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꽉 잡은 강하리의 손은 뼈마디가 하얗게 도드라져 있었다.-우린 헤어졌다고! 그만 좀 하라고! 미친 놈아!-헤어져?방금 전, 광기로 차넘치던 구승훈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누구 맘대로?입가에 걸린 비릿한 미소도.그 인간에게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그저, 안도감과 공포가 함께 밀려드는 기이한 체험을 하는 중이다.백미러에 뒤 차 헤드라이트가 번쩍일 때마다 심장이 한 박자씩 멈추는 느낌이다.뒤 차는 다름 아닌 구승훈의 차.겨우 마수에서 벗어난 강하리가 차에 올라 시동을 건 순간부터 착 달라붙어 지금껏 따라오고 있었다.강하리는 머릿속이 마구 엉클어졌고 가슴이 답답해왔다.주해찬과 연애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언젠가는 치를 일이었다.하지만…….구승훈 저 미친 인간이 정말……그러기라도 한다면…….지끈거려 오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스읍, 하-. 스읍, 하-.”심호흡 몇 번에 겨우 되찾는 평정심.강하리는 로터스가든에 돌아가는 대신, 강찬수가 살던 오래된 아파트를 향해 질주했다.손연지네 아파트 앞에 멈춰서는 순간, 뒤의 남자가 유령처럼 들러붙어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일 게 뻔했다.‘감정의 끝물에서 의미 없는 시간 낭비를 하는 것보단 이게 백 번 나아.’라고 생각한 강하리였다. 그녀는 강찬수가 숨어지내던 아파트에서 단서가 될만 한 거라도 찾아볼 계획이었다.한 허름한 단독 아파트 앞에 강하리의 차가 멈춰서자, 구승훈의 차도 따라 멈춰섰다.몇 초 간격으로 차에서 내리는 두 사람.“하, 정말 지긋지긋하네요.”강하리가 어이없다는 듯 구승훈을 향해 한심한 눈빛을 보냈다.광기로 차넘치던 구승훈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하고 냉랭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왜. 나는 날 살인자로 내몰 뻔한 인간의 집에 단서 찾으러 오면 안돼?”‘말이나 못 하면.’강하리는 딱히 반박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대로 구승훈을 무시한 채 아파트에 들어섰다.구식 아파트라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조명마저 나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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