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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그 순간, 조은혁은 그들이 처음 키스한 날 박연희가 온몸을 몸서리치던 그 장면을 떠올렸다.

그때 그를 올려다보던 그녀의 눈에는 녹여지지 않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

하지만 현재, 그를 바라보는 박연희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했다.

박연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왜 안 때려요? 당신의 보물단지를 위해 화풀이해야 하지 않겠어요?”

조은혁은 다시 이성을 되찾고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박연희는 다시 그 꽃병을 들고 그의 머리를 향해 세게 내리쳤다.

그녀는 조금도 힘을 거두지 않았고 정말 때려죽이려는 심산으로 달려든 것이다. 조은혁이 죽으면 까짓거 감옥에 가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김 비서는 하민희를 찾아내고 민희의 미래에 대해 잘 준비해 둘 것이다.

박연희가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

목이 잠겨서 그녀의 목소리에는 대부분 공기만 가득했다.

“조은혁 씨, 저는 당신 두 남녀가 평생토록 얽매이기를 기원할게요... 꼭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세요.”

머리에서 계속하여 피가 흘러내렸지만 조은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박연희의 가는 손목을 한 손에 잡고 그녀를 품속으로 끌어들였다. 박연희의 눈동자를 바라보니 그 눈동자 속에는 그가 알 수 없는 낯선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조은혁은 틀림없이 하인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인우만 아니었다면 그의 연희가 어떻게 그를 이렇게 대할 수 있겠는가.

목이 메어온 조은혁은 마른기침을 연신 삼켜댔다.

문득 그가 박연희를 밖으로 끌어내자 계단에서 진시아의 외침이 들려왔다.

“은혁 씨!”

그러나 조은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결국, 몸을 가누지 못하고 계단에서 넘어진 그녀는 달갑지 않은 듯 손바닥의 살을 꼬집으며 중얼거렸다.

“은혁 씨를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진즉 알았어. 박연희가 오자마자 정신이 팔려 날 버리고 갔잖아.”

옆에 있던 고용인이 작은 목소리로 위로를 건넸다.

“사모님...”

그런데 그때, 진시아가 갑자기 고용인의 뺨을 한 대 내리쳤다.

화가 난 진시아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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