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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부승민과 부시아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온하랑은 청진기를 낀 채 청진판을 불룩한 배에 올려놓고 태아의 심장 박동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부시아는 가방을 벗어 소파 구석에 내려놓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봤다.

“숙모, 뭐 듣고 있어요?”

온하랑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

“아기 심장 소리 듣고 있었어.”

“그게 들려요? 저도 들을래요.”

온하랑은 청진기 이어팁을 빼고 부시아의 귀에 얹었다.

“자, 해봐.”

부시아는 온하랑의 손에서 납작한 청진판을 받아 온하랑의 배에 얹은 후 천천히 움직이며 귀를 기울였다.

1분 뒤, 온하랑이 물었다.

“어때?”

부시아는 두 눈을 반짝이며 청진기를 떼어냈다.

“너무 신기해요. 이걸 쓰면 뭔가...”

부시아는 커다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뭔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요. 다른 소리는 아예 안 들리는데 여기 납작하고 동근 곳에서 나오는 소리는 엄청 선명하게 들려요.”

“맞아. 그게 청진기의 기능이야.”

부시아는 청진기를 다시 착용하더니 자신에 가슴에 대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러고선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온하랑을 바라봤다.

“숙모, 송이 심장 소리를 들어봐도 돼요?”

“응. 당연하지.”

“오예!”

송이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아기 고양이에서 어느새 4kg의 몸무게를 자랑하는 뚱땡이가 되었다. 중성화 수술을 한 이후로 점점 더 살이 찌었는데 통통한 그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다.

캣타워 캡슐 안에 몸을 숨긴 송이는 기분이 별로인지 표정이 좋지 않았고 꼬리도 축 처져있었다.

부시아는 청진기를 들고 다가가 발끝을 세우더니 고양이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고선 진지한 얼굴로 심장 박동을 듣기 시작했다.

송이는 힐끔 쳐다보고는 꼼짝도 하지 않고 코를 골았다.

그렇게 거실에서 한참을 놀다가 안문희에 의해 위층으로 끌려가 잠자리에 들었다.

일찍 씻고 누운 온하랑은 머리맡에 기댄 채 가벼운 음악을 틀었다.

9시 반쯤 일을 마친 부승민이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손에는 청진기가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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