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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조은혁 씨, 저도 한때는 당신에 대한 믿음이 가득했고, 평생을 함께 하기로 몰래 다짐했어요. 저도 한때는 당신과 백년해로하는 환상을 가졌었지만... 그 꿈들은 현실 앞에서 그렇게 우습게 느껴졌어요. 우스웠지만 내게는 벗어날 방법도 없어요.”

"당신은 권력과 세력이 있고, 남녀의 힘 차이도 분명히 존재하죠.”

"전 당신 앞에서 그렇게 보잘것없는 존재예요.”

"결국엔 제 몸을 무기로 쓸 수밖에 없었죠... 운이 좋으면 고통의 대가로 당신이 앞으로는 이런 짓을 자제할 것이고, 운이 나쁘면 그저 헛되이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저는 다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 제가? 제가 살든 죽든, 제 존엄이 있든 없든, 그건 다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사실 전 당신을 만난 그날부터... 이미 자유를 잃었고, 영원히 도망갈 수 없어요.”

...

그녀는 잠시 괴로워하며 중얼거렸다.

"조은혁 씨, 우리 거래를 해요. 하민희를 내게 줘요, 그럼 제가 진술을 번복하고 계속 당신 아내가 될게요. 전 그 애를 데리고 귀국할 거고, 여기서 당신이 진시아와 사랑에 빠지든 말든 방해하지 않을 거예요. 심지어 그녀를 위해 명성을 되찾아 줄 수도 있어요...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이혼서에 서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수술은 안돼요!”

"조은혁 씨, 각막 이식, 그렇게 쉽게 밥 먹듯이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미안하지만 죽을 때까지... 하인우의 각막은 계속 제 몸에 남아 제 몸의 일부가 될 거예요.”

...

박연희가 조용히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병실 바닥 창문이 반쯤 열려 있고 늦여름 밤바람이 불어와 조은혁의 검은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그의 마음을 헝클어뜨렸다.

방금 그녀가 했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녀의 식어버린 마음을 알려주고 있었고,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녀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조은혁은 가볍게 웃었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병상 가장자리로 걸어가서는 침대 옆에 서서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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