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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1화

박지연이 고개를 들자 육현석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는 바로 박지연의 손을 잡으며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박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온승준의 부모님도 자연스레 육현석을 바라보았다.조수연은 육현석을 알고 있었고 박지연과 그의 관계가 특별하다고 이미 생각했기에 두 사람이 손을 잡은 모습을 보며 조금 엄격한 어조로 말했다.“육현석 씨죠? 지연이는 우리 승준이 아내인데 이렇게 손잡는 건 부적절하지 않나요?”육현석이 차분히 답했다.“여사님, 그 말씀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연이는 이미 온 선생님과 이혼했고 이제는 제 여자 친구예요.”여자 친구라는 단어가 나오자 두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특히 조수연은 육현석이 박지연을 여자 친구로 삼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육현석이 부유한 집 아들이기에 단지 박지연을 새로운 맛에 놀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박지연이 이혼한 걸 신경 쓰지 않는 건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지연이 체면 좀 살려주려고 그러는 걸 거야.’조수연은 육현석과 더 이상 말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며 박지연에게 충고를 시작했다.“지연아, 너도 승준이랑 2년을 함께 해서 알겠지만 승준이는 한 번도 너에게 심한 말을 한 적이 없어. 집안일은 전부 네 말에 따르고 간섭도 하지 않았잖아. 그리고 승준이는 생활 루틴도 깨끗해. 도박도 하지 않고 여자를 만나지도 않고 접대로 하지 않아. 성격이 조금 둔할 뿐이지. 다른 남자들처럼 달콤한 말을 속삭이지는 못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헤쳐나가는 생활에서는 승준이처럼 신중한 사람이 더 좋지 않겠니?”조수연이 간절하게 말을 이었다.“승준이는 이혼하고 나서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지 않겠대. 지금까지 이렇게 고집부리는 건 처음이야. 승준이랑 재결합해서 살면 우리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온범준도 말을 보탰다.“지연아, 네가 심성이 착한 아이라는 거 우리도 잘 알고 있어. 예전 일은 정말 미안하다. 원하는 보상이나 요구가 있으면 말해보거라. 다 들어줄게.”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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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조수연이 온범준을 뿌리치며 말했다.“나는 신경 쓰지 마. 아들이 위험한 곳으로 가는 걸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재결합을 원하는 거잖아. 내가 빌면 되지. 내가 무릎...”비록 작은 골목이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조수연의 모습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박지연은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조수연이 그녀의 옷자락을 잡고 계속해서 온승준과 재혼해달라고 애원했다.슬프게 우는 조수연은 초췌해 보였고 휠체어에 앉아 있기까지 하니 정말 연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약자처럼 보였다.육현석은 말로만 경고하며 말릴 뿐 손을 댈 수도 없었다.“아버지, 어머니.”박지연과 육현석이 난감해하고 있을 때 사람들 속에서 온승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승준은 예전처럼 아무 표정 없이 그저 무심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돌아가세요.”“승준아, 엄마 지금 지연이한테 사과하고 있어. 해외 가지 않으면 안 될까? 두 사람 재혼하는 거 동의할게. 앞으로도 너희 일에 간섭하지 않을게.”조수연은 박지연을 놓고 온승준을 바라보며 울기 시작했다.주위 사람들이 핸드폰을 꺼내 촬영하려 하자 육현석은 급히 손을 들어 박지연의 얼굴을 가리며 보호했다.온승준은 담담한 말투로 박지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소란 피워서 미안해. 가도 돼.”박지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육현석과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육현석의 차에 오르고 나서야 박지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수연의 소동 덕분에 박지연은 외출하거나 쇼핑할 마음이 사라졌다. 그녀는 피곤하다고 말하며 일찍 집에 가서 쉬겠다고 했다.육현석도 반대하지 않고 그녀를 라이트문 아파트로 데려다주었다.차 안에서 육현석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는 조용히 운전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라이트문 아파트에 도착했다.“육현석, 아까는 미안해. 온 선생님 부모님을 만날 줄은 몰랐어. 나 때문에 너까지 휘말리게 했네.”집에 가기 전 박지연이 육현석에게 사과했다.“네 잘못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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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너는 참을 수 있다고 해도 네가 곤란해하는 모습 내가 보고 싶지 않아.”박지연이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날 점점 더 원망하게 될 네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아. 그때 가서 서로를 원망하며 끝내기보다 지금 끝내는 게 더 낫지 않을까?”박지연의 말을 들은 육현석은 답답해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한 번 결혼한 적이 있다고 해서 내가 왜 곤란해야 해? 이혼했다는 사실이 치욕적인 꼬리표가 되어 평생 따라다녀야 해? 지연아, 그런 생각이 애초에 잘못된 거야.”그 말을 들은 박지연은 감동한 한편 씁쓸해졌다.“오는 동안 한마디도 안 한 건 나한테 화난 거 아니었어?”육현석은 체념한 표정으로 박지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화 안 났어. 게다가 내가 왜 너한테 화를 내. 난 그냥 네가 걱정돼서 그래.”박지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뭐가 걱정되는데?”“너 온승준을 정말 사랑했잖아. 만약 그날 레스토랑에서 온승준의 어머니가 널 강제로 데려가지 않았고 집에서 그런 소동을 벌이지 않았다면 넌 이혼을 결심하지 않았을 거야.”박지연도 부정하지 않았다.그날 조수연이 끌고 가서 온승준이 유혜린 때문에 화가 나서 갑작스럽게 결혼을 결심했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박지연은 이혼을 결심하지 못했을 것이다.“우린 이미 이혼했고 재결합할 생각도 없는데 뭐가 걱정인 거야?”박지연이 묻자 육현석이 그녀의 손을 더 꼭 잡으며 말했다.“지연아, 아까 온승준 부모님이 너 꽤 마음에 들었었다고 했잖아. 재결합하면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주고 직장을 그만두지 않아도 괜찮고 앞으로 두 사람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어. 그런 생활은 네가 항상 원하던 거였잖아. 혹시 흔들리지 않았어?”육현석의 눈에 담긴 불안함을 보며 박지연은 그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깨달았다.행복함이 마음을 채우자 코끝이 시큰거리며 눈시울이 붉어졌다.“아직 내가 온승준만큼 너한테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알아. 너는 항상 온승준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성공한 남자를 좋아해 왔고 나는 그저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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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두 사람은 장난을 치며 계단을 올라갔다.고은서는 박지연에게서 온승준이 해외로 봉사 의사를 하러 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조금 놀랐다.지난 생에서는 박지연이 실연의 아픔을 겪고 해외로 봉사 간호사를 지원했는데 이번 생에서는 온승준이 같은 길을 밟은 것이다.“무슨 생각해? 왜 그런 표정이야?”박지연이 의아해하며 묻자 고은서가 웃으며 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녀는 두 팔을 벌려 박지연을 안았다.“지연아, 좋다. 넌 반드시 행복해질 거야.”박지연은 고은서의 갑작스러운 애교에 당황했지만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그녀를 보고 가녀린 등을 두드리며 답했다.“우리 다 행복해질 거야. 그런데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돌아온 거야?”고은서가 소파에 몸을 늘어뜨리며 답했다.“바쁘지, 정신없이 바빠. 이제야 초기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어. 허가증만 나오면 바로 개업식을 진행할 수 있어. 오늘은 숨 돌릴 틈이 생겨 일찍 들어온 거고.”“민시후랑 곽승재는 도와주러 안 왔어?”박지연이 장난스럽게 물었다.누운 채로 미동도 하지 않는 고은서는 박지연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여력도 없었다.박지연은 고은서가 연애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알고 개업식에 관해 물었다.고은서는 그제야 생기를 되찾으며 답했다.“해성 몇몇 기업에 초청장을 보낼 거고 아름 언니도 몇몇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서 커팅식에 도움 줄 거야. 덕분에 조금이나마 우리 회사를 알릴 수 있겠지.”박지연은 피곤하지만 활기 넘치는 고은서의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기뻤다.“사업에 대해서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맛있는 음식이라도 만들어줄게.”“고마워, 우리 착한 지연이!”다음 날 고은서는 활기찬 모습으로 새 사무실로 향했다.그녀가 빌린 곳은 이미 인테리어가 완료된 사무실이었고 현재 사무 공간 내부에는 필요한 물품들이 거의 다 갖춰져 있었다.초기 운영을 위해 몇몇 직원을 고용했으며 이제 모든 것이 기본 틀을 갖추어 가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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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고은서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물었다.“무슨 말씀이요?”여시은이 약간 머뭇거리며 말했다.“곽 대표님 아버님이 저랑 대표님의 결혼 문제를 진지하게 논하시는 것 같아요. 최근 곽 대표님을 계속 압박하고 계시고 심지어 몇몇 이사들에게 연락해 대표직을 박탈하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고은서의 손길이 멈칫했다.민시후도 이전에 곽현수가 주주들을 설득해서 곽승재를 견제하려 한다고 했었다.이제 보니 민시후의 분석이 맞았다.곽현수는 대표 자리를 쥐고 곽승재와 여시은의 혼인을 강요하려는 것 같았다.“곽 대표님도 손 놓고 당하기만 하시는 분은 아니에요. 그동안 GS 그룹에서 보여준 성과들이 출중하므로 많은 이사들도 지지하고 있어요. 하지만...”여시은이 잠시 말을 멈췄다.고은서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여시은은 그녀가 들은 소문을 이어 말했다.“다만 곽 대표님 아버님을 지지하시는 주주들에게 약점을 잡힌 모양이에요. 그래서 다들 곽 대표님의 능력과 판단을 의심하고 있어요.”쿠아가 고은서의 손을 파고들자 그녀는 아예 쿠아를 안아 들고는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어떤 약점을 잡힌 거죠?”“제인 제약 프로젝트 때문인 것 같아요. 원래는 GS 그룹 판주 투자은행의 중요한 프로젝트였죠. 초반에는 곽 대표님이 직접 협상에 나서서 투자 단계에서도 참여했어요. 하지만 뒤에는...”여시은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고은서는 이미 상황을 이해했다.나중에 제인 제약은 약품 대리권을 고은서에게 넘겼고 그녀가 속한 ZY 그룹과 판주 투자은행이 함께 다음 라운드 투자에 참여했었다.여시은은 고은서가 상황을 파악한 것을 눈치채고 다시 말을 이었다.“지금 주주들은 그걸 핑계 삼아 곽 대표님이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비난하고 있어요. 그룹의 이익을 훼손했다며 GS그룹을 책임질 인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죠.”고은서가 눈살을 찌푸렸다.제인 제약 프로젝트에 그녀가 나서지 않았다면 전생에서의 전개대로 백유미와 원지훈의 수중에 들어가 두 사람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겼을 것이었다.그렇게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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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지난번 집들이 파티에서 나를 그렇게 배려했던 것도 같은 맥락일까?’어쨌든 마음속에 의심의 씨앗이 심어지면 상대를 100% 신뢰하기란 쉽지 않았다.고은서는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시은 씨, 제가 했던 일은 그저 작은 도움에 불과했어요. 그렇게 마음 쓰실 필요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었어도 똑같이 했을 거예요. 그러니 앞으로 제 일이나 곽승재와 관련된 일에 관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알겠어요. 앞으로 조심할게요.”여시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과한 뒤 물었다.“은서 씨, 지난번 민 대표님 일도 아직 신경이 쓰여요.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아직 소식이 없더라고요.”“특별히 사과할 필요 없다고 했어요. 요즘 여러 가지 일로 바빠서 답한다는 걸 잊었네요.”“혹시 민 대표님과 그 일 때문에 오해라도 생기셨나요?”여시은이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올라올 때 1층에서 민 대표님을 만났어요. 같이 올라가실 거냐고 물었더니 바쁜 일이 있다며 먼저 가셨어요.”그 말을 들은 고은서는 잠시 멈칫했다.최근 민시후는 그녀와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 지난번 ZY 그룹에서 업무 인수인계를 할 때도 민시후는 직접 나서지 않고 대신 담당자를 보냈었다.하루는 저녁에 통화를 한 적도 있었지만 제인 제약과 관련된 이야기만 간단히 나누고 금세 전화를 끊었다.‘오늘 왜 왔을까?’“은서 씨, 정말 민 대표님과 다투신 거예요?”여시은이 난감해하며 말을 이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날 너무 많은 사람을 초대하지 말았던 걸 그랬어요.”고은서가 고개를 저었다.“시은 씨랑은 상관없어요. 제 개인적인 문제예요.”이후 여시은은 고은서의 새 사무실을 둘러보며 칭찬을 건네며 개업식에 꼭 참석하고 싶으니 초대장을 보내달라고도 했다.약 한 시간 후 여시은이 쿠아를 안고 사무실을 떠났다.고은서는 잠시 고민하다 민시후에게 전화를 걸었다.벨이 몇 번 울리고 민시후가 전화를 받았다.“은서야, 무슨 일이야?”고은서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시은 씨가 말하길 사무실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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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무심코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본 고은서는 파일을 쥐고 있는 송민아와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 송민준을 발견했다.사무실 문이 열려 있어 그녀가 통화 중이라는 것을 본 두 사람은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고개를 든 순간 고은서는 송민준의 눈빛에서 아주 희미한 냉기를 본 것 같았다.하지만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니 송민준의 눈빛은 온화하고 차분했다.그녀는 착각이라고 생각하며 민시후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끊었다.“방해한 거 아니지?”송민아가 안으로 들어서며 손에 든 파일을 그녀에게 건넸다.“이번 개업식 참석자 명단이야. 한번 확인해 봐.”고은서가 파일을 받아 들며 송민준에게 예의를 갖춰 물었다.“송민준 씨는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송민준은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민아가 은서 씨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마침 시간이 나서 들렀어요. 참석자 명단을 전하러 간다길래 인사나 드릴 겸 같이 왔어요.”고은서가 송민아를 바라보다 송민준에게 말했다.“민아는 정말 유능해요. 많은 도움 받고 있어요.”송민아가 우쭐해하며 말했다.“당연하지. 나는 할 거면 제대로 하고 그게 아니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다고.”고은서가 웃으며 맞장구쳤다.“맞아. 네가 최고야.”그때 밖에서 누군가 송민아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서둘러 나갔다.“오빠, 은서랑 얘기하고 있어. 금방 다시 올게.”고은서는 송민준을 소파에 안내하고 그가 차를 좋아하는 걸 알기에 직접 차를 준비해 주었다.“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아 평범한 차뿐이네요. 이해해 주세요.”“은서 씨, 너무 격식 차리지 않으셔도 괜찮아요.”송민준은 차를 받아 들며 온화하게 칭찬했다.“은서 씨 대단하네요. 배치가 정말 잘 되어 있어요.”고은서가 웃으며 답했다.“송민준 씨에 비하면 아직 멀었죠. 그래도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두 사람은 별 의미 없는 칭찬을 주고받았다.송민아가 다시 돌아와서 송민준에게 자신을 위해 한턱내라고 요구하며 고은서도 같이 가자고 권했다.송민준은 흔쾌히 동의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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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안 되겠어. 당장 매니저 찾아서 현실화시켜야겠어.”송민아는 그렇게 말하며 매니저 찾으러 나섰고 고은서와 송민준만이 방에 남았다.고은서는 어색해하며 말했다.“송민준 씨, 죄송해요. 괜히 폐만 끼쳤네요.”송민준은 담담히 미소 지으며 답했다.“은서 씨, 그런 소원한 말씀은 하지 마세요. 민아가 은서 씨랑 일하며 아주 즐거워하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많이 밝아지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이제는 예전처럼 성질부리거나 자기 생각만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도 알게 되었어요. 다 은서 씨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고은서는 진지하게 답했다.“민아가 워낙 뛰어난 덕분이에요. 그동안 주변에서 민아를 어린아이로만 봐서 그런 점을 발견하지 못했던 거겠죠.”송민준이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어쩐지 민아가 은서 씨를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정말 진솔한 분이시네요.”“비슷한 사람끼리 글리기 마련이죠. 민아도 진솔한 사람이라는 말이죠.”“은서 씨는 견해가 독특하네요.”그 후의 식사 시간은 꽤 유쾌하게 흘러갔다.송민아는 최근에 있었던 재미있는 일이나 어려운 일을 이야기했고 고은서는 틈틈이 농담을 건넸다. 송민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사적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했다.식사 내내 고은서는 송민준이 자신에게 불쾌한 기색을 비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 들어왔을 때 느낀 그 싸늘한 시선은 단순한 착각이었을까?’식사가 끝난 후 고은서와 송민아는 사무실로 돌아왔다.“오빠가 나한테 초대장을 달래. 우리를 위해 몇몇 중요한 분들도 데려올 계획이라더라.”고은서는 송민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괜히 부담 주지 말자. 아름 언니가 이미 몇몇 주요 인사들과 연락했으니 그분들로도 충분해.”송민아는 더 고집하지 않았다.“사람을 더 부르지 않아도 괜찮지만 초대장은 줘야 해. 오빠도 유명한 사업가야. 비록 제일 뛰어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맥이니 놓칠 수 없어.”다음 날 고은서는 회사에서 하루 종일 바쁘게 지냈다.저녁 무렵 곽승연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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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고은서는 지난번 서재 밖에서 곽승재와 곽현수가 다투는 소리를 들은 후로 그를 본가에서 다시 본 적이 없었다.오늘 곽현수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곽현수를 마주한 서연정은 얼굴에 지었던 미소를 지우고 차가운 표정을 했다.곽승연도 곽현수의 엄격함 때문인지 조금 전까지 즐거웠던 표정은 지우고 곧바로 가까이에 있던 고은서의 옆으로 갔다.고은서는 곽승연의 손을 잡아주며 안심시켰고 예의 바르게 곽현수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곽현수의 표정은 여전히 근엄했고 그의 눈빛에서도 압도적인 기세가 묻어났다.고은서의 인사를 듣고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형식적으로 고개만 끄덕였다.“별일 없으면 오지 말라고 했잖아. 네가 맨날 그런 표정 지으니까 승연이도 무서워하잖아.”전미자가 나무라듯 말했다.“승연이는 두 사람이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어른이 되어 가는데도 아이처럼 지내는 거예요! 곧 성인이 다 되어가는데 자립심도 없고 본인 주견도 없잖아요.”곽승연이 살짝 움츠러들자 고은서는 그녀의 손을 더 꼭 잡아주었다.“내가 아직 살아있는데 네가 훈계할 차례는 아니지.”전미자가 불만스럽게 한마디 했지만 주위에 사람이 많아 더 이상 곽현수를 질책하지 않았다.“됐다. 밥이나 먹자. 무슨 일이든 먼저 밥 먹고 얘기해.”전미자가 말을 마치자 곽현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식탁으로 향했다.고은서는 곽현수와 함께 식사하고 싶지 않았지만 곽승연의 불안한 모습과 전미자의 권유에 자리를 옮겼다.식사하는 내내 모두 조용히 밥만 먹었다.잠시 후 곽현수가 담담하게 서연정에게 말했다.“내일부터 승연이 데리고 호원 저택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러 왔어.”서연정이 담담히 답했다.“승연이가 할머니 댁에 익숙해졌으니 안 갈래요.”곽현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계속 어머니 집에서 사는 건 말이 안 돼. 호원 저택에도 집사와 가정부들을 들였으니 당신이 와서 돌봐야지.”“돌보긴 뭘 돌봐. 널아 연정이가 Y 국에 있을 때도 이렇게 지내지 않았느냐? 며느리와 손녀를 오래 못 봐서 더 머물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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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고은서는 곽승연을 바라보며 물었다.“승연아, 왜 그런 질문을 해?”“할머니랑 엄마가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할머니가 한숨 쉬면서 예전에 언니가 오빠를 많이 좋아했는데 오빠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했어요.”고은서가 아무 대답이 없자 곽승연이 말을 이었다.“제가 그린 그림 오빠도 봤어요. 오빠도 슬픈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오빠한테 앞으로 언니는 나랑 못 놀아주냐고 물어보니까 아무 대답도 안 했어요.”고은서가 곽승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랑 네 오빠의 일은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시간 나면 자주 보러 올게.”곽승연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엄마도 엄마랑 아빠 사이의 일은 저랑 상관없다고 했어요.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Y 국에서 아빠가 엄마를 찾으러 왔을 때 나 때문에 몇 번이나 싸우셨어요. 엄마는 저한테 감추려고 했지만 다 알고 있었어요.”고은서도 곽현수와 서연정의 갈등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에 뭐라 하기도 어려웠다.그저 곽승연이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고은서는 스케치북을 덮으며 화제를 바꾸었다.“승연아, 오후에 집에 재미있는 방이 생겼다고 했잖아. 지금 그 방 보여줄래?”고은서는 곽승연의 관심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그녀의 제안에 곽승연도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본가에 여러 차례 와 이곳에 대해서도 익숙했기에 흥미로운 방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하지만 비어 있던 방에서 드럼 세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방은 새로 리모델링되어 음악실로 꾸며져 있었고 그 안에는 오디오 시스템과 프로젝터뿐만 아니라 음악과 관련된 여러 장비들이 놓여 있었다.드럼 세트는 눈에 띄는 곳에 배치되어 있어 누구든지 시도해 보고 싶은 욕구가 들게 했다.곽승연이 고은서를 보며 말했다.“언니, 이건 오빠가 사람을 보내 리모델링한 거예요. 지난번 언니가 왔을 때도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아직 완성되지 않아 얘기하지 않았어요.”지난번 여씨 가문에서 곽승재가 그녀가 드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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