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681 - 챕터 690
802 챕터
제681화
...병실에서 소식을 들은 장씨 아주머니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그녀는 박연희의 손을 잡으며 흥분 어린 말투로 입을 열었다.“어쩜 이렇게 공교롭게도 갑자기 선뜻 각막을 기증하려는 선량한 사람이 나타난단 말입니까. 사모님, 이건 분명 사모님께서 나라라도 구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박연희는 눈에 붕대를 두르고 있어 그녀는 장씨 아주머니의 손을 더듬어 잡으며 속삭였다.“저에게 돈이 조금 있으니까 그분한테 꼭 인사를 건네주세요. 비록 돈이 저열하다고는 하지만 때로는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으니까요.”그러자 장씨 아주머니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당연하죠! 제가 잘 알아봐서 사모님께서 다시 시력을 회복하시면 우리 함께 문병 가요. 그분도 마음속으로 많이 위로받을 겁니다.”말이 떨어지자마자 밖에서 우렛소리가 간간이 울렸다.갑자기 비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앨런은 박연희에게 마지막 거즈를 감아 주며 미소를 지었다.“사모님, 1주일만 지나면 거즈를 풀고 빛을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박연희는 병상에 누워 조용히 물었다.“혹시 누가 기증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그러자 앨런이 침묵을 지켰다.“업계 규정상 말할 수 없습니다. 사모님, 죄송합니다.”그러나 박연희는 급하지 않았다. 장씨 아주머니가 수소문한다고 했으니 항상 방법은 있을 것이다... 그녀는 안심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수술 후 그녀는 몸이 불편하여 한밤중까지 밤을 새워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그런데 그녀는 꿈을 꾸게 되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던 것 같은데... 그녀가 깨어났을 때 몸은 무중력 상태였고 온몸이 경련을 일으켰다.장씨 아주머니가 인기척을 듣고 와서 다급히 물었다.“사모님 왜 그러세요?”박연희는 여전히 끝없는 어둠에 잠겨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답했다.“나 악몽을 꿨어.”그러자 장씨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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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처량한 외침소리와 함께 전소미는 아이를 안고 아래층으로 빠르게 달려갔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하인우의 이름을 불렀다.“인우야, 인우 씨!”“아아... 인우야, 아니야. 이 사람은 너 아니야. 넌 아닐 거야.”...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눈앞의 이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고 정신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신발은 어디에 던져둔 것인지 그녀는 맨발을 하고 있었고 그녀의 품에 안긴 아기는 계속 울어댔다.1층 안뜰, 꽃밭 중앙.훤칠한 몸매를 자랑하는 남자 한 명이 화단 중앙에 떨어져 시멘트 대 위에 사지를 올려놓은 채 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는 눈을 잃었고 그의 눈동자에는 한 점의 빛도 없이 공허하기만 했는데 그는 그대로 환히 밝아진 듯한 이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날이 밝았는데도 하인우는 그렇게 영원히 잠들었다.“인우야!”군중 속에서 전소미의 목소리가 더욱 울려 퍼졌다.그녀는 구경꾼들 사이를 헤치고 남자 앞으로 걸어갔다.전소미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고요하게 누워있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한눈에 이 사람이 바로 그녀의 인우라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그녀의 하인우는 항상 흰 셔츠를 입고 반쯤 낡은 어깨 정장을 즐겨 입었기 때문이다. 그는 줄곧 남자는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여윳돈이 있으면 항상 부인과 딸을 챙겼다. 부인과 딸은 예쁘게 치장해야 한다고 말이다.“인우야!”전소미는 그대로 남자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뻗어 남편의 쓰다듬더니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이제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고인의 뺨을 내리쳤다...한 방울 또 한 방울.그녀는 못난 미소를 지으며 원성을 터뜨렸다.“왜 이렇게 멍청하게 굴어, 왜! 왜 그랬어! 인우야... 네가 가면 나랑 민희는 어떡하란 말이야? 우리더러 어떡하란 말이야?”“인우야, 내 탓이지?”“내가 그 사람 돈을 가져가 널 속이고 너랑 결혼했다고 원망하는 거지?”“인우야, 왜 굴복하려 하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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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인우야, 우리는 이제 영원히 함께할 수 있어.”...주위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장숙자가 뒤늦게 달려왔을 때 사방은 온통 야유 소리뿐이었다.그 순간, 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군중을 헤치고 다가간 그녀는 하인우와 전소미가 함께 피 웅덩이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결국 참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장숙자는 그 젊은 부부를 주시하며 끊임없이 말했다.“하인우 씨, 여사님! 정말 하인우 씨와 소미 씨야.”어린아이는 끊임없이 작은 손을 휘저으며 울음을 터뜨렸고 그녀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하늘을 진동했다.어린아이를 살짝 안아 올린 장숙자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펑펑 쏟았다.“이 옥 조각은 내가 알아. 이건 하인우 씨와 여사님의 딸이야.”슬픔이 교차하며 그녀는 아기를 안고서 목소리를 떨었다.“착하지, 우리 부모님께 절을 드리자. 앞으로 너는... 다시는 그들을 볼 수 없을 거야.”주위에 구경꾼들도 너도나도 의론이 분분하다.“불쌍하군. 요즘에도 사랑 때문에 목숨을 끊다니.”“아이를 입양할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박연희가 다가오자 김 비서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했다.두 눈에 거즈를 뒤집어쓴 채 더듬거리며 다가오자 주위 사람들은 재빨리 그녀에게 길을 내어주었다. 박연희는 유심히 귀를 기울이며 물었다.“김 비서, 저 방금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는데 김 비서가 좀 봐줘요. 혹시 소미 씨 아이가 아니에요?”이윽고 김 비서는 하인우 부부의 참상을 보게 되었다.현장은 이미 봉쇄되기 시작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며 답했다.“여사님의 아이 맞습니다. 지금 장씨 아주머니가 품에 안고 돌보고 있으니 사모님께서는 안심하십시오.”잠시 후, 박연희가 계속하여 물었다.“장씨 아주머니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요? 그러면 소미 씨는요? 그리고 인우 씨는 찾았어요?”그 말을 들은 장씨 아주머니가 아이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박연희의 곁으로 달려가 박연희더러 어린 아기의 따뜻한 손바닥을 만지게 해주었다. 같은 시각,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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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김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사모님.”잠시 후, 박연희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을 덧붙였다.“풍수지리가 좋은 곳을 찾아 두 사람을 합장해주세요. 그리고 비석에는 ‘박연희의 영원한 오라버니 하인우, 하인우 애처 전소미 영원히 잠들다’로 새겨주세요... 앞으로 매년 이맘때쯤 그들의 딸을 데리고 제사를 지낼 거예요.”...하인우 부부가 발인하던 날 박연희는 떠났다.장씨 아주머니와 김 비서의 부축을 받으며 하민희를 안고 있던 그녀는 하인우 부부의 묘소 앞에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걱정 마세요. 제가 아이를 잘 돌보고 민희가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키우겠습니다.”묘비에는 하인우 부부의 웨딩 사진이 있다.행복과 미소가 가득한 사진이었다....마침내 전화가 통했을 땐 박연희가 각막 수술을 받은 지 사흘 만이다.김 비서는 이미 조은혁의 마음속에서는 대체 부인이 중요한지, 아니면 그 진시아의 마음이 중요한지 헤아릴 수 없었다. 오늘 전화를 한 것은 단지 조은혁에게 요 며칠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고 싶어서였다.전화가 연결되고 조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요 며칠 연희는 괜찮아?”김 비서는 몇 차례 말을 하려다 계속 목이 메어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잠시 후에야 그녀는 겨우 감정을 가라앉혔지만 말투는 다소 비이성적이었다.“대표님, 이 소식이 대표님께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사실대로 대표님께 말해야 합니다.”“연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아뇨! 사모님께서는 무사하십니다. 사모님께서는 이미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대표님께서 독일로 떠난 밤, 닥터 앨런으로부터 사모님의 눈에 갑자기 병이 생겨 8시간 안에 이식수술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실명할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죠.”“그리고 현재, 사모님께서는 하인우 씨가 기증한 각막으로 다시 시력을 되찾게 되었습니다.”“그리고 하인우 씨는 사모님에게 각막을 기증하고 자신의 각막을 떼어낸 뒤 뛰어내렸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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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조은혁이 막, 말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독일 의사가 와서 그의 손에 두툼한 엑스레이 사진 한 뭉치를 들려주었다.“대표님, 지금 진시아 씨의 병세에 대해 대표님과 다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그러자 조은혁은 김 비서에게 대충 둘러대고 전화를 끊었다.“이따가 내가 직접 연희에게 전화할게.”김 비서는 전화기 너머로 참다못해 욕설을 퍼부었다....진시아의 상태는 낙관적이지 않았다. 의사는 자궁 적출에 적합하지 않다며 그녀에게는 살 가망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진시아 씨에게는 기껏해야 3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대표님, 진시아 씨의 곁을 잘 지켜주세요.”의사가 떠난 후.조은혁은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다른 손에는 시가를 낀 채 창가에 서 있었다.물론 담배를 피우지는 않았다.같은 시각, 진시아는 그를 뒤에서 껴안고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에 연연했다. 비록 조은혁이 그녀를 만지려 하지 않더라도... 진시아는 조은혁이 줄곧 그녀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들은 정상적인 부부와 다를 바 없다고 느꼈다.그녀는 곧 죽을 것이다.하지만 진시아는 죽기 전에 조은혁의 모든 사랑을 받고 죽기 때문에 무엇이든 두렵지 않았다.이윽고 진시아는 그에게 기대어 다정하게 속삭였다.“은혁 씨, 전 당신에게 가장 좋은 모습을 남기고 싶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소원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당신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고 당신도 마음속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단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저와 웨딩 사진을 한 세트 찍어주세요. 우리 딱 한 번만 결혼한 척, 부부였던 척 해봐요... 전 정말 은혁 씨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당신에게 매달리지도 않을게요. 당신은 결국 그녀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건 저도 아니까요.”진시아의 말에 조은혁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빛은 하염없이 깊고 진중했다.진시아는 고개를 쳐들고 그의 잘생긴 이목구비를 가볍게 쓰다듬었다.그는 정말 잘생겼다.그의 이목구비는 마치 하느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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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한참이 지난 후에야 박연희는 전화를 받았다.오랜 시간 동안 그들은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고 전화의 양쪽 끝에는 서로의 가벼운 숨소리만 들려왔다... 그들은 부부였지만 지금은 서로의 숨결조차 낯설었다.마침내 조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몸은 좀 어때?”밤공기가 얼음물처럼 차가웠다.박연희는 아주 담담하게 답했고 게다가 그녀는 프랑스어를 썼다.“김 비서가 다 알려줬을 것 같은데 전 괜찮아요. 하인우 씨의 각막을 이식받아서 지금은 이미 시력을 회복했어요... 그리고 하인우는 뛰어내려 죽었고요. 하인우 씨 부인인 소미 씨도 덩달아 목숨을 끊었고요.”“다음에 만나면 제 눈에 있는 건 인우 씨의 각막일 겁니다.”“제 생각엔 당신도 이러한 저를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서 조은혁 씨, 우리 이혼해요. 결혼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니 더 이상 진시아 씨를 힘들게 할 필요 없어요. 그녀를 어떻게 대하든 상관없고 심지어 그녀에게 명분을 줄 수도 있고... 다 돼요.”...박연희의 프랑스어는 유창할 뿐만 아니라 억양도 매우 정확하다.다른 한편, 조은혁은 주먹을 꽉 움켜쥐며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나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구나.”이윽고 조은혁은 그날을 떠올렸다.그날 닥터 앨런은 그에게 진시아와 박연희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고 앨런은 그 나라 남자들은 모두 가정을 중시한다고 말하며 그가 박연희를 굳건히 선택할 줄 알았다.하지만 조은혁은 박연희의 각막은 아직 급하지 않다고 더 기다려도 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진시아를 선택했다.그는 앨런에게 프랑스어로 그의 결정을 말했고 박연희가 프랑스어를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여기며 여전히 그녀를 살뜰하고 부드럽게 보살폈는데... 박연희가 프랑스어를 알아들을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때 박연희는 그의 결정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조은혁의 생각을 대충 짐작한 박연희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전 프랑스어 할 줄 알아요. 조은혁 씨, 만약 제가 프랑스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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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의사는 청진기를 들고 열심히 청진하더니 잠시 후, 손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감기가 들어서 폐렴이 좀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습니다... 약 좀 먹으면 괜찮아질 거예요.”장씨 아주머니는 폐렴이라는 말을 듣고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혹시 주사를 맞아야 하는 건가요? 다른 아이들은 폐렴에 걸리면 모두 링거를 맞아야 한다던데.”“그렇게 심각하진 않습니다.”그는 하민희의 신상을 알고 있기에 손을 뻗어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다시 박연희에게 고개를 돌려 말을 건넸다.“사모님, 가능하면 모유를 먹여주세요. 그러면 작은 아기의 면역력이 더 강해질 것입니다.”그러자 박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응했다.이윽고 박연희는 하민희를 품에 끌어안으며 매우 부드럽고 가볍게 어루만져주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의사는 괜히 눈시울이 붉어져 일부러 마른기침을 한 번 했다.“그럼 전 지금 가서 약품 명세서를 써오겠습니다.”박연희는 장씨 아주머니더러 의사와 함께 갔다 오라며 그녀를 보냈다.극진한 보살핌 끝에 하민희의 몸은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고 박연희는 김 비서에게 비싼 돈을 쥐여주며 건강한 모유를 사 오라고 부탁하였다... 그렇게 매일 하민희에게 모유를 주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피자 하민희는 보름 만에 정말 하얗고 부드럽게 잘 컸다.그리고 밤이 되면 두 아이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함께 잠이 들었다.장씨 아주머니는 옆에 앉아서 기쁨이 가득 찬 눈으로 박연희와 일상 이야기를 나누었다.“사모님, 이 두 아이는 서로를 꼭 빼닮은 것 같아요. 정말 친남매가 따로 없다니까요.”한편, 박연희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작은 옷을 짜고 있었다.은은한 핑크 컬러의 옷이었는데 박연희가 특별히 하민희를 위해 짜 준 것이다.앞으로 진범이에게 있는 것은 민희에게도 모두 한몫 챙겨줄 것이다. 그녀는 민희에게 모든 온정을 베풀어 아이를 외롭게 하거나 의지할 사람이 없게 하지 않을 것이다.한참이 지나 장씨 아주머니가 박연희에게 다가왔다.“옷이 정말 예쁘네요. 우리 민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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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박연희의 얼굴은 여전히 담담할 뿐이었다....곧이어 김 비서가 문을 밀고 들어오자 박연희는 창가에 서서 조용히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김 비서, 독일에 다녀오고 싶은데 준비해 줄 수 있겠어요? 또한, 저는 조은혁에게 이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아요.”김 비서는 망설였다.어찌 됐든 그녀는 조은혁의 비서이고 조은혁의 월급을 받고 있는데 지금은 그를 배반할 일을 하려고 한다.한참이 지나 김 비서는 참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잘리면 다시 일을 구하면 되죠.”김 비서는 일 처리가 확실한 편이었기에 믿고 맡길 수 있었다.그녀는 가장 빠른 항공편을 예약해 주고 조은혁의 별장 주소까지 알려주었다. 게다가 박연희가 떠나기 직전 김 비서는 그녀의 캐리어에 독일 지폐까지 넣어주었다.“그곳은 이곳과 달라서 반드시 현금을 써야 하니 많이 챙겨두는 게 좋을 거예요.”한편, 장씨 아주머니도 혹여나 박연희가 그곳의 음식을 잘 못 먹을까 봐 그녀에게 통조림을 한가득 준비해 두었다.계속하여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장씨 아주머니는 눈물을 머금고 한 번 또 한 번 충고를 거듭했다.“그곳에 가면 꼭 조심하셔야 해요. 절대 대표님과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려 하지는 말아요. 여자는 때로 좀 부드러워져야 일을 처리하기 쉬운데 나중에는...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면 되죠.”김 비서도 그녀의 말에 자못 찬성했다.박연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진범아 좀 잘 부탁해요.”마지막으로 김 비서가 다시 한번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여기는 걱정하지 마세요.”...그로부터 10여 시간 뒤, 박연희는 독일의 한 공항에 착륙했다.당장 조은혁을 보러 가는 대신 그녀는 10평 남짓한 방이지만 혼자 묵기에는 충분한 호텔부터 알아봤다.짐을 내려놓고 그녀는 다시 외출 준비를 했다.방을 나서기 전 그녀는 탁자 위 과일 쟁반 위에 놓인 날카로운 과일칼을 살짝 집어 들어 흰색 침대 베개 밑에 내려놓았다.이윽고 몸을 곧게 세우자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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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박연희는 그동안 건강을 많이 되찾은 것인지 얼굴이 매우 윤택해졌다.여전히 말랐지만 몸 전체에 골고루 살이 붙어 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고 피부도 예전의 곱고 하얀 피부로 돌아왔다.그녀는 영국식 치마 한 벌을 입었는데 몸매가 적당하여 옷 태가 살았다.조은혁은 오랫동안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마치 같은 차원이 아닌 것만 같았다.한편, 웨딩숍의 인부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하여 그에게 물었다.“대표님, 사모님과의 웨딩 사진은 여기에 두면 될까요?”이윽고 다시 정신을 차린 조은혁은 본능적으로 박연희를 향해 몇 걸음 다가갔다.그는 박연희의 가는 손목을 잡고는 찔리는 구석이 있는 것인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서 다시 얘기하자.”“왜 나가요?”박연희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사치스러운 인테리어로 뒤덮인 집안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여기가 당신이 여자를 숨겨둔 곳이라 그래요? 그래서 못 보여주는 거예요?”조은혁이 미간을 찌푸렸다.“조은혁 씨, 돈 많은 남자들이 밖에서 여자를 찾는다는 걸 알지만 사실 저도 신경 안 써요... 하지만 진시아는 하마터면 진범이를 죽일 뻔했잖아요. 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진시아를 살려둔 것도 모자라 이곳에 숨겨두고 스폰해주고 계시네요. 조은혁 씨, 당신이 그녀와 뒹굴 때 진범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죄를 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아요?”박연희를 바라보고 있는 조은혁의 눈동자는 블랙홀처럼 깊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난 진시아와 뒹굴지 않았어.”박연희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계단 입구에 나타난 진시아는 마른 얼굴에 세련된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오며 연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머 사모님, 전 이제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사모님이 뭐 어떻게 하실건데요? 설마 제 마지막 소원조차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 사람들은 사랑은 선착순이라고 하잖아요.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제가 사모님보다 먼저잖아요... 게다가 은혁 씨는 당신에게 간도 내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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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그 순간, 조은혁은 그들이 처음 키스한 날 박연희가 온몸을 몸서리치던 그 장면을 떠올렸다.그때 그를 올려다보던 그녀의 눈에는 녹여지지 않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하지만 현재, 그를 바라보는 박연희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했다.박연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왜 안 때려요? 당신의 보물단지를 위해 화풀이해야 하지 않겠어요?”조은혁은 다시 이성을 되찾고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박연희는 다시 그 꽃병을 들고 그의 머리를 향해 세게 내리쳤다.그녀는 조금도 힘을 거두지 않았고 정말 때려죽이려는 심산으로 달려든 것이다. 조은혁이 죽으면 까짓거 감옥에 가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김 비서는 하민희를 찾아내고 민희의 미래에 대해 잘 준비해 둘 것이다.박연희가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목이 잠겨서 그녀의 목소리에는 대부분 공기만 가득했다. “조은혁 씨, 저는 당신 두 남녀가 평생토록 얽매이기를 기원할게요... 꼭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세요.”머리에서 계속하여 피가 흘러내렸지만 조은혁은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박연희의 가는 손목을 한 손에 잡고 그녀를 품속으로 끌어들였다. 박연희의 눈동자를 바라보니 그 눈동자 속에는 그가 알 수 없는 낯선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조은혁은 틀림없이 하인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인우만 아니었다면 그의 연희가 어떻게 그를 이렇게 대할 수 있겠는가.목이 메어온 조은혁은 마른기침을 연신 삼켜댔다.문득 그가 박연희를 밖으로 끌어내자 계단에서 진시아의 외침이 들려왔다.“은혁 씨!”그러나 조은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결국, 몸을 가누지 못하고 계단에서 넘어진 그녀는 달갑지 않은 듯 손바닥의 살을 꼬집으며 중얼거렸다.“은혁 씨를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진즉 알았어. 박연희가 오자마자 정신이 팔려 날 버리고 갔잖아.”옆에 있던 고용인이 작은 목소리로 위로를 건넸다.“사모님...”그런데 그때, 진시아가 갑자기 고용인의 뺨을 한 대 내리쳤다.화가 난 진시아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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