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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2화

김시연은 잠옷을 꺼내 아무렇게나 몸에 걸치고는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알기나 했을까, 땅에 발이 닿자마자 다리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다시 침대로 털썩 넘어질 줄은.

김시연은 연신 속으로 연도진을 개자식이라고 욕하며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 벽을 짚고 일어나 새 옷을 가지고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조심조심 욕실로 걸어 들어갔다.

이번에 하도 폭식을 한 탓에 제대로 질려버린 김시연은 생각했다. 앞으로 꽤 긴 시간 동안은 ‘고기’ 생각은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욕실까지 두 걸음 정도 남았을 때 갑자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연도진의 손에는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방 중앙에 서 있는 김시연을 보고는 작게 웃었다.

“깼어? 내 예상보다 더 일찍 깼네, 마침 너 먹이려고 점심 포장해왔는데.”

그 미소속에는 쉽게 알아챌 수는 없지만 잘 보이려는 속셈이 분명히 녹아있었다.

김시연은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너 아침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아직도 안 갔어?”

연도진이 대답했다.

“일정 조절했어.”

“아 그래? 난 또 네가 나 먹고 버린 줄 알았지.”

“내가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인 줄 알아?”

연도진은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2인분의 포장 용기를 꺼냈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볶음밥으로 포장해왔는데, 배고프지?”

말이 끝나기 바쁘게 김시연은 자신의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들었다.

김시연은 자신의 위를 어루만지고는 계속해서 욕실로 향했다.

“일단 거기 둬. 나 아직 못 씻었어.”

연도진은 그런 김시연의 모습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뱉고 말았다.

“너 지금 이대로라면 걷는 거 너무 느려.”

“연도진…”

김시연이 걸음이 늦은 게 누구 탓이던가?

김시연이 아무리 제지를 해도 연도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시연을 안아다 욕실까지 데려다주었다.

“됐어, 이제 씻어.”

“...”

김시연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눈에 들어오는 거라곤 목이며 쇄골이며 어깨며 할 것 없이 군데군데 늘어난 키스 마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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