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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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주국병은 돈을 받고 나서야 며칠 동안 잠잠했고 나타나지 않았다.요즘 신유리의 마음속에는 서준혁의 돈 생각뿐이었다. 주국병과 이연지는 완전히 한통속이었고 그녀도 더 이상 껌딱지마냥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아 계속 그들을 찾아가지 않았다.게다가 찾아간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사채업자 쪽은 더 가능성이 없었다.“유리 언니, 무슨 일 있어요? 요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서요.”갑자기 들려오는 곡연의 목소리에 신유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곡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니, 그냥 생각 좀 했어.”“언니 외할아버지 일 때문에 그래요? 별일 없을 거예요. 전에 아는 이모한테 물어봤는데 이런 수술은 보름 동안 거부감이 없으면 잘 쉬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했어요.”신유리는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그날 저녁까지 성북에 있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아무래도 그쪽은 안전하지 않았기에 이신은 신유리가 다시 그쪽으로 돌아가 사는 것을 반대했다.부서 쪽에서는 버닝스타와 미래가 협력하는 것을 보고도 버닝스타와 계약했다. 그래서 이신은 최근 기획안을 수정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주전공이 아닌 신유리는 회사에서 지원 부서를 맡았다.곡연은 오늘 신유리를 따라 물건을 사러 나왔다. 곡연은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신유리의 곁에 바짝 붙어서는 그녀를 떠보았다.“유리 언니,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이신한테 말해보세요. 많이 도움이 될 거예요.” “비록 이제 이씨 가문과 아무 상관이 없다 하더라도 그는 꽤 능력 있는 사람이에요. 아니면 우리를 데리고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나도 알아, 도움이 필요할 때 꼭 말할게.” “사실 이진 정도면 괜찮죠. 잘생겼지, 학력도 높지, 월급도 많고 게다가 성격도 좋아요. 유리 언니, 언니도 사실...”곡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유리는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곡연아.”곡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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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신유리는 눈초리를 치켜올리더니 말했다.“나 이제 그들이랑 아무 관계 없어. 네 마음대로 해.”서준혁은 무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마치 그의 깊은 눈동자에 감정이 북받치는 듯 USB를 손에 들고 멈칫하더니 잠시 후에야 고개를 끄덕였다.신유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물었다.“또 다른 일 있어?”화인 그룹이든 서준혁이든 신유리는 모두 거북스러웠다.서준혁은 멈칫하더니 눈썹을 치켜올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전에 말했었지. 높은 곳까지 올라가려면 누구에게도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고.”그의 새까만 눈동자에 신유리가 알아볼 수 없는 정서가 묻어있었다.“하지만 넌 줄곧 배우지 못했어.”신유리의 얼굴에 한 줄기 의혹이 스쳐 갔고 그녀는 서준혁의 탄식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갑자기 지나가 버려서 어쩔 수 없는 느낌이었다.그러나 아마 잘못 들었을 가능성이 더 컸다. 신유리는 입술을 깨물고 사무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왔다 갔다 두 탕이나 뛰고 신유리는 그제야 별장으로 돌아갔다. 마침 이신은 바베큐를 준비하고 있었고 곡연은 그녀를 보자 콜라 한 병을 든 채 인사했다.“마침 잘 왔어. 언제 돌아오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하려 했는데.”신유리는 약간 멀미가 나고 머리가 어지러운 것 같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희들 먼저 먹어.”신유리는 말을 마치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곡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옆에서 나지막하고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좀 쉬게 놔둬.”곡연은 고개를 돌려 이신을 봤더니 그의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자 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주의를 기울였다.“보스, 유리 언니 최근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보여. 좀 관심이라도 해줘.”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언니가 다른 사람의 여자 친구가 된 후에 후회하지 말고.”이신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신유리는 비몽사몽한 상태였다.서준혁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귓가에 맴돌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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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이신이 막 방으로 급히 뛰어왔을 때 신유리는 창백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손을 든 채 전화 받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핸드폰은 이미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핸드폰 화면은 여전히 켜진 상태였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홍도의 가족분께서는 빠른 시간 내로 제일 병원으로 오셔서 환자의 시신에 관한 일을 인계해 주셔야겠습니다.”이신은 급히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신유리는 멍해 있었다. 그녀는 이신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한참을 땅에 떨어진 핸드폰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쪼그려 앉더니 핸드폰을 줍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잘못 거신 거 아니에요? 어제까지만 해도 외할아버지꼐서는 아무 일도 없으셨어요.”“실례지만 신유리 씨 아닌가요? 성남시 제일병원에 남겨주신 연락처가 바로 이겁니다.”전화 너머의 말이 끊겼지만 신유리는 미처 반응을 못한듯 핸대폰을 들고 땅바닥에 쪼그려 앉은 채 망연자실해 있었다. “여보세요? 신유리 씨 맞습니까?”전화 너머로 다시 소리가 울려오자 신유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이신은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추기려 했지만 그녀는 혼자 흔들리는 몸을 가누며 일어서더니 이내 걸음을 옮겼다. 신유리의 머리속은 텅 빈 채 아까 전화 너머의 목소리만 끊임없이 그녀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이홍도의 시신?’‘이홍도가 누구지?’‘...외할아버지?’‘그런데 외할아버지께서는 괜찮으셨잖아. 어떻게 갑자기... 시신이라니?’신유리는 흐리멍덩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주위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신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채더니 잠긴 목소리로 외쳤다.“유리야!”신유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무슨 일 있어? 난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가봐야 하는데. 외할아버지께서 날 기다리고 있대. 무슨 일 있으면 내가 돌아와서 다시 얘기하면 안 돼? 미안해, 진짜 미안해.”그녀는 말에 조리가 없어서 그 두 마디만 반복할 뿐이었다.이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신유리의 손목을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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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서 대표님.”이석민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더니 손에 핸드폰을 쥔 채 테이블 뒤편의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 “제일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입니다. 지난달에 연락했던 공익 건강검진 활동 때문에 그쪽에서 이번에도 계속 진행할 것인지를 묻고 있습니다.”서준혁은 원래 계약서를 보고 있었는데 이석민의 말에 전화를 넘겨받았다. 화인 그룹은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최근에 공익 활동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가 전화를 건네받자마자 전화너머에서 한바탕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서 대표님, 죄송합니다. 저희 쪽에서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시끄러웠습니다.”서준혁은 별로 개의치 않고 대답했고 전화 너머로 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병원과 환자 사이의 갈등이 적지 않은데 가족 간의 갈등은 처음 봐서 경찰에 신고할 정도입니다.”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말하자면 이 환자는 처음에 대표님의 외삼촌께서 집도하셨습니다. 원래 어르신께서 회복이 잘 되셨는데 결국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제 말은, 이 환자는 대표님의 외삼촌께서 집도하셨습니다. 바로 개두술이 필요한 노인입니다.”“그다음 말.”전화를 끊을 때까지 서준혁의 얼굴은 끔찍할 정도로 차가웠다. 어두운 눈동자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기세가 솟구쳐 올랐다. 그 시각 제일 병원.주국병과 이연지가 한바탕 말다툼을 벌이다가 병원의 경호원이 올라와 강제로 두 사람을 사무실로 데려갔다. 밖의 소리가 점차 조용해지자 신유리는 외할아버지의 침대 옆에 엎드려 눈을 감은 할아버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분명 평소의 잠든 모습과 다름없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침대 옆에 툭 늘어진 외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끊임없이 어루만졌다. 피부의 온도는 점점 흘러가 버렸고 그 마지막 온기조차 다 흩어져버려 신유리가 아무리 쓰다듬어도 여전히 생기 없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노크 소리가 다시 울렸을 때 신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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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서준혁의 표정은 결코 좋지 않았다. 그는 신유리를 주시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신유리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마치 한구의 시신마냥 감정도 생각도 없었다. 방금 들어가 경찰에게 주국병을 고소한다고 해도 순서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고 약간의 시간과 에너지조차도 그 누구와 공유할 수 없었다. 서준혁도 물러서지 않았고 신유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침묵을 지키며 그를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이신이 입을 열었다. “서 대표님, 실례합니다. 길을 막고 계시네요.”서준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다시 신유리에게 시선을 옮겼다. 신유리가 먼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며 너무 작아서 날아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몇 년 동안 줄곧 일하느라 바쁘다고 한 번도 할아버지와 함께 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낸 적이 없어. 마지막 시간인데, 좀 조용히 할 수 없어?”서준혁은 양미간을 찌푸렸고 신유리는 이신을 보며 말했다. “이쪽의 일은 네가 좀 도와서 봐줄 수 있어?”이신은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신유리에게 걸쳐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외할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었다. 노인들은 흔히 사람이 떠난 후 영혼은 갓 태어난 아기처럼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신유리는 외할아버지가 자신을 찾지 못해 조급해하지 않도록 그녀가 마땅히 외할아버지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떠나자 이신의 얼굴의 온화함이 흩어졌다. 그는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 “서 대표님께서는 그만 일 보러 가셔도 될 것 같네요. 유리는 제가 돌볼게요.”서준혁은 피식하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이 정도로 한가한 줄 이정이 알면 기꺼이 할 일을 찾아줄 텐데요.”이신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의 몸에서 늘 드러나던 나른했던 기운은 적잖게 가다듬어졌다. “서 대표님이야말로 이렇게 한가해서 쓸데없이 참견할 여유까지 있으시다면 먼저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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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주국병 그 사람은 행여나 신유리가 정말로 돈을 주지 않을가봐 외할아버지를 몰래 데리고 나가는 이런 파렴치한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이렇게 하면 신유리에게서 계속 돈을 받아낼 수 잇다는 생각으로 말이다.곡연이 이 일을 신유리에게 전해주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정말이지 멍청하고 추악한 사람이네요, 나중에 어떤 인과응보를 받을 줄 알고 이러는 건지.”말을 듣고 있는 신유리의 낯빛은 새하얗게 변해있었다.이유는 아주 교활하고 멍청해 웃기기까지 하였지만 하필이면 이런 우둔한 생각들이 외할아버지를 해하였다.이연지와 주국병은 아직까지도 파출소에 있었고 이신과 연우진은 신유리와 함께 그들을 며칠 동안 지키고 있었다.며칠간 신유리는 눈에 확연히 알릴정도로 말라있었다. 원래도 마른 그녀의 몸매가 지금은 거의 뼈밖에 남지 않아 옷을 입어도 공간이 넉넉했다.“유리야, 지금 많이 힘든 거 잘 알아. 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안 먹으면 어떡해.”말을 하는 연우진의 손엔 보온병 하나가 들려있었는데 신유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걱정근심이 가득해보였다.“집에서 직접 끓인 국이야, 조금이라도 마셔.”“거기다가 둬, 좀 잇다 마실게.”신유리가 천천히 대답했다.그녀는 좀 잇다 먹겠다는 핑계로 며칠을 지내왔고 둔 음식들에 거의 손도 대지 않았었다.연우진이 말을 하려는 찰나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힐끔 쳐다보고는 벨소리를 꺼버렸다.곧이어 연우진이 들고 있던 보온병을 이신에게 건네주더니 말했다.“먹는 거 보고계세요,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급급히 자리를 떠버렸고 남겨진 이신은 보온병에 담겨진 국을 절반 부어 신유리 앞까지 갖다 주었다.살짝 올라간 눈초리에는 말 못할 애매한 감정이 담겨있는 듯 했고 이신은 먼저 입을 뗐다.“이러면 할아버지가 많이 속상해하실겁니다.”그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신유리는 국이 담겨진 병을 건네받았다.하지만 바로 마시지 않고 잠겨있는 목소리로 이신에게 물었다.“할아버지는... 지금 날 보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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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도착한 절에서는 향을 피우는 냄새가 가득 풍겼는데 그 냄새는 사람들로 하여금 심신의 안정을 느끼게 하였다.나지막이 들려오는 종소리와 스님들의 소리, 신유리는 이신을 바라보며 물었다.“절 왜 여기로 데려온 거예요?” “와서 같이 향하나 피울까요?”그녀의 물음에 이신은 말했다.절엔 사람들로 가득 찼지만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다.모든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조심조심 말을 하고 발걸음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하였는데 절 안에 있는 불상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들 같았다.“어렸을 때 할머니를 대신해 향을 피워본 적이 있습니다.”조용한 분위기속에서 이신이 먼저 말을 꺼냈다.향을 피우는 장소는 절 뒤에 위치하여있는 마당, 등기를 책임지고 있는 스님은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건네고는 신유리에게 향을 피울 재료들을 건네주었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만 있을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어디선가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오고 가만히 서있는 신유리를 발견한 이신이 말했다.“제 할아버지가 그러셨는데 그리운 사람에게 향 하나를 피워주면 그 사람이 가는 길을 인도해줄 수 있답니다.”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던 신유리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향을 피우는 신유리는 두 손을 모으고 진지하고 간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집으로 돌아갔을 때, 빨간색으로 칠해진 현관문은 여전했고 신유리는 조금 망설이면서 문을 열었다. 며칠간 비운 집은 낡은 시설이라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고 문을 열자 대량의 먼지들이 흩날렸다.집안상태를 확인한 신유리는 이신을 못 들어오게 하고는 입을 열었다.“집이 너무 어지러 워서...”“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하시고, 근처에 있겠습니다.”이신은 그녀의 말에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한참 뒤에 대답을 해주었다.신유리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이신이 떠나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문을 닫았다.그날 밤 급히 떠나가느라 집안은 도둑이 든 것 마냥 난장판이 되어있었다.신유리는 소파에 털썩 앉아 집안 가구들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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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곡연과 허경천은 부서로, 이신은 직원들을 데리고 재료를 고르러 가야하니 신유리는 혼자서 화인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떠나기 전 이신은 표정을 아주 살짝 찡그리며 말을 꺼냈다.“곡연 씨랑 같이 가시죠.”“괜찮아요. 뭐 얘기 다 끝냈으니 전 가서 도장만 찍어오면 되는 거 아닌가요?”그의 말에 신유리는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이 대답했다.이신은 여전히 찡그린 표정으로 앉아있었고 신유리는 한숨을 쉬며 대답을 이어갔다.“걱정마세요, 저 진짜 괜찮아요.”신유리가 완강하게 거절의사를 비추자 이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화인으로 향하기전 직접 이석민에게 연락을 취했다.이석민은 그녀더러 작은 회의실에서 기다리라고 말해줬다.신유리는 화인의 구조에 대해 많이 익숙하기에 이석민이 말한 작은 회의실이 대표사무실 옆에 위치하여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예상치 못했던 점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주현을 마주친 것이다.주현은 전에 시한에서 마주쳤을 때와 다른 점이 없었는데 몸엔 예쁜 옷들을 입고 여전히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위풍당당한 주현의 모습은 서준혁과 아주 닮아있었다.신유리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옆으로 몇 걸음 비켜주었다. 필경 두 사람은 친하지도 않고 인사를 건넬 필요도 없는 사이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주현은 일부로인지 우연인지 신유리가 있는 쪽으로 발길을 돌렸고 그녀와 어깨를 살짝 부딪쳤다.주현의 불순한 의도가 분명해보이자 신유리는 발걸음을 멈췄고 주현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신유리를 아래위로 쓱 훑어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준혁씨 만나러 왔어요?”물음 속에 섞여있는 비아냥거림은 티 날 정도로 선명했고 신유리는 짜증이 밀려왔다. 주현은 지난번 시한에서 처음 보았을 때처럼 많은 적대심을 비췄다.주현의 적대심은 송지음보다 더욱 많고 더욱 거셌다.여전히 신유리로 하여금 이해가 안 되게 하는 점은 그때 송지음과 서준혁의 친밀하고도 가까운 사이였다.많은 생각들을 뒤로한 채 신유리는 주현을 쳐다보며 대답했다.“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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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합정에 가시려고요?”서준혁의 말에 신유리는 미간을 찌푸렸다.합정이라는 곳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신유리는 이연지와 주국병이 생각이 나 무의식적으로 반감이 들었다.서준혁이 앉아있는 이석민에게 떠나라는 듯 눈빛을 슬쩍 보내자 그는 알겠다 면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이석민이 자리를 뜬 후에야 서준혁은 하려던 말을 이어갔다.“신유리씨 아버지 되는 사람이 저한테 아주 큰 선물을 준비했더군요. 제 모든 정보가 합정에 뿌려져서 제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닌데...”그는 말을 이어가며 손가락으로 툭툭 책상을 치더니 걸상에 등을 기댔다.“신유리씨? 당신이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주국병 그 사람이 왜 서대표님 정보를 알고 있는 거죠?”신유리는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물었다.“이 물음은 제가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서준혁은 의도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했다.“그 2억이 넘는 돈도 제가 갚았고, 지금 협박을 당하는 것도 저고, 신유리씨 저보다 더 잘 살고 있는데요?”그의 말에 신유리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왜냐하면 그녀는 서준혁에게서 2억이 넘는돈을 빚진 상태였기 때문이다.서준혁에게서 빌린 돈은 주국병의 빚을 갚기 위한 최후의 수단 이였다.“알겠습니다. 같이 갈게요.”한참을 찡그리고 있던 신유리가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리고... 빌린 돈은 제가 어떻게든 갚을게요.”신유리는 쭈뼛쭈뼛 대답을 이어갔고 서준혁은 비아냥대는 말투로 말했다.“어떻게든?”“신유리씨 지금 월급으로는 턱도 없을 텐데, 이신씨가 얼마 줍니까?”서준혁의 말에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건 서대표님께서 상관할 바 아니고요. 아무튼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갚을 테니 걱정마세요.”임아중은 전에 너무 세게 나가면 결국 밑지는 건 본인이 될 거라고 말해주었었다. 하지만 신유리는 서준혁에게 그 어떠한 것도 빚지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 제일 좋은 선택은 깔끔한 관계일 테니까.2억이 아니라 20억 이였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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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신유리가 바라본 이신은 아주 예쁘장하게 생긴 모습이었다.서준혁과는 달리 하얀 피부에 정교한 이목구비, 또렷한 눈매와 높은 콧대를 지녔다.신유리는 그를 힐끔 쳐다보고는 바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지금 이런 일에 신경을 쓸 정력도 남아있지 않으니까.“안 믿는 게 아니라 이런 작은 일로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이신씨는 제 친구로서 이미 저 많이 도와줬어요.”신유리의 말에 이신은 잠시 망설이더니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는 그녀를 똑똑히 바라보았다.“저는 친구...”“이신씨.”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유리는 말을 끊어버렸다.“내일 아침 비행기예요, 먼저 가서 짐부터 싸고 있어야 해서... 될수록 월요일에 돌아오는 거로 할게요.”말을 끝낸 신유리는 이신이 대답할 겨를도 없이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임아중이 나왔을 때 마침 신유리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이신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위로를 건넸다.“너무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좀 주자고요. 집에 그렇게 큰 일이 발생했는데 언제 이런 감정들에 연연하겠어요.”이신은 고개를 돌려 천천히 임아중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깜짝 놀란 임아중은 얼른 말을 이어갔다.“전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그냥 지나가는 길이예요. 지나가는 길!”임아중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사무실을 떠나려고 발걸음을 옮겼지만 몇 걸음 걷지도 않고 한숨을 쉬며 이신을 쳐다봤다.조금 고민을 하던 그녀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용기는 백점만점이지만... 타이밍이 좀 안 맞았어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요. 잘 참다가 왜 이래요?”“연애라는 건 천천히 뭐든 천천히 해야 돼요. 마치 끓는 물처럼?”임아중의 말에 이신은 콧방귀를 끼며 입을 열었다.“진욱씨랑 아중씨 처럼요? 물이 끓기도 전에 다른 사람한테 뺏기는?”그의 대답에 기분이 상한 임아중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신유리는 별로 챙길 물건도 없었다. 그녀의 캐리어안에는 몇 벌의 옷가지들과 일부 약들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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