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언니, 저 말이 너무 많았죠? 죄송해요.”귓가에 송지음의 목소리가 다시 맴돌자 신유리의 생각을 끊었다.신유리는 턱을 치켜올렸다가 이내 덤덤하게 말했다.“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다 해버렸는데 많고 적고가 뭐가 중요하겠어?” 송지음의 얼굴에 의아함이 스쳐 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찾았다.서준혁은 그녀를 보지 않고 오히려 병상 옆 캐비닛에서 미미의 진단서를 집어 들더니 두 페이지를 넘겼다가 다시 갖다 놓았다.그한테서 풍기는 차가운 분위기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미미는 이불 속에 몸을 웅크린 채 그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잠시 후,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별 감정이 없이 그저 조용히 바라보고 있으니 유달리 의미심장해 보였다.신유리는 멈칫하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서준혁의 시선을 맞받으며 입을 열었다.“대표님께서도 혹시 제가 여동생과 어떻게 지내는지 가르쳐 주고 싶으신 건가?”대표님 세 글자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신유리는 지금 마음이 편치 않았다.송지음은 연약해 보이지만 실은 말에 가시가 들어있었다.하지만 신유리는 아직 증거가 없었다.쯧. 신유리는 표정 하나 변함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눈빛은 평소보다 더 차가워 보였다.서준혁은 거의 잠겨가는 목소리로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가르쳐준 게 그뿐이야?”신유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내 서준혁의 비웃음 소리가 또 들려왔다.“그런데 네가 그대로 한 게 뭐가 있지?”“주국병이 벌인 난장판을 처리하기 위해 너를 합정에 불렀는데 오히려 일을 만들어?”서준혁의 새까만 눈동자에는 신유리의 얼굴이 비쳤다. 그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네 집안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마치 전 세계 사람들이 너한테 죄지은 것 같아? 신유리, 너무 너를 높게 보는 거 아니야?”그는 느릿하게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었다. 마치 특권자의 고고한 자태를 내뿜는 것 같았다.신유리는 이 분위기가 숨 막혔다.눈치 빠른 서준혁은 신유리와 송지음의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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