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승준이 박지연에게 설명하려고 할 때 그녀는 이미 떠났는지 보이지 않았다.그는 더는 그녀를 쫓아갈 수 없다는 걸 깊이 깨달았다.병실에서부터 복도까지의 거리만이 아니었다.두 사람 사이의 마음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었다....박지연이 병원에서 나왔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두워진 상태였고 각양각색의 불빛들이 도시 전체를 빛내고 있었다.병원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도 하나둘씩 불을 켜기 시작했다.그녀 또한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 줄 가족을 갈망했었다.온승준과 결혼한 이후로 그녀는 시부모님을 자신의 친부모님처럼 생각하고 모셨다.부모를 일찍 여의는 바람에 이 또한 어릴 적 느껴보지 못한 부모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비록 시부모님이 그녀를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진 않았지만 진심으로 대한다면 언젠간 자신을 받아들일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따뜻한 인심을 기대했었다.그러나 모든 게 다 그녀의 갈망뿐이었다.방금전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짓누르려는 조수연을 보며 박지연은 깜짝 놀랐다.심지어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득의양양한 눈빛이 섬뜩하게 느껴졌다.아까 그 광경을 떠올릴 때마다 박지연은 등골이 오싹해났다.‘이 년 동안 그렇게 열심히 며느리 역할을 했는데도 내가 단 한 번도 마음에 든 적이 없었던 거야? 어떻게 날 저 정도로 미워할 수가 있지...’박지연은 고개를 들고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지연아.”바로 이때, 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육현석이었다.그의 옆에는 아주 단아한 귀부인 한 명과 선물 박스를 들고 있는 기사가 있었다.육현석은 그녀를 향해 다가오면서 말했다.“이분은 내 어머니셔.”그리고 뒤돌아 자신의 어머니인 김세라를 향해 박지연을 소개했다.“엄마, 이분은 박지연이야.”“안녕하세요, 아주머니.”박지연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김세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온화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만나서 반가워, 지연아. 현석이가 네 얘기를 많이 했었거든.”옆에 있던 육현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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