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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1화

“글쎄, 지금은 고기 맛이 영 별로네.”

김시연은 체념한 듯 한숨을 쉬었다. 점점 더 위험해지는 연도진의 눈은 애초에 보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김시연은 느끼는 바가 많았다.

“음... 고등학생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성장은 했어. 근데 동시에 퇴보했어.”

김시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연도진에게서 떨어지려고 할 때 억센 손아귀가 그녀를 잡아 침대로 눕혔다.

김시연은 너무 놀라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한바탕 야단법석을 떨고 난 후 제정신이 들었을 때 김시연은 천장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도 정신없이 돌아가는 나머지 괴로울 정도였다.

“도진아, 너... 이러지 마, 잠깐만... 멈춰 제발!”

연도진은 잔뜩 가라앉은 얼굴로 아래턱에 힘을 잔뜩 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던 땀방울은 어느새 흥건히 이마를 적셨고 땀 줄기가 그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네가 원하던 게 이런 거 아니었어?”

연도진은 낮게 읊조렸다.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그 순간, 김시연은 자신이 바다에 내던져진 작은 조각배 같다고 생각했다. 바다의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고 이따금 매서운 파도가 덮쳐오기도 했다. 항행할수록 파도는 더 심해졌고 결국 김시연의 온몸을 적셔 물기가 뚝뚝 떨어지게 했다.

끝끝내 거센 바다의 폭풍을 견뎌내지 못한 김시연은 울먹이며 연도진의 팔뚝을 잡았다.

“도진아, 멈춰... 나 못 참겠어... 나 진짜 못 참겠어.”

배가 항행을 너무 빨리한 것이다.

연도진의 목울대가 또 한 번 세차게 요동친다. 잔뜩 찌푸렸던 미간을 풀고 배의 항행속도를 늦추며 물었다.

“지금 고기가 맛이 영 별로야?”

“맛있어, 맛있고말고!”

김시연은 놓칠세라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나.”

“내가 퇴보를 했어?”

“아니야! 어떻게 그러지? 퇴보는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엄청나게 진보했는걸!”

“엄청나게? 그게 어떤 정도지?”

김시연은 정말 한마디 톡 쏘아붙이고 싶었다. 딱 네 그릇만큼.

하지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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