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58화

서명철은 그제야 서혜민이 투신자살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미련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하기도 하지만 거듭되는 자기암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남 탓을 하게 된다.

‘내가 남 좋으라고 이러는 게 아니잖아. 다 우리 가족을 위한 일인데 왜 마음을 몰라주는 거지? 영민이가 나중에 성공하면 모두한테 좋은 거잖아. 하여튼 약해빠졌다니까. 감옥을 가게 된 것도 아닌데 말 몇 마디 했다고 죽어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이렇게 죽으면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이런 불효자가 있나. 고생해서 키워줬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쳐? 죽으면 죽었지 뭐. 서혜민이라는 딸은 애초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거야.’

서명철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택배 가지러 갔다.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얼마나 좋은 걸 보냈을려나. 이걸 안 보내고 죽었으면 어쩔뻔했어.’

집으로 돌아간 서명철은 헐레벌떡 택배를 열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건 상자를 꽉 채운 돌멩이뿐이었다.

“이게 뭐야?!”

서혜민의 어머니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재빨리 돌멩이를 꺼내고선 안에 귀중품이 없는지 확인했다.

“설마... 택배 기사가 바꿔치기한 건 아니겠죠? 얼마 전 뉴스에 택배기사들이 물건을 훔친다고...”

그들은 서혜민이 일부러 돌멩이를 넣었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따지러 가요.”

“가는 김에 장례에 필요한 물건들 좀 사야겠어. 사람들 망신 사기전에 얼른 혜민이가 죽었다고 친척들한테 연락 돌려.”

택배기사는 절대 바꿔치기한 거 아니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자 어쩔 수 없이 택배를 보낸 우체국에 연락하게 되었고 곧바로 통화가 연결되었다.

“돌멩이를 보낸 게 맞아요. 안 그래도 너무 이상했어요. 택배비는 무게로 계산하는 건데 돌멩이를 보내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아가씨가 그 돌에 남다른 뜻이 담겨있다면서 꼭 보내야 한다고 했어요. 잠깐만요, 제가 영상 하나 보내줄게요.”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