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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작가: 고운
네티즌들이 뭐라고 하든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순 없었다.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부승민뿐이었다.

그녀는 MQ 및 기타 프로젝트의 홍보와 관련하여 종종 언론과 접촉했기에, 네티즌 대부분이 그저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여론을 따르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본 것은, 그저 누군가가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일 뿐이었다.

오늘의 찌라시 같은 경우도 오미연이 배신을 하고 언론이 의도적으로 댓글을 조작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네티즌들에게 그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극단적인 예로, 온하랑의 해명 같은 건 부승민의 철저한 언론통제로 인해서 인터넷에 단 한 글자도 올라가지 못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그것을 네티즌들에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주혁과 온하랑은 함께 바에 잠시 앉아 있었다.

온하랑이 물었다.

"오늘 오후에 스케줄 없어?”

"없어, 있으면 매니저가 날 가만 안 놔뒀을걸. 오히려 잘 됐어, 너랑 여기 잠깐 같이 앉아 있을게. 아니다, 저녁에 우리 집에 가서 밥 먹을래? 모처럼 둘 다 여유시간 있는데.”

"그래."

온하랑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따가 백화점에 들러서 아줌마랑 아저씨 선물 좀 사가 자. 빈손으로 갈 순 없지.”

"아니야, 그냥 너만 가면 돼.”

"안 돼, 예의 없게 그럴 순 없지.”

말은 마친 온하랑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침 이 근처에 쇼핑몰이 하나 있었기에 그녀는 그리로 가기로 했다.

"같이 가자.”

"안 돼, 네가 얼마나 눈에 띄는지 몰라? 내가 지금 언론에서 얼마나 욕을 먹고 있는데, 나랑 같이 있는 게 찍히면 너까지 봉변당할 거야.”

온하랑은 인터넷의 언론을 개의치 않았다.

네티즌들에게 있어 그녀는 그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여론이 지나가면 대부분 사람은 이 일을 다시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추서윤의 팬들이 그녀를 쫓아다니며 계속 욕할 것이다.

"그럼 내 차 타고 가. 주차장에서 기다릴게.”

"그래.”

온하랑은 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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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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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03화

    김민희는 온하랑을 위로하며 인터넷의 댓글들을 마음에 담아 두지 말라고 했다.김민희는 온하랑과 부승민이 함께 지낸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추서윤이 끼어들 틈이 어디 있겠냐고 생각했다."아줌마, 아저씨, 감사합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사람들이 뭐라고 욕하든 저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어요. 마음에 두지도 않을 거고요.”"그래, 그게 맞는 거야. 근데... 부승민씨는 왜 이런 찌라시에 대해 해명하지 않으셨어? 찌라시 때문에 네 평판이 떨어졌잖아.”"언론과 네티즌들은 제가 부씨 집안의 입양아고 부승민이 제 오빠라는 걸 진작에 알아냈어요. 알면서도 계속 마녀사냥 하는 거라서 그들에게 해명하는 건 소용 없어요. 가장 좋은 방법은 관심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관심이 식은 후 기사들을 삭제하면 괜찮을 거예요.”만약 그녀와 부승민의 사이가 결백하다면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다."그렇긴 하지. 부승민씨도 바빠서 네티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쓸 여유가 없겠어."김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 이주혁에게도 말도 안 되는 스캔들이 터졌었는데,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그저 무응답으로 대응하니 스캔들은 그렇게 흐지부지되었다.그렇기에 김민희는 온하랑의 대응이 맞다고 생각했다.그때, 이주혁이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참, 어머니. 지난번에 부적 두 개 구하셨잖아요.”"아, 맞다."김민희는 서랍에서 부적을 꺼내 온하랑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주혁이가 네가 요즘 운이 좀 안 좋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지난번에 절에 가서 향을 피울 때 너한테 주려고 부적을 하나 더 달라고 했어. 스님께서 말하시길 이 부적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녀야 쓸모가 있다고 하셨어.”온하랑은 그냥 지나가듯이 한 말을 이주혁이 마음에 두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녀는 부적을 건네받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고맙습니다. 괜히 걱정 끼쳐 드렸네요.”"아이고, 괜찮아. 내가 좋아서 해주는 건데 뭐.”온하랑과 이주혁은 오랫동안 김민희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었다.

  • 위태로운 제안   제104화

    이주혁이 마스크를 벗고는 앞으로 나서서 인사했다."할아버지, 할머니. 하랑이를 데려다줄 때 할아버지께서 아프시다는 걸 듣고 인사 겸 올라왔어요. 할아버지 몸은 좀 괜찮으세요?”"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아요."할아버지가 허허 웃으시며 말씀하셨다."알겠습니다. 하랑이도 데려다줬으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하랑아, 다음에 보자.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부승민씨도 안녕히 계세요."말을 마친 이주혁은 마스크를 쓰고 병실을 나갔다."하랑아, 저 친구 참 잘생기고 사람 괜찮다 얘."할머니가 웃으며 말하고는 몰래 부승민을 쳐다보았다.그녀의 오랜 경험에 따르면 이주혁은 분명 온하랑에게 관심이 있었다.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주혁은 추서윤보다 훨씬 눈치가 빨랐다.온하랑은 할머니의 깊은 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맞장구를 쳤다.“할머니, 저 친구 사실 엄청 유명한 스타예요. 쟤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자애들이 줄을 섰어요.”"그래? 그럼 너희 둘은 어떻게 알게 됐어?”"어릴 적 이웃집에 살던 애라서 알게 됐어요. 그러다가 이사 가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었는데 지금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어머, 인연이네!"할머니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죽마고우인거지?”"그런 셈이죠.”부승민은 소파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데, 그의 낯빛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눈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요동쳤다."하랑아, 오늘 하루 종일 출근하느라 피곤했지. 할아버지, 할머니는 괜찮으니까 얼른 돌아가서 쉬어. 승민아, 빨리 하랑이 데려다주지 않고 뭐해?”'출근'이라는 말은 부승민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둘러댄 핑계에 불과했다.두 어르신 모두 이 부부 사이에 또 문제가 생겼다는 걸 눈치챘다. 부승민이 아침 일찍 추서윤을 데리고 병문안 왔는데 온하랑은 하루 종일 얼굴을 비치지 않다가 이제야 나타났다. 그리고 방금 온하랑이 병실에 들어와서는 부승민을 보고도 아는 척도 하지 않는 태도에서 짐작하고도 남았다.

  • 위태로운 제안   제1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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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06화

    부승민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해명하듯 말했다."서윤이는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어서 혼자 있으면 위험해...”그의 말을 들으며 온하랑은 깊은 허무함을 느꼈다.부승민은 대체 언제쯤이면 알아들을 수 있을까. 그녀는 추서윤의 일에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았고, 또한 그녀가 추서윤을 이해해 줘야 할 이유도 없었다.게다가 추서윤이 아침에 그녀에게 말하는 것을 보니 정신적인 문제는 전혀 없는 것 같았다.다만 그녀가 이런 얘기를 입 밖으로 내면 부승민은 또 그녀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차가운 사람이라고 매도하겠지."그녀의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해도 넌 마찬가지로 그녀한테 갔을 거잖아. 네 마음속에는 그녀밖에 없으니까. 뭘 구구절절 핑계를 대.”온하랑이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나한테 이런 얘기 해줄 필요도 없어.”"네가 이주혁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만, 굳이 이럴 때 그를 만나야만 했어? 게다가 할아버지한테도 데려오고...”"오빠도 마찬가지야. 너도 이럴 때 추서윤을 만나러 가고 할아버지한테 인사시켰잖아.다 너한테서 배운 거야.”"서윤이가 불안해해서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와서 기분을 달래줘야 했던 거야. 너도 전에 할아버지께서 일반 병실로 옮기면 서윤이를 데려와도 된다고 했잖아. 근데 왜 지금 화내?"부승민은 어리둥절해하며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온하랑은 부승민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남편이 다른 여자의 전화 한 통에 불려 나가 밤새 돌아오지 않더니, 다음날 그 여자를 데리고 부모님을 만나기까지 한 상황인데. 왜 화를 내냐니.그의 마음속에서는 항상 추서윤의 건강이 제일이었다. 추서윤이 아파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추서윤을 달래줘야 해서... 얼마나 정당한 이유인지.하지만 그는 그녀의 마음을 달래줄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만 했다.온하랑이 웃으며 말했다."아, 맞다. 내가 말한다는 걸 깜빡했네. 주혁이는 어려서부터 몸이 좋지 않아서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쁘면 안 돼. 걔가 할아버지를 보러 오고 싶어

  • 위태로운 제안   제107화

    부승민이 침묵했다.그의 망설임을 눈치챈 온하랑이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그냥 생각만 해 본 거겠지. 언제 진짜 행동으로 옮기고 싶어지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됐어, 이만 돌아가. 나 쉬고 싶어.”만약 부승민이 여전히 지금처럼 추서윤의 전화 한 통에 바로 떠난다면, 그가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다른 여자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 나가는 남편은 사양이었다.부승민의 연기에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이제 겨우 아홉 시인데, 벌써 쉬려고?”"오늘 좀 피곤하네.”"긴장 풀어줄까?”“긴장?"온하랑이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응."불빛을 등진 그의 얼굴이 그늘에 가려져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어떻게?”"가만히 앉아 있어.”부승민이 온하랑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허벅지에 큰 손이 닿는가 싶더니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뜨거운 손이 몸을 천천히 만지자 온하랑은 순간 감전된 듯한 느낌이 들어 온몸을 찌릿 떨었다.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부승민은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치맛자락을 걷어 올렸다."잠깐만."온하랑이 치마 밑의 손을 지긋하게 눌렀다.방금 말다툼한 지 몇 분이나 지났다고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도대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이렇게 달래주면 풀릴 줄 아는 건가?거기까지 생각한 온하랑은 순간 우울해져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피곤해서 싫어.”"정말 싫어?"부승민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손을 빼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온하랑은 그를 바라보던 눈을 내리깔고 다리를 오므렸다.그가 발걸음을 돌려 떠나자 온하랑의 손이 자기도 모르게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뭐라도 말하려는 듯 입을 벌렸으나 끝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그때, 갑자기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온하랑은 고개를 들어 화장실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는 부승민이 떠난 게 아니라 화장실로 갔다는 것을 깨달았다.잠시 후, 손을 닦으며 나온 부승민이 온하랑을 바라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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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09화

    "알겠습니다."부승민은 임 원장실에서 나와 병실로 향했다.모퉁이를 돌자 흰 가운을 입은 의사 두 명이 말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전 남편? 그럼 둘이 실제로 결혼했단 말이야?"왼쪽에 선 의사가 말했다."아마 진짜일걸. 그리고 최근에 이혼한 걸 거야."오른쪽에 선 의사가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부씨 집안 큰 어르신이 이 병원 주주 중 한 명인 데다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시고, BX그룹 대표인 부승민 또한 이 병원에 자주 드나들었기에 내부 직원들은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부승민이 최근 스캔들에 휩싸이는 바람에 병원 입구에는 기자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심지어 VIP 병동에 들어가려는 기자들까지 있어 병원에서는 직원들과 경비원에게 특별공지를 내렸다.오른쪽에 있는 의사도 며칠 전 자신이 진료한 온하랑이 부씨 어르신의 병실에 드나드는 걸 보고 나서야 그녀가 찌라시에 나오는 '제3자'라는 걸 알았다.하지만 온하랑은 전 남편에게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그때 그는 온하랑의 남편이 쓰레기일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그게 부승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얼마 전 부승민과 스캔들이 났던 그 여자 연예인이 아마 내연녀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녀가 이혼의 기폭제가 되었을 것이다."그들이 결혼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왼쪽 의사가 물었다.막 대답하려던 오른쪽 의사가 부승민을 발견하고는 정색하며 인사했다.“부 대표님.”"부 대표님."왼쪽 의사도 따라서 소리쳤다.부승민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의 곁을 지나갔다.발소리가 멀어지는 걸 들은 오른쪽 의사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온하랑씨가 직접 말해줬어.”부승민이 잠깐 걸음을 멈추는가 싶더니 이내 계속 걸어갔다.병실로 돌아오자 할아버지가 다급하게 물었다."임 원장이 뭐라고 하든?”할머니와 온하랑도 부승민을 보았다."임 원장님께서 퇴원해서 집에서 휴식해도 된다고 하셨어요.”그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그제야 기를 편 듯 할머니와 온하랑을 곁눈질로 흘깃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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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383화

    “그렇다면 다행이네.”최국환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을 이었다.“동림이도 이 병원에 있어. 천식이 재발해서 입원 중인데 같이 가서 보러 갈래?”온하랑은 잔잔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전 또 일이 있어서요.”“바로 아래층인데. 금방이면 돼.”최국환이 설득하듯 덧붙였지만 온하랑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죄송해요. 회장님. 제가 좀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그녀는 부드럽게 말을 맺고 최국환을 지나쳐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기면서도 그녀의 생각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내가 필라시에서 메이슨을 낳았다는 얘기... 처음엔 믿기 어려웠지. 하지만 사진도 있었고 메이슨이 다시 내 품에 돌아온 뒤로는 받아들이게 됐어. 그렇다면 메이슨이 유실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온하랑은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첫 번째 가능성은 출산한 후 며칠 지나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였다.그 사고로 기억을 잃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사이 갓난아기 메이슨은 집에 혼자 남겨졌고 우는 소리에 놀란 이웃이나 행인이 아이를 구조했다가 연락처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떠돌다 양부모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 혹은 집에 아무도 없다는 걸 틈타 누군가 아이를 빼돌렸을 수도 있었다.두 번째는 임신 후반기에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였다.병원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기억을 잃고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입원 생활을 이어갔고 아이는 병원의 판단이나 제삼자의 개입으로 다른 곳에 보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특히 병원 측이 메이슨의 혈액형이 특이하다는 걸 알고 그 사실을 숨겼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무엇보다 그때 그녀에게는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온하랑은 두 번째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 생각했다.사고로 깨어난 뒤 그녀의 휴대폰에는 최동철이나 벨라, 혹은 진도원 등 사람들의 연락처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 사고에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그리고 오늘 메이슨의 희귀 혈액형을 알게 된 뒤로

  • 위태로운 제안   제1382화

    온하랑은 조심스럽게 일반 병실 문을 밀어 열었고 문틈 사이로 소독약 특유의 냄새가 훅하고 밀려왔다.병실 안에서는 운전기사가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 있었고 오른쪽 다리는 깁스를 한 채 이마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온하랑이 들어오자 기사는 몸을 일으키려 애쓰며 말했다.“아가씨, 죄송합니다.”“움직이지 마세요.”온하랑은 재빨리 다가가 그를 제지하고는 다정하게 말했다. “지금은 푹 쉬셔야 해요.”기사는 눈에 띄게 미안한 기색이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그때 반응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기사님 잘못 아니에요.”온하랑은 그의 곁에 앉아 방금 사 온 과일 바구니를 건넸다. “CCTV 확인해 보니까 상대 차량이 고의로 신호를 어긴 게 맞아요. 경찰이 이미 수사에 들어갔어요.”기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물었다.“그럼... 메이슨 도련님은요?”“아직 중환자실이에요.”온하랑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걱정은 고스란히 전해졌다.“하... 부디 별일 없어야 할 텐데요. 어서 나아야 할 텐데...”“의사들이 최선을 다해주실 거예요. 기사님께서 필요한 거 있으면 간병인이나 비서한테 바로 말씀하세요. 전 이제 아주머니 병실도 보고 올게요.”“네, 고맙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온하랑은 장 선생 병실을 나온 뒤 가정부 아주머니의 병실도 들렀고 마지막으로 메이슨이 있는 중환자실 앞으로 향했다.아직 깨어나지 않은 메이슨을 보기 위해 간호 스테이션에 들러 서류에 서명하고 푸른색 보호복과 마스크, 모자를 착용한 뒤 무거운 격리실 문을 밀었다.침대 위 메이슨은 생각보다 더 창백했다.그의 긴 속눈썹이 병실 조명 아래 거의 투명해 보였고 여러 장비와 관이 그 작은 몸을 감싸고 있었고 의료 기기에서는 규칙적인 삑삑 소리가 들렸다.온하랑은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고 엄지로 손등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낮게 속삭였다.“메이슨...”그녀는 고개를 돌려 간호사에게 물었다.“언제쯤 깰 수 있나요?”“수술 끝난 지 이제 다섯 시간

  • 위태로운 제안   제1381화

    온하랑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예전에 강남시에서 마주친 소년이 떠올랐고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그들은 비록 이복남매 사이지만 사실상 남이나 다름없었다.게다가 지금 최동림이 입원 중이라면 보호자는 거의 확실하게 임가희일 것이고 온하랑은 그 여자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그래. 그럼 내가 잠깐 내려갔다 올게.”“네.”최동철은 조용히 병실로 내려가 잠시 임가희와 인사를 나누고 최동림의 상태를 확인한 뒤 수술실 앞으로 돌아왔다.보모가 먼저 수술을 마쳤고 이어 병원에서 혈장을 수급해 수술이 이어졌으며 결국 메이슨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그는 현재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의사는 메이슨이 깨어나려면 대략 4~6시간 정도 걸릴 거라 설명했다.최동철은 곧장 비서 김지환과 간병인 두 명을 병동에 상주시키도록 지시했다.한편, 메이슨과 같은 희귀 혈액형을 가진 친구도 병원에 도착했다.비록 실제 수혈은 필요 없었지만 최동철과 온하랑은 감사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하고 고급 담배와 술도 선물했고 연락처도 서로 교환했다.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레 희귀 혈액형 이야기가 나왔다.그 친구는 자신의 혈액형이 확인된 후 가족 전체가 무료 혈액형 검사를 받았고 그중 동생도 같은 혈액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현재는 희귀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의 상호 도움 단체에 가입해 있으며 메이슨도 가입해 두라고 권했다.지금은 어린 나이라 헌혈이 안 되지만 이후 혹시 모를 수혈 상황에 대비해 혈액 공급망을 넓혀 두는 게 좋다는 것이다.메이슨이 성인이 되면 직접 헌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식사를 마친 뒤 온하랑은 협력사 미팅에 가야 했기에 최동철은 그녀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자신의 업무로 향했다.협력사 미팅을 마친 온하랑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고 택시에서 막 내린 그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부승민이었다.온하랑은 병원 안으로 들어서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어때? 장 대표님은 만났어?”수화기 너머에서 부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위태로운 제안   제1380화

    온하랑은 지금 경주 출장을 온 상태였다.그는 오늘 막 도착해 협력사 직원의 안내로 호텔에 체크인했지만 아직 현지 담당자와는 만나지 못한 상황이었다.원래는 저녁에 메이슨을 잠깐 보러 갈지 생각 중이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최동철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메이슨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이었고 그래서 온하랑은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입구에는 최동철이 먼저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를 보자 온하랑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며 다급히 물었다.“동철 오빠, 메이슨은 어때요?”그러자 최동철은 깊이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과다 출혈이 있어서 수혈이 필요해.”그 말에 온하랑은 아까 전화로 자신에게 혈액형을 물어본 이유가 떠올랐고 마음속 불안이 더욱 커졌다.“메이슨 혈액형이... 뭔가 문제라도 있어요?”“검사 결과, 메이슨은 Kidd 혈액형 중 Jk(a-b-)형이래. Rh 음성보다 더 희귀한 혈액형이야.”최동철의 목소리에는 짙은 걱정이 묻어 있었고 온하랑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벌렸다.“그런 혈액이... 혈액은행에 있긴 있어요?”“응. 병원에서 이미 확보 요청했어.”그래도 온하랑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메이슨이 어쩌다 그런 희귀 혈액형을 갖게 된 거지? 혹시 혈액이 부족하면 어쩌지...’그러자 최동철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예전에 경주에서 같은 혈액형 가진 사람 중 헌혈 계약을 맺은 분들이 있어서 지금 연락 중이야. 메이슨 상태도 많이 안정됐고 잘 버틸 수 있을 거야.”만약 사고가 메이슨이 처음 귀국했을 때 터졌다면 정말 위험했을 거라고 그는 덧붙였다.병실로 가는 길에 최동철은 메이슨의 혈액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Kidd 혈액형은 ABO 혈액형과는 별개 체계로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ABO 혈액형상으로 메이슨은 O형이다.하지만 Kidd 혈액형 시스템에서는 적혈구 표면 항원의 존재 여부에 따라 Jk(a+b-), Jk(a-b+), Jk(a+b+), Jk(a-b-) 이렇게 네 가지로 나뉜다

  • 위태로운 제안   제1379화

    아침이 밝고서야 최국환이 병원에서 돌아왔다.설윤은 그의 눈 밑이 시커멓게 팬 걸 보고 곧바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조심스레 물었다.“동림이는요?”“원래 있던 증상이지. 의사 말론 어제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서 그랬다고 했어. 당분간 입원해서 안정 취해야 한대. 지금 병원에 동림이 엄마랑 하인이 같이 있어.” 최국환은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온몸이 뻐근하고 피로가 몰려와 그는 이제 더 이상 밤새우는 게 버겁다고 느꼈다.알레르기 유발성 천식과 감정 기복으로 인한 천식 발작은 증상이 조금 달랐다.경험 많은 의사가 문진과 혈액 검사 끝에 감정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큰일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회장님도 아주 피곤해 보이세요. 아침 드시고 바로 좀 쉬시는 게 어때요?”설윤이 조용히 말하자 최국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그는 2층으로 올라가 휴식을 취했고 임연지는 외출해 오재원을 만나러 나갔다.집에 혼자 남은 설윤은 심심하던 차에 기사에게 부탁해 병원으로 향했다.명분은 최동림의 병문안이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임가희의 신경을 긁어놓는 데 있었다.병원에 도착해 입원실 방향으로 걷던 중 그녀는 익숙한 뒷모습 하나를 발견했다.그 사람은 통화 중이었고 바쁘게 걸음을 옮기며 설윤보다 먼저 병동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최동철? 설마 동림이를 보러 온 걸까?’설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엘리베이터에 올라 최동림의 병실이 있는 층으로 이동했다.창밖으로 병실 내부를 들여다보니 최동림은 링거를 맞으며 누워 있었고 곁의 보호자 침대엔 임가희가 쉬고 있었다.설윤은 병실 문을 똑똑똑 세 번 두드렸다.아무런 응답이 없자 그녀는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 소리에 임가희는 반사적으로 벌떡 몸을 일으켰고 그녀의 눈빛은 곧장 경계심으로 바뀌었다.“설윤 씨, 여긴 무슨 일이죠?”임가희는 빠르게 몸을 돌려 병상 앞을 가로막았고 설윤은 손에 든 과일 바구니를 살짝 흔들며 부드럽게 웃었다.“당연히 동

  • 위태로운 제안   제1378화

    임연지는 설윤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분에 겨워 발을 굴렀다.‘진짜 싸가지 없는 여자야. 예전에 백화점에서 따귀 한 대 맞았을 땐 개처럼 쫄아서는 말도 못 하더니 지금은 고모부가 뒤를 봐준다고 어디 감히 자기를 상대로 맞불을 놓다니.’설윤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웠고 금세 잠이 들 것 같았다. 그런데 카카오톡 알림음이 울려 억지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한편, 임연지는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핸드폰을 들어 한진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오늘 있었던 일을 죄다 털어놓았다.[이 년은 진짜 너무 교활해. 내가 못 봤으면 동림이는 완전히 넘어갔을 걸? 아무도 몰랐을 거야. 아까는 대놓고 동림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뭐냐고 묻더라니까? 고모부는 갑자기 노망이 났는지 그냥 다 알려주라고 하질 않나.]그러자 한진의 답장도 빠르게 도착했다.[이 여자 수위가 장난 아닌데.] [그렇지. 내 말 맞지!] [너네는 못 이겨. 이런 애 상대하려면 그냥 권력으로 찍어 눌러야 해. 지금처럼 고모부가 뒷배 봐주니까 애가 깝치는 거지. 그러니까 넌 빨리 오재원이랑 결혼하는 게 답이야.][곧 할 거야. 오씨 집안에서도 이번 주 안에 날짜 잡자고 올라온다고 했어.][근데 결혼했다고 끝난 건 아니야. 오재원이 예전처럼 아무 능력 없는 철부지라면 권한도 없고 집안에서 힘도 없을걸.]임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오재원네 집안 권력은 오형일, 큰아들 오하운, 그리고 작은아버지 오정우에게 집중돼 있었다.사실 그녀도 예전엔 오재원의 형 오하운에게 접근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는 워낙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들고 간신히 만나도 말도 안 섞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근데 솔직히 오재원은 회사에서 일할 깜냥도 안 돼.][그럼 그냥 가르치면 되지. 저 정도 집안이면 선생 몇 명 붙이는 거 일도 아니잖아. 회사 나가서 일하게 만들고 진심으로 개과천선은 못 해도 적어도 모양새는 갖춰야지. 부모님 눈에도 달라졌다고 보이게 말이야. 연지야, 지금은 오

  • 위태로운 제안   제1377화

    “회장님! 동림 도련님이 천식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지금 병원으로 모시려는 중이에요. 어서 내려와 보세요.”복도에서 다급한 하인의 외침이 들려왔다.최국환은 눈을 번쩍 뜨고 곧장 침대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 조명을 켠 뒤 겉옷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를 따라 일어난 설윤이 몸을 일으키자 그는 말했다. “그냥 자. 내가 가볼게.”하지만 설윤은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동림이 천식이 있어요?”“응. 태어날 때부터 있었어.”“그럼 저도 같이 가볼게요.”설윤은 외투를 꺼내 입고 최국환과 함께 급히 방을 나섰다.1층 거실로 내려가 보니 최동림은 이미 약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얼굴이 벌겋게 변해 있었다.곁에서 지키고 있던 임가희는 몹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도대체 왜 갑자기 발작이 난 거야?” 최국환이 조급하게 묻자 임가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확실하진 않은데 혹시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노출된 게 아닐까 싶어요... 다만 의사 말로는 감정적인 변화 특히 슬픔이나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거든요.”이런 감정이 심할 경우 몸속 자율신경 중 미주신경이 자극돼 기관지가 수축하고 천식 발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최동림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천식 판정을 받았고 그 뒤로 집안은 온통 방역과 청소, 위생 관리에 신경 써 왔다.최동림이 자라면서 체질도 좋아져 요즘엔 거의 발작이 없었고 학교에도 특이 사항을 알려 기숙사 생활을 하게 했던 터였다.“알레르기 때문은 아닐 거야. 아마 낮에 너무 놀랐던 것 같아.”최국환은 최동림 옆에 앉아 등을 두드리며 숨을 고르게 도와주었다.“동림아, 아빠가 너무 심했어. 미안해.”그때 임연지가 옆에서 코웃음을 치며 설윤을 향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글쎄요, 고모부. 오늘 오후에 설윤 씨가 동림이 방에 다녀갔는데 혹시 몸에 뭐 안 좋은 걸 묻히고 온 건 아닐까요? 동림이 건강 생각하면 확인

  • 위태로운 제안   제1376화

    방금까지 부모에게 혼나 속이 뒤집힌 상태였던 최동림은 설윤이 자신에게 친절하게 다가온 그 순간 그녀에 대한 인상이 한껏 좋아졌다.그녀는 확실히 임가희가 지금껏 상대해 온 사람 중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다.최동철 쪽과도 특별히 친하지 않고 이 집에서 그녀가 기대고 있는 건 허공에 떠 있는 최국환의 사랑 말고는 오직 최동림이라는 아들뿐이었다.그리고 설윤은 단번에 그 약점을 정확히 찔러 들어왔다.임가희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는 조용히 말했다.“연지야, 넌 먼저 나가 있어.”임연지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최동림을 노려보다가 억지로 돌아섰고, 문을 쿵 하고 세게 닫고 나갔다.그러자 방 안에는 모자 단둘만 남았다.짙은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임가희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아들 앞에 앉았다.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지만 최동림은 피하듯 몸을 틀었다.허공에 멈춘 임가희의 손끝이 서글프게 떨리다가 조용히 내려왔다.“동림아.”그녀의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게임기... 엄마한테 줄래?”최동림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더 꼭 안으며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이건 제 거예요!”임가희는 눈빛을 거두며 일어섰다.“동림아, 엄마 정말 실망했어.”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몰라? 새 옷 사주고 장난감 사주고 아프면 병원에서 밤새 지켜봐 주고 늘 네 곁에 있었잖아. 그런데 네가 이런 식으로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해?”그 말에 최동림의 눈이 붉어지며 금세 눈물이 고였고, 그는 와락 게임기를 내려놓고 임가희를 안았다.“엄마, 미안해요... 게임기 필요 없어요. 제발 화 풀어요...”임가희는 아들의 어깨를 다정하게 토닥이며 말했다.“그래야 우리 동림이지.”그는 흐느끼며 품에 안겼고 임가희는 조용히 속삭였다.“아직 넌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어른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속셈이 오가는 거야. 설윤이란 여자는 겉으론 웃고 있어도 속은 달라. 그러니까 절대로 설윤한테 선물 받지 마. 가까이하

  • 위태로운 제안   제1375화

    “누나, 무슨 일이에요?”최동림은 게임을 계속하고 싶어 속으로 짜증을 삼키며 물었다.“방금... 설윤이 여기 왔었지?”“네...”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던 최동림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안 왔어요.”임연지는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고 어딘가 어색했다. 그런데 정확히 뭐가 이상한 건지 콕 집어 말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려다 문득 책상 위의 선물 포장 상자와 그가 들고 있는 게임기를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이 게임기는... 누가 사준 거야?”최동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게... 엄마가... 사줬어. 왜?”“정말?”임연지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되물었다.“그럼 고모한테 물어볼게.”최동림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아, 잠깐만! 누나, 그게…”그의 말을 끊고 임연지는 단단히 다그쳤다. “동림아, 솔직히 말해. 이 게임기는 진짜 누가 사준 거야?” 최동림은 두 손으로 게임기를 꼭 쥐었고 손등이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다.그는 고개를 떨군 채 한참 말이 없다가 결국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설윤... 아줌마가 줬어.”“설윤... 아줌마?” 임연지는 말도 안 된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 지금 그 여자를 아줌마라고 불러? 이렇게 비싼 걸 받았다고? 동림아, 설윤이 어떤 여자인지는 알고 있는 거야?”갑작스러운 고함에 최동림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설... 설윤 아줌마는 착한 사람이야. 그냥...” “착하다고?”임연지는 분노에 찬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착한 여자가 남의 가정을 깨뜨리냐? 넌 그런 사람한테 선물 받으면서 고맙다고 하는 거야?”그녀는 그대로 손을 뻗어 최동림의 품에 있던 게임기를 낚아채더니 바닥에 내리꽂았다.“쾅!”새 게임기는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났다. 화면은 깨지고 기계 외관도 부서져 부품이 여기저기 흩어졌다.최동림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다 곧장 무릎을 꿇고 깨진 게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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