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1009 챕터

제301화

그 말을 끝으로 엄진우는 삽시간에 사라져 버렸고 예우림은 혼자 멍하니 서서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의 그녀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실날같은 희망이라도 있지 않을까? ... 엄진우에게 있어 예우림의 일은 모레라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엄씨 가문이다. 원수를 갚은 타이밍이 되었다. 엄진우는 하수희를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이 계획을 알려주지 않았다. 이건 엄진우 혼자만의 복수다. 오후 3시, 엄씨 저택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오늘은 엄비호의 딸, 엄지은의 아이가 태어난 지 막 한 달 되는 날이다. 두 달 전, 엄지은은 다른 도시 명문가 아들과 결혼했다. 상대는 비록 고대 무가가 아니지만 명성이 자자한 금융 거물이라 엄씨 가문의 앞날에도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은 오랜 열애 끝에 배가 불러서 하는 수 없이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곧 그들은 아들을 낳았다. 엄씨 어르신은 이 혼사를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여인의 몸으로 가문에 강력한 이익을 가져왔으니 그야말로 수지가 맞는 장사이다. 하여 증손주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는 이날, 큰 잔치를 벌이라고 명령했다. 물론 오늘 가장 기쁜 사람은 엄비호이다. 증손주의 탄생으로 엄씨 어르신은 이 자리를 빌어 그의 후계자 신분을 정식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둘째 형님, 경하드립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우리 엄씨 가문의 운명을 잘 이끌어주세요.” “고난을 함께 한 우리를 잊으셔서는 절대 안 됩니다.” 엄씨 가문 사람들은 잇달아 허리를 굽신대며 듣기 좋은 말을 내뱉었고 하나같이 귀중한 물건을 선물했다. 잔뜩 신난 엄비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가족끼리 그런 말은 넣어둬. 내가 엄씨 가문 가주가 되면 다들 잘 돌봐줄 걸세. 적어도 가문 수당은 두 배로 늘려줄 거야.” 그 말에 사람들은 잔뜩 신이 나서 환호를 질러댔다. “둘째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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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흑백의 영정 사진에 가장 분노한 사람은 엄씨 어르신이다. 그는 격노하여 소리를 질렀다. “네 이놈!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냐! 당장 치우지 못해!? 경사스러운 날에 감히 불길한 물건을 들고 오다니! 우리 가문을 능멸하는 것이냐!” 엄비호도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여봐라! 저 영정 사진 당장 밖에 던져 버려!” 좋은 날에 불길한 행동을 하면 액운을 가져오기에 엄씨 가문은 치를 떨며 말했다. “누가 감히!” 엄진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경호원들은 순간 겁에 질려버렸다. 그들은 마치 남극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맞은 듯 온몸이 얼어붙어 도무지 움직일 수 없었다. 화가 난 엄비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욕설을 내뱉었다. “모자란 것들! 너희들이 그러고도 나한테서 월급을 받아?” “비호야, 넌 엄씨 가문의 후계자야. 그러니 체통을 지켜.” 엄씨 어르신의 싸늘한 호통에 엄비호는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네, 아버지. 죄송합니다.” “큰일을 할 사람은 감정을 쉽게 드러내서는 안 돼.” 엄씨 어르신은 용두 지팡이를 들고 엄진우에게 천천히 다가오더니 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엄진우, 넌 엄영우를 평생 사내 구실도 못하게 만들었고 또 정씨 가문의 힘을 빌어 우리 엄씨 가문의 수많은 자제를 죽였어. 그래도 난 다 용서할 수 있어. 하지만 오늘은 우리 가문에 경사가 있는 날이야. 그런데 영정 사진을 들고 온 건 어떤 의미지?” 엄씨 어르신이 싸늘하게 물었다. “너와 비호 사이의 원한은 사적으로 해결해. 엄씨 가문 전체에 도발하는 건 너한테도 이득이 될 게 없어. 어쨌든 너도 엄씨 가문의 혈육이니 네 아버지 영정 사진 들고 당장 떠나. 그러면 없던 일로 해 줄 수 있어.” 사실 이건 진심이 아니다. 엄씨 어르신은 엄진우의 실력을 목격한 적 있기에 사실은 그가 두려워서 일부러 관대한 척 말했다. 만약 여기서 싸움이 일어난다면 엄씨 가문은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럴 바엔 차라리 뒤로 물러서서 상대에게도 물러설 기회를 주는 것이 엄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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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으악!"순간 엄비호의 손가락은 뼈와 살이 분리되었고 온몸은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미친 듯이 엄진우를 향해 덮쳐들었다. "개 같은 자식! 나 너 죽여버릴 거야! 당장 죽여버릴 거야!" 엄진우는 머리도 들지 않은 채 상대의 무릎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고 엄비호의 무릎은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털썩. 이내 엄비호는 다리가 부러져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는데 장면은 아주 처참했다. "으아아악!" 그는 가슴속에 꽉 찬 분노를 터뜨릴 곳이 없어 처참한 비명을 질러댔다. 엄씨 가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천부적인 기질은 없다지만 그래도 상대는 엄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다. 엄씨 어르신의 배양과 엄씨 가문의 수많은 수행 자원 덕분에 그도 50세의 나이에 내력대만원종사가 될 수 있었는데 이는 대종사인 엄씨 어르신과는 고작 한 끗 차이였다. 그런데 엄진우의 한 방에 저렇게 무너진다고? 저게 사람인가? 엄씨 어르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크게 벌렸다. 그는 엄진우의 실력이 단지 비슷한 또래에서 강한 편이라고, 레벨로 치면 대략 외경절정종사쯤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내력대만원종사를 너무 쉽게 이겨버렸다. 엄진우가 말했다. "감히 내 앞을 막는 자가 있다면 똑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 거야. 엄비호보다 더 강한 자가 있으면 어디 한 번 나와."살기등등하던 엄씨 가문 무도종사들은 순간 풀이 죽어 서로의 눈치만 보았다. 시선을 엄비호에게 돌리니, 엄비호는 이미 거품을 문 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모두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비록 가문의 명예도 중요하지만 일단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엄진우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빈정거리며 웃어 보였다. "나설 사람이 없어? 이게 창해시 전설, 사대 고대 무가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소유한 엄씨 가문인 건가? 수천 년의 역사가 만들어낸 게 고작 이런 쪼다들이야?"말을 끝낸 엄진우는 허리를 쭉 펴고 기세등등하게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엄진우가 로비에 가까워질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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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두 사람은 비록 여태 조용히 살아왔지만, 이런 큰 행사에서 누군가 공공연하게 엄씨 가문을 도발한다면 반드시 강자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줘야 가문의 체면을 잃지 않는다. 그런데 엄진우는 그들이 상상한 것과 다르게 시큰둥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내 앞을 막겠다고?" "당연한 소리!"엄전호는 쌀쌀맞게 말했다. "반역자 엄비왕의 영정 사진을 엄씨 저택 로비에 건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 새끼한테 그럴 자격이나 있어?" 엄무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은혜도 모르는 놈은, 유골을 아주 바닥에 쫙 깔아줘야 해요. 우리 가문 사람들이 오며가며 전부 짓밟을 수 있게.""엄진우! 네 아비뿐만 아니라 너도 곧 한 줌의 재가 될 거야." 두 사람의 건방진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갑자기 공포의 기운이 사면팔방으로 몰려왔다. 깜짝 놀란 두 사람은 순간 머리를 쳐들고 진기를 내뿜으며 그 기운을 물리치려고 했다. 엄진우의 강력한 기운은 강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들을 진압했다. 엄진우가 말했다. “나한테 덤비고 싶어? 당신들은 자격 없어.” 그는 상대를 완전히 무시한 채 계속 로비에 들어섰다. 그런데 이 순간, 엄전호와 엄무호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이건 공포의 경지를 벗어난 진압이다. 그들이 겪어본 가장 강력했던 기운은 바로 대종사인 엄씨 어르신의 기운이었는데, 엄진우의 기운은 엄씨 어르신보다 최소만 배는 강력했다. 마치 인간이 우주의 은하수에 홀로 서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어떻게 된 거지?” 엄씨 가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격렬한 싸움이 발생할 줄 알고 미리 몸을 풀고 있었는데 이게 끝이라고? 엄씨 가문 신세대 최강자라 불리는 두 인물이 이렇게 무릎을 꿇었다. 심지어 싸우지도 못하고 말이다. “어이가 없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두 사람 오줌까지 지렸어. 바지 다 젖었잖아. 그 정도라고?” “설마 지금 엄진우한테 겁먹은 거야?” 사람들은 도무지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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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내가 아무리 늙어도 너 같은 애송이 하나는 쉽게 죽일 수 있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 엄씨 어르신은 다섯 손가락을 높이 쳐들었다. 순간 거대한 기압이 밀려오더니 그의 발아래 땅은 순식간에 몇 미터나 무너져 내렸다. 주변에 있던 엄씨 가문 자제들은 겁에 질려 급히 몸을 피하더니 다들 저마다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이건 적어도 작은 언덕의 무게가 필요했다. 역시 대종사급의 강자답다. 하지만 엄진우는 미동도 없이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짓더니 기지개를 켜고 하품했다. “할아버지는 이젠 늙었다고 내가 말했죠? 별일 없으면 그냥 돌아가서 쉬세요. 시간 낭비 하지 마시고요.” 엄씨 어르신은 깜짝 놀랐다. 그는 대종사의 내력 100%를 동원해 엄진우에게 공격을 가했다. 이런 힘은 엄씨 어르신 본인조차 두려워하는 힘이다. 예상대로라면 엄진우는 지금쯤 무릎을 꿇고 그에게 머리를 조아렸어야 하는 건데... 왜 그는 이리 멀쩡하게 서있는 거지? “말도 안 돼! 내력강자를 이길 수 있다고 해도 내력종사와 대종사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야!” “네가 무슨 수법으로 내 기운을 막았는지 모르겠지만 네 운은 여기까지다.” 엄씨 어르신은 엄진우를 완전히 포기하고 이 자리에서 직접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큰 걸음을 내디디더니 늙은 몸으로 하늘을 진동시키는 큰 기운을 내뿜었다. 순간 그 기운은 번개처럼 엄진우에게 덮쳐들어 수많은 잔상을 만들어냈는데 그 모습에 엄씨 가문의 무도종사들은 저도 몰래 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엄씨 어르신을 모신지도 꽤 되었지만 이 순간 그들은 상대의 그림자도 포착할 수 없었다. 쿠웅! 눈 깜짝할 사이, 엄씨 어르신의 굳은살이 가득한 손바닥은 엄진우의 어깨를 세게 가격했다. 삽시간에 지면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지더니 심지어 나무들까지 재가 되어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이때, 가까이 서있던 몇 명의 무도종사들은 이미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무서워... 엄진우 이 자식 뼈도 안 남겠는데? 지금쯤이면 아마 재로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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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보아하니 입만 살았네요.” 엄진우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그는 전혀 엄씨 가문 사람들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에게 그들은 단지 ‘가족’이라는 명분을 가진 원수일 뿐이다. 엄진우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엄씨 어르신과 겁에 질려버린 엄씨 가문 사람들을 무시한 채 엄비왕의 영정 사진을 로비에 걸더니 무릎을 꿇고 큰절을 세 번 올렸다. 그는 고개를 쳐들고 영정 사진 속의 엄비왕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버지, 집에 왔어요. 이번에는 몰래 들어온 게 아니라 당당하게 들어온 거예요.” 이때 겨우 몸에 기력이 돌아온 엄씨 어르신은 비틀거리며 달려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천박한 놈아! 난 네가 이 배은망덕한 자식의 영정 사진을 여기에 거는 걸 허락한 적 없다! 이건 조상님에 대한 모욕이고 불순이야!” 그러자 엄씨 가문 사람들도 이내 합세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네가 아무리 힘으로 우리를 이길 수 있다고 해도 우리는 영원히 납득하지 못한다!” “우리는 죽어도 엄비왕을 다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엄진우가 짜증 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리자 방금까지도 아우성을 치던 사람들은 겁에 질려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엄진우는 엄씨 어르신의 두 눈을 직시하며 물었다. “눈깔 똑똑히 뜨고 보세요.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죠? 바로 당신 아들이잖아. 영감탱이가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이라고!” 엄진우는 두 눈을 부릅뜨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자기 핏줄을 보는 게 그렇게 싫어? 아니면 너무 미안해서 피하는 건가?” 손자뻘 되는 젊은이에게 질책당하자 엄씨 어르신은 화가 나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 입 다물어!” “싫은데?” 엄진우는 엄씨 어르신을 약 올리듯이 계속 말했다. “사실 우리 아버지의 내력을 폐하고 집에서 쫓아낸 후 많이 후회했을 거야, 그렇지? 그래서 남은 두 아들을 보내서 우리 아버지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었던 거 아니야?” 엄진우의 말은 가시가 되어 엄씨 어르신의 정곡을 정확히 찔렀다. 엄씨 어르신은 멈칫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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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칼을 빌려서 죽인다고?” “아버지가 직접 나서시는 게... 하핫,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죠?” “호랑이도 제 새끼는 잡아먹지 않아. 게다가 막내는 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막내아들이야. 그런데 그게 가능하겠어?” “형님이 틀렸어요. 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건 본인의 체면이에요.” 엄비호는 음흉한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혈압 좀 상승시켜 드릴 만한 스토리를 꾸며주면 아버지는 결국 직접 움직이게 돼 있어요.” 쿠웅!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지 못한 엄씨 어르신은 녹음이 끝나기도 전에 엄비호에게 달려가 발길질했다. “후레자식!” 풉! 엄비호는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피를 토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버지, 다 가짜예요. 엄진우 저 천박한 놈이 가짜를 만들었다고요!” “진짠지, 가짠지 내가 모를까 봐?” 엄씨 어르신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난 몸이 늙었을 뿐, 머리는 멀쩡해! 두 후레자식이 손을 잡고 날 속였어!” 엄비왕은 엄씨 어르신을 원망한 적 없고 저주한 적 없으며 이 모든 것은 두 형제의 음모였다. 그런데 엄씨 어르신은 이 조작된 이야기에 속아 가장 사랑했던 막내아들을 20년 넘게 오해하고 있었다. “아직 끝이 아니에요.” 엄진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당시 우리 아버지가 계시던 광산이 무너진 건 사고가 아닌 엄비룡과 엄비호의 계략이었다는 것도 알아냈어요.” 순간, 엄비호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그럴 리가. 그 일을 어떻게 알아냈다는 거지? 분명 시신과 증거를 전부 깔끔히 처리했는데?” “어려웠을 것 같아? 두 사람이 바로 가장 큰 증거 사슬이었어.” 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 두 사람 녹음 백업한 거 있는데, 확인해 볼래?” “짐승보다 못한 자식들! 어떻게 형제를 해칠 수 있어. 너희들의 친동생이란 말이야!” 진상을 알게 된 엄씨 어르신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네가 고열로 자칫하면 위험했던 그날, 네 동생이 사람들을 데리고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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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엄지흥, 일어나거라. 이게 50년 만이 아니더냐. 너도 많이 늙었구나.” 두 태상 장로가 담담한 표정을 보이자 엄씨 어르신은 순간 감격하며 말했다. “50년입니다. 이번 생에 다시 두 분을 뵙게 될 줄 생각도 못 했습니다. 영광입니다.” 엄씨 가문 사람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제자리에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눈앞의 두 사람은 엄씨 가문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선조로 알려져 있다. 듣자니 천 년 전, 그들은 예전의 선조들과 함께 엄씨 가문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다 어떤 비법을 수련하여 이렇게 장생할 수 있었다. 그들은 줄곧 엄씨 가문의 비밀 장소에서 수행을 이어왔는데 간혹 엄씨 가문이 멸족 위기에 놓이거나 큰 재난이 생기면 그 광란을 막기 위해 나서곤 했다. 대종사 신분의 엄씨 어르신도 이생에 그들을 단 두 번밖에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엄진우의 등장으로 이 두 어르신이 직접 나서다니. “두 분은 엄씨 가문의 체면을 위해 저와 한판 붙으시려는 건가요?” 엄씨 어르신도 깍듯하게 공경해야 하는 태상 장로 앞에서 엄진우는 전혀 두려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든, 그 상대가 설사 신선이라고 해도 엄진우는 끝까지 싸울 생각이다. 그런데 이때, 상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가, 네가 오해했다.” “우리는 너한테 부탁이 있어 찾아온 거다.” 엄진우는 조금 의아했다. 이치대로라면 엄씨 가문의 선조인 이 두 사람은 가문의 존엄을 위해 자기를 죽이려고 했어야 한다. 그런데 부탁이 있다고? “일단 들어보죠.” 엄진우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우리는 네가 엄씨 가문 차기 후계자가 되길 바란다. 어떠냐?” 두 태상 장로는 이구동성으로 간곡한 어조로 말했고 그러자 잔잔했던 바다에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엄씨 가문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설마, 이거 꿈 아니야?” “진짜야? 두 태상 장로님이 엄진우에게 다음 후계자가 되어달라고 부탁한 거 맞아?” 이 파격적인 대우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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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안타깝게도 엄씨 가문은 이 기회를 영원히 놓쳐버렸다. 엄씨 저택을 떠난 엄진우는 마치 증발이라도 한 듯 이틀이나 보이지 않았다. 이내 지성그룹과 공성그룹의 약속한 날짜가 다가왔다. 헬렌타운. 이곳에는 벌써 사람들이 가득 모여 인산인해가 되었다. 지성그룹은 이번 협력을 위해 가문과 회사 내부의 고위진을 특별히 동원했는데 총 16명이다. 공성그룹은 더 떠들썩했다. 그들은 특별히 수십 대의 마이바흐 밴을 타고 헬렌 타운으로 왔는데 헤드라이트가 공사 현장을 환히 밝혔다. 그리고 차에서는 곧 반듯한 정장 차림의 공성그룹의 고위층 수십 명이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타 세 고대 무가도 각각 대표를 보냈다. “사대 고대 무가는 늘 서로를 꺼려 이런 공적인 장소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적이 별로 없었죠.” “그런데 오늘 공씨 가문을 위해 이 관례를 깼네요. 정말 대단해요.” “공씨 가문의 체면이 다른 가문을 압도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예씨 가문 사람들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기세에서 그들은 이미 공성그룹에 완패당했다. 이때 흰 수염의 남자와 젊고 잘생긴 남자가 방탄 럭셔리 롱 링컨에서 내렸는데 그들은 경호원에 둘러싸여 아주 대단한 사람이라도 됐다는 듯 우쭐렁거리며 걸어왔다. 상대는 바로 공씨 가문 가주 공무적, 그리고 후계자인 공자명이다. 예흥찬은 저도 몰래 몸을 움찔하더니 다급히 앞으로 달려가 손을 내밀었다. “하하하! 반갑습니다. 공 회장님 안색이 아주 환하십니다. 공 대표님도 용모가 아주 훌륭하시네요.” 예흥찬은 비굴하게 굽신거리며 꼬리를 살살 흔들어댔다. 공무적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 회장도 여전하십니다.” 그러자 공자명은 경멸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첨하려거든 신박하게 하던가. 역시 밑바닥 사람들이라 그런지 재미없고 무능하군.” 순간 예씨 가문 사람들은 화가 솟구쳐 안색을 붉히며 한바탕 논쟁을 벌이려고 했다. 하지만 예흥찬이 먼저 수습했다. “하하하! 유머 감각이 아주 뛰어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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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방탕한 생활로 창백해진 남자의 얼굴에 예우림은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상대의 손을 잡지 않았고 분위기는 순간 차갑게 얼어붙었다. 공무적이 불쾌한 표정으로 쿨럭이자 예흥찬은 다급히 호통쳤다. “우림아. 왜 멍하니 있어! 남들이 알면 우리 가문이 예의도 모르는 사람들인 줄 알겠어!” 예우림은 하는 수없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상대의 손을 살짝 스쳤고 그 한 번의 스침으로 공자명은 잔뜩 흥분했다. 그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괜찮아요. 첫 만남이라 어색할 수도 있죠. 감정은 천천히 키워가자고요.” 공무적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오늘이 지나면 다들 가족이 될 텐데 예의는 천천히 가르치면 돼!” 그런데 이때, 예우림이 핵폭탄급 발언을 던졌다. “미안하지만 전 유부녀라 그쪽과 정혼할 수 없어요.” 그 말은 마치 마른하늘의 날 벼락처럼 공성그룹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공무적은 크게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유부녀? 예 회장!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인가요? 우리 아들에게 유부녀와 약혼하라는 말인가요? 우릴 뭐로 보고!” 공자명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 이 밑바닥 쓰레기들이 지금 우릴 갖고 장난친 거죠? 아버지! 당장 가요. 테이프 커팅식은 개뿔, 이딴 거 다 필요 없어요!” 말을 끝낸 공자명은 화가 나서 뒤돌아섰다. 이때 예흥찬이 다급히 다가가 그들을 막아섰다.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제 손녀는 비록 우리 예씨 가문에서 가장 뛰어난 엘리트지만 성격이 좀 반항적이에요. 전에 저와 작은 갈등이 생겨서 가짜 남편을 찾아 방패막이로 사용했을 뿐이에요. 두 사람은 단지 부부라는 명의만 있을 뿐 부부 생활은 하지 않았어요. 즉 그 결혼은 완전히 가짜란 말이죠.” “가짜?” 두 사람은 반신반의하며 걸음을 멈췄다. “맞아요. 저 아이의 아빠와 작은 아빠도 증언할 수 있어요.” 예흥찬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때 예정국과 예정명도 다급히 나서 굽신거리며 그렇다고 했다. 공무적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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