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Bab 331 - Bab 340

987 Bab

제331화

주해찬이 멍해졌다가, 얼굴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상황 상, 강하리가 구승훈을 쳐내려고 급조한 말일 수도 있지만.그래도 뛸 듯이 기뻤다. “진짜? 나야 언제든지 오케이지.”강하리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강하리, 방금 뭐라고?”구승훈의 눈가가 삽시간에 붉어졌다. 강하리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왜 이러십니까. 제 여자친구 손목 놓으시죠.”주해찬이 구승훈의 손을 잡아당겼지만 꿈쩍도 없었다.구승훈의 머릿속은 온통 한 가지 생각 뿐이었다.강하리가 주해찬 것이 되었다.누군가에게 떠밀린 게 아닌, 제 발로 걸어서.내 것이었던 강하리가.“나 떠보려고 이러는 거지? 맞지?”내가 정말 송유라를 냅두려는 건지 확인하려고.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기를 선택하는가를 시험해 보려고.그런 거라고 말해줘. 제발.“아닌데요. 해찬 선배랑 사귀려고 이러는 건데요.”강하리가 눈썹을 찌푸렸다. 구승훈이 힘줘 잡은 손목이 아파왔다.“나 연애를 무슨 애들 소꿉놀이 하듯 하는 그런 여자 아니예요.”구승훈이 완전히 마음 접도록 쐐기를 박아두려는 것도 있겠지만.주해찬과 연애를 시작하는 것 역시 오랫동안 고민 끝에 내린 결정.모든 걸 털어내고,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그러려고 노력을 쏟는 중이었고.당당하게 연애를 하고싶은 상대를 꼽으라면 단연 주해찬이 1순위였다.그 말들이 자극이 되었던지 구승훈이 다짜고짜 강하리를 품 속에 당겨 끌어안았다.“너 때문에 송유라까지 버렸는데 이제 와서 말이 바뀐다고?”강하리가 안간힘을 썼지만 도저히 구승훈의 품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내가 강요한 게 아니잖아요! 왜 사람 말을 제멋대로 해석해요?”“아무튼 널 위해서 한 거니까 책임져.” 놓으면 영영 사라질 것처럼 강하리를 있는 힘껏 품 속에 가둔 구승훈.갑자기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주먹이 훅 들어왔다.본능적으로 피하다가 구승훈이 강하리를 얼결에 놓았고, 그 틈에 강하리가 빠져나왔다.공격을 날린 이는 주해찬이었다.평소 온화하고 예의바르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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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이렇게 가 버렸다고?주해찬에게 잡혀서?구승훈의 눈에 핏발이 섰다.‘강하리, 정말 나 버린 거야?’엘리베이터 안.문이 닫히자마자 주해찬이 강하리을 잡은 손을 놓았다.“진짜 아닌 거 알아. 하지만 기뻤어. 네 바람막이라도 될 수 있었단 게.”“그런 거 아니에요 선배.”강하리가 주해찬을 빤히 올려다보았다.또 한 번 놀라는 주해찬.“정말 선배랑 사귀어보고 싶은 거예요. 어디까지 갈 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보려고요.”주해찬이 벙찐 표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지금 이 순간이 꿈인 것만 같았다.“믿기지 않으면 꼬집어라도 보시든가요. 물론 나 말고 선배 스스로를요.”강하리가 미소를 지었다.“막 그러려던 참이었는데.”강하리의 미소에 주해찬의 입가가 따라 올라갔다.집에 들어서는 두 사람을 본 손연지는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강하리에게 ‘어서 해명 좀’을 눈빛으로 마구 쏘아댔다.“내 남자친구 주해찬이야. 선배, 이쪽은 내 절친 손연지예요.”남자친구란 말에 손연지가 울컥하더니 눈시울을 붉혔다.바로 다가가 강하리의 손을 꼭 잡았다.“너무 잘됐다 하리야. 그동안 내가 정말 너 보면서 얼마나 안타깝고 속상했던지.”떨리는 목소리로 떠듬떠듬 말하는 연지를 보니 강하리도 콧등이 시큰해났다.“이런 날에는 술이지. 잠시만 기다려! 요 앞 편의점 가서 사 올 테니까.”분주히 외출복을 찾는 손연지.“내일 아침 비행기라 오늘은 좀 힘들 것 같고, 설 전에 내가 한 번 살게요.”주해찬이 웃으며 손연지를 말렸다.“진짜요? 그럼 일단 감사합니다.”넙죽 인사를 한 손연지가 갑자기 여우 눈이 되었다.“설날 얘기하니까 생각난 건데, 저 그믐날 내려가거든요. 설 연휴 동안 두 분이 여기서 오붓한 시간 보내기 딱이겠넹.”그러자 표정이 부자연스러워진 주해찬. 연신 헛기침을 해 댔다.그렇게 셋이 웃고 떠들며 해피 타임을 보내는 사이.아래 구승훈은 전에 없던 헬타임을 지새고 있었다.심란할 때마다 찾던 담배마저 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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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디링!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주해찬이 걸어나왔다. 얼굴에는 얼떨떨한 기색이 묻어있었다.방금 전 일어난 일이 환상처럼 믿기지가 않았다. 강하리 곁에 좀 더 있으면서 현실감을 좀 더 키우고 싶었지만, 손연지의 집이라 외간 남자가 늦게까지 있기엔 적합하지 않았다.현관을 가로질러 아파트를 나오던 주해찬이 우뚝 멈춰섰다.머리와 어깨에 눈을 소복이 뒤집어쓴 채, 정승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구승훈이 보였다.검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주해찬을 보는 순간 날카롭게 빛났다.“오, 화살받이 씨 나오셨어요?”싸늘하게 빈정이는 음성.구승훈의 화를 막아줄 화살받이라고 비꼬는 말투.주해찬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가, 다시 환한 웃음을 지었다.“질투는 면상을 일그러뜨리는 법이죠. 지금 참 못나 보이세요, 구 대표님.”구승훈은 대답이 없이 담배갑을 꺼냈다.“한 대 하실?”“저 담배 안 피웁니다. 하양이가 담배 냄새를 싫어하기도 하고요.”정중히 거절하는 주해찬의 말에 구승훈이 픽 웃었다.“첨 듣는 소리네. 내 옆에 있을 땐 싫은 소리 한 번 없던 강하리인데.”“싫다는 말을 안 한다고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잖습니까. 더군다나 하양이 호불호도 모르는 구 대표님이 하는 말이라면, 신뢰도가 더 떨어지지 않겠습니까?”구승훈이 말문이 꺽 막혔다. 장미꽃을 싫어한다며 자신을 한심하게 보던 강하리의 눈길이 뇌리를 때렸다.“내가 모르긴 뭘 몰라! 꼭 그쪽은 잘 아는 것처럼 말씀하시네. 이봐요. 강하리와 3년을 같이 산 사람은 나라고! 그쪽이 아니라!”일단 정곡을 찔린 티가 안 나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아랑곳 없이 웃기지도 않는단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주해찬.그들 둘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어느 정도는 알고있는 주해찬이었다.3년을 같이 산 게 아니라, 강하리가 당신을 3년이나 참아줬던 거겠지.이런 인간과 더 말을 섞어봐야 무쓸모.“그럼 이만.”씩씩대는 구승훈을 지나친 주해찬이 아파트단지 밖으로 유유히 사라졌다.“언제 강하리한테 차이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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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한참이나 기다렸지만 말풍선 옆의 1은 요지부동이었다.구승훈은 핸드폰을 패대기치고 싶은 충동을 꾹 누르며 눈을 감았다.하, 이렇게 쉽사리 놓아주는 게 아니었는데.강하리가 이토록 통제를 벗어날 줄 알았더라면.후회가 밀려들면서 이성이 점차 제어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뼛속부터 피어오른 악랄한 기운이 이성을 잠식하기 시작했다.강하리가 단식투쟁을 하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억지로라도 잡아둬야 했었다.강하리의 모든 몸부림을 옥죄어서라도, 철창 속에 가둬서라도 자신 곁에 남겨두고 싶었다.하지만 이내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이성이 그를 말렸다.안 된다고. 그러면 강하리를 점점 더 밀어내는 거라고.차에 다시 탄 구승훈이 운전대를 쾅 내리쳤다.시끄러운 경적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퍼졌다.갑자기 핸드폰 액정에 톡 하나가 떴다.강하리인 줄 알고 부리나케 집어든 구승훈의 미간이 확 좁아졌다.[형, 송유라가 자살했어]승재가 보낸 톡이었다.회신을 하기도 전, 안현우의 전화가 들어왔다.“송유라가 너 가자마자 룸 화장실에서 손목 그었어. 지금 명인병원 응급실이야.”“알았어.”짧은 통화를 마쳤고, 구승훈이 명인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응급실 밖에는 룸에 있던 일동과 송동혁, 장진영 내외까지 있었다.장진영은 한바탕 울었던지 눈가가 벌개져 있었고, 송동혁은 어두운 얼굴로 입을 꾹 닫고 있었다.구승훈이 다가오자 모두가 일제히 그를 돌아보았다.“형, 송유라 위독하대.”승재가 다가왔다.구승훈의 관자놀이가 꿈틀했다.“이상한 낌새 같은 것도 없었고?”“화장실에 다녀오겠다길래 그러려니 했지. 우리가 따라가 지켜볼 수도 없고.”승재는 약간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듯한 말투였다.자해까지 서슴지 않더니 자업자득이지 뭐, 라고 말하는 듯한.갑자기 장진영이 구승훈 앞에 털썩 꿇어앉았다.“구 대표님, 우리 유라 좀 살려주세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제발……!”그 말에 승재가 눈을 희번덕였다.지금 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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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장진영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보다 못한 안현우가 다가가 장진영을 일으켜 세웠다.“아주머니, 일단 일어나시죠. 승훈이가 나몰라라 하진 않을 겁니다.”구승훈은 눈매를 가늘게 늘어뜨릴 뿐 대답이 없었다.……밤 12시가 훌쩍 넘어서야 응급실에서 실려나온 송유라가 관찰실로 옮겨졌다.모두가 흩어진 후, 승재가 굳은 얼굴로 구승훈에게 다가왔다.“형, 또 송유라 뒤치다꺼리 해 주려는 건 아니겠지?”구승훈은 말 없이 서늘한 눈길로 병상에 누운 창백한 얼굴의 여인을 바라보다가 관찰실을 나섰다.“하리야, 강하리!”작은 목소리로 다급히 속삭이는 손연지의 목소리에 강하리가 부스스 잠에서 깨어났다.“응? 왜?”손연지가 핸드폰을 넘겨주며 입모양으로 ‘구승훈’을 만들었다.꿀잠 날린 깊은 빡침을 미간에 새기며, 강하리가 핸드폰을 받아들었다.“대표님, 잠 좀 잡시다 예?”“잠시 내려와. 한 가지만 묻자.”통화가 끊겼고, 손연지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뭐래? 말투 되게 수상하던데.”“몰라. 무시해. 자.”강하리가 핸드폰을 손연지에게 돌려주었다.손연지가 하품을 하며 사라진 후, 강하리는 한참을 뒤척였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홀린듯 창가에 다가가 내려다보니 아래에 구승훈이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잠시 망설이던 강하리는 패딩을 걸치고 집을 나서 아랫층으로 내려갔다.아파트 현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구승훈이 고개를 들었다. 편한 잠옷 차림에 패딩만 걸친 강하리가 눈동자에 맺혔다.순간, 구승훈은 송유라고 뭐고 다 떨쳐내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오직 눈 앞의 이 여자가 원한다면.하지만 이내 충동을 억눌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송유라였다.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짧게 끝내요. 용건이 뭐죠?”강하리의 덤덤한 말이 구승훈이 일렁이는 심정을 갈무리했다.“주해찬이랑 헤어질 수 있어?”한 마디 묻고.“잘 생각해보고 대답해.”한 마디를 덧붙였다.“아니요.”1초의 망설임도 없는 강하리의 대답.예상했단 듯, 구승훈의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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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강하리의 입매가 굳어졌다. 한 순간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한참이 지나셔야 입을 열었다.“’시도’라면, 안 죽었다는 얘기……네요?”“네. 좀 아쉽게도요.”맞장구를 친 승재가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서 말인데, 우리 형이 그걸 보고만 있진 않을 것 같아요. 어쩌면 다시 송유라한테 관심을 줄지도.”그제야 강하리는 어젯밤 구승훈의 뜬금없는 질문의 의미를 알았다.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선택지 같은 거였다.자신이 돌아갈 마음이 있으면 약속했던 대로 송유라를 내버려 둘 거고.미련 없이 돌아선다면 다시 송유라를 감쌀 거라는.강하리는 냉소를 지었다.자신의 선택 같은 건 의미가 없었다. 구승훈이 짐작은 했을 거니까.그 남자는 그저, 자신이 박아주는 쐐기로 결정을 내릴 용기를 얻으려는 거였다.다른 의미로는, 송유라를 감싸줄 빌미를 얻으려는 것.그 뜻을 알아채자, 구승훈에 대한 증오가 더 깊어졌다.무슨 왕이 군림하듯 선택지를 내린 이유가 송유라를 위해서라니.자신과 아기의 목숨까지 노린 여자를.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이 배팅에 내던져진 코인 몇 개가 된 기분이었다.“승재 씨.”강하리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송유라의 자살 따윈 결코 중요한 게 아니에요. 중요한 건 구승훈의 마음이지.”“뭐, 저랑은 상관 없는 일이지만.”“강 부장!”승재가 답답한듯 가슴을 퍽퍽 두드렸다.“지금 형 마음속에는 강 부장이 우세예요. 형에게 조금만 기회를 주면 송유라 따윈 그냥 버릴 거라고요.”“승재 씨. 저 남자친구 생겼어요.””……예?”그 자리에 굳어진 승재를 뒤로 한 채, 강하리가 회사에 들어섰다.입이 떡 벌어진 승재의 사고 회로가 그대로 멈췄다.남자친구?왜? 어떻게?우리 형을 그렇게나 좋아하던 강 부장인데?……“부장님, 대표님 호출이에요. 지금 바로 올라오래요.”강하리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안예서가 도도도 달려왔다.강하리는 저도 모르게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대표이사 사무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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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지이익-!소송취하서가 반으로 갈라지며, 그 사이로 고드름 끝처럼 날카롭고 서늘한 강하리의눈빛이 드러났다.구승훈이 송유라 소송에 끼어들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심판 결과가 나온 뒤 인맥을 동원해 감형이나 보증석방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상상도 못 했었다. 소송을 아예 싹을 잘라버릴 궁리까지 했단 건.두 장이 되어버린 취하서를 냉랭한 눈길로 바라보는 구승훈.언짢은 기분과는 별개로 말 못할 안도감이 드는 구승훈이었다.적어도 강하리와의 관계가 완전히 끊기지는 않았다는 입증이니까.“강 부장, 이게 뭐 하는 짓이지?”짐짓 언성을 높였다. 이글거리는 눈길로 강하리를 응시했다. 그 눈동자 속에는 일말의 희망이 피어있었다.혹시, 후회하는 건가?아니면 이 회사를 떠나기가 망설여졌을 수도?강하리가 꼭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위약금 내겠습니다.”한 마디에 구승훈의 눈에 맺혔던 희망이 파사삭 사그라져 버렸다.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 한기가 서렸다.“무슨 수로? 주해찬이 대 주겠다고 그러던?”주씨 가문이 실력으로 손꼽히는 명문가이긴 하지만 돈이 수면 위에서 오가는 상업 명문은 아니었다.관직 명문가인 주씨 가문이 몇십억을 공공연히 내놓을 수 있을 리가.강하리는 대답 없이 돌아서 나갔다.구승훈의 입술이 실룩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나오지 않고 강하리를 그대로 보냈다.사무실 문이 닫힘과 동시에, 상 위의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그 소리에 강하리가 잠시 멈춰섰다가 다시 멀어져갔다.……강하리의 핸드폰이 울렸다.[정양철]“네, 정 회장님.”“하리 양, 생각은 잘 해봤어요?”“만나뵙고 얘기해도 될까요?”그렇게 대양지사와 에비뉴 사이 어딘가의 한 커피숍에 두 사람이 앉았다.“대양에 입사하겠습니다. 대신 조건 세 개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당찬 강하리의 발언에 정 회장의 눈썹이 흥미롭단 듯 꿈틀했다.“얘기해 보시죠.”“첫째는 공적인 업무 외 기타 요구는 상황에 따라 거절할 권리.”“두 번째, 연성 지사만큼은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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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세번쨰는 이겁니다.”강하리가 문서 한 뭉터기를 내밀었다.“이건?”받아들고 슥 훑어본 정양철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여기 쓰여진 수익을 보증한다고요? 하리 양, 급전 필요하면 나나 우리 아들내미나 무이자 무기한으로 빌려줄 수 있는데, 이 정도 수익 보증은 리스크가 너무 큰 거 아닌가요?”“시도해보지도 않고 자신을 부정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강하리가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좋습니다! 그 자신감! 역시 사람 제대로 본 것 같네요. 빠른 시일 내로 송금해줄 테니 에비뉴 쪽과도 가급적 빨리 마무리해주길 바랍니다.”두 사람의 악수로 대화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강하리가 나가고 혼자 남게 된 정양철. 복잡한 눈길로 [수익보증협약서]라고 씌어진 문서를 바라보았다.에비뉴 대표이사실.구승훈의 핸드폰 너머로 송유라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구승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귓가에서 멀찍이 떼었다.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온 송유라가 가장 먼저 찾았다는 점이 감동은커녕 짜증이 되어 밀려왔다.“오빠, 저 보러 좀 와 주면 안돼요? 저 너무 무서워요 지금.””죽는 것도 안 무서워하는 애가 뭐가 무서워?”구승훈의 냉담한 반응에 송유라는 말문이 꺽 막혔다.“아니,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너무 무서-.”뚜-.구승훈이 통화종료를 눌러버렸다.막장드라마 악녀도 아니고, 이렇게 저급적인 수단으로 나를 붙들어매려 해?어릴 적 유라가 지금처럼 자랐단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하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으니까.서늘한 얼굴을 한 채 구승훈이 대표이사실을 나섰다.명인병원 고급병실.울부짖음 소리와 함께 물건 깨지는 소리가 간간히 새어나왔다.구승훈이 문을 여는 순간, 물컵 한 개가 그의 귓가를 스치며 날아 지나갔다.그 너머로 창백한 얼굴의 송유라가 멍해진 채 얼어붙었고.“오, 오빠? 고의로 그런 건 아니…에요.”“쌩쌩하네. 조사받는 것도 문제 없겠어.”구승훈이 문에서 비켜서자, 제복 차림의 사내 둘이 들어섰다.웅-!송유라의 머릿속에서 사이렌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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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오……오빠, 이 사람들은 뭐, 뭐예요?”송유라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까지 더듬었다.“구 대표님, 아무리 구 대표님이시라지만, 아직 채 낫지도 않은 애를 이렇게 놀래키시면 어떡해요! “곁에 있던 장진영이 다급히 외쳤다.“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잘못을 저질렀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눈빛 하나로 장진영이 입을 다물게 만든 구승훈이 송유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자살 시도하면 그 죄가 다 용서될 줄 알았어? 그러면 뭐, 매번 죄 지을 때마다 자살시도로 때우게?”송유라의 눈빛이 당혹과 경악으로 물들었다.당신 때문에 죽을 작정까지 했는데 저런 말이 나온다고?강하리가 없었어도 저런 소리가 나왔을까?강하리, 죽어!“오빠, 정말 나한테 이럴 거예요? 강하리만 있으면 나 같은 건 죽어도 괜찮다는 거예요?”송유라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그득 차올랐다.하지만 구승훈은 변함 없는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유라야, 다른 사람 목숨도 목숨이야.”그 한 마디를 남긴 채, 다시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송유라의 병실에서 나와버렸다.“형, 형!”승재가 급급히 들어왔다.“꼭 내가 그렇게 해야 해?”구승훈은 대답 없이 흡연실로 걸어갔다. 승재가 그 뒤를 바짝 따랐다.흡연실에는 둘 밖에 없었다.“시킨 건 어떻게 됐어?”“둘째 형이 진술 바꿨어. 자기 혼자 주도한 거라고. 심 변호사도 알게 됐는데, 형에게후회하지 말라고 전해달라 그러더라.”구승훈이 묵묵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형, 정말 그럴 거야? 강 부장 버릴 거야? 이제라도 늦지 않으니까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때?”숨 막히는 정적에 참지 못한 승재가 입을 열었다.“안 그러면 달라질 게 뭔데. 남친까지 생겼다는데.”“아닛, 이혼도 막 하는 세상에, 결혼한 것도 아니고 고작 남친이잖아. 그게 뭐 어때서.”구승훈이 대답 없이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쌉싸름한 담배 연기가 기도를 통해 페를 휘감고 나왔지만, 답답한 가슴은 풀리지 않았다.어젯밤 왜 그렇게 물었는지 강하리는 너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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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승재 너, 사는 게 재미없어졌지?”냉기가 뿜어질 듯 차가운 음성이 구승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승재가 아차 싶어 입을 꾹 다물었다.하지만 얼마 못 가 다시 주절이기 시작했다.“강 부장이 아깝지. 재난을 막아주는 영험한 구슬이 있단 소릴 듣고 형 생일선물로 주려고 사찰에 하룻밤을 꼬박 꿇어앉아 기다렸는데. 송유라는 형한테 해 준게 뭔데.”담배를 입가에 가져가던 구승훈의 손이 멈칫했다.“뭐라고?”움찔한 승재. 하지만 꿋꿋하게 할 말을 이어갔다.“맞잖아. 송유라한테 그걸 시키면 5분도 못 버티고 힘들다고 징징거릴걸 아마.”“그거 말고. 무슨 구슬?”“형 생일선물로 준 그 구슬 말야.”구승훈의 목울대가 요동쳤다.지난번 강하리가 짐을 쌀 때 언뜻 보이던, 염주 모양으로 꿴 영롱한 빛의 구슬이 생각났다.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냥 액세서리려니 하고 넘겼다.“그게 나 주려고 꼬박 하룻밤을 꿇어 받은 거라고?”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구승훈을 승재가 의아한 눈길로 바라봤다.“당연하지. 나도 받았어. 다만 내 건 구슬이 아니고 부적.”구승훈의 입술이 실룩였다.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담배를 끄고 밖으로 걸어나갔다.성큼성큼 걷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막 달리기 시작했다.막 병실을 나서는 송유라의 앞을 쌩 지나쳤다. 구승훈을 부르려던 송유라의 입술이 그대로 굳었다.그 뒤로 나타난 승재가 픽 웃었다.“봤어요? 우리 형 강 부장 만나러 막 뛰어가는 거.”“그 입 다물어욧!”빼액 소리지른 송유라가 아차 싶었던 건, 승재의 눈에서 번득이는 살기를 본 순간이었다.스팟!날카로운 빛이 송유라의 팔을 그어 지났고, 동시에 피가 뿜어져 나왔다.“끼아악!!”짜악!비명을 지르는 송유라의 뺨이 삽시에 벌겋게 부어올랐다.“팔은 강 부장 몫, 싸대기는 태어나기도 전에 네년 때문에 죽어버린 내 조카 몫.”서늘한 승재의 음성이 울렸다.“그리고 이건 강 부장을 납치한 죗값.”승재가 송유라의 멱살을 잡아 벽에 밀어붙였다.“끄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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