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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761 - Chapter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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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1화

경계하는 고은서의 모습을 바라보며 곽승재의 눈빛에는 혼란스러움이 소용돌이쳤다.그는 무언가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끝내 모든 말을 삼키고 말았다.곽승재는 고은서의 방어적인 모습을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에게 자료를 건넸다.고은서는 자료를 받으면서 곽승재가 이제까지 빈손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그녀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민시후의 메시지를 보느라 정신이 팔렸었고 곽승재가 옆에 있다는 것도 그의 손에 무언가 들려 있다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곽승재가 건넨 자료가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고은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곽승재의 분위기는 여전히 무거워 고은서는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곽승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비상문을 열고 자리를 떴다.고은서는 그 자리에 서서 곽승재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곽승재는 술을 꽤 많이 마셨는지 발걸음이 다소 흔들렸고 뒷모습은 처량해 보이기도 했다.이내 비상 통로는 고요해졌고 하얀 센서 등의 불빛과 공기 중에 떠도는 은근한 술 냄새만 남아 있었다.곽승재가 완전히 떠난 뒤에야 고은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민시후 때문에 적잖이 자극을 받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고? 의외네...’비상구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 고은서는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자료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박지연은 당직이어서 집에는 고은서뿐이었다.바로 그 때문에 감정을 알 수 없는 곽승재를 마주하며 고은서는 집에 들어가는 것도 망설였다.물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은 뒤 고은서는 소파에 앉아 곽승재가 건넨 자료를 펼쳤다.그녀는 자료가 제인 프로젝트와 관련된 것일 거라 예상했지만 뜻밖에도 안에는 며칠 전 민시후가 여씨 가문 파티에서 누군가에 의해 함정에 빠졌던 사건에 대한 조사 보고서가 적혀 있었다.보고서에는 그날 밤 민시후가 심씨 성을 가진 여자에 의해 함정에 빠졌다는 증거가 적혀 있었고 이 모든 일을 뒤에서 꾸민 사람은 다름 아닌 민시후의 형, 민시현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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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박지연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그녀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했지만 여전히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아직 우리가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민시후가 나 때문에 가족들과 대립하게 된다면 왠지 미안할 것 같아.”“미안해할 필요 없어. 민시후가 가족들과 대립하는 건 그 사람의 선택이야. 그가 뭘 하든 네가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는 법은 없어.”박지연은 마치 연애 전문가처럼 조언을 이어갔다.“나는 민시후를 좋게 생각하지만 결국 선택은 너한테 달렸어. 민시후와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다면 받아들이고 망설여진다면 더 생각해 봐. 사랑은 감동이나 죄책감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박지연의 말에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문득 물었다.“그런데 지연아, 너 혹시 요즘 육현석이랑 다툰 거야? 너희가 전화하거나 영상통화하는 걸 못 본 것 같아서.”박지연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맞아. 싸웠어.”고은서가 이유를 묻자 며칠 전 민시후와 관련된 사건 때문에 싸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육현석은 민시후가 겪은 일이 과거에 본인이 자초한 문제라며 동정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고 박지연은 민시후가 억울하게 당한 상황이라 충분히 이해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두 사람은 서로 설득하지 못했고 결국 다툼이 벌어진 것이었다.다행히 육현석은 박지연의 기분이 상한 것을 눈치채고 먼저 사과했다.“사과받았으면 된 거 아니야? 왜 아직도 기분 안 풀었어?”고은서가 물었다.“그가 그냥 내 기분을 맞춰주려고 사과한 것 같아서 그래. 마음속으로는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거든.”“지연아, 누가 옳고 그른 건지는 잠시 접어두고 너 육현석 대하는 태도가 이전 온 선생님을 대하던 때보다 훨씬 당당해진 것 같지 않아?”박지연은 잠깐 멈칫했다.“육현석이 네 감정을 먼저 생각해 주고 네 마음을 이해해 주니까 너도 마음에 있는 말을 가감 없이 할 수 있는 거잖아.”“우린 항상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어.”“육현석이 네 감정을 먼저 신경 써 주니까 네가 부담 없이 받아들이는 거야.”박지연은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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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박지연은 방금 전 고은서의 말에 화가 많이 가라앉아 있던 터라 육현석의 진심 어린 표정을 보고 마음이 더 부드러워졌다.“다음에도 또 그러면 어쩔 건데?”박지연은 일부러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육현석은 약간 긴장한 채로 순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시는 안 그럴게.”“푸흣.”박지연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좋아. 용서해 줄게.”박지연의 화사한 미소는 마치 활짝 핀 꽃처럼 아름다웠고 육현석은 그런 그녀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가 계속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낀 박지연이 갑자기 어색해하며 물었다.“뭘 그렇게 봐?”육현석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네가 너무 예뻐서.”누구나 예쁘다는 칭찬을 좋아했지만 같은 말이라도 육현석에게서 들으니 박지연은 더욱 기뻤다.박지연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내가 예뻐서 나한테 관심이 생긴 거야?”박지연이 물었다.육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그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전부는 아니야. 네 밝고 활기찬 모습, 너의 따뜻함과 솔직함. 그 모든 게 좋아.”육현석은 술기운에 용기를 낸 것인지 박지연의 살짝 붉어진 귀를 보며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았다.“지연아, 나 정말 너 많이 좋아해. 나한테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우리 사귀자.”그 순간 간호사 스테이션에는 아무도 없었고 복도는 유난히 조용했다.박지연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간질거렸다.머릿속에서는 이성을 유지하라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녀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충동적으로 굴고 싶었다.“그래.”박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육현석은 갑자기 찾아온 행복스러운 순간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지연아, 정말 고개를 끄덕인 거 맞지? 나랑 사귀겠다는 거 맞지? 나 너무 행복해.”육현석이 그 어느 순간보다 기뻐하며 말을 이었다.“얼른 승재 형한테 연락해야지. 아, 아니다. 먼저 인스타부터 올려서 여자 친구 생겼다고 자랑해야지.”“여자 친구? 제가 뭘 놓친 거예요?”그때 같이 야간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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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의논 끝에 이 임무는 온승준이 담당한 인턴에서 맡겨졌다.그녀는 온승준에게 이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온승준은 오늘도 야근 중이었다.그는 사무실에서 진단서를 다시 확인하고 있었는데 퇴근 후 쉬러 가야 했을 인턴이 그를 다시 찾아왔다.망설이며 말하려다 마는 표정을 하는 설민희를 보고 펜을 쥐고 있던 온승준이 물었다.“저한테 볼일이라도 있나요?”설민희는 헛기침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용감히 완수하기로 했다.그녀는 단톡방의 한 사진을 온승준에게 열어 보여주며 용기 내 말했다.“온 선생님, 외과 간호사님한테 들었는데 수간호사 박지연 님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대요.”갑자기 들은 소식에 충격이라도 받은 건지 아니면 사진을 보고 자극을 받은 건지 온승준 손에 들려있던 펜촉이 힘에 눌려 부러졌다.설민희는 숨을 죽이며 조금 전까지 평온하던 온승준이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멍해진 모습에 눈치만 살폈다.온승준은 이미 넋이 나간 채 자신이 들은 사실과 본 사진을 부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설민희는 대충 답을 알겠다는 듯 급히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한편 박지연은 육현석과 사귀기로 했다는 사실을 고은서에게 알렸다.고은서는 몹시 놀랐지만 그보다 더 기뻐하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고은서와 잠시 장난을 주고받은 후 박지연은 전화를 끊었다.조금 전 육현석이 날아갈 듯이 기뻐하며 그녀의 손을 잡고 인스타에 올릴 거라며 사진을 찍자고 고집부리던 행동을 떠올리자 박지연은 마음이 달콤해졌다.박지연은 사랑 앞에서는 항상 용감했다.그녀도 육현석에게 호감이 있었기에 용감히 그 마음에 응해보기로 했다.만약 서로 맞지 않으면 헤어지면 될 일이고 적어도 용기 내 함께 해 봤으니 후회는 없을 것이었다.인생은 짧다.지나간 과거에 얽매어 자신을 괴롭힐 필요도 과거의 실패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잠시 생각을 하던 박지연은 육현석과 손을 맞잡을 사진을 꺼내 보며 이번엔 자신도 당당히 인스타에 공개하기로 했다.사진과 함께 올릴 멘트를 작성하던 중 옆에 있던 간호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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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지난번에 이미 명확히 온승준의 마음을 거절했었기에 박지연은 그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런 말을 하지 마. 우리 사이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 당신이 나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좋아한다는 감정보다는 나한테 익숙해져서 그래. 다른 사람과 새롭게 맞춰가는 게 더 귀찮고 번거로울 테니까.”온승준은 본능적으로 반박하려 했지만 사실 박지연이 곁에 있는 게 익숙해져 다른 사람을 찾기 싫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게다가 박지연은 그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이혼 후 당신이 부적절한 행동을 많이 해서 나한테 많은 폐를 끼쳤어. 앞으로는 주의 좀 해줘. 당신 때문에 현석 씨가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해.”그 말을 들은 온승준의 무표정한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박지연이 누군가를 좋아할 때 그녀는 늘 상대방을 위해 모든 걸 배려하고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하지만 온승준은 단 한 번도 자신이 그 문제의 원인이 될 날이 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승준 씨, 나도 당신한테 사과할 게 있어.”박지연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예전에 당신한테 결혼을 제안했을 때 당신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 먼저 물어봐야 했어. 유혜린 씨가 남자 친구를 사귄다는 사실에 자극받아 나랑 급하게 결혼하는 줄 알았다면 나는 절대로 그 결혼 하지 않았을 거야.”박지연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2년 넘는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유혜린 씨도 돌아왔고 아직 당신한테 마음이 남아 있으니 앞으로 행복하길 바라.”“그 소식에 자극받아서 너랑 결혼한 거 아니야.”온승준은 드디어 말할 기회를 찾았다.“당시 유 닥터랑 헤어지고 나서 우리는 연락조차 하지 않았어. 유 닥터한테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만약 L 국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유 닥터를 기억조차 못 했을 거야. 당신과 결혼한 건 정말로 당신을 좋아했기 때문이야. 당신의 밝음과 용기가 참 매력적이었어.”박지연은 그의 말에 잠시 멍해졌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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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고마워, 승준 씨.”...다음 날 고은서는 MQ에 들렀다.여시은이 맞춤 주문한 향수가 모두 완성되었기 때문이다.여시은은 직접 상품을 수령하고 잔금을 지불했다.그녀는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며 고은서와 유성준 그리고 관계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최근 MQ 업무량이 급증하여 유성준이 자리를 비울 수 없어 고은서가 여시은과 함께 식사하러 나섰다.식사 자리에서 여시은은 집들이 파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고은서에게 사과했다.그녀는 자신이 고용한 가사도우미들은 모두 새로 채용된 사람들이며 그렇게 쉽게 매수당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고은서는 이 일이 여시은과 무관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서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그날 밤 여시은의 친구들이 그녀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게 굴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맞춤 향수를 제작하겠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붙잡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여시은은 집주인으로서 대부분의 시간을 그녀 곁에서 있으며 자리를 지켰다.‘서로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닌데 여시은이 정말 나를 중요하게 여기나?’“은서 씨, 민시후 씨 언제 시간 되시는지 한번 봐주세요. 꼭 식사 자리를 마련해서 정중히 사과드리고 싶어요.”여시은이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고은서는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사실 시은 씨랑은 상관없는 일이니 굳이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그러나 여시은은 고집스럽게 말했다.“아니에요. 저희 집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제가 책임져야죠.”고은서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그럼 민시후한테 물어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좋아요. 연락 기다릴게요.”여시은과 식사를 마친 고은서가 ZY 그룹으로 향하는 길에 송민준에게서 연락이 왔다.고은서는 조금 놀라며 전화를 받았다.송민준은 그녀에게 찻집에서 만나자고 하며 누군가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다.그 말에 고은서는 곧 누가 그녀를 찾고 있는지 짐작했다.곽승재가 준 자료에 따르면 민시현은 송민준을 통해 그 여자를 찾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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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민시현은 본인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시후는 집안의 막내에요. 어머니가 생전에 특별히 귀여워하셨죠. 그 결과 시후는 어릴 때부터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며 규칙을 따르지 않는 성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민시현은 느긋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시후는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세상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실행에 옮깁니다. 그래서 은서 씨가 이혼하지 않았음에도 제멋대로 행동하여 은서 씨 결혼에 문제를 일으켰죠. 그건 저희 가문 잘못입니다. 우리가 시후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으니까요.”민시현은 민시후를 나무라는 듯 보였지만 고은서는 그 말속에 자신을 간접적으로 비난하는 뉘앙스가 담겨 있음을 느꼈다.결혼 생활 중 민시후와 얽히며 아이까지 가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곽승재와 이혼한 고은서의 행동은 다른 사람이 보면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다행히 당시 두 사람의 기사는 빠르게 막았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지는 않았죠. 그렇지 않았다면 은서 씨 명성이 시후 때문에 손상될 뻔했습니다.”고은서는 민시현의 말에서 기사를 막은 것에 그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었다.고은서는 민시후를 이용해 신속히 이혼하고 해외로 나가 아이를 낳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인해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민시후와 함께 호텔에 가던 모습이 노출될 뻔했고 결국 아이도 잃고 말았다.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이기에 고은서는 더 이상 이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민시현 씨, 이전 일들은 두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저와 민시후는 언제나 떳떳했습니다. 민시후는 항상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결코 도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아요.”민시현은 미소를 띠며 믿는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은서 씨가 시후를 그렇게 감싸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은서 씨를 무시하려는 뜻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습니다.”고은서는 반박하지 못했다.지금까지 그녀는 민시후와의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았으니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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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멀지 않은 곳에서 민시후는 제인 제약의 담당자와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송민아는 다시 참지 못하고 물었다.“며칠 전까지는 사람 그림자도 안 보이더니 오늘은 자신만만하네. 며칠 전 있었던 일은 용서한 거야?”고은서가 답했다.“용서하고 말고가 어디 있어. 민시후는 원래 누명을 썼던 거니까.”송민아는 그 말을 듣고 장난스레 물었다.“고은서, 민시후랑 만나지 몇 달도 안 됐으면서 벌써 그렇게 믿는 거야?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네. 예전 같았으면 오빠와 가까워지려는 여자들한테 사람을 보내 협박하거나 돈을 줘서 쫓아냈을 거야. 만약 그때 내가 그날처럼 자극적인 장면을 목격했다면 무슨 짓을 했을지 상상도 안 돼.”고은서는 송민아의 말을 듣고 가슴이 약간 찌릿했다.송민아가 민시후에게 보였던 모습은 예전에 곽승재를 대하던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송민아, 너 정말 민시후를 많이 좋아하는 구나.”“야, 그 말 좀 이상하다? 예전엔 내가 정신 못 차리고 좋아한 거지 지금은 아니야. 나 싫다는 사람 나도 싫어.”송민아가 확신에 차 말했다.“맞아. 네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한 건 민시후 손해지.”고은서가 웃으며 동조했다.“뭐가 그렇게 재밌어?”민시후가 다가오며 사랑이 흘러넘치는 눈빛으로 고은서를 바라보았다.송민아는 눈치껏 자리를 피했고 고은서는 농담 섞인 말투로 답했다.“송민아가 널 포기한 건 네 손해라고 얘기하고 있었어.”민시후는 즉각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또 그 얘기가 나오는 건데? 몇 번을 말해. 나는 민아한테 이성적인 감정을 품은 적이 없다니까? 그리고 송민아가 나를 포기하든 말든 상관없어. 하지만 네가 날 포기한다면 그건 정말 큰 손해일 것 같아.”민시후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농담을 받아치는 대신 말했다.“민시후, T 국에서 내가 너한테 밥 두 번 사기로 했던 거 기억나? 아직 한 번이 남았잖아. 오늘 채울까?”“기억력 좋네. 난 네가 벌써 잊었을 줄 알았지.”“제인 제약과 일 마무리되면 바로 출발할까?”“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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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고은서가 미소를 지으며 대꾸하지 않고 되물었다.“내가 무슨 일을 숨기겠어.”민시후가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그럼 곽승재가 왜 계약 체결 현장에 안 왔는지 생각하고 있는 거야?”판주 투자은행이 이번 계약에 끼어든 건 곽승재가 일부러 그런 것이라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민시후도 이 점을 못마땅해하며 신경 쓰고 있었다.고은서는 민시후가 자신을 달래길 바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럼 내가 곽승재를 생각하고 있다고 쳐.”고은서는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고은서, 너!”민시후는 예상대로 화를 냈다.“왜 화를 내? 네가 먼저 얘기 꺼낸 거잖아.”고은서가 묻자 민시후는 말문이 막혔다.고은서는 끝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런 대답 듣기 싫으면서 왜 먼저 말을 꺼내는 거야? 말하고 나서 스스로 감당도 못 하면서 자업자득 아니야?”민시후는 고은서가 농담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그녀의 얼굴을 잡고 마구 쓰다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민시후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은서야, 나 화난 거 아니야. 그냥 네가 곽승재와 많은 시간을 함께한 과거가 부러울 뿐이야.”‘그게 부러워할 만한 일인가?’고은서는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과거는 많지만 아름다운 건 없었어.”고은서는 모든 복잡하고 어두운 감정들을 털어내려는 듯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생각하고 있던 건 곽승재랑은 상관없는 일이야.”마침 웨이터가 음식을 내오자 고은서가 다시 말했다.“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먹자.”대화 이후 고은서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듯 보였다.민시후는 고은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알고 싶었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음식은 정교하고 맛있었고 강변 야경은 아름다웠다.두 사람은 와인을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몇 시간이 지나 있었다.웨이터가 후식으로 디저트를 가져오자 고은서는 얼른 한입 베어 물었다.달콤하지만 느끼하지 않은 맛이었다.“은서야, 나한테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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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민시후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고은서는 미소 지었다.“늘 생각해 온 일이야. 다만 ZY에서 프로젝트를 몇 개 더 완성하고 경험과 자금을 충분히 쌓은 후에 말하려고 했어.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 명운도 상장을 앞두고 있고 제인 제약 계약도 체결되었잖아. 내 손에 새로운 프로젝트로 없으니 준비를 시작해도 될 것 같아.”“잘됐네. 마침 백씨 가문 산업 중에 금융 관련 사업도 있었으니 이번 인수 절차가 끝나면 네가 이어받아서 함께 운영하면 되겠다.”민시후가 제안했으나 고은서는 정중히 거절했다.“백씨 가문 산업은 ZY 그룹 프로젝트야. 내가 혼자 독점하는 건 아닌 것 같아.”“백씨 가문을 파산시킬 수 있었던 건 네 덕이야. 난 그냥 인수를 도와주려고 한 거지 ZY 그룹에 합병시킬 생각은 없었어.”그 말에 고은서는 약간 감동했지만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ZY 그룹에서 손을 댔으니 당연히 가져가야지. 이전에 약속했던 대로 비율에 따른 수익만 나눠줘.”고은서의 단호한 태도에 민시후는 한발 물러서며 인수가 완료된 후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이로써 두 사람은 잠정적으로 합의를 보았다.“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인 게 이것 때문이야?”이때 강바람이 불어와 물결이 일렁였다.고은서는 반짝이는 강 건너편의 네온사인을 바라보며 잠시 멍해졌다.“민시후, 앞으로 한동안 많이 바빠질 거야. 그래서 일 외의 것에 신경 쓸 시간은 없을 것 같아.”“그래서?”민시후가 뜻을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고은서가 시선을 돌려 민시후의 깊은 눈동자를 마주하며 답했다.“그래서 이전에 약속했던 건 지키지 못할 것 같아.”“잠시만이라는 거야? 아니면 이대로 끝이야?”민시후가 묻자 고은서가 잠시 멈칫하다 답했다.“이대로 끝내자. 우리 다시 친구 해.”“고은서, 며칠 전만 해도 나를 믿는다고, 나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민시후의 목소리에서 감정의 동요가 느껴졌다.고은서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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