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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한참이 지난 후에야 박연희는 전화를 받았다.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은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고 전화의 양쪽 끝에는 서로의 가벼운 숨소리만 들려왔다... 그들은 부부였지만 지금은 서로의 숨결조차 낯설었다.

마침내 조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몸은 좀 어때?”

밤공기가 얼음물처럼 차가웠다.

박연희는 아주 담담하게 답했고 게다가 그녀는 프랑스어를 썼다.

“김 비서가 다 알려줬을 것 같은데 전 괜찮아요. 하인우 씨의 각막을 이식받아서 지금은 이미 시력을 회복했어요... 그리고 하인우는 뛰어내려 죽었고요. 하인우 씨 부인인 소미 씨도 덩달아 목숨을 끊었고요.”

“다음에 만나면 제 눈에 있는 건 인우 씨의 각막일 겁니다.”

“제 생각엔 당신도 이러한 저를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서 조은혁 씨, 우리 이혼해요. 결혼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니 더 이상 진시아 씨를 힘들게 할 필요 없어요. 그녀를 어떻게 대하든 상관없고 심지어 그녀에게 명분을 줄 수도 있고... 다 돼요.”

...

박연희의 프랑스어는 유창할 뿐만 아니라 억양도 매우 정확하다.

다른 한편, 조은혁은 주먹을 꽉 움켜쥐며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나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구나.”

이윽고 조은혁은 그날을 떠올렸다.

그날 닥터 앨런은 그에게 진시아와 박연희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고 앨런은 그 나라 남자들은 모두 가정을 중시한다고 말하며 그가 박연희를 굳건히 선택할 줄 알았다.

하지만 조은혁은 박연희의 각막은 아직 급하지 않다고 더 기다려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진시아를 선택했다.

그는 앨런에게 프랑스어로 그의 결정을 말했고 박연희가 프랑스어를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여기며 여전히 그녀를 살뜰하고 부드럽게 보살폈는데... 박연희가 프랑스어를 알아들을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 박연희는 그의 결정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조은혁의 생각을 대충 짐작한 박연희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요, 전 프랑스어 할 줄 알아요. 조은혁 씨, 만약 제가 프랑스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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