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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흑백의 영정 사진에 가장 분노한 사람은 엄씨 어르신이다.

그는 격노하여 소리를 질렀다.

“네 이놈!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냐! 당장 치우지 못해!? 경사스러운 날에 감히 불길한 물건을 들고 오다니! 우리 가문을 능멸하는 것이냐!”

엄비호도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여봐라! 저 영정 사진 당장 밖에 던져 버려!”

좋은 날에 불길한 행동을 하면 액운을 가져오기에 엄씨 가문은 치를 떨며 말했다.

“누가 감히!”

엄진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경호원들은 순간 겁에 질려버렸다. 그들은 마치 남극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맞은 듯 온몸이 얼어붙어 도무지 움직일 수 없었다.

화가 난 엄비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욕설을 내뱉었다.

“모자란 것들! 너희들이 그러고도 나한테서 월급을 받아?”

“비호야, 넌 엄씨 가문의 후계자야. 그러니 체통을 지켜.”

엄씨 어르신의 싸늘한 호통에 엄비호는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네, 아버지. 죄송합니다.”

“큰일을 할 사람은 감정을 쉽게 드러내서는 안 돼.”

엄씨 어르신은 용두 지팡이를 들고 엄진우에게 천천히 다가오더니 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엄진우, 넌 엄영우를 평생 사내 구실도 못하게 만들었고 또 정씨 가문의 힘을 빌어 우리 엄씨 가문의 수많은 자제를 죽였어. 그래도 난 다 용서할 수 있어. 하지만 오늘은 우리 가문에 경사가 있는 날이야. 그런데 영정 사진을 들고 온 건 어떤 의미지?”

엄씨 어르신이 싸늘하게 물었다.

“너와 비호 사이의 원한은 사적으로 해결해. 엄씨 가문 전체에 도발하는 건 너한테도 이득이 될 게 없어. 어쨌든 너도 엄씨 가문의 혈육이니 네 아버지 영정 사진 들고 당장 떠나. 그러면 없던 일로 해 줄 수 있어.”

사실 이건 진심이 아니다.

엄씨 어르신은 엄진우의 실력을 목격한 적 있기에 사실은 그가 두려워서 일부러 관대한 척 말했다.

만약 여기서 싸움이 일어난다면 엄씨 가문은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럴 바엔 차라리 뒤로 물러서서 상대에게도 물러설 기회를 주는 것이 엄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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