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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신유리가 바라본 이신은 아주 예쁘장하게 생긴 모습이었다.

서준혁과는 달리 하얀 피부에 정교한 이목구비, 또렷한 눈매와 높은 콧대를 지녔다.

신유리는 그를 힐끔 쳐다보고는 바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지금 이런 일에 신경을 쓸 정력도 남아있지 않으니까.

“안 믿는 게 아니라 이런 작은 일로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신씨는 제 친구로서 이미 저 많이 도와줬어요.”

신유리의 말에 이신은 잠시 망설이더니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는 그녀를 똑똑히 바라보았다.

“저는 친구...”

“이신씨.”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유리는 말을 끊어버렸다.

“내일 아침 비행기예요, 먼저 가서 짐부터 싸고 있어야 해서... 될수록 월요일에 돌아오는 거로 할게요.”

말을 끝낸 신유리는 이신이 대답할 겨를도 없이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

임아중이 나왔을 때 마침 신유리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이신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위로를 건넸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좀 주자고요. 집에 그렇게 큰 일이 발생했는데 언제 이런 감정들에 연연하겠어요.”

이신은 고개를 돌려 천천히 임아중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깜짝 놀란 임아중은 얼른 말을 이어갔다.

“전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그냥 지나가는 길이예요. 지나가는 길!”

임아중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사무실을 떠나려고 발걸음을 옮겼지만 몇 걸음 걷지도 않고 한숨을 쉬며 이신을 쳐다봤다.

조금 고민을 하던 그녀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용기는 백점만점이지만... 타이밍이 좀 안 맞았어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요. 잘 참다가 왜 이래요?”

“연애라는 건 천천히 뭐든 천천히 해야 돼요. 마치 끓는 물처럼?”

임아중의 말에 이신은 콧방귀를 끼며 입을 열었다.

“진욱씨랑 아중씨 처럼요? 물이 끓기도 전에 다른 사람한테 뺏기는?”

그의 대답에 기분이 상한 임아중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신유리는 별로 챙길 물건도 없었다. 그녀의 캐리어안에는 몇 벌의 옷가지들과 일부 약들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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