀는 그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여론이 지나가면 대부분 사람은 이 일을 다시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기껏해야 추서윤의 팬들이 그녀를 쫓아다니며 계속 욕할 것이다."그럼 내 차 타고 가. 주차장에서 기다릴게.”"그래.”온하랑은 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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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김민희는 온하랑을 위로하며 인터넷의 댓글들을 마음에 담아 두지 말라고 했다.김민희는 온하랑과 부승민이 함께 지낸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추서윤이 끼어들 틈이 어디 있겠냐고 생각했다."아줌마, 아저씨, 감사합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사람들이 뭐라고 욕하든 저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어요. 마음에 두지도 않을 거고요.”"그래, 그게 맞는 거야. 근데... 부승민씨는 왜 이런 찌라시에 대해 해명하지 않으셨어? 찌라시 때문에 네 평판이 떨어졌잖아.”"언론과 네티즌들은 제가 부씨 집안의 입양아고 부승민이 제 오빠라는 걸 진작에 알아냈어요. 알면서도 계속 마녀사냥 하는 거라서 그들에게 해명하는 건 소용 없어요. 가장 좋은 방법은 관심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관심이 식은 후 기사들을 삭제하면 괜찮을 거예요.”만약 그녀와 부승민의 사이가 결백하다면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다."그렇긴 하지. 부승민씨도 바빠서 네티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쓸 여유가 없겠어."김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 이주혁에게도 말도 안 되는 스캔들이 터졌었는데,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그저 무응답으로 대응하니 스캔들은 그렇게 흐지부지되었다.그렇기에 김민희는 온하랑의 대응이 맞다고 생각했다.그때, 이주혁이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참, 어머니. 지난번에 부적 두 개 구하셨잖아요.”"아, 맞다."김민희는 서랍에서 부적을 꺼내 온하랑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주혁이가 네가 요즘 운이 좀 안 좋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지난번에 절에 가서 향을 피울 때 너한테 주려고 부적을 하나 더 달라고 했어. 스님께서 말하시길 이 부적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녀야 쓸모가 있다고 하셨어.”온하랑은 그냥 지나가듯이 한 말을 이주혁이 마음에 두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녀는 부적을 건네받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고맙습니다. 괜히 걱정 끼쳐 드렸네요.”"아이고, 괜찮아. 내가 좋아서 해주는 건데 뭐.”온하랑과 이주혁은 오랫동안 김민희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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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이주혁이 마스크를 벗고는 앞으로 나서서 인사했다."할아버지, 할머니. 하랑이를 데려다줄 때 할아버지께서 아프시다는 걸 듣고 인사 겸 올라왔어요. 할아버지 몸은 좀 괜찮으세요?”"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아요."할아버지가 허허 웃으시며 말씀하셨다."알겠습니다. 하랑이도 데려다줬으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하랑아, 다음에 보자.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부승민씨도 안녕히 계세요."말을 마친 이주혁은 마스크를 쓰고 병실을 나갔다."하랑아, 저 친구 참 잘생기고 사람 괜찮다 얘."할머니가 웃으며 말하고는 몰래 부승민을 쳐다보았다.그녀의 오랜 경험에 따르면 이주혁은 분명 온하랑에게 관심이 있었다.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주혁은 추서윤보다 훨씬 눈치가 빨랐다.온하랑은 할머니의 깊은 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맞장구를 쳤다.“할머니, 저 친구 사실 엄청 유명한 스타예요. 쟤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자애들이 줄을 섰어요.”"그래? 그럼 너희 둘은 어떻게 알게 됐어?”"어릴 적 이웃집에 살던 애라서 알게 됐어요. 그러다가 이사 가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었는데 지금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어머, 인연이네!"할머니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죽마고우인거지?”"그런 셈이죠.”부승민은 소파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데, 그의 낯빛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눈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요동쳤다."하랑아, 오늘 하루 종일 출근하느라 피곤했지. 할아버지, 할머니는 괜찮으니까 얼른 돌아가서 쉬어. 승민아, 빨리 하랑이 데려다주지 않고 뭐해?”'출근'이라는 말은 부승민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둘러댄 핑계에 불과했다.두 어르신 모두 이 부부 사이에 또 문제가 생겼다는 걸 눈치챘다. 부승민이 아침 일찍 추서윤을 데리고 병문안 왔는데 온하랑은 하루 종일 얼굴을 비치지 않다가 이제야 나타났다. 그리고 방금 온하랑이 병실에 들어와서는 부승민을 보고도 아는 척도 하지 않는 태도에서 짐작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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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서윤 씨가 왜?”부승민이 말을 잇지 못하자 온하랑이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서윤이는 알려진 사람이라 부정적인 여론에 휘말리면 안 돼...”“서윤씨는 여론에 휘말리면 안 되고, 나는 된다는 거야?”“하랑아, 여론이 퍼지지 않게 막는 게 최선의 방법인 거 알아. 하지만 내가 이 일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퍼질 만큼 퍼진 뒤였어. 지금으로서는 그냥 무응대로 대처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 거 너도 알잖아...”부승민의 말을 들은 온하랑은 더 이상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이 일은 부승민과 추서윤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결국 그녀가 제3자의 누명을 쓰고 욕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그 원인은 역시 그가 추서윤을 사랑하기 때문이겠지.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 사람을 세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되는 것일까. 마치 이번에 부승민이 추서윤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를 기를 쓰고 막았던 것처럼.이제 그에게는 온하랑을 걱정하는 마음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가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대처도 하지 않고 계속 밀어붙이는 데서 확연히 알 수 있었다.그는 이미 분명히 입장을 밝혔고 추서윤만을 신경 쓰고 있는데, 그녀가 아무리 자신을 희망고문해봤자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다음에 똑같은 일이 생기면 부승민은 또다시 추서윤을 선택할 것이다.만약 혹시라도 둘이 싸운다면 부승민은 또 그녀의 공감 능력을 운운하며 그녀가 추서윤의 일을 망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온하랑의 침묵이 이어지자 부승민이 다시 한번 사과했다."미안해, 극성팬들이 너에게 피해를 줄 줄은 미처 몰랐어...”그는 택배를 보내 협박하는 것이 그저 맛보기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온하랑이 입을 피해에 대해 아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그는 추서윤이 피해를 보지는 않을까만 신경을 썼지, 온하랑이 어떻게 되는지는 안중에도 없었다."부승민, 때로는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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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부승민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해명하듯 말했다."서윤이는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어서 혼자 있으면 위험해...”그의 말을 들으며 온하랑은 깊은 허무함을 느꼈다.부승민은 대체 언제쯤이면 알아들을 수 있을까. 그녀는 추서윤의 일에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았고, 또한 그녀가 추서윤을 이해해 줘야 할 이유도 없었다.게다가 추서윤이 아침에 그녀에게 말하는 것을 보니 정신적인 문제는 전혀 없는 것 같았다.다만 그녀가 이런 얘기를 입 밖으로 내면 부승민은 또 그녀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차가운 사람이라고 매도하겠지."그녀의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해도 넌 마찬가지로 그녀한테 갔을 거잖아. 네 마음속에는 그녀밖에 없으니까. 뭘 구구절절 핑계를 대.”온하랑이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나한테 이런 얘기 해줄 필요도 없어.”"네가 이주혁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만, 굳이 이럴 때 그를 만나야만 했어? 게다가 할아버지한테도 데려오고...”"오빠도 마찬가지야. 너도 이럴 때 추서윤을 만나러 가고 할아버지한테 인사시켰잖아.다 너한테서 배운 거야.”"서윤이가 불안해해서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와서 기분을 달래줘야 했던 거야. 너도 전에 할아버지께서 일반 병실로 옮기면 서윤이를 데려와도 된다고 했잖아. 근데 왜 지금 화내?"부승민은 어리둥절해하며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온하랑은 부승민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남편이 다른 여자의 전화 한 통에 불려 나가 밤새 돌아오지 않더니, 다음날 그 여자를 데리고 부모님을 만나기까지 한 상황인데. 왜 화를 내냐니.그의 마음속에서는 항상 추서윤의 건강이 제일이었다. 추서윤이 아파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추서윤을 달래줘야 해서... 얼마나 정당한 이유인지.하지만 그는 그녀의 마음을 달래줄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만 했다.온하랑이 웃으며 말했다."아, 맞다. 내가 말한다는 걸 깜빡했네. 주혁이는 어려서부터 몸이 좋지 않아서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쁘면 안 돼. 걔가 할아버지를 보러 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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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부승민이 침묵했다.그의 망설임을 눈치챈 온하랑이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그냥 생각만 해 본 거겠지. 언제 진짜 행동으로 옮기고 싶어지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됐어, 이만 돌아가. 나 쉬고 싶어.”만약 부승민이 여전히 지금처럼 추서윤의 전화 한 통에 바로 떠난다면, 그가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다른 여자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 나가는 남편은 사양이었다.부승민의 연기에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이제 겨우 아홉 시인데, 벌써 쉬려고?”"오늘 좀 피곤하네.”"긴장 풀어줄까?”“긴장?"온하랑이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응."불빛을 등진 그의 얼굴이 그늘에 가려져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어떻게?”"가만히 앉아 있어.”부승민이 온하랑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허벅지에 큰 손이 닿는가 싶더니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뜨거운 손이 몸을 천천히 만지자 온하랑은 순간 감전된 듯한 느낌이 들어 온몸을 찌릿 떨었다.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부승민은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치맛자락을 걷어 올렸다."잠깐만."온하랑이 치마 밑의 손을 지긋하게 눌렀다.방금 말다툼한 지 몇 분이나 지났다고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도대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이렇게 달래주면 풀릴 줄 아는 건가?거기까지 생각한 온하랑은 순간 우울해져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피곤해서 싫어.”"정말 싫어?"부승민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손을 빼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온하랑은 그를 바라보던 눈을 내리깔고 다리를 오므렸다.그가 발걸음을 돌려 떠나자 온하랑의 손이 자기도 모르게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뭐라도 말하려는 듯 입을 벌렸으나 끝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그때, 갑자기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온하랑은 고개를 들어 화장실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는 부승민이 떠난 게 아니라 화장실로 갔다는 것을 깨달았다.잠시 후, 손을 닦으며 나온 부승민이 온하랑을 바라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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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그녀의 시력은 이미 거의 회복되었기에 더 이상 입원할 필요가 없었다.이튿날 아침, 온하랑은 아침 식사 후 먼저 퇴원 수속을 밟고 운전기사를 불러 자신의 물건을 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의 병실로 갔다.병실 안은 고요했다.할아버지는 병상에, 할머니는 소파에 앉아서 각자 얼굴을 찌푸리고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온하랑은 들어오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할아버지, 할머니."온하랑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아침 드셨어요?”"먹었어.”"먹었어.”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두 분... 무슨 일이세요? 싸우셨어요?""싸운 게 아니라 네 할아버지가 일방적으로 화를 내잖아."할머니가 할아버지를 흘겨보며 말했다.온하랑이 할아버지를 보며 물었다."할아버지, 왜 할머니한테 화내셨어요?”"화 안 냈는데..."할아버지가 작은 목소리로 부정했지만 거짓말이라는 게 표정에서 다 드러났다."그럼 무슨 일이에요?”할머니가 냉소를 지으셨다."하랑아, 네가 한번 들어봐라. 아직 몸이 다 낫지도 않은 양반이 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데, 이게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는 게 아니면 뭐겠니?”할아버지도 억울하셨는지 대꾸했다."어차피 병원에 입원해도 먹고 싸는 건 똑같은데 차라리 집에 가서 하는 게 낫지.”할아버지는 입원하시는 걸 싫어하셔서 며칠 전에도 퇴원 얘기를 꺼내셨다.온하랑이 할아버지를 설득했다."할아버지, 아직 몸이 다 안 나으셨으니 병원에 며칠 더 계시는 게 어떠세요?”"내 몸은 내가 잘 알아. 난 이미 다 나아서 더 이상 입원할 필요가 없어.”"할아버지, 그건 의사한테 물어봐야죠.”"물어볼 필요 없어. 내가 알아."할아버지가 답답한 듯 가슴을 치며 말씀하셨다.“할아버지...”"무슨 일이야?”그때, 부승민이 양복 차림으로 병실 안으로 들어왔는데 손에는 음식이 포장된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너 아직 회사에 안 갔냐?"할아버지가 얼굴을 찡그리며 그를 쳐다보았다."할아버지 먼저 뵙고 이따가 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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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알겠습니다."부승민은 임 원장실에서 나와 병실로 향했다.모퉁이를 돌자 흰 가운을 입은 의사 두 명이 말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전 남편? 그럼 둘이 실제로 결혼했단 말이야?"왼쪽에 선 의사가 말했다."아마 진짜일걸. 그리고 최근에 이혼한 걸 거야."오른쪽에 선 의사가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부씨 집안 큰 어르신이 이 병원 주주 중 한 명인 데다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시고, BX그룹 대표인 부승민 또한 이 병원에 자주 드나들었기에 내부 직원들은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부승민이 최근 스캔들에 휩싸이는 바람에 병원 입구에는 기자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심지어 VIP 병동에 들어가려는 기자들까지 있어 병원에서는 직원들과 경비원에게 특별공지를 내렸다.오른쪽에 있는 의사도 며칠 전 자신이 진료한 온하랑이 부씨 어르신의 병실에 드나드는 걸 보고 나서야 그녀가 찌라시에 나오는 '제3자'라는 걸 알았다.하지만 온하랑은 전 남편에게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그때 그는 온하랑의 남편이 쓰레기일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그게 부승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얼마 전 부승민과 스캔들이 났던 그 여자 연예인이 아마 내연녀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녀가 이혼의 기폭제가 되었을 것이다."그들이 결혼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왼쪽 의사가 물었다.막 대답하려던 오른쪽 의사가 부승민을 발견하고는 정색하며 인사했다.“부 대표님.”"부 대표님."왼쪽 의사도 따라서 소리쳤다.부승민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의 곁을 지나갔다.발소리가 멀어지는 걸 들은 오른쪽 의사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온하랑씨가 직접 말해줬어.”부승민이 잠깐 걸음을 멈추는가 싶더니 이내 계속 걸어갔다.병실로 돌아오자 할아버지가 다급하게 물었다."임 원장이 뭐라고 하든?”할머니와 온하랑도 부승민을 보았다."임 원장님께서 퇴원해서 집에서 휴식해도 된다고 하셨어요.”그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그제야 기를 편 듯 할머니와 온하랑을 곁눈질로 흘깃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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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부승민이 운전기사를 데려오지 않았기에 온하랑은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안전벨트를 맸다.부승민은 운전석에 앉은 후 바로 차를 출발시키지 않았다.그는 손을 들어 옷깃을 느슨하게 하며 무심코 물었다."의사한테 내가 네 전남편이라고 말했어?”그 말을 들은 온하랑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부승민이 임신한 걸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온하랑은 경계심을 갖고 부승민을 쳐다보며 다리 옆에 있던 양손을 무심코 아랫배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가 지지 않고 쏘아보며 말했다."왜? 추서윤 때문에 이혼했다는 걸 남들이 알까 봐 걱정돼?”"온하랑, 그런 뜻이 아니잖아.”"그럼 무슨 뜻이야?"온하랑이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보자 부승민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널 탓할 생각은 없었어.”온하랑의 현남편으로서, 온하랑이 의사에게 자신을 전남편이라고 소개한 것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내가 오버했다고 치자."온하랑이 무심한 듯 대답했다."내가 처음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말한 거야. 그때 우리는 원래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전남편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진 않지.”“...”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동을 걸고 차를 몰았다.온하랑은 살며시 부승민의 안색을 살피고는 한숨을 돌렸다.그는 아직 그녀의 임신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온하랑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할아버지의 병세가 금방 호전되었기에 당분간 그녀와 부승민은 이혼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배 속의 아이는 조만간 드러날 것이다...하지만 그때가 되면 아이도 꽤 자랐을 테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그녀를 비호해줄 테니 부승민이 강제로 낙태를 시킬 수는 없었다.차가 BX그룹의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온하랑과 부승민은 차에서 내려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온하랑이 먼저 내렸다.사무실로 가는 길에 몇몇 직원들이 온하랑을 보고 인사를 했다.“전무님.”"전무님, 몸은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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