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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화

“아기 침대는 여기에 두고 아기가 더 크면 좀 더 큰 침대로 바꿔. 여기에는 카펫을 깔고 울타리를 만들어 안에서 마음껏 놀게 해줘... 그리고 이것들은 분위기 내는데 필요한 가벼운 실내장식 소품들…”

온하랑은 열심히 본인의 도안을 소개했다.

부승민은 스케치북을 집어 들고 몇 번을 들여다보았다.

“우리 하랑이가 이런 재능이 있을 줄은 몰랐네.”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

부승민은 두어 번 목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설계 나쁘지 않아. 아이는 최근 몇 년간은 아직 어리니까 우리 미감으로 꾸밀 수밖에 없어. 아이가 좀 더 커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때 가서 바꿔도 되니까.”

온하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일단은 이렇게 하고 내일 내가 다시 한번 봐볼 테니까 그때 또 고칠 게 있는지 봐 줘.”

“응.”

온하랑은 스케치북을 덮어 책장에 다시 끼워 넣었다.

“그럼 하던 거 마저 해. 난 먼저 쉬러 갈게.”

“그래.”

침실로 돌아온 온하랑은 블루투스 스피커로 잔잔한 음악 한 곡을 선곡하고는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

씻고 나온 온하랑은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의 심장박동을 느끼고 싶었다.

테이블로 다가가 서랍을 열고 안에 놓인 청진기를 본 순간, 그날 밤의 기억이 자기도 모르게 떠올랐다. 그 순간 온하랑은 귀가 달아올랐고 안색은 노랗게 변했으며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청진기를 잡으려고 뻗은 손가락은 허공에 머문 채, 그 청진기를 차마 마주할 엄두가 안 나기까지 했다.

온하랑은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저으며 생생하다 못해 색까지 입혀진 머릿속의 화면을 떨쳐버리고는 청진기를 집어 들었다.

온하랑은 적응이 되자 뱃속 아이의 심장박동을 듣는 것이 사뭇 신비롭게 느껴졌다. 자신의 핏줄을 가진 아이의 심장박동이란 사실이, 그 생명이 바로 자신의 배 속에 있다는 사실이, 곧 있으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될 생명이라는 사실이 온하랑을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만든 것이었다.

한참 동안 아이의 심방박동을 느낀 온하랑은 청진기를 빼고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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