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341 - Chapter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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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1화

급속도로 어두워지는 구승훈의 얼굴에 안예서의 눈물이 쏙 들어갔다.“대, 대표님이 들어오시기 몇 분 전에요.”구승훈의 미간이 꿈틀했다.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마케팅부를 나서자마자 업무용 번호로 강하리에게 전화했다.같은 시각, 강하리는 송유라 소송 건으로 그녀를 찾아온 심준호의 차에 타 있었다.핸드폰에 구승훈의 업무용 번호가 뜨자 강하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구승훈이에요?”운전하던 심준호가 웃었다.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받아 봐요. 소송 건으로 찾는 걸지도 모르니까.”강하리가 끊임없이 울려대는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전화를 받고 스피커를 눌렀다.“네, 승훈 씨.”생소한 호칭에 구승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강하리, 누가 내 허락도 없이 맘대로 이직해도 된댔어?”스피커폰으로 가라앉은 구승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인수인계도 끝났고 위약금도 물었는데 안될 게 뭐가 있죠? 의문점 있으시면 법무팀에 심 변호사님 찾으라고 하세요.”냉담한 강하리의 대답에 구승훈이 미간을 꾹 눌렀다.강하리와 다툴 생각은 없었다. 막을 수 없는 이직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무슨 수를 써도 안 통하는 강하리란 걸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돈은? 어디서 났어?”“훔치거나 뺏은 건 아니니까 승훈 씨는 신경쓰실 필요 없고요. 이직도 다 끝난 마당에 가급적 연락은 안 해주셨으면 좋겠네요.”말을 마친 강하리가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어디야? 지금 당장 만나.”“별로 그러고싶지 않아서요.”그렇게 통화는 끝이 났고, 구승훈의 얼굴빛은 말이 아니었다.다시 강하리에게 전화하려는 찰나, 낯선 번호가 들어왔다.통화 거절을 눌렀지만, 다시 전화가 들어왔다.귀찮은 얼굴로 구승훈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송유라의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다급한 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구 대표님, 빨리 좀 와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송유라 씨가 대표님이 없으면 안 하겠다고 자꾸 치료를 거부해서요.”구승훈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졌다.“그럼 치료하지 말고 냅두세요.”“그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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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왜 구애를 막으시는 겁니까?”정주현이 도통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정양철을 바라보았다.“헛짓거리야. 그럴 시간에 네 엄마가 잡아둔 맞선이나 보는 게 훨 나아.”“이봐요 영감탱이. 나 연성에 보냈을 때랑은 말이 틀리잖아요.”정주현이 잠시 멈췄다가 짓궂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혹시 아버지가 찜해놓은 건 아니죠? 왠지 저보다 더 하리 씨를 팍팍 밀어준다는 느낌이-.”“이노무 시키가 못 하는 말이 없어!”정양철이 번쩍 쳐든 주먹에 정주현이 줄행량을 놓았다.……대양에서 나온 강하리는 그 길로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병원 앞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는 찰나.날카로운 뭔가가 강하리의 허리춤에 들이밀어졌다.따끔한 촉감과 함께, 고약한 알코올 냄새가 확 풍겨왔다.“입 뻥긋하면 찔러버린다.”강찬수의 서늘한 음성이 들려왔다.“뭐 하는 겁니까.”전신이 굳은 채, 강하리가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띤 채, 강찬수가 강하리를 끌고 옆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용건을 말해요.”순간, 날카로운 칼이 강하리의 허리춤으로부터 목덜미에 옮겨졌다.약간의 따끔함 뒤에 이어지는 서늘함. 그리고 목덜미를 타고 뜨뜻한 액체가 흐르는 느낌.순간 강하리는 이 미친 인간이 여차하면 서슴없이 자신을 죽일 거란 확신이 들었다. “용거어언? 네년 때문에 내 일이 틀어졌으니 네년이 대신 갚아줘야 할 거 아니야!”강찬수가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원래는 장진형을 찾아가 협박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장진영은 자신이 대놓고 불지 못할 걸 확신이라도 하듯 만나 주지도 않았다.사실이었다. 장진영을 불었다간 그 칼잡이가 된 자신도 밝혀질 거니까.그래서 부득이하게 찾아온 게 강하리였다.“또 돈 얘긴가요? 얼마 필요한데요?”“진작 그럴 것이지. 많이도 필요 없고, 전에 말했던 10억만.”강찬수가 능글맞기 웃었다.“꼭 무슨 맡겨놓은 돈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시네요. 내가 은행도 아니고 어디서 그리 많은 돈을 구해요.”“건 내 알 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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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피로 얼룩진 강하리의 옷과 그녀의 목에 난 상처가 구승훈의 눈에 들어왔다.구승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살기로 가득찬 눈길로 뒤를 쫓는 강찬수를 응시했다.구승훈을 본 강찬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곧 두 사람이 헤어졌단 걸 기억해내곤 낮은 소리로 을러멨다.“구 대표님, 이미 헤어진 남 일에 끼어들려는 건 아니시죠?”구승훈이 대답이 없자 강찬수는 더 기고만장해졌다.“강하리, 좋은 말로 할 때 이리 와.”강하리의 미간이 꿈틀했다.설마 저 미친 인간이 구승훈 앞에서 자신을…….퍼억!순간 강찬수가 골목 안쪽으로 날아들어가더니 벽에 부딪쳐 찍소리 못 하고 쓰러졌다.그제야 강하리는 창백해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었다.잠시 숨을 고른 뒤, 구승훈을 돌아보았다.“고맙습니다.”구승훈의 눈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또 말 뿐이지.”“그러면 안 고마운 걸로 하죠.”구승훈의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고맙단 말 말고, 다른 할 말은 없고?”“무슨 말이 듣고 싶으신데요?”강하리가 미간을 찌푸렸다.“강하리. 그 구슬은 어떻게 된 거야.”강하리가 멈칫했다가 잠시 뒤에야 물었다.“무슨 구슬요?”“시치미 뗄래? 나 생일선물로 주려고 하룻밤을 꿇어 받아왔다던 그 구슬.”“아, 그거요.”강하리가 속눈썹을 내리 깔았다.“승재 씨가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그거 사실 아기한테 선물하려고 받아온 거였어요.”구승훈의 몸이 흠칫 떨렸다. 가슴속에 뭔가가 꾸역꾸역 밀려들어 마구 헤집는 느낌이 들었다.마음속 한쪽 구석에 잊고 있었던 아기.그게 살짝만 건드려도 아픈 상처로 곪아있었단 걸 알게 되었다.“강하리, 일부러 이러는 거지?”강하리는 어떤 얘기로 이 남자의 질척거림을 멈출 수 있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다.강하리가 돌아서는 찰나, 구승훈이 갑자기 그녀를 들어 안았다.“왜, 왜 이래요? 이거 놔요!”주해찬의 여자친구라는 신분을 잊지 않은 지라, 강하리가 몸부림치기 시작했다.하지만 구승훈은 도통 놔줄 생각이 없어보였다.강하리가 버둥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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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강하리의 뒷모습이 구승훈의 눈망울에 오롯이 맺혔다.먹물 한 방울이 물에 퍼지듯, 구승훈의 가슴 속에 아픔이 퍼지기 시작했다.강하리를 붙잡고 묻고 싶었다.나한테 없는 그 감정, 주해찬에게는 있냐고.하지만 입가에 맴돌던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입을 꾹 다문 구승훈은 강하리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 뒤돌아 꿇어앉았다.“업히는 건 괜찮겠지? 그 속도로 언제 병원까지 걸어가.”강하리가 미간을 찌푸렸다.사실 살짝 어지럽던 차였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길게 난 터라 피가 멈추질 않았다.구승훈이 강하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짜고짜 그녀를 들쳐업었다.“언제까지 밍기적거릴 거야. 과다출혈로 쓰러질 판에.”강하리가 업힌 자세로 얼어붙었다.내려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럴 힘도 나지 않았다.겨우 입을 열어 한 마디 부탁했다.“강찬수 붙잡아 줘요.”“이 시점에 그 인간이 대수야?”퉁명스런 구승훈의 음성에 강하리는 겨우 힘을 짜내 대답했다.“물어볼 게 있어서요.”구승훈이 뭐라 더 하려는 찰나, 목에 뜨뜻한 액체 한 방울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개를 돌려 보니, 강하리의 상처에서 스며나온 피가 옷깃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저도 모르게 구승훈의 발걸음이 빨라졌다.“야 강하리! 잠들지 마. 나랑 얘기 좀 해!”의식이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한 강하리가 잠꼬대하듯 대답했다.“무슨 얘기……요?”“아무거나. 요즘 일상, 일 얘기, 뭐든.”“여기는……어떻게 알고 온 거예요?”구승훈의 낯빛이 순간 흐려졌다.사실 하루종일 송유라를 달래느라 병원에 짱박혀 있다가 막 나오던 중이었다.저만치 강하리와 그녀에게 슬금슬금 접근하는 강찬수를 발견하고 따라왔던 거였다.“그냥, 지나가던 길에 우연히.”“거짓말. 송유라 이 병원에 있는 거 다 아는데.”강하리가 희미하게 웃음을 터트렸다.“…….”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고.“나랑 유라 사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야.”그냥 여동생 같은 사이라고.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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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사라졌다고?”승재의 전화를 받은 구승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지금 바로 사람 풀어서 주위를 뒤져. 멀리는 못 갔을 거야.”바로 지시를 내린 뒤, 한 마디 덧붙였다.“찾으면 일단 적당한 곳에 가둬두고, 강하리한테는 도망갔다고 알려주면 돼.”“왜?”핸드폰 저편 승재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시키는 대로만 해.”느긋하게 대답하는 구승훈. 더 해석 없이 통화를 마쳤다.힘들게 잡은 사람을 공짜로 강하리에게 넘길 수는 없지.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예를 들면, 자신의 전화번호 차단을 해제한다든가.속으로 계산기 팍팍 두드리며 응급실로 돌아와 보니 강하리의 핸드폰이 울려대고 있었다.[봄날같은선배]액정에 뜬 수신인에 구승훈이 미간을 팍 구기며 가차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얼마 못 가 또 걸려오는 전화.이번에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양아, 퇴근했어?”따뜻한 주해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봄날이 따로 없는 음성이었다.물론 구승훈의 귀에는 너무나도 거슬리는 목소리였지만.“강하리 피곤해서 잡니다. 용건 말해주면 이따가 전해줄게요.”핸드폰 저편이 잠시 고요해졌다.뜬금없는 구승훈의 목소리에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구 대표님? 하양이 바꿔주시죠.”봄날은 오간데 없이 사라진 서늘한 음성으로 바뀌었다.“자고있다고 했잖습니까.”심드렁한 구승훈의 대답. 주해찬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강하리의 눈가가 움찔거리더니 서서히 눈을 떴다.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병상 머리맡에 앉아있는 주해찬이었다.그리고, 조각 같은 얼굴에 난 상처.“선배? 언제 오셨어요? 얼굴에 그 상처는 뭐고요?”상처와는 별개로 주해찬의 얼굴이 왠지 어두워 보였다.“어디 불편한 데는 없고?”목소리는 여전히 따스했다.강하리 앞에서는 모든 감정이 부드러워지는 주해찬이었다.고개를 휙휙 저어본 강하리가 목에 감긴 붕대를 매만졌다.“괜찮아요. 그보다 선배, 혹시 누구랑 싸웠어요?”“아니야.”주해찬이 얼버무리듯 대답하며 이불을 여며준다.강하리의 미간이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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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주해찬의 눈길이 강하리의 얼굴에 고정되었다.“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니면 퇴사가 잘 안 되는 거야?”잠시 망설이던 강하리가 대답했다.“사실은…… 구승훈과 계약 해지할 때 위약금 100억이 있었는데, 그걸 차용하느라 정양철 회장과 수익담보 협약을 맺었거든요.”주해찬의 얼굴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왜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어? 하리야. 나 네 남자친구 맞아?”강하리가 입술을 꼭 깨물었다.“선배, 이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거예요.”아무리 남자친구라지만, 이제 겨우 사귄 지도 얼마 안 된 사이에 돈 얘기를 들먹일 수는 없었다.더군다나, 자신의 능력으로 그 누구한테도 의지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강하리였다.손 내미는 사람의 고개가 숙여지는 법.강하리는 평등한 관계의 연애를 하고 싶었다.주해찬이 미간을 좁히며 강하리를 바라보았다.전에 구승훈과 같이 있을 때 강하리가 어땠는지는 보지 못했지만.일이 있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구승훈에게 의지하게 되는 강하리란 건 알 수 있었다.자신이 아니라, 구승훈.급해하면 안 된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전 감정에서 나와 다음 감정에 들어서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단 것도 알았다.하지만 왜인지 조바심이 났다.구승훈이란 위기감이 시도때도 없이 주위에 도사리고 있다.바로 그때, 강하리가 주해찬의 손을 꼭 잡아쥐었다.“선배, 6개월만 기다려 줘요.”“하리야. 만약에 말이야…….”주해찬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구승훈이 다시 함께 하자고 하면 어쩔 거야?”……병원 다른 쪽.얼굴이 일그러진 승재가 복도에 서 있었다.그 옆에는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 한 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구승훈이 서 있었다. 눈빛이 사뭇 가라앉아 있었다.“어디서 발견했지?”“그 골목에서 멀지 않은 폐가 안에서.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어.”“주위 CCTV는?”“근처 슈퍼 앞에 한 대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찍힌 게 없었어.”한참을 대답이 없던 구승훈이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경찰에 신고하고 부검 맡겨.”승재에게 지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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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강하리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 분노에 찬 눈길로 구승훈을 노려보았다.“그런 시시껄렁한 얘기나 할 거면 나가세요.”“말 다했어?”구승훈의 눈매가 급 가늘어졌다.강하리가 주해찬에게 고개를 돌렸다.“선배, 나 배고파요.”주해찬이 옆에 놓았던 보온통에서 죽 한 그릇을 담아냈다.“연지 씨가 끓인 거야. 일단 이거 먹고 이따가 맛있는 거 사올게.”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였고, 주해찬이 죽그릇과 숟가락을 들고 강하를 마주하고 앉았다.그리고 한 숟갈씩 강하리에게 죽을 떠 먹이기 시작했다.구승훈의 무거운 눈길이 숟가락을 쥔 주해찬의 손과 오물오물 죽을 받아먹는 강하리의 입술 사이를 방황했다.“강하리, 강찬수가 죽었어.”구승훈의 입에서 툭 튀어나온 한 마디.강하리가 굳어졌다. 숟가락을 쥔 주해찬의 손도 허공에 멈춰졌다.“뭐라고요?”“너 병원에 데려다 놓은 뒤에 승재한테 찾으라고 시켰는데, 오늘 찾았어. 시체를.”강하리의 입매가 꽉 조여졌다.강찬수의 죽음에 대한 가슴 아픔이라든가 그런 건 아니었다.엄마를 밖으로 밀어내던 그 인간에게 죽으라고 그렇게 저주를 퍼부었는데.도박에 술에 흥청망청 놀면서도 목숨만은 질기던 인간이.물어볼 게 생기자마자 죽었다고?“어떻게 죽은 거예요? 사망 원인은요?”“몰라. 지금쯤 부검 중일걸. 나중에 경찰이 너 찾을 수도 있으니까 그냥 사실대로 다 말해.”강하리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 속을 솜뭉치로 틀어막은 듯 답답한 느낌이었지만, 일단 부검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그때 주해찬의 핸드폰이 울렸다.오늘 외교부에서 주최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이었지만, 다 제쳐두고 강하리에게 달려왔던 그였다.외교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안 받을 수는 없었다.“나 전화 좀 받고 올게. 잠깐만.”주해찬이 나간 뒤, 구승훈이 입을 삐죽였다.“저 사람이 혹시 네 로망 속 남자친구야? 저 프로뒷북러가?”“맞는데요. 프로참견러 님.”“뭐어? 야, 너 일 날 때마다 곁에 나타나준 게 누군데!”“나한테 일 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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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얼굴을 일그러뜨린 구승훈을 무시한 채, 강하리는 생각에 잠겼다.강찬수의 배후에는 누가 있었을까?그 전까지 긴가민가했다면, 강찬수의 죽음을 들은 지금은 확신이 섰다.아니면 이토록 공교로운 일이 해석이 안 되니까.뭔가를 알고있기 때문에 들이닥친 죽음, 그것이 유일한 해석이었다.“송유라는 요즘 어때요?”의심의 꼬투리가 가장 먼저 향하는 요주인물 1호, 송유라.“송유라는 왜?”구승훈이 눈매를 늘어뜨린다.“송유라 의심하는 거야? 걔일 리가 없어. 내가 사람 붙여서 시시각각 감시하고 있거든.”구승훈이 콧방귀를 뀌며 하는 말이 강하리에게는 송유라를 변호하는 말로 들렸다.그러면 그렇지.“또 자살할까 봐 사람 붙여놓은 거야.”구승훈이 한 마디 덧붙였지만 별 설득력은 없었다.마침 그때 주해찬이 들어왔고, 의사 몇이 따라 들어와 강하리를 진찰하기 시작했다.큰 문제가 없어 퇴원 가능하고, 일정 시간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정말 괜찮은 겁니까? 상처가 벌어지거나 하면 어쩌려고요.”미간을 찌푸린 구승훈의 채근에 의사들이 식은땀이 삐질 났다.“안 벌어집니다. 손목 그은 것도 아니고.”강하리가 픽 웃었다. 구승훈의 얼굴이 급 어두워졌다.“걱정돼서 하는 말에 꼭 그렇게 뼈 있는 토를 달아야겠어?”“듣기 거북하면 걱정 넣어두시든가요.”구승훈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린 강하리가 주해찬에게 물었다.“무슨 전화예요? 급한 일이면 먼저 가 봐요 선배.”“급한 거 아니야. 움직이기 불편한 텐데 당분간은 내가 보살펴 줄게. 방금 휴가도 냈어.”구승훈의 관자놀이가 푸들 뛰었다.주해찬이 강하리를 보살펴?그 말인 즉슨.둘이 동거한단 소린데.“강하리, 당분간은 병원에 있어야겠어.”어쩔 새도 없이 말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강하리의 손목이 덥석 잡혔다.“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구승훈 씨.”주해찬의 눈길이 싸해짐과 동시에, 냉랭한 음성이 강하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그러나 구승훈의 눈길과 손아귀는 꿋꿋하기만 했다.“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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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강하리가 의심에 가득 찬 눈초리로 구승훈을 눈여겨보았다.저 미친 인간 입에서 나온 말이 사실인지 도저히 가늠이 안 된다.갑자기 구승훈 뒤로 다가오는 한 인영이 보였다.순간 강하리의 눈이 음식물 쓰레기 보는 눈길로 바뀌었다.“저기, 구 대표님.”장진영의 조심스런 목소리.“나 스스로 경찰서 찾아갈 거니까 신경 끄세요.”냉랭하게 한 마디를 남긴 채 강하리가 돌아서서 밖으로 나가버렸다.“대표님, 유라가 또 약을 안 먹기 시작하는데, 좀 가서 봐주실 수 있을까요?”구승훈이 뒤돌아 장진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무 말도 없이 송유라의 병실을 향해 걸어갔다.“방금 그 분이 강하리 씨예요? 어쩜 저리도 예쁘게 생겼을까.”구승훈 뒤로 따라 걷던 장진영의 한 마디에 구승훈이 우뚝 멈췄다.부딪칠 뻔한 장진영이 고개를 돌자, 시퍼렇게 차가운 빛을 머금은 구승훈의 눈길과 마주쳤다.순간, 장진영은 심장이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애써 입가를 당겨 구승훈을 향해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고개를 수그렸다.‘놔두면 화근이야.’장진영의 눈동자에 악독한 빛이 스쳐지났다.송유라의 병실 문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들려오는 울음소리.병실 문을 영자 거짓말처럼 울음소리가 뚝 멈췄다.“오빠아! 왜 이제야 저 보러 온 거예요.”문앞에 우뚝 멈춘 채 들어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구승훈.“가서 유라 아가씨께 약 대접하도록.”구승훈의 손짓 한 번에 방 안에 서 있던 우람진 경호원 몇이 송유라를 누르고는, 억지로 입을 벌려 약을 쑤셔넣었다.어쩔 새도 없이 일어난 일에 장진영이 멍청한 표정이 되었다.“어, 어떻게……. 구 대표님. 어릴 적엔 우리 유라 끔찍히 아끼셨잖아요.”한참 뒤에야 떨리는 목소리로 항의 아닌 항의를 해 보았지만.“어릴 적엔 유라도 지금의 유라가 아니었으니까요.”구승훈의 말 한 마디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그, 그게 무슨 뜻이죠?”구승훈은 시선을 송유라에게 돌렸다.“적당히 하자 좀.”병상 머리맡에 기대어 앉은 송유라가 흠칫했다.입술이 덜덜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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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강찬수 부검 결과 나왔대.”혐오 섞인 강하리의 눈길에도 아랑곳 않은 채, 구승훈이 일어서서 다가왔다.“뭐라고 하던가요?”“사망 원인은 질식사, 사망 추정 시간은 우리가 그 골목에서 나온 시간대와 일치.”감전이라도 된 듯 강하리는 두피가 저릿해났다.피해자에서 한 순간 용의자가 된 기분은 뭐라 형용할 수가 없었다.“CCTV에 찍힌 화면은요?”주해찬이 한 마디 끼어들었다.“안타깝게도 그 시간대에 주위 모든 CCTV에는 나와 강하리만 찍혀져 있더군요.”구승훈이 ‘그걸 내가 확인 안 했겠냐’는 한심한 눈빛으로 주해찬을 힐끔 쳐다보았다.강하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대체 누가?목적은 또 뭐고?자신만 타깃인 건가? 아니면 구승훈까지 세트로 보내버리려고?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 실마리가 될만 한 것들이 도저히 잡히지 않았다.가장 먼저 송유라를 의심했지만, 지금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송유라였다면 구승훈까지 건드릴 리는 없을 거니까.강하리가 고개를 돌려 주해찬을 바라보았다.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려고 입을 여는 순간.갑자기 몸이 주해찬 쪽으로 이끌리는가 싶더니, 넓고도 따뜻한 남자의 가슴팍이 볼에 닿는다.“하리야, 걱정 마. 내가 너 지켜줄게.”포근하지만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결연한 음성이 강하리의 귓가에 울려퍼졌다.저도 모르게, 강하리는 두 팔을 내밀어 주해찬의 허리를 둘러안았다.“걱정 마요 선배. 나 괜찮아요.”영낙없는 한 쌍의 커플이 껴안고 있는 다정한 모습.한 폭의 그림 같은 그 화면이 구승훈의 눈을 아프게 찔렀다.처음에는 강하리가 아무 남자나 만나서 자신의 화를 돋우는 거라고 셀프 최면을 걸었었다.하지만 지금 보이는 적나라한 저 모습은 도저히 자신을 속일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감정에 충실하다더니 그걸 자신 앞에서 실천하고 있었다.가장 직접적이고 효율적으로 자신의 염장을 지르는 방식으로.‘꼴값들 떨고 있네.’구승훈의 얼굴에 차디찬 서리가 내려앉았다. 이마에 핏대가 솟아났고 주먹에 저절로 힘이 꽉 들어갔다. 퍼억-!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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