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탕한 생활로 창백해진 남자의 얼굴에 예우림은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상대의 손을 잡지 않았고 분위기는 순간 차갑게 얼어붙었다. 공무적이 불쾌한 표정으로 쿨럭이자 예흥찬은 다급히 호통쳤다. “우림아. 왜 멍하니 있어! 남들이 알면 우리 가문이 예의도 모르는 사람들인 줄 알겠어!” 예우림은 하는 수없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상대의 손을 살짝 스쳤고 그 한 번의 스침으로 공자명은 잔뜩 흥분했다. 그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괜찮아요. 첫 만남이라 어색할 수도 있죠. 감정은 천천히 키워가자고요.” 공무적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오늘이 지나면 다들 가족이 될 텐데 예의는 천천히 가르치면 돼!” 그런데 이때, 예우림이 핵폭탄급 발언을 던졌다. “미안하지만 전 유부녀라 그쪽과 정혼할 수 없어요.” 그 말은 마치 마른하늘의 날 벼락처럼 공성그룹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공무적은 크게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유부녀? 예 회장!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인가요? 우리 아들에게 유부녀와 약혼하라는 말인가요? 우릴 뭐로 보고!” 공자명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 이 밑바닥 쓰레기들이 지금 우릴 갖고 장난친 거죠? 아버지! 당장 가요. 테이프 커팅식은 개뿔, 이딴 거 다 필요 없어요!” 말을 끝낸 공자명은 화가 나서 뒤돌아섰다. 이때 예흥찬이 다급히 다가가 그들을 막아섰다.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제 손녀는 비록 우리 예씨 가문에서 가장 뛰어난 엘리트지만 성격이 좀 반항적이에요. 전에 저와 작은 갈등이 생겨서 가짜 남편을 찾아 방패막이로 사용했을 뿐이에요. 두 사람은 단지 부부라는 명의만 있을 뿐 부부 생활은 하지 않았어요. 즉 그 결혼은 완전히 가짜란 말이죠.” “가짜?” 두 사람은 반신반의하며 걸음을 멈췄다. “맞아요. 저 아이의 아빠와 작은 아빠도 증언할 수 있어요.” 예흥찬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때 예정국과 예정명도 다급히 나서 굽신거리며 그렇다고 했다. 공무적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엄진우?"순간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예우림은 저도 몰래 얼굴이 빨개졌다. "저... 정말 왔어."분명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라고, 목숨으로 장난치지 말라고 당부했건만, 엄진우는 그 약속을 무시하고 시간에 맞춰 나타났다. "저 새끼 뭐야?""두 그룹을 상대로 도발하다니, 이거 완전 대박 기사거리잖아!" "그러니까. 이건 놓칠 수 없어."아래 있던 기자들은 분주히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공무적은 피가 흥건한 머리를 부여잡고 큰 소리로 호통쳤다. "찍긴 뭘 찍어! 빨리 저 기레기 새끼들 막아!"공무적의 명령에 경호원들은 다급히 기자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엄진우는 소리없이 인파속으로 들어왔다. "엄진우, 너 같은 서민이 여길 왜 왔어? 그룹 고층들만 참석할 수 있는 오늘 커팅식에 너 까짓 팀장이 어울리기나 해? 자기 주제도 모르고." 엄진우를 발견한 예정명은 버럭 화를 내며 그에게 다가가 욕설을 내뱉었다. "시끄럽네." 엄진우는 상대를 향해 따귀를 날렸다. 그러자 상대는 마치 폭탄에라도 맞은 듯 바로 뒤로 날아가더니 이내 일여덦대의 자동차와 부딪혔는데 바닥은 시커멓게 그을려 버렸다. 예정명은 당장에 반신불수가 되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엄진우를 향해 욕설을 내뱉던 예씨 가문 사람들은 순간 사색이 되어버렸다. "지성 그룹에서 월급을 받는 평사원이 감히 어떻게!""월급을 받아도 예우림에게서 받아. 당신들이 보태준 거 있어? 죽기 싫으면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복수를 마친 엄진우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이 바로 가족과 예우림이다. 그런데 예흥찬과 공씨 가문이 그녀를 노렸다? 엄진우는 절대 참을 수 없다.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예씨 가문 사람들은 서둘러 자리를 비켰지만 예흥찬은 여전히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서있었다. 심지어 예정국 마저도 예흥찬을 남겨두고 꽁무니를 뺐다. "난 평생 틀린 결정을 한 적없어. 그런데 어떻게 너 같은 자식을 두었을가!" 화가 난 예흥찬은 폐가 다 터질 것
뼈가 으스러지는 낭랑한 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대표님 머리가! 머리가..." 공자명의 머리통은 완전히 찌그러지고 구멍이 뚫려서 보기만 해도 섬찍했다. 내력종사인 공자명이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놈에게 이리 쉽게 당하다니! 공무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내 아들한테서 손 떼! 아니면 네 가족을 멸할 거야!"예흥찬도 일그러진 안색으로 호통쳤다. "엄진우, 내가 널 돕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지 마! 넌 제멋대로 이 일에 끼어들어 예씨 가문과 공씨 가문 사람을 해쳤어! 네가 오늘 여기서 죽임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우리 지성그룹은 널 위해 장례를 치러줄 생각이 없고 네 가족에게 보상도 해주지 않아!"공씨 가문 사람들도 참지 못하고 듣기 거북한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때, 청아한 목소리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잘했어, 엄진우!"사람들은 목소리를 따라 머리를 돌렸고 그곳에는 예우림이 서있었다. 단상 위의 그녀는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 "엄진우, 난 널 지지해. 저런 개새끼는 강물에 그냥 처넣는게 맞아." 엄진우는 그녀를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그녀도 한번쯤은 그를 위해 미쳐보기로 다짐했다. "예우림!" 예흥찬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예우림! 네 어머니 유골 갖고 싶지 않지?" "그만 협박하시죠."예우림의 차가운 눈동자에 순간 눈물이 차올랐다. “자꾸 절 다그치시면 전 예씨 가문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테니 할아버지 역시 모든 걸 잃게 될 거에요!” 그 말에 공무적은 화가 나서 안색이 푸르딩딩해졌지만 더는 상관할 수 없어 일그러진 안색으로 말했다. "엄진우! 3분 줄 테니 그 사이에 내 아들 안 놓아주면 여기 공씨 가문을 제외한 모두를 죽일 거야."그러자 예흥찬은 순간 사색이 되어 말을 버벅거렸다. "공 회장님, 설마 우리 지성그룹도 포함합니까?" "이 일의 사단인 지성그룹의 모든 임원을 모두 죽여버
위태위태한 순간, 엄진우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래, 소원대로 놔주지.""빠지직."그 말을 끝으로 공자명의 두개골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그 장면에 공씨 가문 사람들은 사색이 되어 비명을 질러댔다. 비위가 약한 몇 명의 사람들은 이미 허리를 굽힌 채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들!? 놔 준다고 했잖아!" 공무적은 순간 머리가 멍해지고 머리털이 곤두섰으며 눈에 초점을 잃고 넋을 놓아버렸다. "놔준다고 했지, 멀쩡하게 놔준다는 말은 안 했잖아. 아무튼 놔준 거 아니야?" 엄진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고 이 말은 공씨 가문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건 공씨 가문과 공성그룹위 굴욕이다. 고대 무가가 이런 애송이에게 놀아나다니. "죽어라!"공무적은 마치 하늘땅을 뒤흔드는 듯한 위력을 내뿜으며 하늘에서 내려와 엄진우를 공격하려고 했다. "공 회장님! 멈추세요!" 이때, 귀빈석에 가만히 앉아 상황을 지켜보던 기타 사대 고대 무가의 대표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공씨 가문을 위해 그만하는게 좋을 겁니다."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은 공무적은 세 사람의 발언에 동작을 멈추고 씩씩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전 그저 예씨 가문과 이 자식을 죽일 생각이라 세 분한테 까지 누를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마세요." 그는 이 자잘한 사람들을 반드시 자기 아들의 제물로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니 이 사람이 체면을 지킬 수있게 도와주세요." 공무적은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 그는 그들이 오늘 이곳까지 친히 왔다는 건 자기 체면을 보고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이 기회에 품위와 위엄을 모두 보여준다면 그들은 반드시 공씨 가문을 우러러 볼 것이다. 可三位古武家族的代表,却是对视一眼,噗嗤冷笑道,하지만 기타 고대 무가의 대표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빈정거리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체면? 당신에게 체면이 있어요?""공씨 가문을 사대 무가로 받아들인 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죠. 당신 체면이나 실력때문이 아니란 얘깁니다."
“틀렸어요. 공씨 가문이 오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성안에 배경이 있기 때문이죠.” 공무적은 홧김에 바로 가문 사람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다. “당장 성부총리님을 모셔와!” “성부총리? 설마 장정호 성부총리님을 말하는 건가?” 공무적의 자신만만한 말투에 세 가문 대표는 마치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강남 최대 권력 대표가 바로 총감사국이다. 하지만 총감사국은 주로 군사를 움직이고 다른 방면의 권력은 모두 성총리의 손에 쥐어져 있다. 강남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성총리, 그리고 아래 다섯 명의 성부총리는 권세가 하늘을 찌를 정도이다. 그리고 장정호의 관리 구역에는 마침 창해시도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말 한마디면 창해 시장 조문지도 자리를 잃을 수 있는 정도라 그의 앞에서는 꼬리를 감추고 공손하게 굴어야 했다. 또 경영으로 유명한 조씨 가문조차도 성부총리 앞에서는 설설 기어야 할 정도이다. “그럴 리가 없지! 창해시의 일개 장사꾼 가문이 어쩌다 무도를 밟았을 뿐인데 성안의 거물을 안다고?” “이거 우릴 겁주는 거 아닐까요?” “허튼 소리로 우릴 겁주는 거라면, 우리도 더는 예의를 차리리 않겠다!” 세 가문은 잠시 놀라더니 이내 컨디션을 되찾고 비아냥거렸다. “하하.” 공무적은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형님, 여기 누군가 우리 사이를 못 믿겠다네요.” 이때, 정장 차림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뒷짐을 진 채 세 사람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걸어왔다. “날 가짜라고 생각한 사람이 자네들인가?” 장정호를 발견한 세 사람은 너무 놀라 그대로 넋이 나가 버렸다. 눈 앞의 사람은 확실히 장정광 성부총리가 맞았다. “공씨 가문은 내 친척이야. 하여 오늘 특별히 여기까지 왔는데 세 가문에게 아주 실망이네.” 장정호는 팔짱을 끼고 턱을 치켜들더니 거만하게 말했다. “쯧쯧! 반년 전 내가 창해시를 시찰할 때, 세 가문은 껌딱지처럼 내 뒤를 따라다녔었지. 감히 숨소리도 내지 못하던 것들이 지금 감히 잘난척 하는 건가?”
장정호의 말에 힘입어 공무적은 어깨를 쭉 펴고 콧대를 쳐들었다. "자, 다시 물을게요. 나 공무적이 아직도 세 가문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온 것 같아요?""아니요, 아닙니다!"세 사람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우물쭈물거렸다. "그렇다면 내가 예씨 가문과 엄진우를 죽여도 아무 의견 없겠죠?"그 말에 세 사람은 몸을 흠칫하더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이 질문에 대답할 용기가 없었다. 장정호를 건드려도 죽음이고, 엄진우를 건드려도 똑같이 죽음을 면치 못한다. 그 모습에 공무적은 어리둥정한 표정을 지었다. 장정호를 등에 업었는데 아직도 이런 태도를 보이다니. 설마 엄진우 이 놈이 무서워서 그러는 걸까? 이 놈 정체가 뭐지? 엄씨? 설마 엄씨 가문 사람인가? 아닌데, 조사한 바로 엄씨 가문 젊은층인 엄전호와 엄무호도 이 정도 실력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은 엄진우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 "그 답은 내가 대신 해주지."바로 이때, 여태 상황을 구경하고 있던 엄진우의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날 죽이고 싶어? 아쉽지만 당신에게나 저 성부총리 양반이에나 그럴 자격이 없어."엄진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장정호 앞에 걸어와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이, 영감. 이 일에 끼어들거야? 확실해?" 엄진우의 돌발 행동에 사람들은 입을 쩍 벌렸다. 황당하다. 상대는 보통 '영감'이 아니라 성부총리 장정호이다. "너..." 화가 난 장정호는 얼굴이 다 일그러졌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그러는 영감탱이는 내가 누군지 알아?"엄진우는 그를 빤히 쳐다보며 낭랑한 목소리로 되물었고 순간 장정호는 거대한 카리스마를 느끼고 저도 몰래 멈칫했다. 그는 강남의 거물로 일찍이 강한 카리스마를 연마했다. 그런데 이 애송이 앞에서 이렇게 쭈그러들다니. “너 뭐야?”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엄진우를 향해 물었다.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내가 누군지 알려주지.” 그러더니 장정호의 귓가에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왜 그러세요, 형님?"뒤에 있던 공무적은 순간 안좋은 예감이 들어 다급히 물었다. 하지만 장정호는 마치 넋이라도 잃은 듯 그 자리에 얼어붙어 초점을 잃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공무적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쓰레기 같은 놈이 대체 우리 형님한테 뭐라고 한 거야!"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대답했다.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모자란 새끼! 내가 너부터 죽여버릴 거야!" 공무적은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댔다순간 장정호는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가차없이 공무적의 뺨을 갈겼다. "입 닥쳐!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병신같은 놈아!" 대종사인 그는 비록 뺨은 멀쩡했지만 간담이 터지는 아픔을 느꼈고 데미지는 크지 않지만 치욕감은 하늘을 찔렀다. "형님! 저한테 왜 이러세요? 저 자식이 대체 뭐라고 했기에." 공무적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장정호의 답을 듣기도 전에 갑자기 수많은 포르쉐 벤이 이곳을 물 샐 틈없이 둘러쌌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커다란'소'자는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성안 소씨 가문이야!” “성안 명문가 사람들이 왜 이런 후진 구석에 찾아온 거지?”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씨 가문 행렬을 바라봤다. “사대 고대 무가 공씨 가문, 성부총리가 뒤를 봐준다고요?” 포르쉐 팬텀에서 매혹적인 몸매의 여자가 내리자 뒤에 있던 경호원은 바로 우산을 펴고 코트를 걸쳐주었다. “반가워요. 소씨 가문 유일한 후계자, 소지안이에요. 강남에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존재는 성부총리뿐만은 아니죠.”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며 또박또박 말했다. 아직도 예씨 가문 사람에게 공제당하고 있었던 예우림은 순간 환희에 찬 웃음을 지었다. 소지안, 소지안이 지원군을 데리고 나타났다. “소씨 가문이 왜...” 공무적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머리속이 멍해졌다. 성안 명문가의 후계자가 직접 왔다니.으아악!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철석같이 믿고 있던 장정호도 저 모양 저 꼴이 됐는데 이젠 소
“왜요? 진우 씨는 혼자서도 여길 쳐들어 왔는데, 난 안 돼요?” 소지안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근데 소씨 가문의 자원과 세력은 어떻게 움직인 거죠?” 엄진우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소지안은 발끝을 세우고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진우 씨가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비록 소씨 가문 사람들은 내 일에 간섭하기 좋아하지만 우리 할아버지는 나 기똥차게 아껴요. 아, 맞다. 저번에 진우 씨가 소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을 쫓아낸 후로 감히 창해시에 발도 못 들이더라고요. 결국 나한테 전화와서 설설 기던데요?마침 우림이가 이런 일을 당하게 되어서 이 기회에 요구를 제출했죠.” 소씨 가문의 후계자로 그녀는 당연히 그 어떤 자원도 마음 대로 움직일 수 있다.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보아하니 모든게 순리롭게 흘러가는 듯 하다. 같은 시각, 세 가문 대표의 위압에 시달리던 공무적은 그 자리에서 얼굴을 붉혔다. “당신들 나이가 많으면 다야? 어디서 훈계질이야!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대는 거 몰라? 우리 공씨 가문이 최선을 다하면 당신 세 가문도 무사하지 못해!” 공무적은 펄쩍 뛰며 경고했다. “전쟁이 시작되면 사람이 죽어나가기 마련이야!” 공무적의 극단적인 말에 세 가문 대표들은 할 말을 잃고 서로를 쳐다봤다. 비록 그들은 공씨 가문을 하찮게 생각하지만 만약 상대가 물귀신 작전이라도 쓴다면 그들도 손해보게 될 것이 뻔하다. 세 가문 대표의 망설이는 표정에 공무적은 입꼬리를 올리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겁 먹었어? 사대 고대 무가는 평화로운 생활에 익숙해서 사실 나보다 더 전투력이 떨어질 걸?” 바로 이때, 무거운 손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 “그럼 난?” 공무적은 바로 이 목소리를 알아채고 잠시 안색이 굳어지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흉악하게 으르렁거렸다. “엄진우, 마침 너한테 볼 일이 남았는데 고맙게도 먼저 와줬네? 우리 꽤 가까이 서있다는 거 알고 있지? 이만한 거리에서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