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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1151 - 챕터 1160

1307 챕터

제1151화

서수현은 생각에 잠긴 듯 행동마저 느려졌다.사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그 일은 결국 직면하게 될 것이다.한참 동안 고민하던 서수현은 끝내 답장을 보냈다.[나중에요. 지금은 관심 갖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혹여나 부현승을 미행하고 있던 기자에게 사진이라도 찍히면 일은 더 커지게 된다.부현승은 칼답했다.[알겠어요.]서혜민은 다음 날 아침 부현승에게 연락했다.두 사람은 협의를 위해 BX 그룹의 법무팀에서 만나기로 했다.금액은 크지 않았고, 변호사는 이미 작성한 서류들을 서혜민에게 보여주며 그녀가 해야 할 의무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때마침 서혜민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서명철이다.변호사는 화면에 뜬 ‘아빠’라는 단어를 언뜻 보고선 서혜민에게 말했다.“받으셔도 괜찮아요. 기다릴게요.”“아니요. 계속하시죠.”서혜민은 핸드폰을 무음 모드로 돌린 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알겠습니다.”협의서에 적힌 대부분의 조항들은 서혜민이 예상 범위 내에 있었다. 앞으로 그날 밤의 일에 대해 누구에게도 언급해서는 안 되며 어떤 형태로든 부현승과 서수현의 사생활을 공개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또한 부준서의 양육권에 관한 내용도 있었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서혜민에게 선택을 맡기는 조항들도 보였다.영원히 강남을 떠난다면 집은 서혜민의 소유가 되고, 강남에 남는 순간 집은 압류된다.그렇다. 어젯밤 서혜민이 서명철에게 집이 압류되었다고 말한 건 거짓말이었다.서혜민은 부현승이 모든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할까봐 두려웠다. 만에 하나 서명철이 집을 빼앗아 간다면 서혜민이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난것이나 다름없기에 이게 최선의 선택이다.그러나 뜻밖에도 부현승은 재산 관련 얘기는 언급하지 않았고 협의서에도 그저 집에 관한 조항들뿐이었다.서혜민은 고개를 들어 반대편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부현승을 바라봤다.“집 말고 다른 돈은...”“너한테 없잖아.”부현승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차분하게 말했다.“집만 네 명의로 있어.” 서혜민은 수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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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화

부현승은 이미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다.답을 들은 서혜민은 협의서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고 그녀의 사과를 끝으로 모든 게 마무리되었다.BX 그룹의 법무팀을 나온 서혜민은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드디어 끝났네...’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있었는데 모두 서명철에게서 온 것이었다.서혜은 재빨리 전화를 걸어 일시적으로 그를 안정시켰다.“어떻게 된 거야. 왜 하루 종일 전화를 안 받아? 뭐했어?”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서명철의 호통이 들려왔다.“흥분하지 말고 진정해요. 소란 피우라면서요? 그래서 부현승 회사로 찾아왔어요.”그제야 서명철의 말투가 부드러워졌다.“그래? 어떻게 됐어?”“회사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했어요. 지금까지 취조실에 갇혀있어서 전화를 못 받은 거예요.”서혜민의 답에 서명철은 한숨을 내쉬었다.“바보야? 경찰이 오란다고 따라가는 사람이 어딨어. 그때는 옷을 확 벗어야지. 그럼 아무도 너한테 접근하지 못할걸?”어이가 없었던 서혜민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전화는 왜 하신 거예요?”“별일은 아니고. 네 엄마가 귀중품 보냈는지 물어보라고 해서 연락했어. 택배는 보냈지? 그 뭐냐... 송장번호 어떻게 돼?”“아직이요. 지금 바로 가서 보낼게요. 귀중품이라 택배 보내는 게 쉽지 않거든요. 영상 같은 것도 찍어야 해서 시간이 좀 걸려요.”“그래. 알겠다. 서둘러.”“네.”서혜민이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핸드폰 너머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혜민아, 엄마 아빠가 널 너무 다그친다고 탓하는 건 아니지? 우리도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부현승이 경찰에 신고하는 걸 보면 모르겠어? 걔는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빼앗으려고 한다니까? 그러니까 걱정 말고 우리한테 보내. 어차피 결국에는 다 너한테 돌려줄 거야.”서혜민은 아무런 감정 기복 없이 무덤덤하게 답했다.“그럼요. 당연히 알죠. 가족인데 다 저를 위해서 그러시는 거잖아요.”“그래. 이제야 철이 들었구나.”전화를 끊은 서혜민은 평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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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3화

영상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동창이 서수현에게 영상을 보냈다.[이거 봤어? 네 동생 맞지? 참... 기가 막히네.][뭔데?][일단 봐봐.]서수현은 의아해하며 영상을 확인했다.영상에는 서혜민의 독백이 담겨있었다.“저희는 나이 차이가 없어서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하지만 처한 환경이 매우 달랐고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나이에는 이 모든 게 분노와 질투로 변했습니다. 아버지는 줄곧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자는 어차피 시집갈 운명이니 공부를 하는건 시간 낭비라고... 글을 읽지 못해도 시집을 갈 수 있는데 큰돈 쓰며 딸자식 공부시는 게 무슨 소용인지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말을 듣다 보니 저도 모르게 현혹되었고 여자는 공부해도 소용없다는 인식이 박히면서 이걸 핑계 삼아 스스로를 위안했습니다. 어쩌면 일종의 도피일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부러웠어요. 이런 부러움이 나중에는 질투로 변하더군요. 친절을 베풀면 내 처지가 너무 불쌍해서 잘해주는 건가 싶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고, 멀리할 때는 무시하는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 열등감에서 비롯되었습니다...”말 한마디 한마디에 서혜민의 진심이 담겨있음을 보여준다.영상을 끝까지 본 서수현은 기분이 착잡했다.서혜민과 멀어지기 시작한 건 대학 입사가 끝난 후였다.3개월의 방학이 생긴 서수현은 제일 먼저 서혜민에게 연락하여 같이 밥 먹자고 제안했다.서혜민은 시험 잘 봤냐고 물어보며 말을 덧붙였다.“연락 온 거보고 깜짝 놀랐다니까? 난 네가 대학 붙어서 이제 나 같은 사람이랑은 연락 안 하는 줄 알았어.”“내가 그럴 사람이야? 여기 근처로 지원할 생각이니까 나중에 놀러 와.”“됐어. 넌 이제 대학생인데 우리 같은 사람이랑 어울리면 안 되지.”농담인 듯 아닌 듯한 그 말에 서수현은 마음이 심란했다. 서혜민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고의로 한 말인지 아니면 무심코 내뱉은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 순간 느껴진 서혜민의 예민함에 저도 모르게 연락 횟수를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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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화

때는 두 사람이 치열하게 말다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핸드폰 너머로 이상한 잡음 외에 아무 말소리도 들리지 않자 서명철은 별생각 없이 전화를 끊었다.“아빠가 편찮으신 걸 알면서 일부러 화나게 만드는 의도는 뭐예요?”“됐어. 그 얘기는 그만하자. 어쨌든 내 큰형이니까 병원비 반 정도는 부담할게.”서수현은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서명철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병원비를 받을 거란 일말의 기대조차 없었다. 그러니 너무나 의외였다.“삼촌, 그럼 계산서 보내줄 테니까 지금 바로 이체해 줘요.”“수현아, 잠깐만. 실은 물어볼 게 있어.”“돈 받기 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예요.”“그래. 알겠다.”“아참, 자의로 지불했다고 꼭 문자 남겨줘요.”서수현은 전화를 끊지 않고 곧바로 계정에서 결재 계산서를 찾아 서명철에게 보냈다.스피커폰으로 통화한 건 아니지만 대충 어떤 얘기를 주고받는지 눈치챘던 서석철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네 삼촌이 정말 병원비 반을 지불한대?”서수현도 목소리를 낮추며 답했다.“말은 그렇게 했는데 모르죠... 세상에나, 정말 보냈어요.”서명철은 서수현의 계좌로 병원비를 입금하며 방금 말한 대로 메모를 남겼다.눈이 마주친 서수현과 서석철은 믿기지 않은 현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마치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걸 보니 정말 궁금한 게 있는 모양이다.돈을 받은 서수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먼저 말을 꺼냈다.“물어보고 싶다는 게 뭐예요? 제가 알고 있는 거라면 말씀드릴게요.”“혹시 혜민이랑 연락되니?”“왜요? 연락 안 받아요?”“없는 번호라고 뜨네. 카톡 계정까지 지웠어.”사과 영상과 부혀승의 고소 취하 기사를 본 서명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곧바로 서혜민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들려오는 건 없는 번호라는 답이었고 불안한 마음으로 카톡을 보니 계정마저 지워졌다.부현승에게 감금되어 마지못해 사과 영상을 찍었을 거라는 가능성까지 생각했으나 이렇게 대담하게 말 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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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5화

그 말을 듣고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온 서명철은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뛰어내렸다고? 부현승이 그런 말을 한 의도는 뭐야? 설마 뛰어내린 게 혜민이라는 거야?”“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그냥 해본 소리일 수도 있고... 그런데 혜민이가 요즘 상황이 안 좋은 건 사실이잖아요. 이혼하고 소송까지 당했으니 안 그래도 예민한 성격인데...”“절대 그럴 리가 없어. 지금 혜민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말이야? 아니, 부현승이 널 속이려고 일부러 지어낸 말일 수도 있어.”비록 강하게 부정했지만 서명철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정말 뛰어내린 건 아니겠지? 아니야, 말 잘 듣고 착한 애가 그럴 리가 없어. 그래도 만에 하나...’“그 사람이 절 속일 이유는 뭔데요?”“혜민이를 감금해서 사과 영상을 찍은 게 틀림없어. 우리 지금 다 속고 있는 거라니까? 혜민이가 죽었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게 부현승의 전략이야.”“아무 사이 아닌데 굳이 저한테 그런 말을 했다고요? 설마 혜민이가 부현승 씨가 바람피운 증거를 갖고 있어요?”“없을 거야.”서혜민은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고 했다. 실질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계속 이렇게 버틴다면 감옥 가는 건 시간문제나 다름없다.“부현승 씨가 고소를 했으니 혜민의 입장에서는 협의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에요. 삼촌은 왜 계속 부현승 씨가 혜민이를 협박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협의 안 하면 감옥 가는 신세인데 그런 걸 원할 리가 없잖아요.”서명철은 식은땀이 맺혔다.“그게...”“삼촌, 설마 혜민이가 감옥에 갈 위험을 무릅쓰고 부현승 씨가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어요? 도대체 왜요?”“그게... 너도 알다시피 혜민이가 효녀잖니. 아마 부현승한테 돈을 더 받으려고 그랬던 것 같아. 감옥에 가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거지...”서수현은 그의 뻔뻔함에 치가 떨렸다.“혜민이가 협의하려고 직접 회사로 찾아갔대요. 회사에서 사인한 거라 CCTV에 모든 과정이 담겨있을 텐데 앞뒤가 잘 안 맞네요. 삼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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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6화

한 레스토랑의 룸 안, 서수현과 부현승이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웨이터가 차 두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즐거운 시간 되세요.”“감사합니다.”웨이터가 자리를 뜬 후 서수현이 시선을 내려 컵을 바라보았다. 잔잔한 호수 같은 노란 찻물은 이 방의 분위기를 말해주는 듯했다.의자에 기대어 컵을 들고 한 모금 마신 부현승은 서수현이 긴장한 모습에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한마디 했다.“내가 무서워요?”오늘 만난 후부터 서수현은 항상 그와 두 걸음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 채 긴장한 얼굴로 있었다.멈칫하며 그를 바라본 서수현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 회사에서 인턴으로 있을 때도 부현승을 조금 두려워했었다. 물론 직원이 상사를 대할 때 느끼는 자연스러운 두려움이었다.하지만 그날 밤 그 사람이 부현승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부현승에 대한 서수현의 마음은 두려움을 넘어 공포감을 느낄 정도였다.중요한 일이 없으면 최대한 만나고 싶지 않았다.“이곳의 디저트 맛이 괜찮아요. 몇 가지 주문했는데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요.”화제를 돌리는 부현승의 능력에 서수현은 조금 놀랐지만 이내 대답했다.“저도 인터넷에서 봤어요.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이사님이 마침 이곳을 예약한 줄은 몰랐어요.”“공교롭네요. 최근 소프트웨어 디자인 대회 준비 중이라고요? 나도 예전에 참가한 적이 있어서 어느 정도 경험은 있어요.”서수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때 어떤 주제로 했나요?”“음... 내 기억으로는 FPGA를 메인으로 하는 FFT 알고리즘 병렬 최적화였던 것 같아요.”서수현은 호기심이 생겼다.“상은 받았나요?”“1등이요.”서수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대단해요. 1등을 받은 사람들은 다 대단한 분들이죠. 저는 그냥 결승에라도 진출해서 이력서를 채우는 게 목표예요.”부현승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서수현 씨는 어떤 주제로 할 예정이에요?”이 말에 부현승은 그녀가 졸업 후에 BX 그룹에 입사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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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7화

“농담이에요.”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려운 게 아니라 자신을 해쳤던 사람과 단둘이 있는 게 얼마나 지옥 같을지 예상이 가서 부현승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이틀 뒤에 변호사 시켜서 합의서 보내드릴게요.”“네. 고마워요.”룸 안은 정적이 찾아왔고 서수현은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음식을 먹었다.이제 목적을 달성했으니 더 이상 부현승과 마주 보며 앉아 있고 싶지 않았다.이때 부현승이 핸드폰을 힐끗 보고선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몸을 일으켰다.“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계산은 했으니까 천천히 드시고 가세요.”“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서수현은 고개를 들어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부탁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알겠어요.”문을 열던 부현승은 멈칫했다.“아참, 준서는 지금까지 딱 한 번 만나본 적 있죠? 언제 보러 갈 거예요?”서수현은 곰곰이 생각했다.“일단 예선 끝나고 나서요.”“그럼 그때 연락해 줘요.”“알겠어요.”부현승은 문을 열고 나갔다.발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서수현 혼자 남은 방안은 쥐 죽듯 한 정적만 가득했다.그녀는 팔을 쭉 뻗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불편해하는 걸 알고 먼저 자리를 피해준 부현승이 내심 고맙기도 했다.서수현은 여유롭게 케이크 한 조각을 먹었다.부현승이 그날 밤 그 사람이라는 걸 알기 전까지 서수현은 그가 매우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잘생긴 외모, 뛰어난 집안 배경, 출중한 능력 모든 게 완벽했다. 매일 성실히 출근하고 주변의 비서까지 전부 남자였기에 다른 부잣집 도련님에 비해 스캔들 한번 터진 적조차 없었다. 심지어 서혜민의 출신을 알고서도 전혀 꺼리지 않고 결혼식을 올렸으니 다른 남자들과는 많이 달랐다.만약 그날 밤의 일이 없었다면, 만약 임신하지 않았다면, 만약 평범한 대학생으로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면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게 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모든 건 허상일 뿐, 아이를 낳기로 마음먹은 순간 부현승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 해도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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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8화

서명철은 그제야 서혜민이 투신자살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미련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하기도 하지만 거듭되는 자기암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남 탓을 하게 된다.‘내가 남 좋으라고 이러는 게 아니잖아. 다 우리 가족을 위한 일인데 왜 마음을 몰라주는 거지? 영민이가 나중에 성공하면 모두한테 좋은 거잖아. 하여튼 약해빠졌다니까. 감옥을 가게 된 것도 아닌데 말 몇 마디 했다고 죽어버리면 어쩌자는 거야.’‘이렇게 죽으면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이런 불효자가 있나. 고생해서 키워줬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쳐? 죽으면 죽었지 뭐. 서혜민이라는 딸은 애초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거야.’서명철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택배 가지러 갔다.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얼마나 좋은 걸 보냈을려나. 이걸 안 보내고 죽었으면 어쩔뻔했어.’집으로 돌아간 서명철은 헐레벌떡 택배를 열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건 상자를 꽉 채운 돌멩이뿐이었다.“이게 뭐야?!”서혜민의 어머니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재빨리 돌멩이를 꺼내고선 안에 귀중품이 없는지 확인했다.“설마... 택배 기사가 바꿔치기한 건 아니겠죠? 얼마 전 뉴스에 택배기사들이 물건을 훔친다고...”그들은 서혜민이 일부러 돌멩이를 넣었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지금 당장 따지러 가요.”“가는 김에 장례에 필요한 물건들 좀 사야겠어. 사람들 망신 사기전에 얼른 혜민이가 죽었다고 친척들한테 연락 돌려.”택배기사는 절대 바꿔치기한 거 아니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자 어쩔 수 없이 택배를 보낸 우체국에 연락하게 되었고 곧바로 통화가 연결되었다.“돌멩이를 보낸 게 맞아요. 안 그래도 너무 이상했어요. 택배비는 무게로 계산하는 건데 돌멩이를 보내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아가씨가 그 돌에 남다른 뜻이 담겨있다면서 꼭 보내야 한다고 했어요. 잠깐만요, 제가 영상 하나 보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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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9화

지난 며칠 온하랑은 뉴스를 줄곧 주시하고 있었다.그래서 부현승과 서혜민이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고 갓난아기를 안고 이혼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네티즌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부현승과 서혜민이 왜 ‘이혼'이라는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분명히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모인 파티에서도 두 사람은 모든 것이 정상인 것처럼 보였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이혼'을 하게 되었단 말인가.부현승이 서수현과 바람피운다고 하던 서혜민의 말도 온하랑은 믿을 수 없었다.그녀는 부현승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그녀가 알고 있는 부현승은 이런 일을 할 수 없었다.그리고 온하랑의 눈에 서수현은 줄곧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착한 이미지였다. 부준서의 축하 파티 때도 서수현과 부현승은 아주 정상적으로 보였고 조금도 이상한 느낌이 없었다.하지만 서혜민이 언론 앞에서 그렇게 말한 이상 온하랑도 감히 단정하지 못했다.열 길 물 속은 아랑도 한 길 사람 속을 모른다고, 그녀는 예전에도 부민재가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그러나 뜻밖에도 부성이 소송을 결정한 후 서혜민이 사과했다.온하랑은 한동안 서혜민이 사과한 것이 사실을 날조한 건지, 아니면 부현승의 권세를 두려워해서인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저녁 식사 때 그녀는 부승민에게 물었다.“뉴스에서 부현승과 서혜민이 ‘이혼'한다고 하던데 알고 있지? 왜 그런대?”부현승에게 물어본 적은 없지만 부승민은 이 일이 그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는 고개를 살며시 저으며 말했다.“나도 잘 몰라.”“그렇구나.”온하랑은 그를 힐끗 보았다.“서수현과 관련이 있는 것 같으니까 이따가 내가 물어볼게.”잠시 침묵하던 부승민이 입술을 감빨며 한마디 보탰다.“사실... 조금 알고 있어.”온하랑은 눈썹을 실룩이며 말했다.“방금 잘 모른다고 하지 않았어?”부승민은 마른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부현승과 서혜민 사이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어?”그가 이렇게 말하자 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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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0화

“왜 말을 안 해?”“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당연히 서수현만의 이유가 있었겠지. 부승현이 언제 서혜민과 함께 있었는지 기억해?”온하랑은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설 때인 것 같은데?”그녀는 고택에서 설을 쇨 때 부현승이 여자친구와 영상통화를 하겠다는 핑계로 부승민을 그의 방에서 쫓아내어 부승민이 잘 곳이 없게 한 것을 기억했다. 결국 그녀는 마음이 약해져 늑대를 방으로 끌어들인 셈이다.“그래, 그러니까 이 일이 설 전에 일어났다는 거야. 설 전에 부현승은 어디에 갔었어?”“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온하랑이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다시 생각해 봐. 어디에서 부현승과 서수현을 동시에 본 적이 있어?”“!!”이번에 온하랑은 온천 리조트가 떠올랐다.부현승 부서가 단합 회를 한 곳은 그녀가 제안한 것으로 민지훈의 입에서 뭔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리조트에서 민지훈과 함께 식사할 때 온하랑은 서수현을 만났는데 그녀는 민지훈과 인사를 나눴었다. 하지만 그때 온하랑은 아직 서수현을 알지 못했다.그날 저녁 민지훈은 단합 회에서 술에 취해 방을 잘못 들어갔는데... 물론 이것은 부승민이 계획한 것이다.‘단합 회에서 술을 마셨다...’온하랑은 뭔가 떠올랐는지 멍한 눈빛으로 부승민을 바라보았다.“온천 리조트에서 민지훈이 술에 취해 서수현 씨와... 그날 밤, 실은 민지훈이 아니라 부현승...”온하랑은 그날 병원에서 서수현을 만났었는데 그때 그녀는 얼굴이 초췌했는데 건강에 관해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때 마침 서혜민이 방금 ‘출산’했는데 아마 그녀가 무슨 방법을 써서 서수현의 아이를 데려간 모양이다.부승민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어안이 벙벙해진 온하랑은 애써 이 놀란 소식을 받아들이고 있었다.“서수현 씨는 그 사람이 민지훈 씨인 줄 알고 신고하지 않고 풀어준 거지? 그래서 부현승이 사람을 잘못 찾은 거야?”부승민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서수현 씨는 다른 사람이 있는 걸 알았지만 신고하지 않기로 했어.”“왜?”온하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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