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터가 도로 나오면서 고은서에게 전했다.“민 도련님께서 지금 시간이 없으니까 할 얘기가 있으시면 내일 사무실에 하라고 하십니다.”고은서는 웨이터의 말을 무시한 채 바로 룸 안으로 들어갔다.“민시후, 나와 봐.”그녀는 곧장 민시후 앞에 다가가 말했다.그는 한창 친구들과 재미나게 놀고 있었는데 마침 주사위로 승부를 가릴 때라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하하. 민 도련님, 확실한가요?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시지 그러세요. 이번 판엔 저희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에요. 지게 되면 이 상에 있는 술을 절반은 혼자 다 마셔야 해요.”“쓸데없는 소리 말고 얼른 열기나 해.”“좋아요. 민 도련님이 원한다면 우리 같이 열도록 해요. 원하는 만큼 다 마시게 해드릴 테니까요.”“하나, 둘, 셋...”“민시후!”같이 주사위를 공개하려던 찰나, 스피커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말 안 들려? 당장 나랑 나가서 얘기 좀 해.”그러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다 마이크가 있는 쪽으로 쏠렸는데 그 자리에는 아주 단아한 옷차림을 한 아름다운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그녀는 분노가 섞인 눈빛으로 민시후를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었다.“민 도련님, 이 이쁜 아가씨는 누구예요? 설마 여기까지 민 도련님 따라온 거예요?”옆에 있던 부잣집 도련님 한 명이 물었다.“역시 우리 민 도련님 매력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이렇게 이쁜 아가씨도 쫓아오고 말이야.”“그러니까. 생김새랑 기질만 봐서만 웬만한 연예인들보다 훨씬 나은 것 같은데.”“다 닥쳐.”민시후는 한마디 호통을 치고는 휘청거리며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고은서도 마이크를 내려놓고 따라 나갔다.“무슨 일인데?”민시후가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물었다.복도의 등이 예상 밖으로 밝은 덕분에 민시후의 얼굴이 꽤 잘 보였는데 그는 평소처럼 껄렁대며 웃는 대신 일부러 그녀를 멀리하는 듯한 서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요즘 왜 회사에도 안 나오고 내 전화도 안 받는 거야?”“진 비서한테서 못 들었어? 나 요즘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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