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351 - Chapter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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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불과 몇 밀리미터를 남긴 채, 구승훈의 주먹이 강하리의 얼굴 앞에 멈춰섰다.“맞을 각오로 들이미는 거야?”구승훔의 눈에 지워지지 않는 아픔이 맺혔다.강하리는 꿋꿋하게 구승훈의 주먹을 노려보았다.겁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었다. 구승훈의 주먹질의 위력을 잘 아니까.하지만 주해찬이 맞게 가만둘 수는 없었다.자신 때문에 여러 번 수모를 겪은 주해찬이었다. 그 때마다 자신의 죄책감도 늘어났었다.“내 남친이 맞아서 가슴 아픈 것보단 그쪽한테 맞아 아픈 게 나을 것 같네요!”구승훈의 주먹이 한참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얼마나 지났을까, 냉소를 지으며 주먹을 거둬들이고는 직원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안도의 한숨을 내쉰 강하리는 주해찬을 몇 마디 위로하고는 뒤따라 들어갔다.조사는 세 시간 남짓이 진행되었고, 조사가 끝난 뒤 강하리는 유치실에 보내졌다.형식적인 조사를 마친 구승훈이 나와 보니 심준호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가라앉은 구승훈의 기운에 눌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조사관이 뒤따라 나와 도망치듯 사라졌다.“강찬수의 은행 계정들을 조사해 봤는데.”심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비합리적 계좌이체가 한 두번이 아니야. 최고 금액은 3년 전이었고. 소문 퍼뜨려 놨으니 누가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지 살펴보기만 하면 돼.” 담배 한 대에 불은 붙인 구승훈이 심드렁하게 응, 대답했다.“표정이 왜 그래? 괜히 온 것 같아?”“무슨 헛소리야.”심군호가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남들 다 외식하고 영화관 갈 때 데이트 코스가 경찰서인 게 좀 의례적이어서 그런다.”구승훈이 팽 콧방귀를 뀌었다.외식하고 영화관?나라고 안 그러고 싶겠냐고. 강하리가 기회를 줘야 말이지.자신을 거들떠도 안 보는데.생각할수록 기분이 더욱 엉망이 되었다.“주해찬에게 안겼어. 강하리.”푸념하듯 내 뱉은 말에 괘씸하게도 심준호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린다.“둘이 사귀잖아. 허그가 다 뭐야. 더한 것도 할 수 있다고.”“저이씨, 뚫린 입이라고.”구승훈이 아픈 데만 골라 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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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담배연기 속, 구승훈의 표정이 희미하게 보였다.어차피 끝날 계약, 지금 이러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강하리를 놓아주기 싫었다. 발버둥이라도 쳐서 그녀가 떠나가는 속도를 늦추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가 다른 남자 품에 안기는 건 더 싫었다.“이러면, 최소한 남은 시간이라도 내 것이 될 가능성이 있잖아.”심준호가 절친을 응시하며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그 계약이 불난 집에 도적질이었던 건 알고 있지?”구승훈의 알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둘 사이에 가장 큰 장애물이 송유라란 것도.”“지금 네 그 집착이 승부욕이라면 일찌감치 접어둬. 하리 씨 되찾아서 정식으로 사귀고 결혼까지 갈 거 아니라면.”말을 마친 심준호가 구승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유유히 사라졌다.유치실.흉흉한 표정으로 구승훈이 유치실에 들어섰다.심준호의 충고가 귓가에 맴돌아쳤지만 애써 무시했다.승부욕든 진심이든 간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계약이 끝나더라도 강하리를 자신 곁에 남겨둘 수 있는 수단은 차고 넘쳤다.무슨 이유든 강하리를 놔주기 싫은 구승훈이었다.강하리 곁에 다가가 앉자 조건반사적으로 한 뼘 물러나 앉는 강하리.구승훈의 눈에 오기가 서렸다. 강하리 쪽으로 더 가까이 몸을 붙였다.“껌딱지세요?”노기 서린 눈으로 강하리가 구승훈을 쏘아본다.“추워서 그래. 붙어 앉으면 따뜻하잖아.”“…….”하다하다 저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강하리는 더 움직이지 않았다. 더 움직일 데도 없었고, 그럴 힘도 나지 않았다.출혈 과다로 맥을 못 추는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아랫배가 쥐어짜는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항상 생리 주기가 불규칙적이던 그녀에게 급작스레 찾아온 생리통.“강하리.”미간을 찡그리는 강하리의 귓가에 울린 구승훈의 목소리.“또 뭡니까.”여러모로 아주 불편한 탓에 대답이 곱게 나오지가 않았다.“나랑 거래 하나 하자.”“싫어요.”“……들어보지도 않고?”구승훈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역정을 낸 탓일까. 강하리의 아랫배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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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강하리!”구승훈이 잽싸게 의자 아래로 떨어지려는 강하리를 낚아챘다.강하리는 대답이 없었다.구승훈은 그제야 강하리의 이마가 식은땀 투성이란 걸 발견했다.“강하리! 왜 이래!”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움켜잡은 강하리의 두 손이 보였다.순간 구승훈은 짚이는 데가 있었다.“생리야?”아랫배에 닿는 구승훈의 손을 쳐낸 강하리.그러자 구승훈이 이번에는 강하리의 등과 두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 번쩍 들어올렸다.“이, 이거 놔…요.”중얼거리는 강하리의 말은 싸그리 무시한 채, 출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일단 문 좀 열어요. 심준호가 오면 수속 마저 마치는 걸로 하고.”구승훈의 말에 직원들이 급급히 문을 열었다.“나가셔서 왼쪽으로 얼마 안 가 병원이 있어요.”눈치 빠른 한 직원이 알려준 덕에 구승훈은 몇 분 만에 한 개인의원 앞에 도착했다.의사가 강하리에게 진통제 주사를 놔 주었고, 십여 분 동안 안정을 취한 강하리는 그제야 좀 나아진 느낌이 들었다.통증은 사그라들었지만, 몸이 오슬오슬 떨리기 시작했다.“추워?”낮게 깔린 음성.강하리가 대답하기도 전, 구승훈이 그녀를 끌어안았다.확 찌푸려지는 강하리의 미간에 구승훈이 재빨리 한 마디 덧붙였다.“좀 안고 있는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불쌍해 보여서 이러는 거니까 가만 있어.”“그 시커먼 속셈을 모를 줄 알고.”강하리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왜? 주해찬이 볼까 봐 두려운 거야?”“맞아요. 애인이 다른 사람과 껴안고 있는 거 좋아할 사람은 없잖아요.”강하리의 직설에 구승훈의 관자놀이가 미세한 경련을 일으켰다.“다 지나간 일을 들먹이는 게 재밌어?”강하리가 냉소를 지었다.다 지나간 일이라고? 누구 맘대로?찢겨저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그리 쉽게 아물 리가.하지만 구승훈에게 이런 것까지 얘기해줄 필요는 없었다.얘기해도 이해하지 못할 거다.상처를 낸 사람과 상처받은 사람 마음이 같을 리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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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구승훈의 품에서 안간힘으로 벗어난 강하리가 비칠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경찰서에 구속은 안 당해도 될 것 같았지만, 핸드폰이 압수된 상태라 일단은 돌아가야 했다.그 뒤로 표정이 무겁게 내려앉은 구승훈이 따라갔다.경찰서에 거의 도착할 때 쯤, 구승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강하리. 내기 할까? 난 네가 주해찬과 얼마 못 가 헤어진다는 데 걸 거야.”강하리가 이건 무슨 심보냐는 눈길을 보내왔다.“헤어진다 해도 그쪽이랑 엮일 일은 없을 거거든요?”핸드폰을 돌려받은 뒤 강하리는 바로 주해찬에게 전화했다.근처에 있었던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주해찬이 강하리 앞에 나타났다.“이렇게 빨리 온다고요?”믿을 수 없단 강하리의 말투에 주해찬이 빙그레 웃었다.“그러잖아도 먹을 것 사가지고 이쪽으로 오는 길이었어.”주해찬이 손에 든 포장을 흔들어 보였다.“진짜요? 선배 최고.”“그나저나 잘 해결된 거야?”걱정스레 묻는 주해찬.“잘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괜찮을 것 같아요.”구승훈에게 반강제로 안겨 경찰서를 나올 때 얼핏 들은 게 있었다.심준호에게 부탁해 수속인가 뭔가를 하면 된다고 들었었다.“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배고프지, 일단 이거 먹을까?”한 시름 놓았다는 표정이 된 주해찬이 포장을 강하리 앞에 내밀었다.“돌아가서 먹어요.”“그래도 괜찮고. 내친김에 내가 맛있는 반찬 몇 가지 더 만들어 줄게.”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며 주해찬의 차로 다가갔다.그런 둘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만 보던 구승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생리대 필요하지 않아? 가서 사 올까?”주해찬이 멍해졌고, 강하리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냥 무시하고 가요 선배.”“이봐 주 도련님. 생리 기간에는 하면 안 좋단 것 쯤은 알고 있겠지?”‘저 인간이 무슨 개소리를…….’성질난 강하리가 가방에서 집히는 대로 구승훈에게 날렸다.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맞은 구승훈.날린 것은 향수병이었고 맞은 곳은 구승훈의 이마.삽시에 구승훈의 이마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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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구승훈이 서늘해진 눈길로 주해찬을 돌아보았다.“나랑 강하리 사이 일인데 그쪽이랑은 무슨 상관?”삐딱해진 구승훈의 말투. 딱 싸움이 또 일어날 각이었다.강하리가 급급히 두 사람 사이에 막아섰다.“치료비 대 줄게요. 얼마면 돼요?”“강하리. 내가 그깟 치료비가 없어서 지금 이러고 있는 걸로 보여?”강하리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차단 해제할 테니까 치료비 나가는 대로 영수증 보내요. 계좌이체 해 드릴게요.”말을 마친 강하리가 주해찬의 차에 올랐다.구승훈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 차 한 대가 그의 앞에 멈춰섰다.심준호가 차에서 내려 강하리한테 다가갔다.“여긴 나한테 맡기고 얼른 들어가서 쉬도록 해요.”고개를 끄덕인 강하리가 차 문을 닫았고, 주해찬의 차가 멀어져갔다.점이 되어 사라지는 그 차를 바라보는 구승훈의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병원 데려가 줄까? 피 많이 나는데.”눈살 찌푸리는 심준호를 보는체도 않고 구승훈이 차에 올라타 쌩하니 가 버렸다.주해찬의 차 안.분위기가 몹시 가라앉아 있었다.“미안해요 선배.”“왜 네가 미안한데. 말썽 피우는 건 구승훈인데.”주해찬이 웃으며 대답했다.“그게 다 나 때문이잖아요. 내가 없었다면 선배가 욕보일 일은 없었을텐데.”자책감이 강하리를 휩쓸었다. 주해찬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주해찬이 강하리의 뜻을 모를 리가 없었다.하지만 그게 더 서글펐다.저 과분한 죄책감이 자신과의 거리감에서 나온 거니까.거리낌 없는 연인 사이었다면 자신에게 기대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우리 연인 사이잖아. 뭐든 함께 부딪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강하리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선배는 억울하지 않으세요?”“뭐 약간? 하지만 행복감이 더 많아서 별로 느껴지지도 않는걸.”잠시 멈췄던 강하리가 환하게 웃었다.“고마워요 선배.”“쓸데없는 생각 말고. 난 너만 있으면 돼.”주해찬이 강하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로터스가든.손연지는 야근이란 톡만 남긴 채 집에 없었다.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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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또 무슨 일이죠?”미간을 잔뜩 찌푸린 강하리가 전화를 받았다.“핸드폰 주인 여자친구시죠? 남친분이 지금 많이 취하셔서 데리러 오셔야 할 것 같아요.”……어?멍해졌던 강하리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죄송한데 전화 잘못 거셨어요. 모르는 사람입니다.”“그럴 리가요. 연락처에 첫 번째로 저장된 번호인걸요. 게다가 손님분이 계속 이 이름을 부르고 계세요.”“연락처에 승재라고 저장된 번호에 전화해 보세요.”‘이 정도면 많이 도운 거다.’강하리는 바로 통화를 끊어버렸다.“구승훈?”주해찬이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선배, 일찍 자요.”주해찬의 눈에 착잡함이 스쳐지났다.분위기 다 잡친 마당에 다시 키스를 시도할 수도 없었다.“그래. 하리 너도 일찍 자.”같은 시각, 어느 칵테일바.통화가 끊긴 핸드폰을 바라보던 웨이터가 당황한 얼굴로 자리에 뻗은 남자를 돌아보았다.잔뜩 퍼마시긴 했지만, 구승훈은 아직 완전히 필름이 끊긴 건 아니었다.알코올로 그리움을 마비시켜 보려고 했지만 깔끔하게 실패한 상태.술기운에 제어가 잘 안 되는 머릿속에서 자꾸만 강하리의 모습이 새어나오는 바람에 오히려 더 괴로워졌다.남아있는 한 줌의 이성은 강하리에게 전화하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누르기 바빴다.겨우 차단 해제했는데 또 차단당하면 영영 풀려날 것 같지 못해서.고달팠다. 눈가가 시큼해날 만큼.술자리가 끝난 밤, 전화하면 자다가도 데리러 오던 강하리는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괴로워하는 자신만 밖에 덩그러니 남겨놓은 채.정신줄 다잡고 강하리 대신 부른 게 대리운전이었다.알코올 냄새 풀풀 풍기며 아파트에 돌아온 구승훈의 모습에 가정부 아줌마가 경악했다.“대, 대표님? 대체 얼마나 드신 거예요. 세상에! 이마에 상처는 또 뭐고요?”구승훈이 콧방귀를 풍 뀌었다.“하아리, 아가씨가 선물해준 거.”“네에? 두분 또 다투셨어요?’“그으럴 리가요. 내가아, 강하리 을마나 아끼는데에.”혀 꼬부라진 소리로 대답한 구승훈이 피식 웃는다.구승훈을 부축해 겨우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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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강하리가 경찰서에 도착해 보니 구승훈이 기다리고 있었다.한 쪽 바지춤에 손을 올리고 차에 기댄 채.이마에 붙인 밴드만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순정만화 남주가 따로 없었다.강하리에게까지 그렇게 보인 건 아니었지만.무시한 채 곧장 경찰서로 들어서는 강하리를 구승훈이 몇 걸음에 따라잡았다.“저 후져 보이는 차는 뭐지? 주해찬이 사 준 건가?”그림 같은 입술에서 튀어나온 하찮기 그지없는 말투.그걸 귓등으로 흘려버리는 강하리의 손목이 또 덥석 잡혔다.“야. 묻고 있잖아. 귀 먹었어?”퍽!구승훈의 정강이에 강하리의 킥이 날아들었다.순식간에 얼굴이 구겨진 구승훈이 신음을 흘리며 강하리를 잡았던 손을 놓고 정강이를 부여잡았다.“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또 함부로 손 대면 더 윗쪽 차버릴 겁니다.”서늘한 강하리의 경고.“강하리 너……. 무슨 여자가 발길질이…….”이제 보니까 성격만 야생마인 줄 알았더니 발질질도 영낙없는 야생마다.투레질을 하는 야생마처럼 당당한 걸음으로 강하리가 경찰서에 들어섰다.“강찬수 씨가 진 거액의 빚을 받으러 온 일수꾼이라고 합니다. 빚재촉을 하려고 따라붙었다가 두분이 나타나는 바람에 숨어있었고, 두분이 간 다음 빚을 받으려가다 강찬수 씨가 칼을 들고 협박하는 바람에 실랑이를 벌이다가 실수로 죽였다네요.” 경찰의 진술을 들은 강하리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졌다.“증거는 확보했나요?”“강찬수 씨 손톱에서 나온 DNA와 용의자의 DNA가 일치해요. 용의자가 진술한 시간과 위치도 일치하고요. 다른 의문 있으십니까?”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다고?바로 그 때, 구승훈이 입을 열었다.“골목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면, 왜 골목 바로 앞 CCTV에는 용의자가 전혀 찍히지 않은 걸까요? 그리고 피해자 몸에서 발견됐다는 그 DNA. 그게 용의자가 사건 발생 당시 남긴 DNA라는 증거는 있는 겁니까?”담당 경찰이 멍해졌다가 한참만에 겨우 입을 열었다.“용의자가 한 짓이 아니라면, 이유 없이 자수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이유가 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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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무표정한 얼굴의 구승훈.하지만 왠지 칭찬해달라는 분위기가 풍겨오는 건 기분 탓일까?강하리는 구승훈에게서 눈깅을 돌려버렸다.모든 절차가 끝나고 경찰서에서 나오니 날이 어둑해져 있었다.구승훈이 또 강하리 앞을 막아섰다.정강이 로우킥이 효과(?)가 있었던지 그녀의 몸에 손을 대진 않았지만.“이번에는 뭔가요?”강하리의 얼굴은 어둡기만 했다.“강찬수에게 물어보려던 거, 그거 뭐야?”잠시 망설이던 강하리는 자신의 생각을 곧이곧대로 구승훈에게 털어놓았다.어찌 됐건 구승훈이 이 사건에 말려든 건 자신 몫도 있었으니까.“그러니까 네 생각엔, 누군가가 입막음을 했다 이거지?”구승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의심 가는 사람은 있고?”강하리는 대답이 없었다.하지만 구승훈을 바라보는 눈길은 그녀의 대답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구승훈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저도 모르게 송유라는 아니라고 튀어나올 뻔했다.그녀일 수가 없었다. 일거수일투족이 자신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핸드폰 등 통신기기통제는 물론, 지난 경험으로 화장실에 보낼 때에도 시간 제한을 두었다.허나 말해봤자 무슨 쓸모가 있을까. 강하리에게는 송유라를 두둔하는 변명거리로밖에 안 들릴 건데.강하리가 코웃음을 치고는 자신의 차에 다가가 차 키를 눌렀다.운전석 문이 열리는 순간.터엉!둔탁한 충돌음과 함께, 구승훈이 문을 도로 닫아버렸다.그리고는 길다란 두 팔을 쭉 내밀어 차를 짚었다.운전석 문 앞에 있던 강하리가 순식간에 구승훈의 품에 갇힌 자세가 되었다.“또 어쩌자는 건가요?”밉도록 익숙한 그 남자의 냄새가 훅 풍겨왔다. 강하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구승훈의 뜨거운 눈빛이 강하리의 입술에 박혔다. 목울대가 두 번 요동을 쳤다.정말이지, 못 본지 며칠이나 됐다고, 미치도록 보고싶었다.꼼짝 못 하고 자신의 품 속에 갇힌 강하리를 보니 억눌렀던 욕구가 쑴펑쑴펑 솟구쳤다.구승훈의 눈이 점점 더 깊어졌다. 길다란 손가락이 강하리의 입가를 스쳐 지나갔다.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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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운전대를 꽉 잡은 강하리의 손은 뼈마디가 하얗게 도드라져 있었다.-우린 헤어졌다고! 그만 좀 하라고! 미친 놈아!-헤어져?방금 전, 광기로 차넘치던 구승훈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누구 맘대로?입가에 걸린 비릿한 미소도.그 인간에게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그저, 안도감과 공포가 함께 밀려드는 기이한 체험을 하는 중이다.백미러에 뒤 차 헤드라이트가 번쩍일 때마다 심장이 한 박자씩 멈추는 느낌이다.뒤 차는 다름 아닌 구승훈의 차.겨우 마수에서 벗어난 강하리가 차에 올라 시동을 건 순간부터 착 달라붙어 지금껏 따라오고 있었다.강하리는 머릿속이 마구 엉클어졌고 가슴이 답답해왔다.주해찬과 연애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언젠가는 치를 일이었다.하지만…….구승훈 저 미친 인간이 정말……그러기라도 한다면…….지끈거려 오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스읍, 하-. 스읍, 하-.”심호흡 몇 번에 겨우 되찾는 평정심.강하리는 로터스가든에 돌아가는 대신, 강찬수가 살던 오래된 아파트를 향해 질주했다.손연지네 아파트 앞에 멈춰서는 순간, 뒤의 남자가 유령처럼 들러붙어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일 게 뻔했다.‘감정의 끝물에서 의미 없는 시간 낭비를 하는 것보단 이게 백 번 나아.’라고 생각한 강하리였다. 그녀는 강찬수가 숨어지내던 아파트에서 단서가 될만 한 거라도 찾아볼 계획이었다.한 허름한 단독 아파트 앞에 강하리의 차가 멈춰서자, 구승훈의 차도 따라 멈춰섰다.몇 초 간격으로 차에서 내리는 두 사람.“하, 정말 지긋지긋하네요.”강하리가 어이없다는 듯 구승훈을 향해 한심한 눈빛을 보냈다.광기로 차넘치던 구승훈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하고 냉랭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왜. 나는 날 살인자로 내몰 뻔한 인간의 집에 단서 찾으러 오면 안돼?”‘말이나 못 하면.’강하리는 딱히 반박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대로 구승훈을 무시한 채 아파트에 들어섰다.구식 아파트라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조명마저 나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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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남자친구는 있고?”임순자가 꼭 잡은 강하리의 손을 놓아주질 않았다.얼마나 반가우면 이러실까.강하리는 시큰해나는 콧등을 슥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이고야, 요만하던 애가 다 커서 남자친구가 다 생기고. 어머니가 얼마나 좋아하셨을까.”엄마 얘기가 나오자 강하리가 애써 웃음을 지었다.강하리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임순자가 조심스레 물었다.“어머니는……잘 계시지?”“그냥 그래요. 그래도 더 나빠지지 않으신 게 어디예요.”“그래, 요즘은 의학도 빠르게 발전하니까 곧 좋아지실 거다. 남자친구 데리고 병문안도 자주 가고 해.”임순자가 짧은 한숨을 내 쉬었다.이 어린 것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강하리가 어릴 때부터 봐온 임순자는 강하리네 집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었다.틈틈이 강하리를 집에 불러 맛있는 밥도 차려주고, 가끔씩 용돈도 쥐어주곤 했던 임순자였다.“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곧 헤어질 거니까요.”그때 불쑥 끼어든 구승훈의 산통 깨는 한 마디.강하리가 구승훈을 째릿 노려보았다.“신경쓰지 마세요 아주머니. 심리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경호도 오늘이 마지막이거든요.”그러자 구승훈을 바라보는 임순자의 눈빛이 착 가라앉는다.“아주머니, 혹시 강찬…… 우리 아빠가 평소에 어떤 사람들과 만나는지 아시나요?”강찬수 얘기가 나오자 임순자가 인상을 구기며 혀를 쯧쯧 차기 시작했다.“그러잖아도 내가 쓴소리 한 번 할라 그랬어. 하루가 멀다하게 옷차림 야시꾸리한 여자를 데려와서는 밤새도록 쿵쾅대는 통에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우리 손주가 무서워서 이 할미 집에 오지를 못해요. 그런 놈한테서 어찌 이리 착하고 싹싹한 딸내미가 나왔을꼬…….”봇물 터지듯 쏟아내는 임순자의 불만에 강하리가 급급히 말을 잘랐다.“저기, 아주머니, 혹시 좀 특이한 사람을 만난 적은 없었을까요?”“특이할 게 뭐가 있겠어. 딱 봐도 유흥업소에서 데려오는 사람들인데. 하리 너, 들어가서 지낼 거면 집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하고 소독제 쳐야 한다?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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